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39화 (139/270)

제139화

“우리 도화, 정말 늘 열심히하고 또 멤버들도 잘 챙겨주고 노래도 잘부르고 춤도 잘 추고 너무너무 착한 친구인데요.”

“그런데요?”

“그런데?”

멤버들의 맞장구 속에 한야가 말했다.

“애들한테 협박하는 것 좀 그만해줬으면 좋겠어요.”

“협바학!”

“하핫! 맞아. 도화 형 맨날 아덴 형이랑 케이 형한테 협박해요!”

아덴과 주상현이 키득거리며 일러바치듯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서도화는 황당하다는 듯 일어났다.

“아니, 제가 언제 협박을 했다고 하십니까! 억울합니다.”

서도화가 당당하게 말했다. 물론 협박이야 매일매일 하고 있지만 일단 절대 아니라고 잡아떼보았다.

그러자 앞에서 듣고 있던 도성한 피디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궁금한데, 어떤 식으로 협박을 하던가요?

한야가 변조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매일 노래 부른다거나 하는 걸로요.”

“아니 그게 협박이야? 협박이에요?”

“아니지 아니지. 우리 형 메인보컬인데 협박 아니다!”

서도화의 말에 주상현이 장난처럼 그의 편을 들어주었고 아덴과 케이가 삐뚜름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협박 맞다.”

“이건 협박이다! 한야 형이 옳다!”

멤버들이 알아서 편을 나눠 투닥거리고 있을 때 한야가 차분하게 말했다.

“물론 우리 도화야 어메스의 메인보컬이고, 또 다들 도화가 얼마나 노래 잘 부르는지 아시잖아요.”

“알죠알죠.”

“알죠. 우리 그룹 음유시인인데.”

서도화가 능글거리며 말하는 아덴을 흘겼지만 아덴은 그러거나 말거나 즐거운 얼굴로 한야의 말에 계속해서 맞장구를 쳐댔다.

“저희도 노래 듣는 거 좋아하고 그러니까 부르고 싶으면 그냥 부르면 될 텐데 꼭 부르고 싶을 때마다 괜히 케이한테, 아덴한테 가서 너 말안 들으면 노래 부른다? 여기서 하프 켠다? 이러는 게.”

“……네?”

서도화는 황당해 목구멍이 막힌 기분이었다.

“아니…….”

평소에 하도 말을 안 들어서 가장 잘 먹힐 방법으로 협박했던 것들이 한야나 주상현 등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부르고 싶어서 괜히 친구한테 장난치는 걸로 들렸던 모양이다.

“부르고 싶으면 그냥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형은 도화 노래를 정말 좋아한답니다.”

“맞다~ 저도 형 노래 좋아해요!”

서도화의 황당함을 눈치채지 못한 주상현이 활짝 웃으며 그에게 좋은 말을 건넸다.

서도화는 무척 억울했지만 그가 억울함을 어필할 새도 없이 한야는 다음 멤버를 지목했다.

“다음은 아덴이.”

“네? 저도요?”

“잘생기고 체력도 좋고 자기관리도 잘하고 의리에 책임감도 있고 정말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멤버 중 하나인데요~”

“하하! 감사합니다.”

“야야, 좋아하지 말아봐.”

서도화가 침착하게 아덴의 어깨를 꾹 눌렀다.

“한야 형 말을 마지막까지 들어봐야 해.”

“엉? 어.”

들떴던 아덴이 빠르게 진정하고 자리에 앉아 한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말이 너무 험한 거 같아요. 특히 친구들한테. 잘생긴 얼굴만큼 말도 예쁘게 하면 참 좋겠어.”

“아, 이건 인정입니다.”

“어이!”

서도화가 한야의 말에 빠르게 납득했다.

그래, 이건 좀 고치긴 해야 한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선 좀 자제한다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케이에게 시비를 걸고 있으니.

서도화는 저도 모르게 칼납득했다가 퍼득 정신을 차리고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여러분, 근데 아덴이가 막 말이 험하다고 해서 욕을 하고 그런 게 아니에요.”

“맞아요. 장난이 심하다는 말이지 이 형이 욕하는 건 진짜 한 번도 못 본 거 같아.”

맞다. 이 세계 욕은 한 적 없다. 해봐야 케이클랍스에서 묻히고 싶냐 정도지.

참고로 제2세계에서 사람들에게 케이클랍스 관련된 욕을 하면 그 자리에서 뺨 맞고 인간 말종 취급받아도 할 말이 없다.

당연했다. 사람들 입장에서 케이클랍스는 자신의 나라를, 세계를 정복한 지배자의 영지.

죽어도 듣기 싫은 욕일 터다.

“아무튼 말 좀 예쁘게 하면 정말 좋다~ 하는 말이었고 다음으로 케이는 조금 더 멤버들한테 편하게 다가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더 다가오라고요?”

케이의 물음에 한야의 실루엣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 어메스에는 도화랑 아덴이 옛날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고 그래서 좀 더 유대가 쌓인 건 알지만 저랑 상현이랑도 이제 우린 가족이니까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서도화가 케이를 힐끔거렸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노력해…보겠습니다.”

서도화와 아덴이야 케이가 좋아서 같이 다닌다기보단 함께 다녀야 하니까 같이 다니는 느낌이어서, 케이가 제2세계와 아예 연관이 없는 멤버 한야와 주상현에게 다가가는 건 꽤 어렵고 어색한 일이 될 것이다.

‘그래도 노력해야지 어쩌겠어.’

적어도 몇 년간은 여기서 살아야 하는데 언제까지고 마왕 마인드로 살아갈 수는 없으니.

“가족…….”

케이의 중얼거림에 서도화의 시선이 돌아갔다.

“피 한 방울 안 섞였거늘 그럼에도…….”

서도화가 시선을 바로했다. 부모에게 버려져 마왕이 된 인간.

그렇기에 사실 누구보다 인간적인 애정을 갈구하고 있던 마왕.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멤버들의 애정에 그의 흔들림도 이해는 하지만 글쎄.

그의 악행을 아는 서도화에겐 인간에게 받는 사랑을 알게 되는 마왕이 썩 달갑게 느껴지진 않았다.

좋아해야 할지 거북해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상현이는 언제나 의지가 되는 멤버라고 생각해요. 언제나 어른스럽게 이끌어줘서 고맙고 또 항상 형들 좋아해줘서 고마운데요.”

“데요?”

“그런데?”

잔뜩 신이난 주상현과 아덴의 맞장구속에 한야가 말했다.

“형들 대할 때 너무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엇…….”

“물론 평소엔 편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 상현이는 눈치가 너무 빨라서 가끔 안 봐도 될 눈치도 보는 것 같아서 그냥 편하게 형들이랑 장난치고 어울리고 해도 형들이 참 좋을 텐데.”

주상현이 감동한 얼굴로 제 양손을 가슴께에 가져다 댔다.

“혀엉……. 완전 감동했어요. 저 근데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멤버들이 너무 자상하게 대해준 덕분에 처음에만 어색했지 이제는 정말 편하거든요. 늘 형들한테 고마워하고 있어요.”

한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데뷔하고 나면 가족 그 이상으로 오랜 시간 함께 보내게 될 건데 서로 편해지자는 의미로 멤버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오.”

“뭔데요?”

“형, 뭐든 말해요.”

“우리 이제 말 편하게 하는 거 어떨까요?”

앞으로 계속 함께해야 하는 멤버들이고 유제이에 연습생으로 들어온 시기도 다들 비슷비슷하니 다른 건 나이밖에 없었다.

한야가 멤버 한 명 한 명을 부르며 진실게임을 길게 이어간 건 전부 이를 말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오오, 나는 좋지.”

존댓말이라는 걸 여기 와서 처음 해봤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아덴은 냉큼 동의했다.

케이도 화색이 되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바라던 바다!”

“좋아요.”

서도화까지 대답하자 주상현도 멤버들의 눈치를 보며 작게 말했다.

“저도 좋아요.”

주상현까지 동의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한야의 순서는 끝이 났다.

“다음은 누가 해볼래?”

블라인드에서 나온 한야가 멤버들에게 물었고 서도화가 번쩍 손을 들었다.

“다음은 제가 하겠습니다.”

“오, 도화 형.”

주상현은 눈치 보느라 먼저 나서지는 않을 것이고 아덴과 케이는 아직도 이게 뭐 하는 코너인지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순서상 내가 들어가야겠지.’

서도화는 성큼성큼 블라인드 뒤로 향했고 그에게 마이크가 쥐어졌다.

“목소리 변조돼서 나올 건데 너무 놀라지 말고 하실 말 하시면 돼요.”

“넵.”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마이크를 만지작거리던 서도화가 스태프에게 물었다.

“그런데 목소리 변조는 왜 하는 거예요? 어차피 누군지 다 알지 않아요?”

“재밌잖아요!”

아 넵. 서도화가 똑바로 앉아 다시 마이크를 만지작거렸다.

“다시 촬영 시작합니다!”

“네엡!”

힘차게 대답하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서도화의 뒤로 강한 조명이 열렸다.

함께 있던 제작진이 멀리서 손을 뻗어 서도화에게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서도화가 마이크를 들었다.

“아아. ……푸훕!”

“아이 왜 웃고 그러시나!”

“어이 거기 블라인드 뒤에 계신 분. 똑바로 안 해요?”

생각보다 훨씬 더 이상해지는 목소리에 서도화가 웃음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멤버들의 태클이 들려왔다.

“노래해주세요!”

“마이크 든 김에 노래해주라!”

“노래 한번 해주세요.”

“신청곡 받나요?”

특히 한야와 아덴이 무척 신이 나서 서도화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말하면 되나요?”

서도화는 익숙한 듯 멤버들의 장난을 무시하고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노래해!”

“노래해!”

그들은 이미 노래에 꽂혀서 노래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노래해를 연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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