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44화 (144/270)

제144화

찜질방 코너가 끝난 후 멤버들은 유제이 사옥의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기기들이 즐비해 있었다.

멤버들은 한눈에 마지막 코너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와 마지막은 노래방이야?”

이동식 노래방 기계와 모니터 두 개.

대망의 마지막 코너는 모두가 가장 체력 소모가 심할 것으로 예상했던 그대로 노래방 타임인 모양이었다.

촬영은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 서자마자 곧바로 시작되었다.

-모두 힐링 잘들 하고 계시죠?

“네엡.”

매번 억지 대답이 돌아올 뿐인데도 매 코너 빼먹지 않고 힐링하고 있냐 물어보는 도성한 피디가 이젠 얄미울 지경이었다.

찜질방의 노곤함까지 더해져 이젠 정말 졸음이 몰려왔지만 멤버들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바짝 정신을 차린 채 도성한 피디의 설명을 들었다.

-게임도 열심히 하셨고, 찜질방에서 노곤하게 몸도 푸셨는데 이제 신나게 놀아야죠!

“어? 우리 아직 안 놀았었나?”

서도화의 혼잣말에 도성한 피디가 활짝 웃었다.

-오늘 하루가 너무 즐거우셨나 보군요. 자, 그럼 마지막 코너 광란의 게임 설명 드리겠습니다. 눈앞에 노래방 기계 보이시나요?

“네!”

“보입니다.”

-아주 간단한 승부입니다. 이번 코너의 심판이 될 상현 씨를 제외하고 두 분씩 짝지어서 한 곡씩 노래를 부르면 되는데요. 점수가 높은 팀이 승리. 5점+α로 점수가 매겨지게 됩니다.

“피디님, 설명 중에 죄송하지만 α는 뭔가요?”

한야의 질문에 도성한 피디는 주상현을 가리켰다.

-상현 씨가 개인적으로 드리는 보너스 점수입니다. 기본적으론 최대 5점까지 부여되지만 심판인 상현 씨를 만족시킨다면 그보다 더 많은 보너스 점수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즉 보너스 타임. 노래방 점수가 높지 않아도 결국 주상현이 좋아할 만한 무대를 보여 그에게 보너스 점수를 받으면 역전승이 가능한 게임이었다.

-0점이든 100점이든 혹은 -100이든 상현 씨가 주시고 싶은 대로 주시면 됩니다.

“오, 그럼 결국 최종 우승의 키는 제가 쥐고 있다는 거네요?”

주상현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서도화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열심히 게임에 임했는데 결국 앞선 게임의 점수는 다 상관없고 주상현을 만족시켜 큰 점수를 얻어내는 게 유일한 우승의 방법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오늘따라 게임 운이 안 좋던 서도화에겐 기회라는 말이기도 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보너스 점수가 들어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심판인 상현 씨의 우승 확률은 줄어들게 되므로 신중하게 부여하시는 게 유리할 겁니다.

“오, 그럼 마이너스 점수를 주면요?”

-상현 씨가 우승하게 되겠지만 하루이틀 정도 멤버들 보기 껄끄러워지겠죠?

“……최대한 공정하게 하겠습니다!”

오.

서도화는 주상현의 각오에 감탄했다.

‘나 같으면 걍 하루이틀 껄끄럽고 말고 우승할 텐데.’

우승 상품이 뭔지는 몰라도 아주 좋은 거라고 이병수가 굉장히 들떠있었다.

그 좋은 걸 받는데 하루이틀 껄끄러운 게 대수인가? 멸시당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서도화와는 달리 주상현은 우승 상품보다 형들에게 귀여움받는 게 더 좋은 듯했다.

‘아무튼 공정하게 한다고 하니.’

잘하면 우승도 노려봄직 하다는 말이었다. 서도화는 뚫어지라 한야를 바라보았다.

함께하면 그나마 괜찮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은 멤버. 조금만 망가져도 웃길 것 같은 멤버. 바로 한야다.

다른 놈들보다 한야와 팀을 먹는 게 상당히 유리해질 판이었다.

“한야 형, 우리 둘이 팀 해요.”

“그래~”

본격적으로 팀을 정하기 전 미리 서도화와 한야가 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이를 놀리듯 도성한 피디가 껄껄 소리 내어 웃더니 말했다.

-안타깝지만 여러분. 원하는 멤버와는 팀을 할 수 없으세요. 팀은 제비뽑기로 정합니다. 끝이 같은 색의 막대기를 뽑은 사람들끼리 팀이 되는 거예요.

“아.”

여기 오늘 게임 운 참 안 따라준다.

도성한 피디가 멤버들에게 끝부분이 숨겨진 막대기들을 내밀었다.

-주상현 씨를 제외하고 오셔서 아무거나 골라주세요.

멤버들이 도성한에게 다가가 막대기를 하나씩 잡아들었다. 서도화는 제 막대기의 색을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노랑. 자신과 같이 노란색을 들고 있는 사람은…….

“와…….”

나 오늘 진짜로 왜 이러는 거지?

하다못해 잘 협조해주는 아덴과라도 한 팀이 되길 바랐건만.

서도화와 팀이 된 건 케이였다. 표정을 관리하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쟤를 데리고 어떻게 노래방 게임을 해야 할지 난감한데 케이는 오히려 서도화와 같은 편임을 알고부터 화색이 되었다.

“음유시인과 한 편이 되었으니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군!”

서도화의 노래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조차 괴로워하는 녀석이 말은 잘한다.

“네가 이번 대회의 우승키를 쥐고 있으니 잘해 보거라!”

“아 네네.”

서도화는 팍 식은 얼굴로 케이에게 다가가다 문득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실상 우승이 걸린 코너라고 해도 다를 게 없으니까 다들 심판 상현 씨를 만족시키기 위해 좋은 공연 해주시길 바랍니다.

예능인데 굳이 잘 부르는 것에 집착할 필요 있나.

촬영 재정비와 공연 준비를 겸한 잠깐의 휴식 시간.

“케이.”

서도화가 케이에게 이리 오라 손짓했다. 노래를 잘 부르는 멤버가 같은 편이니 틀림없는 우승을 직감한 케이가 들뜬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서도화는 케이에게 물었다.

“우승하고 싶어?”

케이는 조금의 딜레이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다마다. 용사가 한야 형의 팀으로 들어갔다. 반면 그대는 용사를 등지고 이 몸에게로 왔지.”

“뭔 헛소리를……. 우리 제비뽑기 한 거잖아. 그리고 내가 왜 아덴을 등져. 미쳤어?”

서도화의 말소리에 아덴이 힐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서도화는 그 시선을 애써 외면하곤 케이에게 말했다.

“임시로 팀이 달라진 거지 여기에 등지고 뭐고가 어딨어?”

아덴이 다 들으니까 제발 입 좀 다물어. 서도화가 눈빛으로 애절하게 말해 보았지만 당연하게도 케이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덴은 장난이라도 배신이란 단어 자체에 예민한 놈이었고 혹여나 삐지기라도 하면 답이 없다.

도화의 속에 천불이 나든 말든 케이는 당당히 말했다.

“기뻐하라 음유시인!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말투.”

“승리는 우리의 것이야!”

……얘를 어떻게 구슬려야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 눈치코치 없고 자존심만 쎈 케이를.

서도화는 막막함에 한숨을 쉬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승하고 싶으면 내 말 들어.”

“우승은 하고 싶지만 네 말은 듣기 싫은걸?”

“노래를 부르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케이가 멈칫, 황당한 눈으로 서도화를 쳐다보았다. 너는 무슨 헛소리를 하냐 말하는 듯했다.

“내가 노래를 왜 부르는가? 아니, 부르니? 이 팀엔 네가 있는데. 같이 부르는 거면 기꺼이 고려해보겠다만.”

“아니, 네가 불러.”

서도화가 노래를 남에게 양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자신이 아닌 케이가 노래를 부르는 게 이 팀에 무척 유리할 거라고 확신했다.

“우리의 목표는 노래를 잘 부르는 게 아니야.”

노래방 점수를 잘 받는 건 더더욱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상현이를 웃기는 거야.”

임팩트를 주기엔 반전만 한 것이 없지. 반전을 노려볼 생각이다.

* * *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혼자 카메라 앞에 있는 건 되게 오랜만이네요.”

심판 완장을 차고 푹신한 소파에 홀로 앉은 주상현이 노곤하게 말했다.

-멤버들이 어떤 공연을 준비했을지 예상하세요?

“음, 한야 형이랑 아덴 형은 의외로 좀 웃길 것 같아요. 한야 형이나 아덴 형이나 이런 게임엔 안 빼는 유쾌한 사람들이라.”

-오오.

“도화 형이랑 케이 형은, 이쪽도 웃길 것 같긴 한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희 팀에서 제일 진지한 사람들이라-”

-두 사람이 진지한 사람들이에요?

도성한이 못 믿겠다는 듯 말하자 주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되게 진지한 편이에요. 그 진지함이 때로 웃음을 주는 그런. 그래서 정석대로 갈 것 같아요.”

막 웃겨서 점수를 따려고 하기보단 안전하게 서도화의 노래로 주상현에게 감명을 주려 시도하려 할 것이다. 실제로 이 작전은 굉장히 효과를 발휘하기도 할 것이고.

“도화 형 노래는 점수를 안 줄 수가 없을 거거든요.”

-그건 그렇겠네요. 자, 그럼 이제 멤버들의 공연을 봐볼까요?

“넵!”

주상현은 힘차게 대답하곤 양손을 제 가슴께에 가져가 흔들었다.

“와 너무 기대된다.”

-첫 번째 팀 나와주세요.

도성한의 말과 함께 노래방 반주가 흘러나오며 멤버들이 등장했다.

“이야!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선곡과 모습들! 주상현이 벌떡 일어나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야와 아덴이 반짝이 옷을 입곤 흥 넘치게 등장했다.

“그압시다!”

선곡은 트로트 ‘스텝 밟고 간다’.

“아니 이런 곡은 어떻게 아는 거야.”

“이 곡 뭐예요?”

제작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제작진들 중 이곡을 아는 사람은 가끔 부모님을 따라 노인정 행사에 강제적으로 참가하는 50대 중반 오디오 감독뿐이었다.

40대 트로트 가수로 수많은 행사를 도는 607080의 대세 가수 안가창의 최신곡이다.

아직 공중파에 출연한 이력이 없을 정도의 무명 가수의 곡이라 젊은 세대는 거의 모르지만 ‘스텝 밟고 간다’라는 곡은 특유의 스텝 지르밟는 안무와 흥 넘치는 비트가 무척 강렬해 아주 잠깐 이슈가 된 적 있었다.

참고로 주상현은 이 곡이 한참 이슈가 되었을 때 무척 감명 깊게 보고 한참이나 즐겨들었었다.

주상현 한정이나마 들으면 반사적으로 흥겨워질 수밖에 없는 곡. 한야의 노림수였다.

깃털 목도리를 한 한야와 아덴이 스텝을 밟으며 노래를 시작했다.

아, 님을 위한 스탭!

one 아 two!

내 사랑이 당신에게로 간다!

쿵짝 쿵짜작- 야생 그 자체의 신나는 비트가 울려 퍼졌다.

주상현은 그들과 함께 신나게 스탭을 밟으며 말했다.

“워후! 예에! 추가 백 점!”

-네, 첫 번째 팀 처음부터 보너스 점수 백 점 획득하고 갑니다.

이에 처음엔 무슨 이런 별스러운 곡이 있냐며 투덜대던 아덴이 잔뜩 흥이 올라 주상현에게 팬서비스를 날리기 시작했다.

이를 본 제작진들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크게 터트려댔다.

말 그대로 광란의 현장이 따로 없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