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58화 (158/270)

제158화

SNS 실시간 트렌드엔 그냥 봐선 알아볼 수 없는 내용의 어메스 관련 문구들이 줄지어 나열되었다.

반응은 무척 좋았다. 대부분 호불호 없는 좋은 곡과 상당한 퀄리티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칭찬들이 이어졌다.

-크레셴도 뮤비 후기 : 울애들 재능이 폭.발.한다 하 #어메스에_대한_내마음_크레센도

-당연히 팝넷이랑 협업하니까 좋겠지 생각은 했는데 이건 상상이상이라 미쳤다는 말밖에 안나옴...

-그러니까 실트해석해보면 케이는 임팩트 쩔었고 도화는 너무 미쳤는데다가 어메스는 코스프레 장인이었고 데뷔곡 퀄리티가 좋은 걸 봐서 유제이는 막강한 변태력을 갖췄고 상현이는 달리기를 잘한다(?)는 거지?

└ㅇㅇ맞음

└? 맞다고?

-크레센도 뮤비 입문용으로 너무 치명적.

팝넷의 조언대로 큰 모험 없이 호불호 갈리지 않으면서도 트렌디한 곡을 가져오길 잘했다.

김유진은 만족스레 sns를 연달아 새로고침 했다. 마치 어메스 팬들의 축제를 보고 있는 듯했다.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새로운 글들이 올라왔고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단 몇 분 만에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을 담은 보정 움짤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케이 마지막 씬 움짤)케이 숨멎멤인 나로서는 분량 부족에 슬프면서도 이런 장면에 숨이 넘어갈 수밖에 없는 거예여...#어메스에_대한_내마음_크레센도

-(서도화 무반주 노래 짤)노을에 선선한 바람 그리고 ㅈㄴ 좋은 서도화 노래 듣고 가세요

-(음원 발매 투두리스트 사진)그런데 여러분 뮤비 보고 좋아하시는 것도 좋은데 다들 스밍은 하시면서 글쓰시는 거죠? #어메스에_대한_내마음_크레센도

-(아덴 장면 움짤)사랑해.

-(주상현 무전기 영상) 데뷔곡부터 본격적인 연기하시는 경력직 신인

-(한야 계단에 앉아 무기 손질하는 움짤)한 삼일 여기서 떠나지 않을 예정

멤버 다섯 명 모두에게 각자 개성에 맞게 어필할 장면을 넣은 덕분에 팬들의 반응 또한 고르게 오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많은 게시글이 올라온 건 역시 마지막 임팩트를 가져간 케이와 가장 화려하고 예쁜 풍경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던 서도화였다.

같은 구간의 장면이 다르게 보정되어 무수히 많이 올라왔다. 어메스의 입덕을 담당하는 멤버들답게 그들의 모습에 감탄하며 뒤늦게 어메스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어메스의 데뷔 뮤직비디오는 sns뿐만 아니라 각 팬 커뮤니티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그 중 단연 인기가 많은 게시글은 뮤직비디오에 대한 해석 글이었다.

[BEST]어메스 데뷔곡 크레센도 뮤비 주관 해석(주관이라 했음!)

해석하기 애매한 부분과 각종 복선, 세세한 떡밥 등을 모아 설명했고 어메스가 도플갱어 또는 평행세계의 이야기를 다룬 것 같다는 공식 스토리와 가장 유사한 해석을 내놓았다.

물론 밀리언 아이돌에서 보여주었던 도전적인 모습들과는 다르게 너무 대중적인 곡을 들고 와 어메스 특유의 유니크함이 빠진 거 아니냐는 글도 꽤 있긴 했다. 하지만 대세는 대세. 결국 크레센도 뮤직비디오는 인기 동영상 1위의 쾌거를 누리며 음원 차트 또한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 * *

밀리언 아이돌의 우승 그룹이고, 주상현의 그룹이기도 하니 화제가 될 줄은 알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큰 관심이 쏟아질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고 큰 관심으로 인해 해외 연예 뉴스에서도 짤막하게 모습을 보이는 등 서도화는 첫 경연 때도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단 하루 만에 인생이 바뀐 기분이었다.

“경연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경연 땐 화제를 모았다 해도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그때는 스태프들이 SNS를 금지하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온몸으로 관심받고 있음이 체감되었다.

어메스의 이름 앞엔 늘 ‘괴물’,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아직 데뷔 쇼를 치르지도 않았는데 이들을 신인상 유력 후보로 올려놓는 기사, 연예 소식 너튜버들도 있었다.

서도화가 몸을 떨었다.

“5분 후에 VCR 재생됩니다. 바로 올라가시면 돼요.”

“네!”

“문 열리면 자세 잡고 있다가 인이어로 신호 들리면 내려가야 하는 거 알죠?”

이런 상황에 오르는 데뷔 쇼. 작은 콘서트 버금가는 현장엔 어메스를 궁금해하는 관객들로 가득했고 당연하게 기자들 또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물론 이 정도 관심을 받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밀리언 아이돌, 그 이전엔 영웅으로서 칭송받는 삶을 살았으니까.

그러나 데뷔를 꿈꿨던 연습생 서도화에게 이보다 더 긴장되는 일이 있을까?

드디어 꿈을 이루는 순간. 서도화는 양손 가득 차오른 땀을 느끼고 숨을 내쉬었다.

데뷔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그간의 고난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코끝이 시렸다.

“야, 떨지 마. 무대에 올라가면 제일 잘할 놈이.”

아덴이 다가와 씨알도 안먹히는 위로를 해댔다. 서도화는 고개를 내젓고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아덴은 당연히 긴장 안 했고 한야도 그다지 긴장한 것 같지는 않았다.

“으악! 어떡해요! 저 너무 떨려요! 긴장돼!”

주상현은 카메라에 대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애교를 떨 여유가 있는 걸 봐선 역시 경력직답게 큰 긴장은 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케이는…….

“어메스와함께하는즐거운쇼타이틀곡인크레센도부터수록곡까지많은무대준비했으니기대해주세요……어메스와함께하는-”

“…….”

쟤가 제일 긴장한 모양이다. 흐리멍덩했던 눈빛에 또렷함이 생겼다.

‘하긴.’

가뜩이나 사람들의 호의적 시선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 녀석이 중요한 멘트까지 말하게 되었으니 인간들 앞에서 실수하기는 싫고 최대한 잘하고 싶을 테지.

“쟤 봐. 케이 봐. 숨도 안 쉬고 멘트 외우고 있어. 아덴 너도 좀 본받아라.”

“난 기억력 좋아서 저렇게까지 안 해도 돼. 굳이 노력 안 해도 쟤보다 잘할걸?”

“딴 데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칼 맞아.”

“응.”

아덴은 순순히 대답하고 서도화를 툭 쳤다.

“생각보단 안 떠네? 네가 제일 떨 줄 알고 이리 왔는데.”

“떨기는 뭐.”

“꿈이었잖아.”

서도화가 어깨를 으쓱였다. 긴장도 되고 떨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설렘과 기대가 더 컸다. 서도화가 씨익 웃자 아덴도 함께 웃곤 말했다.

“나 잘할게.”

“그래.”

“네 꿈이 완벽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수 없이 잘할게.”

갑작스러운 영웅 발언-서도화는 아덴의 오글거리는 말들을 이렇게 불렀다-에 서도화가 오소소 몸을 떨었다.

늘 싸가지 없이 말하던 놈이 이따금 이런 말을 꺼내 말문을 막히게 만들곤 한다.

그러나 서도화는 이번엔 별말 없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덴이 이렇게 말하면 꼭 이 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으니까.

“고맙다.”

“어메스 올라가실게요!”

“계단 잘 보고 올라가! 넘어지지 않도록.”

VCR이 재생되었다. 멤버들은 어두운 무대 뒤를 스태프의 손전등에 의지해 오르기 시작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세를 잡은 채 섰다.

VCR을 통해 멤버들 한 명 한 명과 어메스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지는 동안 멤버들은 나란히 서로를 마주 보았다.

‘파이팅.’

‘잘하자.’

서도화와 한야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오랫동안 함께 연습생 시절을 보낸 사람. 입 모양으로 눈빛으로 수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리고 마침내 VCR이 끝나며 등장을 위한 BGM이 울려퍼졌다. 그러곤 무대 중앙의 가장 큰 전광판이 양쪽으로 열리며 멤버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눈이 아플 정도의 조명과 오랜만에 보는 팬들의 야광봉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그리웠던 광경이던가. 벅차오르는 기분을 애써 억누르며 꿋꿋하게 자세를 잡고 있을 때 인이어를 통해 신호음이 들려왔다.

멤버들이 일제히 계단을 내려와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무대 밑에서 댄서들이 양쪽으로 들어와 순식간에 공간을 채워주었다.

오오오~

팬들의 감탄사와 환호가 연이어 이어지고 마침내 멤버들이 댄서들의 사이로 들어가 공연 준비를 마쳤을 때, 등장 BGM이 꺼지고 어메스의 타이틀곡 크레센도의 전주가 울려 퍼졌다.

* * *

신디사이저음에 맞춰 바이올린 소리가 짧게짧게 비트를 만들어냈다.

마치 그림처럼 움직이지 않던 댄서들과 멤버들, 그중 일부가 깨어나듯 움직이며 사이드로 떨어져 나왔다.

“우와아아악!!!!!”

떨어진 그룹을 향해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지자 팬들의 환호성이 더욱 커지고 빨라졌다.

서도화와 주상현이 페어댄스를 추며 댄서들과 안무를 맞추고 있었다. 평소처럼 격하기보단 느낌을 살리듯 느릿하게 추는 안무.

표현력이 좋은 두 멤버답게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처음부터 크게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숨 쉬듯 꿈틀거리며 자리를 비켜준 댄서들 사이 앞으로 나온 서도화가 첫 파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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