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60화 (160/270)

제160화

한야부터 시작하여 멤버들은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이어나갔다.

가장 끝에 있는 케이까지 소개를 마쳤을 때 한야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저희가 준비한 코너들이 진짜로 많으니까요.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한야의 말을 이어받아 서도화가 말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The AMESS time! 시작합니다!”

서도화가 말을 마치자마자 웅장한 bgm이 울려 퍼졌고 팬들 또한 야광봉을 빠르게 휘저으며 환호했다.

잠깐 조명이 암전된 사이 멤버들이 서둘러 무대 위에서 내려갔으며 데뷔 쇼 오프닝 영상이 재생된 이후 바로 촬영했던 VCR로 넘어갔다.

첫 번째 VCR은 어메스시 뉴스.

멤버들이 상황극과 가짜 인터뷰를 하며 촬영한 영상이었다.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뉴스에서나 나올 법한 BGM과 화면 효과가 흘러나오며 오늘의 앵커 주상현을 비추었다.

정장에 안경까지 차려입었으나, 누가 봐도 어린 이의 모습에 현장에선 잘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어메스시 뉴스. 앵커 주상현입니다.

주상현은 미소 한 조각 띄우지 않은 채 진지한 말투로 진행을 이어나갔다.

-첫 번째 소식입니다. 바로 오늘 고대하던 데뷔를 하게 된 어메스 멤버들인데요.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멤버들이 다소 연습실 출근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는 제보를 받고 저희 제작진이 한번 찾아가 보았습니다.

주상현의 말이 끝나자 곧 화면이 전환되어 연습실 복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예요.

제보자 역으로 나온 어메스의 스태프, 모자이크와 목소리 변조만 되었을 뿐 이병수가 확실한 그는 카메라맨을 연습실로 안내해주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된 이병수가 연습실의 문을 열자 분명 연습을 하는 멤버들이 있어야 할 내부가 텅텅 비어있었다.

-아니, 아무도 없는데요?

카메라맨이 당황한 듯 말하자 이병수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니까요. 그래서 제보했어요. 얘네가 도대체 어디서 뭘 하나.

이병수의 말이 끝나자 나레이션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듯한 주상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저희 제작진은 멤버들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더 깊이 조사해보기로 했습니다.

카메라맨과 제작진들이 유제이 사옥, 그리고 회사 근처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방황하던 제작진들은 어느 건물로 들어가더니 거침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그들이 들어온 곳은 헬스장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거친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 더!”

“으아악!”

“할 수 있어! 한 번 더! 이번이 마지막!”

“아악!”

“복근에 힘을 주고!”

소리를 들은 카메라는 잠시 멈칫하다 이내 목소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카메라는 기합 소리의 주인공들을 비췄다.

그러자 VCR을 보고 있던 팬들이 크게 웃으며 술렁였다.

한야가 스파르타로 케이의 운동을 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또 한 번 더!”

“아아니! 방금이 마지막이라고 했잖나!”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한 번 더하면 이번엔 아덴 이길 수 있다.”

“으으아악!”

케이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잘한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카메라맨이 황당하다는 듯이 한야를 클로즈업했다.

-이게 뭐  시는 건가요?

카메라맨의 질문에 한야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곧 저희 어메스가 데뷔하잖아요. 데뷔를 앞두고 체력단련 중이에요.

-……곧 데뷔면 체력 단련이 아니고 연습을 하셔야  지 않나요? 지금 연습실이 텅 비었던데?

-아,물론 연습도 중요하지만 리더인 제가 보기엔 저희 안무 특성상 체력도 연습과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한야가 궤을 진지하게 늘어놓고 있을 때 또 앵커 주상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메스의 리더 한야 씨는 연습만큼이나 체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을 하시며 케이 씨의 체력 훈련을 이어가셨는데요. 이것이 과연 멤버 전체의 뜻이 맞는지, 함께 있던 케이 씨를 섭외해 따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화면이 전환되었다. 아까 전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이를 악물고 운동하던 케이가 무척 피로한-누가  도 다크써클 분장을 한 모습이었다-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마주 보았다.

화면의 아래에 자막이 나타났다.

[연습을 뒤로할 만큼 체력 단련을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시나요?]

제작진의 말에 무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던 케이가 눈을 부릅뜨며 입을 뗐다.

-……으으아악! 살려주시오! 에스오에스요!!! 연습을 하러 가고 싶습니다!

물론 모든 건 대본이 존재하는 연기다. 그게 인터뷰의 전부였다.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케이가 다급하게 호소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또 한 번 주상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저희 제작진은 케이 씨가 헬스장에 강제로 갇혀 있었다고 판단, 그의 탈출을 도와 얼른 연습실로 보내드렸습니다. 저희 제작진은 케이 씨를 무사히 탈출시킨 후 또 다른 멤버들을 찾아보았는데요.

또다시 길거리를 방황하던 카메라는 다시 유제이의 사옥으로 둘러보다 직원들의 사무공간에서 주상현을 찾아낼 수 있었다.

멀찍이서 멈춰서 주상현을 주시하는 카메라에게서 제작진의 황당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주상현은 직원의 사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니, 상현 씨 여기서 뭐하세요?

제작진의 당황한 물음에 주상현이 카메라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아, 저희 어메스가 데뷔를 앞두고 있잖아요.

-그렇…죠?

-데뷔를 앞두고 멤버들과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해야 할 것 같아서 형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주상현이 뻔뻔스럽게 연기하며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그러며 해맑게 말했다.

-제 게임속 직업은 음유시인이에요. 도화 형의 기분을 이해하고 또 공감하고 싶은 마음으로 골랐어요. 헤헤.

-……네? 아니, 연습을 하셔야죠.

앵커 주상현의 나레이션이 들려왔다.

-멤버들과의 우정을 쌓기 위해 연습보단 게임을 하겠다는 어메스의 메인댄서 주상현 씨. 저희는 사무용 컴퓨터가 혹사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만은 없어 주상현 씨를 설득해 연습실로 돌려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주상현을 설득한 제작진은 다시 회사 내부를 방황하다 복도 한쪽의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와 같이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가려던 카메라맨이 멈칫 도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이 VCR을 지켜보던 관객들이 지금까지 중 가장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소회의실로 보이는 곳엔 서도화와 아덴이 각자 음유시인과 용사로 보이는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카메라가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세를 잡았기 때문이다.

서도화는 카메라가 자신을 찍자 들고 있던 리라를 띠리링- 켜며 짧게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에 멈칫하던 제작진이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아…….

주상현의 나레이션이 들려왔다.

-역시 서도화 씨의 연주 실력은 우리 제작진마저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제작진들은 서도화 씨의 연주 공격에 잠시 당황했지만, 본분을 잊지 않고 그들을 설득해보기로 했습니다.

제작진이 아덴과 서도화에게 물었다.

-아니 두 분 여기서 뭘 하고 계시는 건가요? 옷차림은 이게 또 뭐고요.

그의 물음에 서도화가 말했다.

-데뷔를 앞두고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저희들 별명이 용사와 음유시인이거든요. 팬분들이 이 별명을 좋아하시길래. 데뷔전에 이 별명에 좀 더 몰입해서 팬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더욱 강화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서도화의 능청스러운 말에 아덴은 그를 가리키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저는 사실 얘가 하길래 어울려주고 있었어요. 옷 멋있죠?

그때 서도화가 다시 연주와 노래를 시작했고 그에 맞춰 아덴이 골판지로 만든 검을 검무라도 추듯 휘둘러댔다.

주상현의 나레이션이 들려왔다.

-네, 컨셉에 잡아먹히신 두 멤버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 제작진들이 도화 씨의 노래에 현혹되기 전에 서둘러 설득해 연습실로 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제작진들은 다시 연습실로 돌아왔다. 제작진들이 직접 돌려보낸 멤버들과 스스로 돌아온 한야가 안무 연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여전히 코스프레 차림인 서도화와 아덴의 모습이 유독 눈에 띄였다.

제작진은 어이없다는 듯 이들을 앵글에 담다, 아직까지도 모자이크 처리된 이병수에게 물었다.

-어메스는 자주 이러나요?

제작진의 물음에 이병수가 말했다.

-항상 이러죠. 이게 일상이에요.

-참…… 힘드시겠네요.

제작진이 이병수의 노고에 공감하듯 대답하는 순간, 갑자기 이병수가 싸하게 제작진을 쳐다보았다. 물론 모자이크되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쎄한 BGM과 분위기만으로도 대화가 급격히 냉각되었음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힘들다니요?

-……예?

-지금 그러니까. 우리 애들이 직원들 힘들게 하는 그런 애들이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에?

카메라맨이 당황하며 카메라를 돌리자 연습실 한구석에서 [어메스짱♥],[어메스 하고 싶은 거 다 해!] 플래카드를 들고 멤버들의 연습을 기특하게 지켜보고 있던 유제이 직원들이 싸늘하게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놀란 카메라가 격하게 흔들리는 데서 촬영분이 마무리되었고 다시 앵커 주상현이 화면에 얼굴을 비추었다.

-네, 저희 제작진들은 더 이상의 촬영은 무리라고 판단. 서둘러 유제이 엔터테인먼트에서 벗어났습니다. 첫 번째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소식은 2부에서 이어집니다. 그럼 이 VCR을 시청하고 계신 여러분! 두 번째 공연을 소개하겠습니다!

이어지듯 다음 무대를 소개하는 영상 속 앵커 주상현의 말에 관객들이 크게 환호를 보냈다.

-다음 무대는 [악동 어메스]. 보시죠!

첫 VCR이 끝이 나고 곧바로 무대 위로 악동 어메스의 전주가 들려왔다. 타이틀곡과는 달리 무척 개구지고 활기찬 곡이었다.

잠시 무대 뒤로 들어가 대기 중이던 멤버들이 방방 뛰며 다시 무대 위로 올라오자 팬들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주상현은 앵커로 입었던 정장, 한야와 케이는 트레이닝복, 서도화와 아덴은 음유시인과 용사 복장을 한 채 올라와 해맑게 팬들에게 인사하며 안무를 맞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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