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62화 (162/270)

제162화

몰래 촬영하는 일이야 흔하다고는 하지만, 촬영 소리를 들었다고 해도 노랠 부르는 와중에 범인이 누군지 찾을 수는 없으니 모르는 척 무대 위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 들은 걸 수도 있고.’

사실 잘못 들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어쨌든 어메스는 데뷔 쇼의 마지막 곡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곡이 끝난 후 전하는 간단한 소감. 그리고 팬들과의 소통, 그리고 마침내 데뷔 쇼가 완전히 끝이 나고 어메스가 정식으로 유제이의 첫 아티스트가 되었을 때 그들의 삶은 변화했다.

그들은 사람의 삶이 이렇게 한순간에 바뀔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했다.

온갖 화제를 모으며 데뷔한 그룹이기에 데뷔와 동시에 인터뷰와 라디오 출연 등의 일정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동하는 내내 동행하듯 따라오며 어메스의 데뷔 첫날 일정을 기사로 써내는 기자가 따라붙기도 했다.

주상현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스케줄을 이어갔지만 다른 멤버들은 짐짝 옮겨지듯 차에 밀어 넣어진 채 여기저기 다니는 자신들의 상황을 한동안 무척 당황스럽게 느꼈다.

“원래 데뷔한 날이 제일 정신없고 바쁘더라고요. 좀 하다 보면 익숙해져요.”

주상현이 당황한 채 차에 탄 멤버들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몇 번의 인터뷰를 거친 어메스는 데뷔한 지 5시간 만에 첫 보이는 라디오 현장으로 출근했다.

현장엔 이미 출연할 라디오 방송의 1부가 끝이 나고 광고가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안녕하십니까! 난장판으로 놀아보세! 어메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들은 제작진들에게 유제이 직원들이 회의를 통해 정했다는 인사법을 선보이며 씨익 웃었다.

인사법이라는 거 생각 이상으로 말하기 부끄러운 것이었다.

“어어, 어서 와~”

긴장한 듯 주변을 둘러보는 어메스를 작가로 보이는 여자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녀를 어메스를 감독에게 인사시키곤 곧바로 방송이 진행되는 부스 안으로 보냈다.

어메스는 부스 안 DJ에게도 마찬가지로 나란히 서서 인사법을 사용해 인사했고 DJ는 재밌어하며 이들을 환영했다.

“이야, 싱싱한 새싹들. 어서 와요. 오늘 데뷔했다며?”

라디오 ‘라디오에 선율을 싣고’의 DJ 오슬리는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한 해외 프로듀서로 귀화 전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싱을 맡으며 숱한 히트를 시킨 사람이다.

그가 프로듀싱한 사람 중엔 서도화가 월말평가에서 노래를 커버할 만큼 대히트한 명반도 많았다.

“네!”

“어떡해? 엄청 떨리겠다.”

당연히 떨렸다. 하지만 떨리는 데엔 첫 라디오라는 것뿐만 아니라 오슬리와의 첫 만남 때문인 게 컸다.

예전엔 해외, 이를테면 그래미 시상식이나 빌보드 어워즈 등에서 보던 사람을 이렇게 가까이 보고 있는데 어찌 안 떨릴 수가 있겠는가.

‘와 신기하다.’

서도화가 그를 신기하게 쳐다보자 아덴이 뒤에서 조용히 툭 쳤다. 누구냐는 뜻이었다.

서도화는 슬쩍 손을 뒤로 빼 아덴을 쿡 찔렀다. 일단 조용히 신기한 척이라도 하라는 의미였다.

“얼른 앉으세요. 오늘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힘들었을 텐데 계속 세워둘 수는 없지.”

“감사합니다!”

멤버들은 오슬리를 따라 각자의 자리에 앉았고 곧 시간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방송의 2부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푸르름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죽고 새로운 잎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나의 죽음과 시작’이라는 책의 한 구절입니다.”

오슬리는 꽤 길게 2부 오프닝 멘트를 이어나가다 어메스를 소개해주었다.

“우리 가요계의 새로운 잎, 오늘의 게스트는 바로 어메스 분들입니다! 와아!”

“안녕하세요! 난장판으로 놀아보세! 어메스입니다.”

“네, 오늘 너무 잘 부탁드립니다. 정말 따끈따끈하고 파릇파릇한 분들이세요. 여러분. 듣기론 데뷔한 지 5시간 되셨다고?”

“네 맞습니다.”

“아유 그럼 엄청 긴장되겠어요. 그래도 최대한 편안하게, 편안히 해주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오슬리는 어메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각각의 자기소개를 시켜주었다.

멤버들은 소개 이후 라디오의 고정적인 코너와 앨범에 대한 간단한 홍보를 이어나갔다.

“0338님께서, 상당히 개성 강한 멤버 조합인데 숙소에서나 일상에서의 일화가 있나요? 라고 물으셨어요.”

“오오! 일화.”

“제가 듣기론 어메스에는 데뷔 전부터 소꿉친구였던 멤버들이 있다고 하던데.”

오슬리의 말에 멤버들이 서도화와 아덴, 케이를 가리켰다.

이에 서도화는 난감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소꿉친구는 아니지만. 적당히 둘러대려고 했던 말이 이렇게까지 자주 언급될 줄은 몰랐다.

“와 다섯 분 중에 세 분이 소꿉친구인 거예요? 그럼 상당히 일화가 많으실 것 같은데요.”

한야가 답했다.

“일화가 많으면서도 생각하면 얘기할 건 음.”

난감해 보이는 한야의 모습에 오슬 리가 키득거렸다.

“왜요? 대부분 비방용인 일화인가요?”

“비방용이라기보단…….”

한야가 말을 잇지 못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주상현이 덧붙였다.

“약간 되게 자주 싸우는데 레파토리가 똑같아요.”

“아아, 그런 사람들 있죠. 너무 친해서 너~무 자주 싸워. 근데 보면 별거 아냐. 그냥 싸우는 데 의의를 두는 베프들이 꼭 있어요.”

멤버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서도화는 입을 다문 채 머쓱하게 웃고만 있었다.

죄인은 말이 없다.

“주로 케이 형한테 도화 형이랑 아덴 형이 장난을 치는데 되게 창의적으로 장난 잘 치더라고요.”

“그래도 챙겨줄 때는 또 되게 잘 챙겨주고. 참 신기한 관계에요.”

더는 안 볼 것처럼, 누가 보면 웬수라도 진 것처럼 싸워대다 어느 순간 보면 붙어서 자기들끼리 속닥이고, 서로의 실력을 폄훼하다가 또 어느 순간 서로의 연습을 밤새도록 도와준다.

참 많이 싸우면서도 틀림없이 의지가 되겠구나. 그룹 내에 친구가 있다는 게 곧장 부러워지곤 하는 사이였다.

한야와 주상현의 고자질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은 오슬리는 소꿉친구라는 삼인방 중 그나마 어른스러워 보이는 케이에게 물었다.

“어때요 케이 씨? 굉장히 자주 싸운다는 멤버들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케이?

왜 하필?

오슬리는 묘하게 조용해진 멤버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또한 걱정을 너머 불꽃 튀는 눈빛으로 케이를 바라보고 있는 유제이 직원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제발 헛소리 하지 마라. 서도화와 멤버들, 매니저 이병수까지 한마음으로 케이를 쳐다보고 있을 때 케이가 잠시 생각하다 입을 뗐다.

“저희는 싸우는 게 아닙니다.”

오오. 서도화가 작게 감탄했다. 싸우는 게 아니고 장난치는 거라고 말하려나?

케이가 말했다.

“일방적으로 괴롭힘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진지하게 말했다.

이에 멤버들은 저도 모르게 굳었다가 오슬리의 유쾌한 웃음소리에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마도 케이가 장난친다고 생각한 듯 했다. 물론 당연했다. 방금 케이와 아덴, 서도화가 소꿉친구라고, 연습을 밤새 도와주기도 한다고 말했으니.

사실 케이의 말은 반쯤 진짜였지만. 서도화가 하하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장난도. 하하.”

죽었다 저놈.

아무래도 내성작업을 오늘 당장 시작하는 게 좋을 듯하다.

저놈의 헛소리도 막을 겸.

“그럼 세 분은 굉장히 추억이 많을 것 같은데 연습생 이전의 일화가 있으면 말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덴 씨.”

오슬리의 물음에 아덴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같이 나라도 구하고, 괴물도 해치우고, 목숨도 내맡겨보고, 밥도 해 먹고, 노숙도 하고…….”

“예?”

“게, 게임 이야기요!”

서도화 서둘러 말했다. 아주 이것들이 필터링 하나도 안 거치고 말하는구나.

쓸데없이 이상하게 보일까 봐 서도화는 진땀을 뺐는데 오슬리는 이 모든 것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이번엔 한야와 주상현이 대답할만한 질문을 이어갔다.

한야에겐 처음 팀을 결성했을 때 워낙 개성이 강한 멤버들이라 힘들지 않았는지. 리더가 되었을 때 어땠는지.

주상현에게는 새로 데뷔한 기분이 어떤지, 유니드 멤버들에게 연락이 있었는지, 어메스 멤버들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물었다.

그리고 어느덧 이 방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코너가 시작되었다.

“오늘 이 방송을 위해서 어메스 분들이 많은 준비를 하셨다고요?”

오슬리의 물음에 한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사실 저희가 제일 기대하던 코너인데요.”

“오오.”

“저희 팀에도 노래 잘부르는 친구들이 많아서 얼른 리스너 여러분들께 선보이고 싶어요.”

“그런 자신감 아주 좋습니다.”

이 방송의 명물코너 [내 노래가 들리니?], 간단히 설명해 커버곡 코너다.

아이돌 그룹이 출연하면 보통 인원수에 따라 둘에서 세 명 정도에게 순서가 돌아가는데 어메스는 둘, 서도화와 한야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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