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66화 (166/270)

제166화

리허설이 끝난 후, 의상으로 갈아입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세팅했다.

첫 음악방송의 의상은 뮤직비디오 속 제2 어메스가 입었던 검은 의상.

힙합이 잘 어울릴 법한 의상이었다.

어메스가 준비를 마치고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때 카메라가 다가와 불쑥 헤드를 내밀었다.

서도화가 자연스레 카메라로 시선을 돌리자 카메라맨이 말했다.

-그다지 긴장 안하신 것 같아요.

서도화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몇 번 무대에 서봤다고 약간 익숙해졌나 봐요. 긴장보다는 감탄만 나오네요.”

서도화가 세트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어떻게 실내에 이런 퀄리티의 세트장을 세울 수 있지?”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무슨 이야기 중이세요?”

카메라가 있으니 자연스레 멤버들이 서도화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걸 본 서도화는 카메라맨 대신 멤버들에게 질문했다.

“첫 팝스튜디오인데 긴장 안 되세요?”

“어우 전혀요?”

“너무 기대돼요.”

“아직 촬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완성된 무대 보고 싶어지는데요.”

서도화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카메라를 보았다. 기본적으로 주상현을 제외하면 어지간한 일에 긴장하지 않는 멤버들이다.

카메라맨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사실 여러분을 만나기 전에 어메스의 팬 분들로부터 몇 가지 질문을 받았어요.

“오오, 네!”

“헉 감사합니다. 무슨 질문이요?”

-지금부터 촬영이 끝나기 전까지 틈틈이 질문을 하려고 하는데 여러분, 정성껏 대답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곧바로 첫 번째 질문!

카메라맨은 질문이 적힌 종이를 멤버들에게 건네주었다. 서도화가 이를 받아 펼쳐 카메라 앞에 보여주었다.

[그룹 인사는 누가 정한 건가요?]

“아아~”

질문을 보자마자 멤버들이 의미심장한 탄성을 흘리며 웃었다.

“그럼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아직 못 들으신 분들도 있으실 테니까 한번 해볼까요?”

“좋습니다!”

서도화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가온 멤버들 중엔 한야가 없으니 서도화가 구호를 외치면 될듯했다.

“자, 하나, 둘, 셋!”

“난장판으로 놀아보세! 어메스입니다!”

“……네! 이건데요.”

굉장히 민망한 구호였지만 절대 민망한 티를 내면 안 된다.

부끄러워도 당사자들만이라도 뻔뻔하게 완벽한 인사를 선보인 양 행동하라고 김유진이 조언했었다.

그래서 어메스는 꽤 덤덤하게 인사를 외쳤지만 이게 팬들 사이에서는 꽤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이었다.

아마 이 질문을 한 팬은 호불호 중 불호라고 느낀 팬 중 한 명일 터다.

“이거 누가 정했더라?”

“회의에서 나온 거긴 한데.”

“여러 의견 중에 선택된 거라서.”

사실 아이돌그룹 인사는 어지간해서는 오글거릴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부끄러워도 임팩트 있고 그룹명과 연관된 걸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선택된 인사였다.

멤버들이 대화하는 도중 갑자기 주상현이 팍 웃으며 말했다.

“아, 나 근데 그건 봤어요.”

“뭐?”

“이거 설마 또 부장님 작품 아니냐고. 팬 분들이.”

“……아.”

멤버들이 저마다 피식거리며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다들 풀어서 설명하지 않아도 팬들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했는지 잘 알았다.

케이파이브, 사사오입 등 주옥같은 그룹명 후보를 만들어냈던 유제이의 부장은 밀리언 아이돌에서 서도화가 언급한 뒤 팬들 사이 무척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일명 사사오입 부장이라 불리던가.

좋은 쪽으로 유명한지 아닌 쪽으로 유명한지는 팬들이 게시해둔 글을 봐도 제대로 파악이 어려웠지만 구린 작명 등을 볼 때 주로 사부장(사사오입 부장의 줄임말)의 작품이다~ 그런 류의 밈으로 쓰이는 듯했다.

“사부작.”

“또부작.”

“푸핫!”

“또부작이래!”

주상현의 말에 멤버들이 크게 웃었다. 팬들은 그냥 언제나 그렇듯 밈처럼 말한 것이겠지만 사실 이게 또 허무맹랑한 질문은 아니었다.

“여러분! 놀라운 사실 알려드릴까요?”

서도화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촬영을 지켜보는 스태프들 또한 그룹소개 의견을 모집할 당시 이번에야말로 세련된 요즘 것들의 소개말을 떠올렸다며 두 눈을 초롱거리던 부장이 떠올라 입술을 꽉 깨물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진짜로 그 부장님께서 생각해내신 소개예요.”

서도화가 뭐 대단한 거 말한다는 듯 그룹 소개의 비밀을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멤버들과 카메라 뒤 스태프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근데 이번엔 나름 괜찮지 않아요?”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서 그렇게 느끼는 건가?”

“지금은 오글거리고 그래도 듣다보면 괜찮아질 거예요.”

케이는 팬들을 달래는 듯한 멤버들을 보곤 자기도 고개를 끄덕이고 한마디 얹었다.

“내성이다. 내성을 기르는 것입니다.”

“……무슨 소리야. 그룹 소개에 대한 내성?”

케이는 갑자기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에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하!”

아덴이 케이를 보며 또 한건 했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어느새 감독과의 대화를 마치고 다가온 한야가 괜찮다며 케이를 토닥였다.

아마 멤버들을 따라 팬들을 달래보려 한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미끄러졌다.

“근데 여러분 정말로 뜻은 좋아요. 그 사부장님이 가지고 온 의견들, 저희 그룹명 후보라든지 보면 어? 왜 이런 걸 후보에 넣었지 싶어도.”

“맞아요. 뜻은 정말 깊어요. 부장님이 저희를 엄청 아끼세요.”

“이번에도 저희 어메스와 팬 분들이 난장판으로 신나게 놀아보자는 의미로, 그, 어메스랑 아시죠? 언어유희를 살짝 섞어서.”

아덴이 길게 풀어서 설명하는 서도화를 빤히 보다가 어깨에 툭 손을 얹었다.

“사회생활하기 힘들지?”

아덴의 말에 뭔가 설명하려던 서도화가 빠르게 말하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제작진들이 오디오에도 소리가 들어갈 만큼 크게 웃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외국인 멤버라고 말수도 적은 아덴이 이런 말을 하니 무척 놀랍고 웃긴 모양이었다.

사실 저 말은 제2세계에 있을 때 서도화가 황태자를 상대로 자주했던 말이었다. 황가 감투를 쓰고 있는 게 보기에만 좋지 체면을 차려야 하는 일이 상당히 많은 터라 위로차 꺼내던 말을 여기서 아덴에게 들을 줄 몰랐다.

“아무튼 부장님의 작품입니다.”

“사부장! 네엡!”

-그럼 촬영 전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작진이 종이 한 장을 건네자, 이번엔 마지막으로 합류한 한야가 받아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팬클럽명은 정해졌나요?]

“아아~”

멤버들 사이 이번에는 조금 씁쓸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야가 무척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아쉽지만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어요.”

“흑흑.”

주상현이 우는 척을 했다.

“아무래도 저희 어메스와 함께할 분들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다 보니 좀 신중한 부분이 있어요.”

한야의 말에 서도화가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사실 저희가 작명센스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저희 멤버들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가 약간.”

“무슨 저주라도 걸린 것처럼 작명센스가 안 좋긴 해.”

“저, 저주!”

케이가 화들짝 놀라며 반응했다. 참고로 케이는 하도 사람들에게 저주를 많이 받아서 저주에 예민하다.

한야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 걸리더라도 예쁜 이름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 걱정 마세요. 이번에는 뜻이 좋아도 사부장님 의견은 심사숙고해서 이제 거절하는 방향으로.”

“어, 형 사부장님 뜻 알아?”

“알지. 하하. 사사오입 부장님이란 뜻이잖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만약 어메스 분들이 팬 분들 이름을 짓는다면 어떤 이름으로 하고 싶으세요?

“어…….”

멤버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실 작명센스에 저주가 걸린 건 사부장과 유제이 직원들뿐만이 아니었다.

어메스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중간한 이름으론 호응을 자아내기 힘들 텐데. 그렇다고 팬 이름으로 웃길 수도 없고.

서로 눈치를 보던 멤버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케이에게로 흘렀다. 이런 때에 은근히 천재적인 발상을 내놓는 게 바로 케이 아닌가.

케이라면 천재적인 이름을 내놓거나 아니면 웃기기라도 할 것이다.

“케이는 어떤 이름으로 할 것 같아요?”

한야가 물었다. 그러자 케이가 화들짝 놀라다 고민에 빠졌다.

“음. 저는.”

그리곤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음! 좋은 이름이 있군요! 케이클랍스. 케이클랍스로 하겠습니다.”

“…….”

저 새끼가?

서도화와 아덴이 빠르게 싸늘해지는 표정을 간신히 추슬러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다.

“왜? 케이클랍스가 뭐야?”

주상현이 물었고 서도화가 은근슬쩍 케이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케이는 흠칫 서도화를 쳐다보다 모르는 척 말했다.

“나의 소유라는 뜻이다.”

“……그게 무슨 뜻이야?”

서도화가 빠르게 케이 대신 대답했다.

“그 뭐야. 우리 옛날에 쓰던 교환일기에 암호 같은 거!”

아덴이 이를 덮듯 말했다.

“저는 영웅이요! 팬 분들은 저희의 영웅이니까요!”

하나도 도움 되지 않았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그때 다행인지 아닌지  굳이 상황을 갈무리할 필요 없도록 제작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촬영 파이팅하세요!

카메라맨은 얼른 가보라는 신호를 보냈고 서도화와 멤버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안도하며 세트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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