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73화 (173/270)

제173화

서도화와 케이가 함께한 온앱 라이브 방송이 끝난 후 두 사람의 이름은 당연한 수순처럼 SNS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웃는 케이, 마지막 온기 서도화, 케이클랍스, 동갑트리오 암호 등등 라이브를 안 봤다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실트들이 연속적으로 표시되었다.

[도화는 그런 게 있어 말하는 거 행동하는 거 하나하나가 다정하고 따스해서 좋아]

(케이클랍스를 애칭으로 하자는 서도화 동영상)

[케이의 마지막 온기 도화]

(수줍게 미소 짓는 케이와 다정한 도화 움짤)

[진짜 최고의 온앱이었다…. ㅅㅂ이렇게 사이좋은 애들 보고 따돌린다고 ㄱㅈㄹ 떨었던 악개시발아 눈깔 뜨고 쳐봐라 저게 어케 따돌려지고 따돌리는 사이임?]

[실트가 왜 저러냐고요? 오늘자 케이도화 라이브 완벽 정리인데 뭐가요 왜요]

[동갑트리오 암호 정리 타래

-클랍스 : 소유, 물건(보통 앞에 들어가는 ‘주어’의 소유라는 뜻으로 쓰임)

*앞으로 언급될 때마다 추가할 예정!]

[아직 온앱 못 본 바쁜 케이클랍스(애칭)들을 위해 정리

-케이가 생각하는 도화=인생의 마지막 온기

-오늘 비주얼 미쳤음 외출 금지시켜야 함 그 방에서 못 나오게 문 잠가야 함

-무슨 예능 촬영하고 왔다는데 비밀임 근데 아마 오아겠지 머ㅋ

-도화는 편한 분위기일 때 더 다정하고 케이는 도화 앞에서 꽤 수줍어함

-멤버들은 거실에서 떠들거나 자고 있음+숙소 요리 담당은 무조건 아덴, 설거지는 돌아가면서 함

-동갑트리오들끼리 어릴 때 장난으로 만든 암호가 있는데 케이클랍스=케이의 소유라는 뜻임, 이거 우리 애칭임ㅋㅋㅋㅋㅋ

* * *

“오…다행이다.”

SNS에 업로드되는 팬들의 후기를 읽어내린 서도화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껐다.

계획도 있었고 목표도 있던 온앱이라 겉으론 어땠을지 몰라도 머릿속은 얼마나 복잡했는지 모른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에서 대화를 목표로 이끌 수 있는 채팅도 찾아야 했고, 안 시키면 먼저 말을 하지 않는 케이를 데리고 진행도 해야 했다.

그나마 케이가 잘 따라와 줘서 다행이지만 만약 아덴이 참을성 없이 들어와 라이브에 참전했다면 결코 원하던 목표인 ‘케이클랍스를 케이만의 팬 애칭으로 만들기’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야 형이랑 병수 형한테 미리 말해둬서 다행이지.’

아마 밖에서 한야와 이병수가 한시도 눈 떼지 않고 아덴을 감시했을 것이다.

아덴은 되도록 케이와 서도화를 단 둘이 같은 공간에 두려 하지 않는다. 만약 둘이 한 공간에 있어야 할 일이 있을 땐 대놓고 굉장히 불안해한다.

그도 그럴 게 아덴의 입장에선 자신의 맥아리 없는 허술한 동료와 세계를 멸망시킨 마왕이 독대하는 셈이니까.

아덴은 동료의 죽음에 트라우마가 매우 큰 용사인 터라 사실 서도화는 라이브 하면서도 몇 번이나 쳐들어올까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진행하기는 했는지 실수하지는 않았는지 걱정했는데 팬들의 반응을 보면 다행히 잘 끝낸 듯하다.

“너도 참 대단하다.”

안심하며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자 아덴이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들어와 문틈에 기대어 섰다.

“왜. 뭐가.”

“목표 하나 이루겠다고 케이클랍스를 들먹여? 네가 사람이냐?”

“아 그럼 네가 케이 적응시키고 열심히 하게 만들어보던가. 난 필사적이라고. 네가 마왕을 쫓던 것처럼.”

서도화 또한 케이클랍스를 무려 애칭 정도의 귀여운 단어로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어떻게 열정 따위는 하나도 없는 케이를 데리고 험난한 아이돌 생활을 하냔 말이다.

아덴이 실망해도 어쩔 수 없다. 여긴 서도화의 현실이니까.

“참나.”

아덴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더는 서도화에게 불평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대신 완전히 방으로 들어와 서도화의 곁에 앉았다.

“야. 정화 내성 작업인지 뭔지는 잘 되어가냐?”

“아니. 제대로 세팅하고 노래 부를 때마다 1초 만에 기절해대는 바람에 거의 안 되고 있지.”

“적당히 해 적당히. 내성 생긴 채로 걔랑 같이 돌아가면 싸우기 힘들어져.”

“어차피 정화는 나만 할 수 있었는데 뭘. 그리고 마왕은 거기로 안 보낼 거야.”

그러면 나야 좋고. 아덴이 어깨를 으쓱였다.

“시스템은? 조용하냐? 하이넬은?”

“글쎄. 아직 조용하긴 한데. 하이넬한테도 아직 연락 없고. 아마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조용하겠지.”

잠깐 풀렸던 아덴의 인상이 다시 찌푸려졌다.

“시스템 그 새끼 보면 하다못해 내 검이라도 달라 해. 그거 없으니까 불안해 죽겠다고.”

머리를 말리며 가볍게 말하던 서도화가 문득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며 잊은 게 하나 있었다.

서도화가 아덴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덴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왜 보냐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네 도플갱어.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그게 중요한가?”

“중요하지.”

시스템 이 자식이 아덴은 도플갱어의 존재가 있어서 영혼만 옮겨졌다고만 말하곤 도플갱어가 원래 뭐 하는 사람인지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걸 물어봤어야 하는데.”

“당분간 이 몸은 내 건데 없는 놈 과거가 왜 중요해? 나는 네 도플갱어 과거 따위 하나도 안 궁금했는데.”

그야 거기선 과거 행적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사회였으니까.

그곳에선 사람을 죽였다거나, 좀도둑질을 일삼거나, 유명한 암살자였어도 이유가 있다면 납득하고 넘어가는 그런 세계였잖은가.

이미 멸망이 시작된 험악한 세계인데 오늘 친구가 된 사람이 내일 시체로 발견되는 곳에서 남의 과거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하지만 이곳에선 아니었다.

만약 아덴의 도플갱어가 과거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면? 소년원이라도 한번 들어갔다 왔다면?

케이가 동태 눈깔 아이돌이 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장이 있을 것이다.

“아아…….”

“야, 너 왜 그래…….”

그렇다. 그 생각을 못 했다. 설마 이곳에 아덴의 도플갱어가 있을 줄은 몰랐었기에.

‘근데 밀리언 아이돌 때 별말 안 나온 거 보면 별일 없었던 거 아니야?’

설마 세상에 딱 한 명 있는 아덴의 도플갱어가 이상한 인간이었을까.

“야, 너희들 안 자냐?”

서도화가 머리를 쥐어뜯고 아덴이 당황하며 서둘러 서도화의 손을 풀려고 할 때 이병수가 방으로 들어와 눈치를 주었다.

아덴은 서도화의 손가락을 대충 펼쳐낸 후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서도화는 갑작스레 떠올려버린 불안감을 애써 진정시키며 겨우 잠이 들었다.

띠링!

[플레이어님 주무심?]

서도화의 곁에 자신을 플레이어(주인공)로 부르는 시스템이 붙어있는 한 늘 불안은 현실이 된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 * *

위잉!

드라이기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서도화는 드라이기 바람을 맞으며 사방으로 흩날리는 제 머리를 보곤 눈을 감았다.

벌써 세 번째 음악방송.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새벽부터 일어나는 건 도통 익숙해지지 않았다.

“얘들아! 메이크업 받으면서 들어! 스케줄 회의 때 말하긴 했지만 오늘 녹화 끝나고 너튜브 세로 스튜디오 촬영! 비하인드 인터뷰 있다! 다음에 바로 생방, 끝나고 팬사인회로 이동할 거야. 오늘은 연습 미루고 다음 일정 회의 들어가야 해.”

“네!”

“이야, 어메스 스케줄 너무 꽉꽉 차 있는 거 아니야?”

“행사도 없는데 쉴 틈이 없네!”

이병수의 말을 들은 숍의 직원들이 하나같이 기함하며 한 마디씩 내뱉었다.

말이 녹화! 촬영! 팬사인회!지 리허설, 중간중간 옷, 메이크업 수정을 위한 이동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 엄청난 일정을 소화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에 고단함을 아는 주상현은 울상이 되어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끼겠다며 꾸벅꾸벅 잠이 들었지만 다른 멤버들은 꽤나 기대에 찬 표정들이었다.

서도화는 소싯적 한 번이라도 전투, 잠입 일정이 아니라 바쁜 연예 스케줄을 소화해보는 게 꿈이었고 아덴은 원체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다.

한야 또한 신인답게 스케줄이 빡빡하다는 것만으로 즐거워했고 케이는 일정의 빡빡함보다는 음악방송 녹화 때 팬들을 ‘케이클랍스들아’로 불러볼 생각에 들떠있었다.

잠시 후 세팅을 마친 멤버들이 숍을 나와 방송국으로 향했다.

방송국 앞엔 기자들과 함께 어메스의 출근길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이 가득했다.

“도화야!!!!”

“여기 한 번만!!!!”

“어메스! 다 같이 손가락 하트! 오른쪽 보고!”

연달아 플래시가 터지며 셔터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팬들의 목소리와 기자들의 요구들이 빗발쳤다.

멤버들은 그들에게 인사하거나 잠깐씩 멈춰서서 포즈를 취하며 이병수를 따라 방송국 건물 안으로 향했다.

멤버들, 정확히는 서도화를 따라가던 아덴은 여느 팬들과는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곤 고개를 돌렸다.

“뭐야.”

외견으론 또래 정도 될까. 교복 차림의 어려 보이는 한 무리와 외국인 한 명이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며 아덴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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