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82화 (182/270)

제182화

“이거 받아요.”

김혜원 교수가 서도화에게 내민 건 자신의 명함이었다.

이걸 왜 주지? 얼떨결에 명함을 건네받은 서도화가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그녀를 보자 김혜원 교수가 싱긋 웃으며 처억! 가볍게 그의 등을 쳤다.

“혹시나 부모님 관련해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요. 그런 일 아니더라도 힘들거나 하면 나한테 연락해.”

“예?”

“우리 도화 씨 이제 얼마나 유명해질 건데~. 만약에 돈 좀 벌었다고 막 알지도 못하는 친척한테 연락 오고 그러면 연락하라고. 누가 괴롭혀도 연락하고.”

말은 친척이라고 하지만 아마 서도화의 이혼한 부모님, 그리고 악플러들을 일컬어 말하는 것일 터.

“내가 괜찮은 변호사 소개해줄게. 어우 특별히 상담은 무료로 진행해달라고 내가 부탁해둘게.”

“감사…합니다.”

“어디 아파도 연락하고, 얼굴 쪼금 고쳐야 할 것 같아도 연락하고, 마음이 힘들면 내가 상담해줄게요. 나 아는 사람 많아.”

서도화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저 고개만 숙이며 인사했다.

왜 전혀 상관도 없는 김혜원 교수를 시스템 자체가 서도화의 아군으로 만들어버렸는지 왠지 알 것도 같았다.

인복으로 얻게 된 건 김혜원의 포용력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그녀의 인맥이었다.

물론 아무리 그녀가 정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해도 평소였다면 서도화를 안쓰럽게 여길 뿐 이렇게까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편의를 봐주겠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복 스킬의 영향으로 그녀는 이제 서도화에게 큰 공감을 하며 어린 자식을 둔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챙겨주게 될 것이다.

갑작스럽게 이렇게 되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녀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군이 되어 무척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일단 조만간 터질 아덴의 일에 대해 도움을 받아야겠네.’

“오늘 수고했어요~”

김혜원은 얼른 퇴근하라며 멤버들을 보냈고 두 사람은 곧장 숙소로 돌아갔다.

*     *      *

“시스템.”

서도화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시스템부터 찾았다.

하나, 둘, 셋……여덟……. 역시나 이놈의 시스템은 한 번에 나오는 일이 없다.

서도화는 한숨을 푹 쉬고 다시 한번 시스템을 불렀다.

“야, 얼른 나와라. 오늘은 화내려는 게 아니라 그냥 물어보려고 부른 거야.”

그제야 띠링! 청량한 소리를 내며 시스템이 나타났다.

[예? 저 아직 일 덜 했는데요 ㅠ]

“인복 시스템 네가 발동했냐?”

[헉! 네!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누가 네 마음대로 하래.”

[이거 왜 이러세요? 새삼. 제가 스킬 임의 발동 한두 번 해봐요? 다 플레이어님한테 도움이 되니까 이 세계에서도 움직인 건데!]

그건 맞다.

간혹 서도화가 직접 발동도 안 한 스킬이 갑자기 발동되며 소모되는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 보통 꼭 이 스킬을 사용해야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곤 했다. 혹은 서도화가 놓쳤다거나 플레이어가 귀인을 놓칠 위기에 놓인 경우 시스템이 조바심을 내다 알아서 발동해주곤 했다.

서도화와 매칭된 시스템이 플레이어를 괴롭히며 노는 잔악무도한 사이코패스 타입까진 아니라서 가능한 일이다.

“근데 왜 김혜원 교수님이야? 대충 예상은 하고 있긴 한데.”

[말해 뭐해요~ 그분의 높은 인격과 넓은 인맥이 앞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플레이어님 인생의 멘토로 삼으셔도 좋을 정도라고요?]

“어유 그래 잘했어. 그래.”

서도화는 시스템의 텍스트 창이 귀찮아 대충 손을 휘젓곤 물었다.

“그래서 아덴 일은 어디까지 알아봤어?”

[학교 말이죠?]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최대 얼마나.”

[어메스 데뷔 앨범 활동 끝날 때까지 해 올게요ㅠㅠㅠ]

[플레이어님 저 괴롭히지 마요]

[마지막 경고예요]

“나도 마지막 경고다. 너무 늦잖아. 그 사이에 일 터지면 어떡하냐고. 나 아덴 사건 크게 터지면 너 환경조성과로 보내려고.”

[금방 한다니까요?]

[참나]

띠링!

-시스템이 인생 스포를 발동합니다!

[50일 뒤 플레이어의 동료 아덴의 도플갱어-로건 리는 거짓 폭로로 인해 가해자로 낙인찍힙니다]

“……하아. 이건 누가 봐도 학교폭력 폭로잖아.”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원.

그때 시스템이 말했다.

[사건 터지기 열흘 전까진 알아 올게요.]

[제가 남의 세계 간섭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시스템은 사라졌다. 서도화가 불안함에 연거푸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아덴이 방으로 들어와 서도화의 옆에 앉았다.

“야 괜찮냐?”

“어.”

아니, 안 괜찮다.

막상 시스템이 조사한 게 답도 없이 대처가 불가능한 문제면 어쩌지?

누명이라도 진짜라도 이미지에 타격은 분명히 있을 터. 그것도 경연 프로그램 우승하고 화려하게 데뷔! 하자마자 논란이 터지면 다른 멤버는 몰라도 아덴은 재기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빠진다?

아크로바틱 중심 그룹에 아크로바틱을 메인으로 하는 멤버가 빠진다?

그룹의 이미지조차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일만은 막아야지.’

서도화는 일단 걱정하는 아덴을 방에서 내보냈다.

일단 오늘은 걱정을 그만두자.

사건이 터지는 건 첫 앨범 활동이 끝난 후다.

일단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며 앞으로 쭉 이어질 활동에 우선 집중해보자.

*     *      *

어메스가 데뷔한 후 어느덧 이 주가 흘렀다.

오늘은 이들의 두 번째 음악 방송 스케줄이 있는 날, 그리고 처음으로 사전녹화가 아닌 생방송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날이다.

“이 정도면 최고의 인풋 아니냐?”

“밀리언 아이돌 무대 할 때 우리 김 대표님이 얼마나 투자했는데 그럼 이 정도는 해야지! 너희 정말 잘하고 있어!”

“크흡… 우리 대표님 드디어 좋은 날만 남으셨네! 빚 갚으시겠어!”

매니저 이병수와 김유진 대표 대신 동행한 김 부장이 번갈아 가며 감격의 오버를 떨어댔다.

“우리 애들이 1위 후보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밀리언 아이돌을 통해 100 : 1의 경쟁을 뚫고 우승한 그룹답게 상당한 인기를 호가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팬들만 듣는다는 보이그룹 앨범답지 않게 경연 당시 노래 하나로 온갖 화제를 휩쓸었던 서도화의 그룹이다 보니 대중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곡을 사서 들어보고 있다. 그 덕에 디지털 음반 판매량이 월등하게 뛰었기 때문이다.

그 모든 호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두 번째 주에 바로 1위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자 멤버들은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멤버들은 그저 데뷔만 바라보고 목표를 향해 달렸지만 그러는 사이 직원들은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일해야만 했다.

김유진 대표는 아직 수익 하나 없는 어메스 멤버들을 위해 의상, 무대 세트, 홍보까지 빚을 져가며 지원했으며 다른 직원들은 야근을 불사하고 회의와 회의, 영업을 하러 다녔다.

회사로서는 정말 어메스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은데 그 결과가 이렇게나 큰 보상으로 돌아오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어느 아티스트는 같은 지원을 해줘도 못 얻어먹는 이들이 있다.

어메스는 지원해주면 지원해주는 만큼 쑥쑥 성장하는 그룹이다.

이런 그룹이 유제이의 첫 아티스트다.

감격해선 거의 어메스와 김유진 대표 찬양을 해대는 이병수와 사사오입 부장을 보며 한야가 침착하게 말했다.

“1위 후보일 뿐이에요. 감격은 진짜로 1위 할 때 하셔야죠.”

두 사람과는 달리 멤버들은 차분히 이미 시작된 생방송을 보고 있었다.

어메스가 새로운 1위 후보로 오르며 기존의 1위 후보였던 유스키스는 3위로 밀려났다.

이제 굴러들어온 어메스가 막강한 1위 후보와 겨뤄야 하는데…….

글쎄. 상대는 음원 강자인 솔로가수 하이바이.

매번 컴백할 때마다 장기 1위를 기록하는 고참 가수인지라.

“얘들아! 잠시 모여볼까?”

조용히 방송을 지켜보던 한야가 손뼉을 짝짝 치며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대기실 한구석에서 케이에게 표정 연기를 가르쳐주던 주상현과 케이.

서도화와 그에게 장난치고 있던 아덴이 한야를 중심으로 모였다.

“형 왜?”

“우리 1위 후보인데 이제 슬슬 1위 공약 정해야 하지 않을까?”

“헉 맞아!”

주상현이 크게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곁에 앉아있던 케이가 움찔하며 슬쩍 제 귀를 막았다.

아무래도 귀가 너무 좋아 주상현의 목소리가 유독 더 크게 들렸던 모양이다.

아까까지 침착하게 방송을 모니터하던 주상현이 방방 뛰었다.

“우리 뭐할까? 형들은 뭐 생각해둔 거 있어?”

멤버들도 사실 이번 주엔 틀림없이 어메스가 1위 후보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저번 주 이병수가 스쳐 지나가듯 다음 주엔 1위 후보에 들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도 했고 데뷔 성적이 상당히 좋았으니까.

음악 방송의 묘미가 무엇이겠는가.

아티스트들이 1위의 기쁨을 만끽하며 무대 위에서 공약을 이행하려 아등바등하는 모습이지.

그래서 다들 오늘 아침 리허설 때부터 1위 공약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각자 생각해보기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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