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83화 (183/270)

제183화

“나는 파트 바꿔부르기. 아덴 형이나 케이 형이 도화 형 파트 부르면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아니면 방청석 난입은 어때? 팬들이랑 첫 1위의 기쁨을 누리는 거야.”

“그건 하려면 조금 더 일찍 말했어야 해. 제작진 분들 허락도 구해야 하는 데다 위험해질 수도 있고.”

“도화 형은? 뭐 생각한 거 있어?”

주상현의 물음에 서도화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생각한 건 있는데 나도 마찬가지로 조금 준비가 필요한 것밖엔 생각 안 나더라고.”

“어떤?”

멤버들의 대화에 대화 중이던 이병수와 사사오입 부장의 시선도 서도화에게로 옮겨갔다.

“미리 이야기 했어야 하는데, 우리 이름이 어메스니까 난장판스럽게 사물놀이 뭐 그런.”

어메스로 놀아보세~ 에서 착안한 공약이다.

하지만 이걸 하려면 사물놀이 소품 등 준비해야 할 게 많아서 다른 공약 뭐 없을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괜찮은데?”

서도화의 공약에 찬성을 한 사람은 의외로 사사오입 부장이었다.

“네?”

서도화가 되묻자 사사오입 부장은 화색이 되어선 곧장 휴대폰을 들었다.

“소품때문에 그러는 거면, 너희가 한다고만 하면 내가 구해줄 수 있어. 방송국 소품실에 사물놀이 소품 정도는 당연스레 마련되어 있거든.”

“어쩔래? 부장님이 구해주신다는데.”

이병수의 물음에 멤버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쩔래? 방청객석은 좀 위험하고 파트 바꾸기랑 사물놀이 중에 정했으면 하는데.”

그러자 파트 바꾸기를 말했던 주상현이 얼른 서도화를 가리켰다.

“나는 사물놀이! 파트 바꾸기보다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을 것 같지 않아? 재밌겠다.”

“좋아. 그럼, 형, 저희 사물놀이 할게요.”

“오케이 알겠어.”

한야가 의견을 전하자마자 매니저 이병수도, 사사오입 부장도 각자 휴대폰을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형님~ 잘 지내셨습니까? 아유 저야 잘 지냈죠. 이번에 데뷔한 우리 애들 요즘 아주 날아다녀서, 오 들으셨습니까? 아신다고요? 여윽시! 아, 형님 다름이 아니라요 이번에 저희 애들 1위 후보에 들었는데-”

사사오입 부장은 방송국의 아는 피디를 통해 사물놀이 소품뿐만 아니고 한겹 의상까지 챙겨와 주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막상 1위를 못하면 소용없는 것이긴 하지만 사사오입 부장이 먼저 신나서 힘써줬다는 것에 멤버들은 무척 감격하고 감사해했다.

그리고 잠시 후 대기실에서 1위 후보 인터뷰가 이어졌다.

앞선 팀들이 공연하는 사이 대기실을 가득 메운 촬영팀과 어메스를 사이에 두고 큐카드의 대본을 읽는 두 진행자.

그 사이에서 어메스는 긴장한 얼굴로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생방송 인터뷰. 예전 밀리언 아이돌을 통해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느낌이 달랐다.

짧은 시간 내 실수 없이 이어져야 딜레이가 없는 인터뷰.

진행자도, 1위 후보인 출연자도 비슷한 부담감을 안고 임해야 하는 인터뷰였다.

“1분 뒤에 큐 들어갑니다!”

“네엡!”

어메스와 진행자가 힘차게 대답했다.

어메스 멤버들이 크게 긴장한 듯하자 서도화의 옆에 서 있던 진행자 걸그룹 에이리스의 멤버 솔린이 괜찮다는 듯 미소지었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대답하셔도 괜찮아요. 천천히 대답해도 괜찮을 만큼의 시간은 있어요.”

그러자 반대편에 서 있던 다른 진행자. 배우 주정인도 말했다.

“맞아요. 실수하셔도 팬분들은 되게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첫 1위 후보, 엄청 긴장되시겠다.”

솔린은 자기도 그랬었다, 발음이 새고 멘트 실수도 했었다며 후배 어메스의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앞선 그룹의 공연이 끝나고 송출 화면이 이곳으로 전환되었다.

“오늘의 1위 후보 만나볼게요~ 안녕하세요~”

“어메스로 놀아보자~ 안녕하세요. 어메스입니다!”

“네에! 어메스 여러분들입니다. 어메스 여러분 먼저 첫 1위 후보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무려 데뷔한 지 2주 만의 1위 후보인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솔린이 묻자 주정인이 한야에게 마이크를 가져다대 주었다.

“우선 저희의 데뷔를 기다려주시고 또 응원해주신 팬분들 덕분에 1위 후보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네, 어메스의 데뷔곡 크레센도가 연이은 기록을 남기며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곡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이번엔 서도화에게로 마이크가 넘어왔다.

“네, 아름다운 도입부와 아련하면서도 강한 리듬,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 어메스만의 아크로바틱 안무가 무척 인상적이니 주목해서 봐주셨으며 좋겠습니다.”

“혹시 크레센도만의 포인트 안무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주정인의 물음에 주상현과 아덴이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나가 후렴구의 안무를 선보였다.

후렴구 안무에 맞춰 노래를 불러주는 서도화의 노랫소리에 솔린과 주정인이 멈칫하며 서도화를 쳐다보다 서둘러 주상현과 아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소문대로 상당한 노래 실력에 안무보다 노래를 더 주의 깊게 들을 뻔했다.

그렇게 짧고 간단한 인터뷰가 연이어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1위 공약의 시간.

“참고로 여러분, 만약 어메스가 이번 주 1위를 하게 된다면! 1위 공약이 있으실까요?”

이번엔 케이에게로 마이크가 넘어갔다.

케이는 화들짝 놀라며 어버버하다 이내 잘하라는 듯 따스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멤버들을 보곤 더듬더듬 말했다.

“사물함… 놀이. 사물함 놀이를 합니다.”

멤버들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사물함 놀이는 뭐야. 그러다 이내 조용히 웃음을 참았다.

아마 생소한 사물놀이를 대기실이나 연습실에서 쓰는 사물함과 헷갈린 듯한데, 참 어이없는 말실수였다.

“사물함 놀이?”

주정인과 솔린은 그게 뭔지 모르는 듯 되물으려 했고 멤버들 또한 이를 사물놀이로 정정하려 했지만 카메라 너머에서 보고 있던 피디가 손으로 엑스자를 그렸다.

이제 끊어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솔린이 서둘러 멘트를 정리했다.

“네! 그럼 어메스의 사물함 놀이 기대해보도록 하고요! 저희는 다음 무대로 슝~ 가볼까요?”

“아덴 씨, 다음 무대는 어떤 분들의 무대죠?”

주정인의 물음에 아덴이 활짝 웃으며 빠르게 말했다.

“다음 무대는요. 띠, 띠, 띠, 삐이! 매분 매초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어. 레트로 선배님의 타이머!”

서도화가 진행을 채가듯 이어 말했다.

“그다음엔 어? 여기가 어디지? 너무 아름다워요! 제르시 선배님의 환상정원도 이어지니 다 함께 들으러 가실까요? 그럼!”

“레츠 고~”

다 함께 외치는 레츠 고를 마지막으로 어메스의 1위 후보 인터뷰가 끝이 났다.

케이는 마지막에 보여준 아덴과 도화의 능글능글한 연기에 속이 거북한 듯 제 배를 쓰다듬었고 나머지 멤버들은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진행자와 제작진들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수고해요. 잘 듣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제작진과 진행자들이 우르르 대기실을 빠져나가는 동안 아주 짧은 덕담이 이어졌다.

*     *      *

잠시 후 방송에 출연했던 모든 출연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대망의 1위 발표의 시간.

서도화는 어메스보다 비장해 보이는 팬들에게 환히 웃으며 손 흔들어주고 앞에 섰다.

1위 후보로 다시 무대에 오르면 엄청나게 긴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올라오기 전 ‘1위가 됐으면 좋겠다’와 ‘너무 기대하지 말자’를 무한정 반복한 덕분에 아직 결정된 게 없음에도 초연히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너무 기대하지 말자. 하면 좋은 거고 안 하면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거고.

우리는 아직 신인이니까.

이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인지 다들 웃으며 여유롭게 팬들에게 인사를-

“어?”

서도화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냈다.

웃고 있는 한야. 그 눈에 욕심이 그득했다.

웃고는 있으나 그 곱게 접힌 반달눈 사이 눈동자는 적나라하게 순위가 떠오를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주상현도 마찬가지로 싱글벙글 팬들을 보고 있지만 이따금 점수판을 힐끔거렸다.

진짜로 티없이 순수하게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건 사이코 용사와 마왕이었다.

“생방송 뮤직트래블! 이제 최종 1위 발표만을 남겨놓고 있는데요.”

“과연 둘째주 1위는 누가 되었을 지! 디지털음반 점수부터 공개할게요~”

진행자들이 말하는 대로 점수가 차례대로 공개되었다.

1위 후보가 둘 다 디지털 음원의 강자들이라 음원, 그리고 방송점수까지는 누가 1위인지 예상할 수 없을만큼 쟁쟁하게 겨루어졌다.

이들의 점수가 갈린 건 글로벌 선호도 점수와 문자투표였다.

“마지막 글로벌 선호도 점수와 문자투표까지 합쳐진 최종 점수 결과는!”

하이바이 7,600점

어메스 8,700점

“어메스! 1위 축하합니다!”

어메스의 첫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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