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84화 (184/270)

제184화

“어메스! 축하드립니다! 1위 소감 말씀해주세요.”

같은 1위 상대인 하이바이. 경쟁자가 너무 강하기에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1위였다.

그렇기에 멤버들은 멍하니 모니터만 쳐다보며 반사적으로 박수를 치다-

“네! 너무 감사드립니다.”

여느때와 변함없이 차분한 한야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얼음땡. 정신을 차리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팬들에게 연거푸 인사를 건넸다.

“저희가 데뷔를 준비하면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정말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이렇게 큰 선물 주신 팬분들께 정말 너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한편 덤덤하게 소감을 발표하는 한야와는 달리 멤버들은 난리가 났다.

“끄윽…… 흡……했어…….”

푹 고개를 떨군 주상현이 어깨를 들썩이며 꺽꺽 울었다.

자신의 진짜 그룹, 이제 영원히 몸담을 그룹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하였다.

유니드 멤버 중 가장 늦은 데뷔라는 부담과 스트레스가 이번 1위로 탁 풀리자 그간의 괴로움을 뱉어내듯 눈물이 미친듯이 흐르는 것이다.

데뷔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이제 시작이라는 각오를 다졌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아 이제 됐구나, 하는 안도감이었다.

“……상현이…….”

카메라 앞에서 너무 오열하면 보기 흉할까 봐, 팬들이 걱정할까 봐 숨죽인 채 울고 있는 주상현을 본 아덴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손대지도 못하고 주상현의 근처를 이리저리 맴돌았다.

“야…우냐?”

조금 우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로 크게 우니, 마치 장난으로 놀렸던 동생이 진짜로 울어버리자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형의 모습 같았다.

어린 막내 주상현이 이렇게 우는 건 서도화가 우는 것과는 정말 느낌이 달라서 이걸 어찌 위로해야 좋을지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아덴은 등을 툭툭 찔러보고 오른쪽 왼쪽 번갈아 가며 고개를 숙여 얼굴을 보려 시도하다 결국 고개를 획 돌려 가장 믿을 만한 서도화를 쳐다보았다.

“야, 어떡하냐? 상현이 운다.”

당연스레 도화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던 아덴은 멈칫 눈을 키우며 굳었다. 서도화도 별반 다를 거 없이 훌쩍이고 있었다.

‘쟤는 또 왜 저래.’

당연히 서도화도 첫 1위에 벅차 올라서 훌쩍이는 것이다. 물론 주상현의 스트레스와는 종류가 다르지만 서도화 또한 그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간신히 데뷔해 이 순간을 맞았다.

데뷔한 후 첫 1위는 밀리언 아이돌 우승과 다른 감격스러움이 있을 터.

아덴은 멍하니 서도화를 보다 획 케이를 쳐다보았다. 서도화와 주상현이 훌쩍이고 있는 사이 케이는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웃으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1위 반응 또한 제각각인 멤버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것에도 개성이 다른 멤버들이라 더더욱 조화롭고 잘 어울리는 듯 보였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야가 힘차게 대답했고 진행자들은 방송의 엔딩 멘트를 치며 뒤에 선 출연진들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갔다.

선배 출연진들에게 무대에서 내려가며 어메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축하해.”

무대 밑으로 내려가며 축하 인사를 건네는 아티스트 중엔 어메스 데뷔와 동시에 빠르게 1위 후보에서 밀려난 유스키스, 찬민도 있었다.

찬민은 꽤나 씁쓸한 얼굴로 어메스 멤버들과 주상현에게 인사를 건네고 서둘러 무대 밑으로 사라졌다.

“1위 축하해요. 노래 너무 좋더라. 도화 씨 파트 엄청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가볍게 덕담을 건네는 하이바이를 마지막으로 어메스를 제외한 출연진 모두가 무대 위에서 내려갔고 곧 현장에 앵콜을 위한 크레센도의 전주가 울려퍼졌다.

“와아아아~”

기쁨에 찬 팬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어메스 스태프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장구와 꽹과리 그리고 소고와 상모를 들고와 멤버들에게 건네주었고 한야와 아덴이 이를 받아들어 훌쩍이는 서도화와 주상현에게 각각 상모를 씌어주었다.

“어메스로 놀아보세~”

아덴이 노래에 맞춰 신나게 장구를 쳐대기 시작했고 한야가 하하 웃으며 꽹과리로 박자를 탔다.

케이 또한 기고만장해져선 삐그덕삐그덕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물론 서도화와 주상현은 훌쩍이느라 상모도 제대로 못 돌리고 그저 아덴과 한야가 시키는 대로 제자리 뛰기만 하고 노래조차 부르지 못했지만, 부르지 못한 파트는 잔뜩 흥이 난 팬들이 대신 불러주며 함께 즐겨주었다.

이렇게, 어메스의 첫 1위는 팬들과 함께 즐기며 마무리되었다.

*     *      *

매주 돌아오는 유제이 엔터테인먼트의 어메스 스케줄 회의.

모두가 상석의 대표 김유진이 입을 열길 기다리며 조용했지만 침묵 속에서도 은은한 행복함과 화기애애함이 맴돌았다.

“우선.”

조용히 멤버, 그리고 직원들을 둘러본 김유진이 입을 열었다.

“첫 1위를 달성한 어메스에게 박수!”

“와아!”

“잘했다~!”

짝짝짝!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어메스에게 환호했다. 휘익! 누군가는 휘파람까지 불며 거하게 분위기를 띄워주자 어메스 멤버들은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저어댔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다 준비해주신 걸 넙죽 받아먹기만 했을 뿐인데요.”

“이야~ 겸손까지!”

유일한 소속 그룹에 대한 애정 하나는 어메스의 팬뿐만 아니라 타 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유제이니 첫 1위에 이 정도 축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김유진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다음은 데뷔 전, 데뷔 후까지 잠도 못 자고 어메스를 위해 고생한 우리 직원들 스스로에게도 박수!”

“와아아!”

“고생하셨어요!”

“다들 수고했어요!”

어메스에게 보냈던 박수보다 조금 더 큰 박수소리가 회의실 가득 울려퍼졌다.

이 작은 회사에서 어메스 한번 성공시켜보겠다고 섭외부터 데뷔까지 그야말로 발로 뛰며 고생한 직원들이다.

그들의 노력은 이렇게 박수 갈채를 받을 만한 노고였다.

김유진은 바로 옆 직원들에게 고생했다며 한마디씩 건네고는 축하의 분위기를 마무리했다.

“자! 그럼 서로 축하도 했고 어느 정도 기쁨도 누렸으니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다음주 일정 회의를 해볼까요?”

김유진이 말하자마자 직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수첩을 펼쳤다.

“다음 주 정해진 공식 일정은 각 음악방송이랑 퀴즈놀이터, 그리고 상현이가 댄싱라이브 특별 출연, 한야가 역사속으로 출연. 이게 다인가요?”

“네, 맞습니다.”

이병수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리고 다다음주부터는 행사 일정도 조금씩 잡아보고 싶거든요? 문의는 많이 들어오는데 아직 적응 기간이라 확답을 안 해뒀어요. 대표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직은 잡지 마세요. 일단 지금은 애들 컨디션 조절부터 하면서 방송 활동에 집중하고 앨범 활동 끝난 후에 조금씩 일정을 잡아보는 식으로 하는 게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팝넷 측에서 이번 연말 시상식 예고 영상 우리 애들을 메인으로 촬영하는 게 어떻겠냐고 연락이 왔는데 촬영 일정을 어떻게 잡을까요?”

“아직 좀 남았잖아요. 다음 달 첫째 주로 협의해보세요.”

“그리고 우리 애들 캐릭터를-”

직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열정적으로 제 의견들을 이야기했다.

그 중에선 단연 새로운 도전인 것도 있고 기존 어메스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식의 아이디어도 나왔는데 이중 김유진의 선택을 받은 아이디어는 멤버 개인별 테마곡과 스페셜 클립 영상 업로드였다.

“어메스 자체는 유명한데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게 진짜 중요할 것같거든요. 그래서 우리 예전 밀리언 아이돌 홍보용으로 촬영했던 영상 있잖아요.”

“멤버 개개별 장기 보여주는 영상 말이죠?”

“네. 그걸 좀 더 확장해서 멤버 이미지, 서사에 맞게 테마곡을 만들고 개개인별로 스페셜 클립을 만들어 올리는 게 어떨까 싶어요.”

“오 괜찮은데요?”

주변 직원들의 반응이 괜찮은 듯 보이자 아이디어를 낸 직원이 눈을 반짝 빛내며 말을 이었다.

“이 클립의 이름도 생각을 해봤는데 ‘데뷔 선물’. 소속사가 유제이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의미로 제목을 짓는 거예요.”

“테마곡이라니, 뭔가 애니메이션 캐릭터 테마곡이랑 비슷한 느낌이려나요?”

김유진이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멤버 개개인에게 좋은 노래와 가사를 주고 그에 맞는 안무와 클립 영상을 위한 세트까지 마련하려면 엄청나게 돈이 깨지겠지만.

‘뭐 상관없지.’

이제 김유진은 돈에 인색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왜냐? 멤버들은 주는 만큼 확실한 아웃풋을 내는 이들이니까.

“그럼 그거 서희 씨가 맡아서 한번 진행해 보세요. 다음 앨범 나오기 전까지 할 수 있죠?”

“……네! 정말 감사해요! 한번 해볼게요!”

“또 다른 의견은 있나요?”

“저요.”

어느정도 다음 컨텐츠에 대한 회의가 마무리 되어갈 때쯤, 사사오입 김부장이 손을 들었다.

“이제 슬슬 어메스 팬명 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

열정적이던 직원들의 표정이 다시 곤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또 이름 정하기.

유제이 직원들이 가장 못하는 분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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