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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93화 (193/270)

제193화

역시 동료는 동료. 어느 세계에 있든 시련이 있으면 동료들은 뭉치고야 만다.

아덴은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당연하게 자신을 찾은 서도화를 보면 싱글벙글 웃음이 만연했다.

“너 올 줄 알았다.”

“그래? 왜?”

“우린 동료잖아.”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개인전에서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동료를 찾는다는 건 상당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서도화가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이니 이보다 기쁘고 또 반가운 일이 있을까.

아덴은 해맑게 웃다 뒤늦게 자신이 너무 웃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웠다.

“아무튼 너, 나랑 한편 먹으려고 온거지?”

“응, 나중에 몇 명 안 남았을 때면 몰라도 지금은 뭉쳐서 한 명씩 탈락시켜버리는 게 유리하지 않겠냐?”

아덴의 생각도 같았다. 이런 간단한 게임도 동료들과 몸으로 겨뤄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쨌든 해야만 한다면 우승이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의외로 어메스 멤버들은 예전 마족 족치듯 그렇게 이겨 먹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한 놈 한 놈 강력했던 마족 놈들보다 어메스 멤버들을 이기기가 더 힘들었다.

적과 싸우는 것보다 동료와의 말다툼이 더 힘들듯.

일단 폭력을 행해선 안 된다.

그리고 그들을 겁주거나 해서도 안되고 친선 경기임을 인지해 그들의 힘과 연약함에 맞춰주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이기는 것보다 그냥 져주는 게 쉽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 그보다 더 문제인 건 어메스 멤버들이 하나같이 게임에 머리를 쓸 줄 안다는 것이었다.

대체로 이런 경기는 머리를 잘 쓰는 사람이 이기던데 아덴은 감이 좋을 뿐 그다지 머리가 좋지는 않았다.

‘무식하게 힘은 센데 눈치 없고 감정도 없는 놈.’

그게 바로 아덴이니까.

아마 제 허리춤의 풍선을 지켜내는 건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기기는 어렵겠거니, 지금쯤 한야는 이미 힘쓰지 않고 게임에서 간단히 우승할 방법을 찾았겠거니 생각할 때 서도화가 왔다.

힘은 별로지만 잔머리 잘 굴리는 서도화는 한야와 비등하게 이기기 힘든 멤버였기에 먼저 같은 편을 하자고 와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원래의 세계에서 했던 대로 일단 서도화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한야까지 모두 탈락시킨 마지막 즈음 서도화까지 탈락시켜버리면 되겠지.

아덴은 간단히 계획을 세우고 서도화에게 물었다.

“좋아. 같이 다니자. 그럼 누구부터?”

“일단 제일 잡기 쉬운 멤버부터 찾아야지.”

서도화가 속닥이자 아덴이 또르르 눈동자를 굴렸다.

“케이?”

“아니, 아니지.”

서도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얘는 케이와 그렇게 많이 싸워보고도 모르나? 이런 상황에서 가장 잡기 쉬운 사람은 피하고 도망가고 몸을 숨기기 하나는 기가 막힌 마왕이 아니다.

적당히 날뛰는데 계획과는 거리가 먼 보통의 사람.

“상현이부터 잡자.”

“어.”

아덴이 즉시 일어나서 주상현을 찾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서도화는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가라 나의 아바타.

일단 몸 좋고 날쎈 애부터 아덴을 조종해 탈락시키고 다음 멤버로 넘어가는 거다.

이어폰은 내 거다.

서도화가 저도 모르게 픽 웃자 아덴이 움찔하더니 급하게 제 허리춤에 매달린 풍선을 가져가 품에 안았다.

그러곤 경계심이 잔뜩 어린 눈초리로 서도화를 바라보았다.

“야, 혹시 기회 봐서 내 풍선 터트리려는 거 아니지?”

“…….”

아덴도 꽤 눈치가 빨라졌네.

서도화는 조용히 생각하며 황당하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의심을 해?”

“……미안.”

아덴은 뻘쭘하게 제 풍선을 놓았다. 그래, 제 발로 직접 아덴에게 찾아온 서도화다.

몸 싸움을 하면 질 게 뻔한데 굳이 아덴의 풍선을 노릴 리는 없지.

“너라면 내 풍선도 터트릴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미안.”

“…….”

터트리긴 터트리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서도화는 그렇게 속으로만 생각하며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난 절대로 너 배신 안 해. 할 수가 없어. 내가 너 없으면 다른 멤버들을 어떻게 이기겠어?”

“서도화.”

아덴은 주상현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던 시선을 돌려 나불나불 거짓말을 내뱉는 서도화를 쳐다보았다.

서도화가 꾹 입을 다물었다.

역시 아덴, 표정이 없으면 화가 난 것처럼 인상이 무서워진다.

“왜.”

서도화가 대답하자 아덴은 서도화의 눈을 빤히 보다 한마디 툭 내뱉곤 돌아섰다.

“믿는다. 너 나 배신하지 마. 나 이기고 싶으니까.”

“어. 배신 안 해. 배신 안 해.”

“얘는 믿을 수가 없어. 하도 잔머리를 잘 굴려서.”

아덴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순순히 서도화가 시키는 대로 다시 주상현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저기.”

그때 서도화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아덴이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주상현이 카메라맨과 대화를 나누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 방에서 누구 막 튀어나오면! 와, 엄청 무섭겠다. 그럼 저는 여기에 숨었다가 이렇게 싸악 나와서 풍선끈 탁 끊고 도망칠 거예요. 그리고 재빨리 터트릴 거야.”

서도화와 아덴이 재빨리 가까운 방안으로 들어가 숨었다.

주상현은 카메라에 대고 신나게 자신의 계획을 말하고 있었다.

“지금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는 한야 형이거든요. 도화 형이나 케이 형은 아마 아덴 형한테 제압당할 것 같고, 둘 다 약해서. 아덴 형은 음…… 잘 모르겠지만 뭔가 한야 형이 우승할 것 같지 않아요? 그러니까 일단 한야 형부터 치러 가는 게 아무래도 가장 큰 위험 하나 없애고 가는 게 아닐까. 제가 나름 피하는 건 되게 자신 있거든요. 이길 수 있어요. 아마도.”

주상현은 자신의 우승을 호언장담하며 카메라 앞에서 몸싸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다.

아무튼 잘 치고 잘 피해서 우승하겠다는 이야기인데 말이 청산유수인 데에 비해 상당히 허접한 작전이었다.

아덴이 말없이 서도화를 바라보았다.

‘가?’

눈빛으로 묻자 서도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 한 방에 끝내고 와.’

입 모양으로 말하자 아덴이 엄지를 추켜들더니 카메라에도 다녀오겠다며 손을 흔들곤 빠르게 문을 나섰다.

“으, 으아악! 깜짝이- 형? 악! 자, 잠깐만!”

“…….”

“아니 무슨! 잠만잠만 우리 말로 해결해! 대화로 해! 아니 형 제발 말 좀 해봐! 으악!”

서도화가 빼꼼히 창문에 머리를 들이밀고 아덴과 주상현의 몸 싸움을 지켜보았다.

원래 전투는 입이 아닌 몸으로 하는 것이다.

아덴은 차분히 주상현을 제압했고 주상현은 그대로 드러눕혀졌다.

“덴이 손이 없네.”

서도화는 두 사람의 싸움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느긋하게 일어나 복도로 나갔다.

흑막처럼 조용히 지켜보려 했는데 의외로 주상현의 반항이 거센듯 제압까지는 쉬워도 풍선을 터트릴 여유는 없는 모양이었다.

서도화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상현이 까무러치게 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아 이것봐! 두 사람 분명히 팀 먹는다고 했죠! 이럴 줄 알았어! 형, 형, 저 첫 탈락은 좀 너무하다! 나도 같은 편 해. 어? 나 이러면 너무 창피해!”

아덴이 주상현이 적당히 발버둥 치도록 내버려 두며 서도화를 쳐다보았다.

“같은 팀 하자는데? 어쩔래.”

“형들 왜 케이 형보다 내가 먼저냐고! 형들은 분명 케이 형부터 잡을 줄 알았는데?”

서도화는 씨익 웃으며 아덴에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자비없이 퍼엉- 주상현의 풍선을 밟아 터트렸다.

“아악! 너무해!”

협력자를 늘려봐야 배신하기 힘들어질 뿐이다.

최후의 경쟁자들을 늘려서 뭣하겠는가.

“와 진짜 너무하다. 이 두 사람이 붙었어? 어케 이겨요…….”

주상현은 허망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다 입술을 댓발 내밀곤 투덜거렸다.

그러곤 가면 쓴 제작진들에게 끌려가며 외쳤다.

“한야 형이 우승해라!”

“허허, 저 친구 귀엽네.”

“상현아 형들 힘낼게!”

서도화와 아덴은 버럭버럭 소리지르는 주상현을 놀리며 손흔들어주고 다음 목표를 향해 이동했다.

주상현을 탈락시켰다. 그럼 당연스럽게 다음 목표물은 정해진 거다.

“마왕 잡으러 가자~”

아덴이 주상현을 잡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텐션을 보이며 서도화의 어깨에 탁 팔을 걸치고 잡아끌었다.

서도화는 그에게 비틀비틀 끌려가며 제 카메라에 대고 브이 자를 그렸다.

아무래도 관계가 관계이니만큼 마왕은 용사가 알아서 잡아줄 모양이다.

*     *      *

‘그냥 여기 있으라고?’

“허! 웃기는 소리!”

-네? 뭐가요?

케이의 말에 화들짝 놀란 카메라맨이 당황하며 되묻자 케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까 전 아덴이 농담했던 게 생각나서 말입니다.”

인간들에게 사랑받으며 죄책감을 느끼던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 죽던가.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죄책감. 그건 이미 느끼고 있다.

생각보다 훨씬 무겁고 고통스러운 감정이었다.

‘애초에 날 사랑하는 인간이 있을리가.’

모두 거짓이다. 그들 모두 필요에 의해 나에게 잘해주는 것뿐이다.

필요없으면 버리겠지. 제 부모처럼.

케이의 얼굴에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울 무렵.

“혀엉! 형! 나 아덴 형이랑 도화 형한테 뜯겼어! 내 복수 해줘야 해! 형이 꼭 이겨야 해! 그 인간들한테 지지마!”

뜬금없이 주상현이 끌려가며 케이에게 부득부득 소리쳤다.

“난 형밖에 없어! 형이 꼭 이겨라! 그 형들 풍선 다 밟아버려!”

‘나밖에… 없다고?’

케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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