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198화 (198/270)

제198화

고기의 향을 담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뜨거운 숯불의 열기.

굳이 캠프파이어를 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신기하게 옛날 수련회 느낌이 물씬 났다.

배부르게 고기 먹고 기분 좋아진 주상현과 아덴은 뜬금없이 제작진이 건네준 불꽃놀이 세트를 써보겠다며 운동장 한가운데로 향했고 나머지 멤버들은 제작진들이 마련해준 마루에 앉아 하늘 구경을 했다.

예전 합숙 때 왔을 때는 연습에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산이다 보니 참 별이 잘 보였다.

한야, 서도화, 케이 세 사람은 사이다를 맥주처럼 마시며 각자 편한 자세로 드러누웠다.

그렇게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왔는데 이렇게 있으니 모든 게 끝나고 겨우 안식을 찾은 기분이다.

“근데 정말 신기하긴 신기하다.”

한야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벌써 데뷔앨범 활동 끝났어. 난 이번 앨범 활동 무사히 마쳤다는 게 실감이 안 나네.”

“그러게. 벌써 데뷔 앨범 활동 끝났어.”

서도화가 대답하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찬란한 별들이 한가득 쏟아져 내려오는 것만 같았다.

데뷔 활동이 끝난다고 하니 참 기분이 요상했다.

처음 이 합숙소에 올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여유롭게 누워서 별을 볼 날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했다.

뒤돌아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렸던 연습생으로서 이곳에 왔을 때와 어메스로 이곳에 온 건 상당히 기분이 달랐다.

한야는 서도화와 마찬가지로 하늘을 보고있다 넌지시 물었다.

“도화랑 케이는 어메스로 활동하면서 뭐 힘든 거 없었어?”

“딱히?”

서도화가 즉답했다.

“솔직히 지금은 뭘 해도 행복해 나는.”

물론 케이와 아덴이 이곳에 넘어와 적응하는 문제로 꽤나 골머리 앓기는 했지만 그거야 이제 와선 품고 가기로 한 문제고. 이후 아덴의 사건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지금 꽤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게 데뷔했지 않은가.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고 있지 않은가.

그토록 염원하던 꿈을 이뤘으니.

서도화의 말에 한야는 고개를 끄덕이곤 이번엔 케이를 보았다.

“케이는?”

“뭐?”

케이는 멍하니 별을 감상하고 있다 화들짝 놀라며 한야를 쳐다보았다.

못들은 건 아닐 테고 자신에게 차례가 돌아올 거란 생각을 못 한 걸 테다.

서도화가 케이를 힐끔거렸다.

그러고보면 아덴과 케이는 지금의 생활을 즐기고 있는 걸까?

늘 협조하듯 이끌려 활동하는 녀석들이라 정작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는 서도화조차 잘 몰랐다.

케이는 다시 별을 보며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거기서부터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서야 입을 열었다.

“좋다.”

한참이나 고심하고서야 나온 대답에 서도화의 눈이 일순간 커졌다.

케이는 그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서도화가 노래를 좋아하듯, 한야가 운동을 좋아하듯, 주상현이 춤을 좋아하듯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냥 복잡한 생각 다 버리고 단순히 좋다, 싫다로만 대답을 나눠야 한다면 싫지는 않다, 한 마디로 좋다에 가까워서 그리 말했을 뿐.

“다만 서도화와 아덴이 장난을 작작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매번 나만 표적이 되니.”

“하하! 그건 그래. 도화야 덴이한테 말해서 장난 좀 적당히 치라고 해.”

“뭐, 그래. 그게 자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

“진짜로 싫으면 꼭 말하고.”

“진짜로 싫다고 하기 전엔 자제할 생각이 없단 말이네.”

“어, 좀?”

서도화가 즉답하자 케이는 화를 내려다 말고 피식 웃었다.

“오늘만 봐주지.”

별이 이렇게나 아름다우니.

대화가 마무리되어갈 때쯤 서도화가 물었다.

“그럼 한야 형은? 활동 어땠어?”

“나? 난 그냥…….”

늘 웃고 있는 한야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너희한테 고맙지.”

한야가 툭툭 양옆의 케이와 서도화를 토닥였다.

“우리가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어도 실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

‘네가 여기서 나가면 데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넌 나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얌전히 애들 케어나 하면서 기다려.’

‘특별히 잘하는 게 없잖아. 전부 적당히 잘한다고 해서 되는 업계가 아니야. 하지만 한야야 너한테는 아비가 있다.’

한야는 데스티니에서 나오기 전 들었던 제 아버지의 말들을 떠올렸다.

그는 한야가 가수로서 성공하려면 무조건 자신의 힘이 필요하다는 듯이 말했다.

춤이고 노래고 뭐든 중상. 노력도 충분하리만치 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한야의 실력향상도 리더다운 면모도 모두 제 덕분이라고 했다.

자신이 그렇게 키웠기 때문에, 그런 자리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한야는 그 그림자 아래서 벗어나고 싶었다.

제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제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데스티니에서 나왔다.

아마 지금 자신의 행보는 데스티니의 대표인 제 아버지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을 테지.

그런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깟 데스티니의 그림자 아래가 아니라도, 온실 속에서 벗어나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으니.

그리고 이를 보여줄 수 있었던 건 제 실력이 아닌 멤버들 덕분이었다.

“노래 잘 부르고, 춤도 잘 추고, 재밌기도 하고, 잘생기기도 하고. 멤버들이랑 함께한 덕분에 무사히 데뷔해서 또 좋은 성적 거둘 수 있었잖아. 고맙다고 생각해.”

“형들 여기서 뭐해? 방금 불꽃 터트리는 거 봤어? 장난 아니었는데.”

한야가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꺼내놓고 있는데 저 멀리서 불꽃놀이를 하며 돌아다니던 아덴과 주상현이 화약 냄새를 잔뜩 품고 돌아왔다.

서도화가 픽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없는 동안 아주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

“헐 뭐야? 소외감 느껴. 우리도 할래.”

“누우면 되냐?”

아덴과 주상현이 멤버들 사이 자리잡고 누웠다.

“뭔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이번 활동 어땠냐고.”

“멤버들한테 고맙다고 그런 말 하고 있었지.”

“너희는 어때?”

서도화가 물었다.

“아덴이랑 상현이. 활동 어땠어?”

“어유 말해 뭐 해! 너무 좋지!”

주상현이 확답했다. 데뷔 전 꽤 조심스럽고 걱정이 많았던 주상현은 어느새 모든 것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며 동갑내기 트리오의 대화를 즐기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엔 너무 적응하기 힘들었단 말이야.”

“어, 알아.”

“그랬었지.”

“알어.”

“……다 알았구나.”

멤버들이 단호히 수긍하자 주상현은 머쓱하게 웃으면서도 말을 이었다.

“이미 형들끼리는 친했고 또 한야 형도 도화 형이랑 이미 아는 사이고 그래서.”

“상현이 적응하는 거 정말 힘들어했지.”

“우리 멤버들이 성격이 좀 개성있어야지. 사실 초반엔 다들 적응하기 힘들어했었어.”

“맞아.”

서도화의 말에 멤버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적응이 힘든 건 비단 주상현이나 유제이 직원들 뿐만 아니고 아덴, 케이, 서도화도 마찬가지였다.

아덴과 케이는 다른 세계에 적응하느라, 서도화는 뜬금없이 등장한 아덴과 케이를 케어하면서도 데스티니에서 쫓겨나며 생긴 편견들에 맞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사실 초반만 해도 고요들의 생각이나 방송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달리 어메스는 멤버들끼리 친한 그룹은 아니었다.

그러던 멤버들이 어느새 같은 추억과 기쁨을 공유하며 이렇게까지 친해지고, 아덴과 케이도 어엿이 한 멤버로 잘 섞여주니 새삼 참 많은 발전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하아…….”

서도화는 깊게 한숨쉬었다.

그래, 그런 멤버들이니까 앞으로의 일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다.

곧 로건 리의 사건이 터져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거 슬슬 정보 추려서 유제이에 말해야할 것 같은데.’

“아덴은 어때?”

“엉?”

그 잠깐 로건 리 생각을 했다고 곧장 생각에 잠길 뻔하던 서도화는 이어지는 한야의 질문에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아덴을 바라보았다.

“활동하면서 어땠어?”

“나는…….”

아덴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감췄다.

그의 표정은 케이보다 복잡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서도화의 표정도 도로 가라앉았다.

서도화는 사실 케이보다 아덴이 이 세계에 적응하기가 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그 세계에서 칭송받던 영웅은 오히려 동료에게서 떨어져 이곳에 온 것이니까.

칭송은 애정과 함께 비판이 되고, 힘을 제대로 쓸 수도 없었으며 크게 활약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좋아하던 전투는 막혔고 동료와 가족들도 보지 못했다.

아덴이 이곳에 있으며 버틸 수 있는 건 오로지 서도화가 있기 때문에.

아마 가장 평온히 적응하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론 가장 많이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멤버가 아닐까.

‘그럭저럭 괜찮아.’

아덴의 예상답안을 생각해보던 서도화는 곧 그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에 의외라는 듯 동그랗게 눈을 키웠다.

“재밌었어. 보람차기도 하고. 이 평화로움이, 다 같이 연습하고 활동하는 게 꽤 즐겁고 행복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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