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01화 (201/270)

제201화

“마약…도 안 했구나.”

김유진과 직원들의 얼굴에 조금이나마 안심이 서렸다.

절대로 학교 폭력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덴이 외국에 사는 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충분한 대화를 나누어본 적이 없었다.

‘이건 나도 반성해야 해.’

김유진이 마른세수를 했다.

마음이 급해 앞으로 최소 7년은 함께할 아티스트와의 계약을 두고 충분한 대화를 하지 않았던 점.

그건 확실히 그녀의 실수였다.

“그래, 그럼 아덴이 말은 폭로 글이 사실이 아니라는 거지? 학교 폭력도 전혀 짚이는 점이 없고 마약도 해본 적 없고?”

김유진의 질문에 가만히 있던 서도화가 나섰다.

“절대 아니에요. 아덴은 그런 애 아니에요.”

서도화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로건 리는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마약을 할 애가 아니다.

시스템이 가져다준 구체적인 자료 중엔 로건 리가 사고치지 않고 조용한 학교생활을 이어나갔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 그럼 우리 쪽에서 직접 아덴이 그런 짓 한 적 없다는 증거를 조사해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 거지?”

서도화가 부정하자 김유진은 좀 더 편안해진 얼굴로 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근면성실의 아이콘 서도화, 아덴의 소꿉친구라는 서도화가 그리 말할 정도면 아덴이 무고한 건 사실일 터.

아덴은 고개를 끄덕였다.

“협조할게요. 저는 아무 잘못 없으니까.”

이렇게 하는 거 맞지. 도화?

눈빛으로 묻는 아덴의 행동에 서도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이 논란이 커지지 않도록 막을 거야.’

5년씩이나 거지같은 이세계에 떨어져서 살아남은 사람한테 자꾸 이런 시련을 주면 남는 건 악뿐이다.

‘시스템 개새끼.’

아직 사건 터질 때까지 한참 남았다면서! 이제 앨범 활동 끝났으니 쉬는 동안 천천히 대처를 준비하려 했건만.

타앙!

“우왓! 깜짝이야!”

서도화가 이를 가는 사이 김유진이 분위기를 전환시키듯 책상을 주먹으로 쳤다.

그 덕분에 정적 속에서 땅만 쳐다보고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을 보고 더더욱 놀랐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우리 애는 아무런 잘못도 안 했는데 그냥 공격당한 거네?”

김유진은 분노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케이가 그녀를 보며 움찔했다. 그녀에겐 마력이 없으나 뭔가 어두운 타락의 아우라가 주변에 퍼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잘못한 게 없다는 건 전력을 다해서 싸워도 된다는 거지?”

김유진의 말에 직원들의 표정 또한 바뀌었다. 하나같이 전의에 불타오르는 모습들이었다.

*     *      *

한편 학폭과 마약 의혹이 진짜든 아니든 진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많았다.

“와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주상현이 휴대폰을 소파에 집어던졌다.

성공적인 데뷔 활동 끝에 맞이한 달콤한 휴식. 그러나 어메스의 멤버들은 아무도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그저 각자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덴과 어메스, 그리고 소속사를 향한 욕이 도를 넘었다.

사회에서 아덴은 이미 마약을 했고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소속사에선 사건이 터지자마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표명을 했지만 이를 믿고 공식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은 어메스의 팬인 고요밖에는 없었다.

-얘네는 뭔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건사고 개많네;;

-중립기어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장발표 한다 해 놓고 하루가 지나도록 아무 말도 없네ㅋ 아마 지금 피해자들이랑 합의하겠다고 전화 붙잡고 있을 듯

-아 그냥 그멤 탈퇴시키고 4인체제로 가자 원래 하는 일이 없는 멤이라 별로 부족함 못 느낄 듯

너튜브 등엔 이 사건을 다루며 욕하는 영상뿐만 아니라 물타기 하듯 평소 아덴의 행동을 짜깁기한 영상, 그의 실력을 까는 영상이 계속해서 업로드되었다.

Sns엔 아덴을 실드 치는 사람, 중립을 유지하고 지켜보겠다는 사람, 이미 폭로 글이 사실이라 확신하며 욕하는 사람 등 다양한 양상의 글들이 게시되었다.

하필 최근 학교폭력 이슈에 처음엔 사실 무근이랬다가 결국 인정하고 탈퇴한 아이돌 멤버가 있어서 그 바람은 더욱 거셌다.

당사자가 아닌 어메스 멤버들도 이를 보며 분통을 터트리고 억울해하며 길길이 날뛸 정도인데 아마 일반인이었다면 이 상황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아덴은 버틴다.

“아덴 괜찮아?”

“맞아. 형은 괜찮아? 아니면 괜찮은 척 하는 거야?”

“뭐가?”

아덴은 진짜로 걱정할 필요 없을 정도로 괜찮았다.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내가 떳떳하면 돼.”

짝짝짝. 서도화가 느릿하게 박수를 쳤다.

참 대단한 멘탈이다.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까지만 해도 서도화는 무척 아덴을 걱정했다.

영웅으로, 모두에게 칭송받으며 칭찬만 받고 살았던 아덴이 세상 사람들의 이유 없는 비난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서도화의 생각은 틀렸다. 아덴은 이를 아무렇지 않아했다.

말 그대로, 이유가 없는 비판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니니까. 적어도 주변사람들은 이를 알고 있으니까.

그거면 됐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참 다행이지 않은가.

“어, 기사 올라왔다. 형들, 대표님 진짜 엄청 화나셨나 본데?”

주상현의 말에 서도화가 제 휴대폰 속 기사목록을 새로고침 했다.

그리고 맨 위에 올라온 기사의 제목에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단독]아덴 학폭 논란 유제이 측 ‘그저 악플러의 장난일 뿐, 억울함 토로 법적조치로 사실을 밝힐 것’

“어우…….”

무려 피해자로 자신을 위장시킨 사람을 악플러라고 단호히 단정 지은 기사를 냈다.

자칫 잘못하면 2차 가해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워딩이었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유제이가 이 상황을 다룰지 명백히 보여주는 기사였다.

이건 진실 공방이 아니다. 악플러와 소속사, 그리고 아티스트와의 싸움일 뿐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서도화는 기사 전문을 보고 휴대폰을 껐다.

일단 유제이는 최초 폭로자와 악플러들을 고소하려는 생각이 만만인 듯하고.

‘이제 슬슬 나도 움직여야지.’

“아덴, 가자.”

“뭐? 어디.”

서도화는 말없이 일어나 얼른 따라오라 손짓했다.

“시스템이 자료를 줬어.”

다른 멤버들을 의식한 짧은 말에 아덴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도화를 따랐다.

*     *      *

시스템 또한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건이 터진 건 예상 밖의 일이었던 모양이다.

사건이 터진 당일인 어제는 온종일 불러대도 답이 없더니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갑작스럽게 온갖 자료들을 띄워주더라.

[왜 스포일러 스킬이 알려준 일자와 사건 발생 날짜가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어요.]

시스템의 말에 서도화는 썩은 표정으로 ‘시스템이 맛이 갔나 보지’ 한 마디 날려주곤 시스템이 주는 자료들을 넘겨받았다.

시스템이 주는 자료는 실물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형체는 없는 자료.

자료들을 살펴보고 도움될 만한 것들이 있다면 직접 서류를 뽑으러 가야하는 형식이다.

[밤새도록 전 세계의 자료들을 뒤졌어요. 서류뿐만 아니라 로건 리가 찍혔던 영상물까지 싹 다. 그 중에 도움이 될 것들만 가져왔어요]

[그러니까 제 잘못은 넘겨주시는 것으로…^^]

[사실 따지자면 제 잘못이 아니고 날짜 잘못 알려준 플레이어님의 스킬 잘못이니까요]

서도화는 시스템의 말을 무시하고 서류를 검토했다.

“뭐, 쓸 만한 거 있냐? 난 뭐 해야 하는데?”

“아덴 네 할 일은 나중에 가짜 폭로한 그것들 만났을 때 족치는 일 뿐이야.”

서도화는 시스템이 최소한으로 줄여준, 그러나 확실하게 반박할 수 있는 자료들을 확인하고 말했다.

“로건 리는 확실히 폭력을 쓰지도 않았고 마약도 하지 않았어.”

“다행이네. 내가 대표님한테 거짓말 한 건 아니라는 거지?”

“어.”

어떤 자료에도 영상물에도 로건 리가 폭력을 썼다거나 마약을 한 증거는 없었다. 한 마디로 폭로자가 제시한 증거들은 전부 조작된 것이라는 말이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써서 이미지를 만회하냐는 것이지.’

서도화는 고민에 잠겼다.

그의 궁극적인 목적은 로건 리를 누명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누명을 푸는 거야 유제이가 그들에게 법적조치를 하고 공방이 오가다보면 풀리게 되어있다.

허술하게 조작된 증거들은 법적 공방을 거치며 밝혀지게 되어있고 무엇보다 유제이가 칼을 갈며 누명을 벗기려 애쓰고 있으니까.

그럼 누명만 벗으면 모든 일이 다 해결이 되는가?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얘네 학폭 멤버 있는 그룹 아님?

한 때 학폭 논란에 휩싸였다가 오해가 풀리고 컴백한 아이돌의 댓글에 하나둘씩은 꼭 달려있는 댓글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 아이돌에 크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크게 논란이 되었던 부분만 기억하고 이 일이 어떤 결론으로 해결되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 논란이 있던 멤버든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영원히 논란이 있는 멤버라는 이미지를 꼬리표처럼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 이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미지를 제대로 만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도화는 한참 고민하다 결론 내렸다.

‘논란은 또 다른 논란으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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