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06화 (206/270)

제206화

유제이 엔터테인먼트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아덴에 대한 폭로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조금 더 확고해진 입장, 그러나 이번엔 평소와 달랐다.

“뭐가 이렇게 길어? 쩐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늘 상황을 뒤집을 증거도 없이 주기적으로 아니라는 기사만 내던 유제이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여러 가지 증거와 함께 입장문을 냈다.

‘이 정도면 진짜 아니구나.’

정현이 기대에 차서 입장문을 정독하였다. 그리고 유제이의 입장을 모두 읽었을 때, 그녀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말했다.

“시발 미친 거 아냐?”

욕밖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덴에 대한 폭로를 한 사람은 자신이 피해 입었던 사실을 폭로한 것이 아니고 또 한 번 그를 가해하기 위해 이런 글을 쓴 것이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그들은 아덴을 폭행한 폭행자였다. 무려 어메스로 데뷔한 지금까지도.

정현은 다시 한번 입장문을 읽었다.

[저희는 아덴의 말을 듣고 아직 가해가 이루어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더 확실한 증거로 반박하고자 입장문이 늦어졌음에 애타게 기다리고 계셨을 고요 분들과 아덴을 포함한 멤버들, 그리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증거를 들어 논리정연하게 최초, 그리고 추가된 폭로 글들을 반박해나가는 입장문.

그중엔 학창 시절 폭로자들과 나눈 문자 내용과 음성 기록, 아덴의 생활기록부까지 공개되었다.

문자 내용은 협박과 괴롭힘이 주 내용, 음성 기록은 가해자들이 거친 언사로 로건 리를 호출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유제이는 공개한 내용뿐 아니라 추가적인 증거들이 아주 많으며 그중엔 아덴이 폭행을 당한 상처 등이 담긴 사진, 진료기록 등이 포함되었다고 했다.

피해자인 줄 알았던 사람들은 또 다시 가해하고자 폭로를 했고 가해자로 낙인찍힌 사람은 알고 보니 피해를 당했음에도 여전히 아무 말 못 하고 당하고 있어야만 했던 피해자였다.

또 다른 사건, 또 다른 논란.

당연스레 여론은 바뀐 채 화르륵 불타올라 있었다.

단 하루 만의 변화였다.

“시발…….”

이걸 이제 알았다니. 늘 밝을 줄 아덴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니.

흔들린 자신이 너무나 우스웠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스크롤을 내리자 가장 밑에 아덴이 쓴 입장문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덴입니다.]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사인데 왜 기가 죽은 것처럼 보이는 걸까.

모든 사람들의 공격을 받으며, 억욱한 누명을 쓴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자료가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고 지쳤을까.

아무리 멤버 중 가장 정신력 강한 아덴이라도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정현의 머릿속엔 갑작스레 폭죽 소리를 들은 것처럼 잔뜩 움츠러든 아덴의 모습으로 가득해졌다.

[하루라도 빨리 여러분들께 모든 일은 사실이 아니라고 솔직히 말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이 사태는 제가 당사자인 일이나, 말 한마디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 섣불리 나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아주 가난한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났습니다.

결코 가난이 괴롭힘의 이유가 될 수는 없지만 전 가난하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였고 도망칠 곳도 없어 참고 견뎌야만 했습니다.

이런 제가 심적으로 의지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같은 오랜 친구인 도화뿐이었습니다.

힘든 세월을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준 도화에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렇게 학교 생활을 끝내고 어메스로 데뷔하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괴롭힘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닌 듯합니다.

전 소속사의 도움을 받아 이 오랜 악연을 끊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저를 믿고 기다려주신 고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며,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덴 올림]

“하아…….”

정현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고 앞으로 가해자라는 그들의 입장과 고소 결과가 나올 때까진 안심할 수 없지만 그래도 증거가 확실하니 여론은 바뀔 것이다.

한층 마음을 덜게 되었다.

* *  *

“……다들 고생했다.”

유제이의 대표 김유진이 퀭해진 눈으로 힘없이 박수를 쳤다.

그러자 직원들 또한 그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이제 들어가서 쉬세요. 내일부터 또 밤낮으로 모니터링 해야하니까.”

“대표님도 좀 쉬세요. 저희 뜬 눈으로 며칠 밤을 새웠잖아요.”

김유진이 힘없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며칠 내내 잠을 안 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잠만 자려고 하면 그새 또 무슨 사건이 터질까 싶어서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과 함께 눈이 번쩍 떠지곤 했다.

이게 과연 희망은 있을까?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결코 바뀌지 않을 것같은 여론이 오늘에 이르러서야 겨우 바뀌었다.

서도화가 어디선가 찾아 가져다준 아덴의 옛날 휴대폰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처음엔 해명할 수 있는 자료들만 준비한 상태에서 해명을 너머 또 다른 논란으로 이미지 만회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덴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리면 혹시나 소꿉친구라고 했던 서도화의 입장이 난처해질까 서도화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아덴의 입장문까지 업로드했고, 이젠 상황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그럼 퇴근해보겠습니다. 다들 퇴근하세요.”

김유진은 정말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직 사태가 마무리 되지 않아 여전히 선잠을 자야하긴 했지만 말이다.

* *  *

뒤바뀐 여론에 놀라면서도 안심한 건 어메스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형! 이제 괜찮나 봐.”

유제이에서 입장문을 낸 직후 집요하게 sns만 들여다보던 주상현이 울먹이며 말했다.

사건의 당사자는 아덴이지만 그와 함께 그룹 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그동안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가뜩이나 힘들 아덴에겐 아무 말 못 했지만 사실 죽도록 열심히 해서 겨우 데뷔했는데 데뷔하자마자 이미지 추락하고 끝나버리는 줄 알았다.

모두가 힘들었던 나날이 드디어 끝이 난 것만 같았다.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니까 그래도 일단 한번 지켜보자.”

한야는 차분하게 말하며 제 곁에 무표정하게 있는 아덴을 토닥거렸다.

“아덴이가 제일 고생했어.”

“고생 전혀 안 했어요.”

아덴이 덤덤하게 말했다. 한야의 표정을 보아 안 믿는 눈치였지만 아덴은 정말 괜찮았다.

힘든 게 있었다면 로건 리의 일로 힘들어하는 멤버들과 직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지.

물론 잘못도 아닌 일을 가지고 욕을 먹는 건 짜증 나고 기분 나쁜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진실로 잘못이 없다면 굳이 움츠러들 필요가 없으니까.

한야는 한참이나 아덴을 토닥거렸다.

비록 아덴이 직접 썼다는 입장문은 서도화의 입김이 상당히 가미된, 서도화가 쓴 거나 다름없는 입장문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아덴이 그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를 입었던 건 사실이었다.

한야의 토닥임은 그에 대한 위로였다.

아덴은 본인 일이 아닌 일에 대한 위로를 받았지만 모르는 척 이를 받아주었다.

위로를 받을 이유는 없지만 딱히 쳐낼 필요는 없으니까.

그로부터 며칠 뒤, 바뀐 여론과 고소와 관련한 각종 기사들에 겁을 먹은 폭로자들이 먼저 소속사 측에 연락을 해왔다.

유제이가 그들과 접촉했지만 결국 고소는 취하하지 않기로 했고 불안에 떨던 폭로자들은 자신들이 처음으로 폭로했던 사이트에 아덴과 어메스 멤버들에 대한 사과문을 썼다가 극심한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결국 폭로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으므로 아덴의 누명은 완전히 풀렸고 어메스는 크게 피해를 봤을 뿐인 그룹으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 *  *

그로부터 조금의 시간이 흘렀다. 폭풍과도 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멤버들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들이부었던 게 무척 효과가 좋았다. 그만큼 빠르게 이미지를 회복했고 멤버들은 금방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이 어느 정도 치유되었을 때, 어메스는 다시 연습실에 옹기종기 모여 카메라 앞에 섰다.

“오랜만이다. 으아 너무 긴장돼…….”

멤버 중 가장 카메라에 익숙한 주상현이 떨림에 제 심장을 부여잡았다.

어메스에게 잡힌 오랜만의 일정은 고요들에게 어메스의 근황 보고를 하는 온앱 라이브 스트리밍이었다.

“준비됐어?”

카메라용 휴대폰을 세팅한 매니저 이병수가 멤버들에게 물었고 어메스는 힘차게 대답했다.

“네!”

“그럼 라이브 시작한다.”

이병수가 라이브 시작 버튼을 눌렀다.

긴장한 멤버들의 표정이 카메라를 통해보여 이병수가 작게 웃었다.

잘못한 게 없으니 딱히 긴장할 필요 없는데 사건 이후 처음 팬들과 마주하는지라 무척 떨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고요들이 하나둘씩 라이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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