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09화 (209/270)

제209화

어메스는 일상을 되찾았다.

물론 사건의 당사자가 된 아덴은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회사에 불려가 일을 마무리 짓는 과정을 함께해야만 했지만, 아덴을 제외한 멤버들은 드디어 걱정 없이 휴식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멤버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진정한 휴식기는 로건 리 사건이 터졌을 때 끝났으므로 어느 정도 일정은 소화해야 하는 휴식기다.

서도화는 몰래 숨겨두었던 통신석을 꺼내 만지작거리다 방문을 바라보았다.

“아니! 형 여기여기여기!”

“가고 있다! 그런데 걸음이 느리단 말이다!”

“캐릭터 걸음은 다 똑같아!”

“여기서 지는 사람은 형이랑 헬스장 가기~”

“으아아아아! 내가 이긴다!!!”

거실에선 케이와 주상현이 게임을 즐기고 있고 그 뒤에서 한야가 지켜보고 있는 모양이다.

이 집이 이렇게 다시 떠들썩해진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서도화는 피식 웃으며 통신석 세팅을 마무리했다.

원래 이 집안에 귀가 워낙 놓은 녀석이 있어서 어지간하면 집에서 통신석 연결은 안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따로 마땅한 자리가 없기도 하고 오늘은 들어도 되는 대화가 오갈 것이라 그냥 방안에 자리를 마련하였다.

오늘은 하이넬, 동료들과 근황을 나누는 날.

아덴이 회사에 불려가는 바람에 서도화 혼자서 동료들과 대화하게 되었다.

서도화가 통신석을 탕 치자 통신석은 몇 번 빛을 내다 곧 하이넬과 동료들의 얼굴을 비추어 주었다.

서도화가 미소 지었다.

“너희들 잘 지냈어?”

-이게 뭐야! 너무 오랜만에 연락하잖아! 난 너희 죽은 줄 알았어!

하이넬은 통신이 연결되자마자 소리를 치며 왜 연락을 안하냐는 둥 잔소리를 해댔다.

더불어 다른 동료들도 하이넬을 등에 없고 용감하게 그에게 잔소리를 했지만 서도화는 익숙하게 그들의 말을 넘겨버리고 말했다.

“죽지는 않았지. 그런데 일이 좀 있긴 해서 연락이 늦었어.”

“아덴은?”

“아 지금 그 일 때문에 잠깐 자리 비웠어.”

“위험한 일이야? 우리가 도울 일이 있을까?”

장난스레 잔소리를 하던 동료들의 표정이 단번에 걱정스레 바뀌었다.

그들 입장에서 ‘일이 있다’는 건 목숨을 걸린 일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럴 만도 했다. 서도화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도울 일은 없어. 그렇게 심각한 일도 아니고 이미 거의 해결됐거든.”

-다행이네. 그 외엔 별일 없고?

“별일…….”

있다. 아니, 많다. 이를테면 마왕이 이곳에 정착할 마음이 생겼다던가, 마왕에게 심장이 생겼다던가 하는.

참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다.

서도화가 뭐부터 말을 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하이넬이 먼저 말했다.

-우리는 별일 있었어.

“뭐?”

-진짜 큰일 난 것 같거든?

-맞아. 안 그래도 우리 쪽에서 너희한테 연락하려 했었어.

“무슨 일인데?”

이번엔 서도화의 표정이 안좋아졌다. 그들이 보관하고 있는 아덴의 몸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하지만 하이넬이 있으니 몸이 쉽게 상하지는 않을 텐데?

하이넬이 말했다.

-정말 심각한 사안이야. 우리보다 마족이 그 세계로 넘어가는 방법을 먼저 알게 된 것같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진짜로 마왕이 얌전히 있는 거 확실해? 마족 몇몇이 차원이동을 시도했다는 보고를 받았어. 대부분은 실패했지만 성공한 것처럼 사라진 놈들도 몇 있다나 봐.

서도화는 앞이 까마득해짐을 느꼈다.

마족이 이 세계로 넘어와?

서도화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마왕이 된 케이와는 달리 마족들은 본디 파괴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차원의 틈에 갇혀버렸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이 세계로 넘어왔다면?

결코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몰랐다.

‘거기다 케이는…….’

겨우 이곳에서 자리 잡고자 하는 케이가 혹시나 넘어온 마족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면?

서도화는 심각하게 고민하다 방문을 한번 쳐다보고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알았어. 일단 그렇게 알고 있을게.”

-그래, 이변이 있으면 바로 말해줘. 너희 쪽은 별일 없어?

“있어. 안 그래도 말하고 싶었는데 마왕에게 다시 심장이 생겼어.”

-……와우.

동료들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이걸 뭐라고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마왕에게 심장이 생겼다는 말은 그가 다시 인간이 되었다는 말과도 같지만, 한편으론 또 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서도화는 안심하라는 듯 웃었다.

“마왕은 이제 없어.”

케이는 마왕이 아닌 케이로서. 인간으로서 죄책감을 느끼며 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다.

“그는 이곳에 적응하고 있거든. 차원이동을 했다는 그 마족이 온다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조심해. 우리도 최대한 빨리 차원이동 방법을 알아낼 테니까.

“그래. 조심해-”

동료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며 통신석 연결을 종료하려 할 때였다.

달칵-.

“어?”

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서도화가 화들짝 놀라며 뒤돌아보았다.

분명 문을 잠갔는데?

그렇게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무척 심각한 표정으로 케이가 들어오고 있었다.

“야, 야…….”

서도화가 당황하며 통신석을 집어들었고 영상을 통해 이를 보는 동료들 또한 놀란 듯 벙찐 표정이었다.

“이, 일단 문 닫아라.”

케이는 심각한 표정 그대로 서도화의 말을 듣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서도화를 밀어낸 뒤 통신석 앞에 앉았다.

자신들이 아는 마왕과는 달리 몹시 연약해 보이는 편안한 차림의 마왕.

동료들은 입을 떡하니 벌린 채 제 앞에 앉은 마왕을 쳐다보다 겨우 하이넬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뭐야 너. 네가 감히 무슨 낯짝으로 얼굴을 들이대는 거야.

“다물어라 마법사. 나라고 네놈들 앞에 이 몸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 보이는 줄 아는가.”

빼빼 말라선 위엄도 뭣도 없는 인간의 모습. 아덴과 서도화에겐 이미 보였으니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딴 모습을 그들의 동료에게까지 보이긴 싫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러니 자존심을 접어두고 그들의 앞에 선 것이다.

-뭐? 이 자식이 무슨-

“닥치고 말이나 하거라. 누가, 누가 차원이동에 성공했지? 마족 중 누가.”

-…….

“협조하려고 묻는 것이다. 그 세계는 멸망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세계는 아직 그래선 안 된다. 마족은 파괴적이고 공격적이며 자애로움이 없다. 내 부하들과 이곳의 인간이 만나서는 안 된다는 걸 너희, 아니 서도화 너는 알고 있을 터.”

서도화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대화하려 하면 대화가 되긴 하는 케이와는 달리 마족은 답이 없다.

자신보다 강자의 명령에만 따를 뿐, 약자는 생명으로 취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을 멈추려면 마왕의 힘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지금 아덴의 동료들이 케이의 협조한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서도화와 아덴이야 이미 몇번 겪었으니 감시는 할지언정 일단 믿어보기로 할지도 모른다만, 하이넬과 동료들의 입장에선 케이를 결코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이넬의 표정이 무척 살벌해졌다.

-우리가 너를 어떻게 믿지? 네 녀석이 배신을 한두 번 해? 마족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 그들과 만나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서도화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 대화가 좀 길어지겠는데?’

상황이 심각해지는 건 알겠지만 일단 현실을 살아가긴 해야할 것 아닌가.

서도화는 자신의 스케줄을 가기 전 잠깐 시간 내서 저들과 통신석 연결을 했던 터라 케이와 하이넬의 기 싸움이 길어지면 좀 곤란했다.

서도화는 잠시 기다리다 말싸움이 더 길어지자 결국 앞으로 나섰다.

“하이넬, 지금 길게 대화할 시간이 없어. 일단 내가 이 녀석 없을 때 다시 연락할게.”

-하지만!

그때 문밖에서 이병수가 집으로 들어오는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밥은 먹고 게임하냐? 도화 어딨어?”

“도화 형 방에요.”

서도화의 표정이 더욱 다급해졌다. 만약 이병수가 돌멩이에서 영상이 튀어나오는 걸 보기라도 한다면?

서도화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나 스케줄 가야 해!”

“허억! 아, 알겠다!”

그 말에 케이가 반사적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케이는 마왕이지만 그 전에 아이돌이었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스케줄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이넬과 동료들은 갑자기 서도화에게 협조하며 빠릿하게 움직이는 케이를 보며 말문이 막힌 듯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병수가 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빨리 이 통신 연결을 종료해야만 했다.

서도화가 빠르게 케이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았고 랩하듯 말했다.

“내가 지금은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거든? 미안해. 일 끝나고 다시 연락할게.”

-뭐, 뭐?

서도화는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통신 연결을 끊어버렸다.

하이넬이 이런 식으로 끊는 게 어디있냐며 화를 낼 테지만 이병수에게 이 상황을 보이는 것보단 나았다.

서도화가 타이밍 좋게 연결을 끊고 통신석을 주머니에 집어넣었을 때, 이병수가 문을 벌컥 열며 안으로 들어왔다.

“도화 여기 있어? 가자.”

서도화의 첫 솔로 스페셜 클립 영상을 위한 회의가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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