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12화 (212/270)

제212화

서도화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부신 빛에 눈을 찡그리며 먼저 도착해있던 비하인드 카메라에 말했다.

“와, 밝고 넓네요.”

하늘이 무척 잘 보이는 드넓은 시멘트 바닥. 그뿐인 공간이었다.

바닥엔 아무 색도 없이 시멘트 색 그대로였고 그렇기에 햇빛을 그대로 받아들여 조명 없이도 충분히 밝았다.

사용하지 않는 댐을 촬영 장소로 바꾼 곳으로 이미 수많은 아이돌의 뮤직비디오 장소가 되었던 곳이다.

“여기 다른 분들 뮤비에서 많이 봤어요. 되게 예쁘게 나오는데.”

딱 봐도 이곳에서 어떤 분위기의 장면이 나올지 상상이 되는 장소다.

서도화는 준비된 의자에 앉아 이동하는 동안 흐트러진 머리를 수정했고 이번에도 역시 비하인드 카메라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들이밀어졌다.

서도화는 카메라를 자연스럽게 맞이하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 촬영입니다. 아까 이동하는 동안 한야 형이 잘하고 있냐고 문자-”

“여어, 형!”

“어?”

갑작스레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서도화가 깜짝 놀라며 뒤돌아보았다.

스태프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익숙한 얼굴들. 서도화가 미소지었다.

“아니, 이 먼 곳까지 왔어?”

아덴과 주상현이 싱글벙글 웃으며 서도화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어, 당여히 와야지. 와야지.”

주상현이 능글맞게 말했다.

“웬일이야?”

“형 잘하는지 보러 왔지!”

“상현이가 보러 간다길래 나도 같이 왔어. 어때. 잘하고 있냐?”

서도화를 찍던 비하인드 카메라는 살갑게 다가오는 멤버들을 잡으며 살짝 뒤로 물러섰다.

카메라가 물러선 자리를 주상현과 아덴이 차지했고 주상현은 냉큼 서도화에게 달라붙었다.

현장이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서도화는 내심 반가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럭저럭?”

“우리 생각 많이 나지? 역시 멤버들이 있어야 좋구나. 막 그렇지 않아?”

“아, 그건 그렇더라. 보니까 되게 반갑네.”

역시 프로젝트 그룹으로도 솔로로도 활동해본 주상현이 공감을 잘해준다.

서도화는 머쓱하게나마 솔직하게 말하곤 툭 아덴과 주상현을 쳤다.

“너희 나 끝날 때까지 여기 있어라. 너희 오니까 좋긴 좋아.”

있으나 없으나 혼자 촬영하는 건 매 한가지인데 반가움과 더불어 존재 자체만으로 긴장이 반절은 덜어졌다.

“그래.”

“아이, 형. 안 돼 안 돼.”

서도화의 장난스러운 제안에 아덴이 냅다 고개를 끄덕이자 주상현이 황급히 그를 말렸다.

“우리도 연습 가야지. 언제 끝날 줄 알고? 우리 병수 형한테 혼나.”

주상현이 말을 덧붙이고서야 아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도화가 물었다.

“너희는 준비 잘 되어가?”

서도화 다음은 아덴과 주상현이다. 가장 정신없이 준비하고 있을 두 사람일텐데.

서도화의 물음에 주상현이 씨익 웃었다.

“그럭저럭? 재밌긴 재밌어. 안해본 컨셉이라서.”

“아 맞다.”

주상현의 컨셉은 사이버펑크에 슬럼가였던가?

상당히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게 평소 해보지 못한 색다른 컨셉이지만 동작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 춤추는 주상현이 잘 살릴 수 있을 테니.

그에 비해 아덴은 그다지 표정이 안 좋았다.

“나는 뭐……. 잘 모르겠다.”

이쪽도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아덴의 솔로곡을 담당한 안무가는 우나나.

일단 아덴은 오롯이 혼자서 한곡 전체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게 처음이기 때문에 정말 많이 혼나며 준비하는 상황이다.

밀리언 아이돌에서부터 데뷔 앨범 활동까지 하며 실력이 많이 늘었다곤 하지만 아직 혼자서 곡을 끌어나갈 정도는 아니었으니.

거기다 솔로곡을 선보인다는 건 단순히 춤과 노래만 잘해서는 안되는 것이니까.

표현력과 연기도 어느정도 들어가줘야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도화가 입을 삐죽였다.

딥다크 섹시 컨셉이라고 했다.

섹시는 모르겠지만 딥다크 하나는 찰떡같이 잘 살릴 수 있다고, 아덴에게 딱 맞는 컨셉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상당히 매섭고 또 무섭게 생긴 인상이라 가만이 카메라를 노려보고만 있어도 저 잘생긴 외모와 더불어 컨셉이 될 터인데.

어디서 난항을 겪고 있는 걸까.

아덴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지 서도화의 물음에 금세 표정이 복잡해졌다. 그러다 서도화에게 작게 말했다.

“도화, 촬영 중에 부탁해서 미안한데 나 연습하는 거 보러 와.”

“어? 뭐……. 알겠어.”

서도화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덴은 아무래도 서도화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듯 했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어느새 장비 세팅이 끝나고 촬영할 때가 되었다.

서도화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등에 주상현과 아덴의 손이 다닥다닥 붙어왔다.

“형 화이팅! 여기서 보고 있을게.”

“잘해라.”

“어. 갔다올게. 보다가 가야하면 잘 가고.”

서도화가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카메라 앞으로 향했다.

“오오, 역시 멤버들 오니까 도화 표정이 엄청 밝아지네.”

먼저 들어와 서 있던 댄서들이 말했다.

“멤버들 오니까 좀 마음이 풀리지?”

“네, 좀. 좋긴 좋네요.”

“좋다. 와줘서 고맙네. 도화 기분 좋겠다.”

“네.”

서도화는 고개를 끄덕이다 픽 웃었다.

“근데 사실 와줄 줄 알았어요.”

“어허허! 뭐야 이 거들먹거림? 온다고 연락 왔었어?”

“아뇨. 근데 올 것 같았어요. 왠지.”

꼭 아덴과 주상현이 아니라도 멤버 중 누군가는 올 것 같았다.

멤버의 첫 솔로 촬영인데 응원차 들리지 않으면 어메스가 아니지.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사교성 좋은 주상현은 무조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그대로의 멤버들이 와서 솔직히 좀 웃었다.

“좋겠다. 우애 좋은 멤버들. 보기 좋네.”

“하하.”

서도화가 머쓱하게 웃곤 댄서들을 따라 자세를 잡았다.

곧 곡이 재생되었고 서도화가 라이브를 시작했다.

* *  *

“역시 잘한다.”

장난스럽고 또 무척 반가워하던 아덴과 주상현의 눈빛은 서도화가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진지해졌다.

마치 자신들의 공연들 모니터링 하는 것처럼 심각하게 그를 지켜보던 두 사람의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역시 도화 형 잘하네.”

“쟤는 원래 잘해. 혼자서도 잘할 줄 알았어.”

“정말 잘한다.”

주상현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너무 잘해서 뿌듯하면서도 부럽기도 했다.

‘심지어 라이브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의 보컬 실력, 흠없는 댄스 실력.

어떤 일을 하던 연신 화제를 모으던 서도화였으니 이번 라이브 영상 또한 큰 관심을 받으며 승승장구할 것이다.

참 부러운 실력, 부러운 재능이었다.

아이돌로서의 경험은 주상현이 훨씬 많을 텐데 신기하리만치 서도화에게선 배울 게 많았다.

이건 라이벌 의식일까 따라하고픈 마음일까?

평소에도 은연중 서도화에게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주상현이지만 솔로로도 완벽하게 라이브 공연을 하는 서도화를 보며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동했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완벽하게 라이브하면서 춤도 잘 추고 하는 일마다 연신 화제가 되는.

일종의 존경일지도 모른다.

“저거 표정 연기 저렇게 어떻게 하는 거냐?”

한참 서도화의 라이브에 빠져있던 주상현은 옆에서 들리는 무심한 목소리에 정신 차리곤 시선을 돌렸다.

아덴은 여전히 복잡한 표정으로 서도화를 분석해대고 있었다.

이미 아덴에게 익숙해진 주상현이나 저 표정이 고민이 많은 표정이라는 걸 알지, 그를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상당히 불만 많은 표정으로 보였을 것이다.

“표정 연기?”

“어. 우나나 쌤한테 또 지적받았거든. 상대를 쓰러트릴 기세로 정면을 보라길래 봤는데 그거 아니래. 하라는 대로 했더니 그냥 동네 건달 같대.”

“어 그건…….”

“도대체 딥다크 섹시가 뭐냐?”

“모, 몰라…….”

아덴이 한숨을 푹 쉬었다. 지금까지 가수 일을 가지고 이렇게나 고민한 적 있었을까?

사실 아덴은 실력적으로 그리 부족하진 않았다. 서도화나 주상현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실력이고 한야에 비해 이 업계에 살아남을 만한 다른 재주도 없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냥 무난했다.

몸 쓰는 거야 원체 자신 있었고 애초에 회사 사람들은 아덴에게서 노래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있었으니 자신이 맡은 얼마 안 되는 파트만 잘 소화하면 됐었다.

더불어 대부분의 지적을 케이에게 돌아갔기에 그래서 그냥 가수 일 쉽네 하며 대충 할 만큼만 노력해 그룹에 실력을 맞추었다.

그랬던 아덴의 부족하지만 지적받을 정도는 아닌 실력이 솔로곡을 준비하며 다 까발려지는 탓에 무척 고민이 많아진 요즘.

드물게 가수로서의 실력을 늘리려 기를 쓰며 애쓰는 지금, 완벽한 감정 표현, 완벽한 연기와 시선처리, 춤과 노래를 보이는 서도화가 소싯적 용사인 자신만큼이나 대단하게 보였다.

“아, 저걸 어떻게 저렇게 표현해?”

짜증이 솟구쳤다. 배울 만한 게 있을까 싶어서 왔다가 괜히 자신감만 잃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서도화가 너무 잘했다.

투덜거리는 아덴에게 이병수가 다가와 어깨를 토닥였다.

사실 이병수는 아덴의 이런 상황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런 고민으로 슬럼프를 겪는 아이돌들을 많이 봐왔다.

그러나 슬럼프는 실력이 늘 때 오는 법. 또한 이 일에 애정이 있을 때 오는 것이다.

‘애정이 생긴 게 어디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실력은 늘 테니. 지금은 완벽하게 라이브를 구사하는 서도화를 보며 뭐든 느끼는 게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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