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18화 (218/270)

제218화

아덴은 서도화의 행동과 표정이 변했음을 금방 알아차렸다.

아이돌이 된 이후 총기 가득하던 눈빛은 어디로 가고 예전 음유시인 시절 보았던 모습들이 조금조금씩 튀어나온다.

예를 들면 속에 지닌 무기력함과 귀찮음, 그리고 없어 보임을 솔직하게 꺼내놓는 모습 말이다.

지금껏 아이돌은 이래야 한다며 백번 천번 설파하던 서도화의 정석적인 아이돌의 행동과는 어긋나는 행위였다.

평소라면 안 바빴다는 둥, 기회가 어쩌고 자랑이 어쩌고 등등 겸손함 따위 하수구에 처박아놓은 저런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걸 무려 서도화가 나서서 하고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 방송은 그냥…저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아덴이 서도화의 행동을 참고하여 이 방송의 분위기 파악을 마쳤을 때, 때마침 아덴에게도 질문이 돌아왔다.

“이렇게 대세 아이돌 그룹이 무려 우리 강호들에게 도전하겠다고 왔는데 안 물어볼 수가 없겠죠.”

“아, 형, 그걸 또 물어?”

“아 당연하지 물어봐야지. 이거 되게 중요한 거데이. 아덴 씨!”

“네.”

아덴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그를 부른 단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대답 소리가 작아. 대답 소리가.”

서도화가 베테랑들의 질문을 받아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안 혼자서 남 일 보듯 멍하니 있길래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일부러 크게 이름을 불렀는데.

대답하는 태도가 영.

‘아니 굳이 말 못 하는 외국인 아이돌을 왜 가져다 쓰는 거야?’

그렇다고 태도가 좋다거나 재밌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또렷하게 들리는 중얼거림에 서도화가 굳은 채 눈치를 보았다.

벌써부터 대놓고 이렇게 눈치를 줄 줄은 몰랐는데.

촬영 잠시 끊기나? 하는 찰나 이순협이 아무렇지 않게 단오에게 태클을 걸었다.

“아따 마 저거. 잘생긴 게스트만 오면 저카냐. 왜 그렇게 아들 군기를 못 잡아서 난리고!”

아니 이게 방송사고가 아니라고? 중단 안 하고 그냥 이어나갈 만한 말이라고?

그냥 단오의 캐릭터성을 띤 멘트쯤으로 생각되는 모양이었다.

서도화는 혼자 꺄르르 화기애애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아덴을 쳐다보았다.

오히려 서도화보다 아덴에게 힘겨운 촬영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편 아덴은 무표정하게 단오의 말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굳이 크게 대답해야 하나?’

굳이? 보아하니 다 들은 것같은데?

이해가 되지 않는 태클. 나는 왜 초면인 인간에게 지적을 당했는가.

아덴은 머리를 굴리며 고민해보았다.

그 고민 끝에 달한 결론은.

‘근데 왜 시비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이름을 부르기에 정중하게 대답을 했을 뿐이다. 근데 왜 시비를 걸지?

억양과 말투, 생김새만 그러한 게 아니고 하는 행동도 정말 여관이나 술집에서 흔히 보는, 그러니까 아덴에게 흔히 얻어터지는 산적패들과 다를 게 없다.

여기가 촬영장이 아니고 원래 세계의 술집이었으면 이미 줘패고도 남았을 것을.

‘아, 알겠다. 어디 한번 해봐.’

용사 다 죽었네! 이걸 참아주고!

그러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옆에서 서도화가 맹렬한 기세로 아덴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러나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아덴이 아니었다.

그의 전투욕이 불타올랐다.

‘몸 쓰는 프로그램이니까.’

보아하니 단오고 곁에서 쳐웃는 게스트들이고 죄다 자존심이 하늘을 뚫던데.

아덴이 씨익 웃었다.

“……?”

저게 왜 웃지? 서도화는 고개를 갸웃하다 이내 다시 쏟아지는 질문에 고개를 바로했다.

“아무튼 물어보려던 거나 얼른 물어봐요.”

이순협의 말에 단오가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이 강호들 중에 내가 이 사람은 이기겠다! 하는 사람 있습니까?”

“여어. 나왔다. 이 질문.”

“과연 누가 될지.”

“여기서 철옹이 지목되면 거의 8연패지.”

출연진들이 그들 중 막내인 지철옹의 등을 토닥이며 놀려댔다.

“아, 무슨 소리예요. 왜 당연히 내가 지목당할 거라고 생각하시죠? 여기 다른 분들도 많은데. 철성이 형도 있고.”

게스트에게 이길 만한 출연진이 누군지 고르게 하는 건 강호혈전이 게스트를 출연시키고부터 계속되어온 고정 질문이다.

근데 보통 대부분 막내인 지철옹을 지목하곤 했다.

왜냐고? 당연히 가장 만만하니까.

고정 출연진들 중 그나마 여린 편에 꼴찌도 자주하며 인맥이 넓어 게스트들 중 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니 지목했다가 진심으로 열받아할 다른 출연진보다 지철옹을 지목하는 게 쉽지 않겠는가.

참고로 지금까지 출연했던 아이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지철옹을 지목했다.

호기로라도 다른 사람을 지목하기엔 무서운 거 이전에 너무 대선배들이었으니.

그런 의미로 질문을 먼저 받은 서도화의 대답은 당연히.

“저는 어… 죄송합니다. 지철옹 선배님이요.”

“이야……. 철옹이 9연패.”

“아니! 왜 나냐고! 내가 그렇게 약해보이나?”

“하하…죄송합니다.”

어쨌든 이 부분은 편집도 못 하는 부분이기에 출연진들이 열심히 분위기를 북돋워주고는 있지만 예상한 대답에 내심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 한번 물어봅시다. 철옹이를 뽑은 이유가 뭡니까?”

서도화는 솔직히 말했다.

“그, 일단 선배님들 보시는 눈빛들이 너무 무서워가지고 당연히 아, 철옹 선배님 뽑아야하는구나…하고.”

그리고 솔직히 객관적으로 봐도 노래 외 게임으로 이길 만한 사람은 그나마 조철옹밖엔 없는 것 같았다.

“이야~ 눈빛을 봤어?”

“도화 씨 의외로 눈치 빠르네!”

이순협을 포함한 출연진들이 카메라에 대고 제 날카로운 눈빛들을 어필해댔다.

그들의 표정을 보아 그럭저럭 괜찮은 멘트였나 보다.

출연진들은 한차례 소란을 떨곤 제자리로 돌아와 이번엔 아덴에게 물었다.

“그럼 아덴 씨는? 아덴 씨는 나는 이 정도면 이기겠다. 누구예요?”

“아, 이 정도면 가볍게 제치고 내가 고정 꿰찰 수 있겠는데? 싶은-”

“아 형님! 왜 저를 보면서 말하십니까!”

출연진들은 아덴도 당연히 조철웅을 지목할 거라는 듯 조철웅을 바라보며 낄낄거렸다.

아덴은 그들의 멘트를 줄곧 듣고 있다가 스윽 단오를 쳐다보았다.

그러곤 말했다.

“전 단오 선배님이요.”

“…….”

“…….”

시끌벅적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러다 이내 의외라는 듯 아덴과 단오를 번갈아 쳐다보며 각자의 리액션을 퍼붓기 시작했다.

“오오! 단오! 처음으로 지목받아보는 거 아냐?”

“이야. 의외의 대답이 나왔네?”

“드디어 단오의 라이벌 등장이야?”

“쉽지 않을 걸?”

고정 출연진들이 아주 난리가 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강호혈전의 독보적인 최다 우승자, 최고 강자가 단오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도 단단히 잡힌 근육, 그리고 딱 봐도 한 성깔, 몸 쓰는 일에 관해선 한 자존심 할 것 같은 자신만만한 표정.

지금까지 어떤 출연자도 그를 이기겠다고 공언한 사람은 없었다.

“처음이지 않아요? 5년 통틀어서.”

“아주 용기가 대단한 걸?”

“……처음이죠.”

단오가 픽 웃으며 아덴을 쳐다보았다.

“왜 저를 골랐어요?”

“제일 강해 보여서 골랐습니다. 열심히 한번 해보겠습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아덴을 보며 서도화는 생각했다.

왜긴 왜야. 아까 시비 걸었다고 지목한 거지.

“훈훈~하다!”

이순협이 말했다.

훈훈? 저게 훈훈해 보이는가. 수많은 강자들과 함께하며 눈치 하나는 백단이 된 서도화는 보았다.

단오와 아덴 사이 스파크가 튀는 듯한 환상을.

그래도 이 정도면 무난하게 시비를 받아친 거긴 하다.

뒤집어엎지 않고 방송에 맞게 선전포고로 한 게 어디인가.

거기다 출연진들의 반응을 보니 솔직히 이 토크에서의 흥미 유발은 아덴이 더 잘한 것 같다.

도화의 속마음이 어떻게 되었건, 어느 정도 오프닝 촬영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pd가 게임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 어메스의 아덴 씨, 도화 씨와 함께하는 첫 번째 게임은 바로! 영화를 재현하라! [2인 스턴트 액션 무비]입니다!”

“워어! 오랜만이네!”

“이거 저 되게 좋아하는 게임이거든요.”

“이거 거의 유일하게 철옹이가 잘하는 게임 아니냐?”

“어허! 유일은 아니죠. 유일은.”

“자! 설명하겠습니다!”

pd가 출연진들을 조용히 시키고 게임 규칙을 설명했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둘둘씩 팀을 짜서 제작진이 보여주는 영화의 액션을 재현하면 된다.

물론 이를 지도해주는 액션 선생님이 한두 번씩 개인 지도를 해주며 승자 여부 또한 액션 선생님이 결정한다.

pd는 설명을 끝내고 말했다.

“자, 둘씩 팀을 짤 건데요. 나는 이 사람하고 하면 이길 것 같다!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선택권 드리겠습니다.”

pd의 말에 서도화와 아덴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다른 게스트라면 같은 그룹의 멤버보다 당연히 이런 게임을 몇번이나 해본 강호혈전 출연진과 함께 팀을 이루려고 하겠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었다.

몸을 써서 협동을 이루어야 한다면 당연히 둘이서 함께하는 게 가장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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