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19화 (219/270)

제219화

“그래도 오늘 게스트 분들 오셨으니까. 처음은 게스트 분들이 먼저 팀원 선택하는 걸로 할까요?”

이순협이 서도화와 아덴을 가리켰다.

강호혈전의 게임은 진짜다. 몸을 격하게 쓸 뿐만 아니라 모두가 진심으로 이기려 하니 당연히 게스트가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제작진 측에선 배려차원으로 먼저 게스트와 게임 베테랑 출연진이 한 팀이 될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렇게 해야만 게스트들이 그나마 겨우 승부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되니까.

게스트들도 그걸 아니 보통은 제일 강한 단오나 이순협을 지목해 한 팀이 되곤 하는데…….

“저희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어메스는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한 걸까?

출연진들과 함께하라고 만든 팀원 자유 지목 시간에 아덴과 도화는 둘이 딱 붙어서 게스트끼리 한 팀을 하겠단다.

“…어메스 분들끼리 하시겠다고요?”

너희 괜찮겠니? pd의 걱정 어린 시선과 눈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전히 딱 붙어서 한 팀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아따 패기는 좋은데, 상대가 안 될낀데!”

서도화는 이순협의 말에도 꿋꿋했다.

pd와 이순협이 말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다. 아마 서도화 또한 아덴이 아닌 다른 멤버와 함께 왔다면 당연스레 이순협 또는 단오와 한 팀이 되길 선택했을 거다.

이기고 싶으니까 당연히. 하지만 아덴은 다르다.

아마 몸 쓰는 거 하나는 이들 중 제일 잘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괴물이고 거기다 서도화와 수많은 전투를 함께하며 마치 한 몸처럼 합이 잘 맞는다.

‘몸 쓰는 게임에서 아덴이랑 한 팀이 아닌 건 상상할 수 없지.’

이기기 위해서 아덴과 함께하는 것이다.

“이야, 자신감이 대단한데?”

“형님들 어메스를 얕보지 마시죠. 얘네 체육계 아이돌로 되게 유명해요. 아크로바틱 같은 것도 잘하고.”

원래라면 서도화와 아덴이 왜 한 팀이 되었는지 스스로 이유를 밝힐 때건만.

이때다 싶었는지 막내 지철옹이 끼어들어 어메스에 대한 보충 설명을 이어갔다.

“오오 진짜?”

“아, 공연할 때 막 텀블링 뛰고 하는 애들이 얘네들이야?”

출연진들이 일제히 서도화를 쳐다보며 물었다. 서도화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네! 아마 저희일 겁니다!”

“아마는 뭐야. 그렇게 자신있게 말해놓고!”

이순협은 편안한 말투로 말하곤 서도화의 등을 쳤다. 그의 옆에서 돈 욕심 많은 꼰대 조철성이 턱짓했다.

“그럼 한번 봐줘야지. 보여줄 수 있어요?”

“네!”

서도화는 이번에도 자신만만하게 말하곤 슬그머니 아덴을 앞으로 밀었다.

“어?”

아덴이 영문도 모르는 채 앞으로 나갔고 기대에 찬 눈으로 서도화를 보고 있던 시선들이 당황과 함께 아덴에게로 옮겨갔다.

“네가 안 하고?”

조철성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하도 자신 있게 말하길래 당연히 서도화가 뛰려고 하는가 보다 했다. 아니면 둘이 같이 하거나.

이렇게 당연스레 다른 멤버에게 미룰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서도화가 태연하게 말했다.

“네, 전 그냥 백턴만 좀 하고, 아크로바틱은 얘가…. 얘랑 케이라는 멤버가 잘해요.”

“그럼 도화 씨는 뭘 잘해요?”

“아, 저는 노래를 좀 합니다.”

“맞아. 도화 씨 노래로 되게 유명해요. 형님들 도화 씨 노래 안 들어봤죠.”

“닌! 좀! 조용해봐라!”

이때다 싶어 또 한 번 끼어들던 지철옹이 결국 이순협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내가 도화 씨 노래 안 들어봤을 리가 있나! 얼마나 유명한데!”

음, 말하는 걸 봐선 들어본 적 없군.

서도화가 조용히 생각했다. 그의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었더라면 서도화의 노래 실력을 조명하지 않고 가벼이 넘길 리 없었을 테니.

“자, 그럼 어디 한번 볼까요? 얼마나 잘하길래 그렇게 유명한지. 너무 궁금하다.”

단오가 다시 떠들썩해지는 분위기를 정리하곤 아덴에게 눈짓했다.

얼른 한 바퀴 돌고 들어오라는 의미였다.

아덴이 고개를 끄덕이곤 발목을 돌려 풀었다. 그리고 도움닫기를 시작하는 순간.

서도화가 질색팔색하더니 황급히 소리쳤다.

“야, 저, 적당히!”

하지만 이미 늦었다. 서도화와 출연진, 그리고 제작진들의 고개가 붕- 하늘 높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

이 분위기.

경악스러워서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 이 분위기.

‘저게 진짜.’

서도화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아덴이 간단한 발구르기 후 하늘 높이 뛰어올라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 가볍게 착지했다.

아덴은 하여튼 시비만 걸리면 정신을 못 차린다.

남들 앞에서 현실적이지 못한 기술은 무대 위에서만 사용하라고 그렇게 말했거늘.

차마 저기 두 눈 시퍼렇게 뜬 단오를 후배 된 도리로서 원래 성격이 불같겠거니 넘길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래… 저게 아덴이긴 하지.’

하필 이 스튜디오 천장이 무척 높은 탓에 평소보다 더욱 높이 뛰기는 했지만… 뭐, 이제 아덴이 물리법칙을 벗어난 기술을 선보인다는 건 웬만큼 화제가 되었었으니 괜찮겠지.

서도화는 대충 납득하곤 표정을 바꾸어 아덴이 무척 자랑스럽다는 듯 미소 지었다.

그러나 해탈한 눈빛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이야, 잠깐만 이게 가능해?”

“나도 운동 좀 한 사람인데 혼자서 기구도 없이 저렇게 뛰는 건 쉽지 않은데?”

“이야, 아덴!”

“네?”

“너 운동 좀 했구나!”

조금이라도 상식이라는 게 있다면 저 아크로, 아니 미친놈의 기술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줄 알 텐데.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곳의 분위기는 아덴의 뜀박질 후 요상하게 돌아갔다.

“이야! 너 체육관 어디 다니냐?”

“네? 체육관?”

“우와! 이래 보니까 근육이 탄탄해서 마, 건드리면 터지겠네!”

“무슨 운동 하니 아덴? 외국에서부터 배운 건가? 태권도?”

출연진들은 순식간에 아덴에게 몰려들어 지극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소외된 서도화의 표정 또한 애매해졌다.

강호혈전이란 이름답게 단체로 무협물이라도 먹은 걸까?

너 어느 문파냐? 묻는 것마냥 어디 체육관을 다니는지 묻고 있다.

아무래도 이곳은 평범<예능감<운동 순으로 관심이 돌아가는 곳인가보다.

“네? 하하, 체육관은 다닌 적 없고요.”

“뭐? 체육관을 안 다녀? 내가 다니는데 소개해줄까? 내 친구가 운영하는 곳인데 니 데려가면 상당히 좋아하겠다야.”

“하하, 이건 꾸준한 수련, 그러니까 노력과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죠.”

“아덴아 좀 있다가 니 번호 좀 주고 가래이. 보통이 아이네.”

아덴을 모두가 칭찬한다. 모든 이의 관심이 아덴에게로 쏠린다.

아덴은 관종 용사다. 이런 상황이 즐겁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덴은 출연진들의 관심 속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열심히 제 자랑을 해댔다.

솔직히 서도화도 내막을 몰랐다면 저 일행에 합류해서 어떻게 한 건지 물으며 연신 감탄사를 날렸을 수도 있다.

“자자, 거기까지 하시고.”

아무래도 이 예능 베테랑 출연진들이 운동, 체육, 스포츠 이야기만 나오면 답지 않게 집중을 못 한다.

메인 pd 송학이 출연진들을 재정비시키곤 말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이번 라운드의 심판이자 여러분들의 일일 스승님을 모셔야겠죠? 자, 나와주세요.”

“와아!”

“안녕하십니까.”

출연진들의 박수 세례를 받으며 이번 스턴트 액션에 가르침을 줄 액션학원 원장이 앵글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윤학액션스쿨의 원장 윤학이라고 합니다.”

“와아!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한 윤학의 시선은 카메라 안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한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근데 선생님 어디를 그렇게 보시는, 아까부터 아덴 씨만 계속 쳐다보시네.”

“네? 아하하…….”

이순협의 말에 윤학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힐끔힐끔 아덴을 쳐다보는 게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다.

그런 윤학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이순협이 물었다.

“왜 그렇게 아덴 씨를, 혹시 아덴 씨한테 할 말 있으세요? 팬이라던가.”

“아니, 하하…….”

중년의 눈주름이 기쁘게 접혀 들었다. 윤학은 제 아들이라도 보듯 따뜻한 시선으로 아덴을 보며 단숨에 그의 앞으로 가 악수를 청했다.

“아유 아까 그 공중제비.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는지. 할 수만 있으면 제가 데려가고 싶을 정도로-”

아, 1라운드 분량 큰일인데.

모든 이의 관심이 아덴에게로 돌아갔다. 그 순간 서도화는 위기감을 느꼈다.

물론 2라운드인 노래방 대결에선 서도화가 절대강자에 등극하며 분량을 뽑아대겠지만 그렇다고 1라운드부터 병풍 신세가 될 수는 없었다.

서도화는 작게 숨을 내쉬고 마음을 다잡았다.

‘뭐, 나도 몸을 아예 못 쓰는 건 아니지만.’

댄스 실력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고로 이세계 음유시인이란 노래와 연주만 잘해서는 먹고살 수 없으니.

‘분량 뽑을 정도로는 할 수 있어.’

살아남기 위해 아덴에게 훈련받고 실전으로 구르며 익히던 나날들이 서도화에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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