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23화 (223/270)

제223화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이번에도 아덴 씨랑 한다? 같은 멤버랑 한다? 그건 어… 그건, 그건! 반칙이지!”

“반칙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형님. 근데 좀 그렇긴 하지? 우리랑도 같이 한번 해 봐야지.”

“맞아. 이 좋은 방송에 출연했는데 우리랑 교류도 하고 해야지.”

“와, 형님 텃세 심하시네. 도화야 저 꼰대들이랑 같이하지 말고 나이대 맞는 우리랑 하자.”

“나이대가 맞긴 뭐가 맞아? 너네가 어려 봐야 어메스랑 띠동갑이지!”

어? 분위기 나쁘지 않은데?

서도화는 당혹스러우면서도 슬금슬금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출 수 없었다.

“어쨌든요. 편하기는 우리가 더 편한 건 맞지. 맞지 도화야? 아덴도.”

“와 쟤 봐라. 친한 척하는 것 봐. 너 오늘 여기서 어메스 처음 만났잖아.”

그때 강호혈전 대표 꼰대 조철성이 서도화와 아덴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도화 씨, 아덴 씨. 우리 전화번호 교환할까?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하고. 혹시 목 안 말라-”

퍼억!

어림도 없지! 이순협이 어깨로 조철성을 저리 날려버리곤 투덜거렸다.

“아 이때다 싶어서 꼼수부리기는!”

“아하하…….”

서도화와 아덴은 그냥 민망스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출연진들이 어메스, 정확히는 서도화를 원하고 있었다.

“우와…….”

기분 좋은데?

2라운드가 되면 어쩔 수 없이라도 자신의 분량이 늘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고정출연자들이 나서서 제 분량을 만들어줄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

이걸 위해서 저를 섭외하셨군요. 피디님!

서도화가 저도 모르게 송학 pd를 쳐다보자 송학은 씨익 웃으며 고갯짓했다.

승부욕 강한 사람들이 노래 대결에 서도화를 원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로인해 아덴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서도화가 거의 예비 우승자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우락부락한 고정 출연진들 사이에 둘러싸여있는 서도화는 그것으로 주목받을 것이고, 1라운드에서 액션 스쿨 선생님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관심을 듬뿍 받았던 아덴이 반대로 소외당하며 또 하나의 웃음거리를 만들어낸다.

예능감 없는 신인들이 상황만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분이리라.

“…….”

아덴이 조용히 서도화를 쳐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뭐가 그렇게 불안하고 긴장되는지 바짝 얼어붙어있던 서도화가 출연진들 사이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우리랑 같은 팀 하자. 도화 씨.”

“아 형님 진짜 치사하다. 우리 진짜 한번만 이겨보자. 도화 씨, 우리 팀 하면 내가 어떻게든 이기게 해줄게.”

어떻게든 서도화를 자신들의 팀에 끼워넣으려고 있는 대로 감언이설을 펼치고 있다.

아덴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꽉 주먹을 쥐었다.

아니 뭐, 노래나 쇼맨십은 확실히 서도화가 좋으니까 자신이 외면받고 서도화에게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지.

이젠 꽤 익숙해졌다. 무대 위에서, 카메라 앞에서의 관심이야 어메스 중 누가 받든 받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아덴의 신경을 거스른 건 그런 알량한 소외 따위가 아니었다.

“흠!”

아덴이 불퉁한 얼굴로 척척 서도화의 앞으로 향했다. 그러곤 그를 둘러싼 출연자 사이를 파고들며 말했다.

“야, 너 설마 아니지? 에이, 나랑 할 거지?”

“뭐?”

서도화가 황당해하며 되묻자 아덴이 ‘뭐.’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아덴의 눈에 거슬리는 건 자신에 대한 관심이 서도화에게로 옮겨간 게 아니고 서도화가 저쪽 세계 동료들도 아니고 어메스도 아닌 약해빠진 출연진들에게 포섭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도화는 어메스다.

그런 그가 어메스 멤버이자 진정한 동료, 친우인 자신을 두고 다른 팀을 한다?

이건 배신이다.

“엥? 아덴 씨, 이번에는 다른 팀 해야지! 게임하는 내내 같은 어메스 멤버들이랑 할 거야?”

단오의 물음에 아덴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도 이기고 싶어요.”

“와 이분 그렇게 안 봤는데 되게 승부욕 있으시네?”

“도화만큼 노래 잘 부르는 애 없어요.”

그러곤 서도화를 어르고 달래듯 말했다.

“야, 우리 어메스잖아.”

“에이! 그건 비겁하지! 어메스를 들먹이는 건 비겁하지!”

“쓰읍! 다 나와! 선배가 어? 팀 하고 싶다는데! 어?”

“선배 그런게 어딨습니까! 게임에!”

“저, 저!”

아찔하다.

서도화는 계속되는 정신없음에 눈을 감았다 떴다.

‘아덴아…….’

다른 출연자들은 예능을 위해 반쯤 농담으로 다투는 거라면 아덴은 진심이다.

표정을 보면 안다. 아덴은 웬만한 일엔 쪼잔하게 굴진 않지만 동료의 배신, 동료를 뺏기는 일엔 무척 민감하게 굴었다.

그놈의 마왕이 진정한 동료인 척 굴었다가 배신하는 바람에 생긴 일종의 트라우마다.

서도화는 목덜미를 긁적이며 영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출연자들과 경쟁하는 아덴을 쳐다보다 말했다.

“이거 팀은 제가 정하면 되는 건가요?”

“어? 어어! 그렇지 얼떨결에 도화 씨가 선택하는 모양새가 되었네.”

서도화는 잠시 망설이다가 획 아덴을 외면하며 이순협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아덴의 얼굴에 어마어마한 절망과 실망감이 들어찼다.

그뿐만 아니고 서운함, 서러움, 슬픔, 배신감 등등 오만가지 감정이 드러났지만 서도화는 이를 외면하곤 이순협에게 웃어보였다.

“이야! 도화 씨가 보는 눈이 있네! 이 친구 괜찮은 친구네.”

“하하, 맞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쩌겠는가. 아덴에게도 서도화에게도 예능에 출연한 이상 최대한 자신에게 도움이 될 팀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애초에 이미 고정출연진들은 자기들끼리 팀을 나누었고 서도화와 아덴만 정하면 되는 상황이라 의지가 있다고 한들 같은 팀 못한다.

“허 참! 도화 씨 후회할 거예요.”

“아니야아니야. 우리는 아덴 씨로도 괜찮아.”

“아덴 씨, 우리 복수하자. 무조건 이지는 거야.”

“……네.”

“어? 근데 아덴 씨, 갑자기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도화 씨랑 같은 팀 안 된 게 그렇게 섭섭해?”

“네에…….”

“아유, 어차피 같은 팀 못 하는데 뭣 하러 마음 아프게 경쟁에 끼어들었어~”

“네?”

출연진들이 넋나간 듯 처량해진 아덴을 위로했다.

그러는 사이 송학 pd는 오히려 이런 어수선한 상황이 좋다는 듯 소리쳤다.

“자! 이제 팀을 나누었으니 각 팀이 부를 곡을 선곡해 연습할 시간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선곡은 자유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제작진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팀이 승리입니다. 그럼, 30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30분. 무언가 전략을 짜고 연습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서도화를 포함한 출연진들은 송학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찢어져서 선곡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     *      *

촬영이 진행되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마련된 작은 회의실.

서도화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출연진들의 눈치를 보았다.

서도화와 함께 팀을 이룬 사람은 이순협, 단오, 지철옹 총 4명이다.

이순협과 단오야 업계의 굵직한 거물들이도 막내 지철옹은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센스가 있는 편이니 그럭저럭 선곡은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뭐하나 우리…….”

“뭐, 그, 아는 노래 있냐?”

“요즘 유행하는 노래 뭐 있나?”

“요즘 유행하는 노래요? 아우 당연히 우리 어메스의! ……잠시만요. 형님.”

지철옹이 서둘러 휴대폰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

서도화는 웃고 있지만 식은땀이 삐질삐질 빠져나왔다.

강호혈전의 막내 지철옹의 나이가 올해로 서른여덟이다.

막내라고 해도 어린 게 아니고 트렌드를 잘 안다고 해도 강호혈전의 멤버들끼리 비교했을 때의 말이다.

“그거 뭐더라. 아아, 제목이 그……. 어메스의…….”

지철옹이 아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 크레센도를 흥얼거렸다.

“크레센도요?”

“아! 그래! 어메스의 크레센도!”

요즘 무슨 노래가 유행하는지 대충 알고는 있지만 제목이나 그룹 이름은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즉 이 출연진들은 어떤 노래를 선곡해야 촬영분이 방영되었을 때 사람들이 즐거워할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유행하는 노래는 불러볼 작정이겠지.

단오가 서도화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뭐?”

“우리 팀 4명이잖아요. 인원도 저쪽 팀보다는 많고. 아이돌 곡 부르는 겁니다. 춤까지 추면서.”

“우리 어메스처럼?”

이순협이 서도화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네, 어메스처럼. 어쨌든 막 실력 좋게 잘하는 게 아니고 웃기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에이, 형님. 어메스 곡은 안 됩니다. 어렵습니다. 우리 허리 나가요.”

“엥? 그렇게 어려워?”

“보실래요?”

지철옹이 제공된 노트북으로 어메스의 크레센도 무대 영상을 틀어 보여주었다.

“아…….”

텀블링에 격한 안무. 설렁설렁으로도 따라할 수 없는 난이도. 웃기기라도 하겠다고 열심히 하다간 어디라도 관절이 나갈 것이다.

“그럼 다른 아이돌 노래하면 되지. 도화 씨 아는 노래 있어? 할 만한 거.”

“아, 어…….”

서도화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노래? 아이돌 노래를 고르는 거야 쉽지.

하지만 그게 재밌을까?

‘애매한데.’

물론 다른 출연자들의 모습은 재밌을 거다. 어떻게든 춤 춰 보겠다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배 아플 정도로 웃기겠지.

하지만 그게 자신에게는 도움이 될까?

서도화는 그냥 평소 하는 걸 하는 것뿐이라 그리 새로운 모습은 보이지 못할 텐데?

‘이건 안 돼.’

재미는 있을지언정 서도화에겐 도움이 안 된다.

재미있으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일 만한 다른 걸 찾아야한다.

대화를 나누는 출연자들 사이 한참 고민하던 서도화가 입을 열었다.

“저기, 아이돌 곡 말고 다른 걸 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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