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24화 (224/270)

제224화

“다들 준비 되셨습니까?”

“네엡!”

송학 pd의 물음에 힘찬 대답이 돌아왔다. 양 팀 모두 무엇을 준비했는지 무척 자신 있는 얼굴이었다.

“자, 그럼 어느 팀부터 할 지. 양 팀의 대표 두 분이 나오셔서 가위바위보로 선공을 정하도록 할게요.”

“어어! 좋아!”

각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두 사람 이순협과 김적장이 앞으로 나와 서로에게 주먹을 들이밀었다.

“자신 있나 적장아!”

“허! 당연히 자신 있죠 형님! 근데 왜 형님이 나오십니까?”

“뭐?”

이순협이 뭔 소리냐는 듯 보자 김적장이 도발하듯 거만을 떨며 말했다.

“형님 가위바위보 엄청 못 하잖습니까.”

“…….”

이순협이 입을 다물었다. 그가 말문이 막힌 채 당황하자 고정출연진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아무래도 이순협은 가위바위보에 매우 약한 모양이었다.

“내가 뭐 어때서! 지금까지는 운이 안 좋았던 거뿐이다!”

“형님, 가위바위보는 운이 실력인 거 아닙니까?”

“……이것들이!”

이순협은 자신을 놀리는 출연진들에게 버럭버럭 소리쳤지만 사실 본인도 이길 자신이 없었는지 한층 기죽은 얼굴로 자신의 팀원들을 돌아보았다.

“뭐… 너네가 할래?”

“아이 저 형님 또 저러신다!”

이순협이 드물게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야, 내가 했다가 지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건 그렇죠. 누가 할래?”

단오의 물음에 지철옹이 당연스레 서도화의 등을 밀었다.

“이런 거는 또 우리 도화 씨가 해줘야지.”

“예? 예에?”

“도화 씨 가위바위보는 좀 하나?”

서도화는 단오의 말에 대답하기 전부터 이미 앞으로 나가 김적장의 앞에 서 있었다.

“저도 잘 못하는데…….”

서도화도 사실 그룹 내에서 가위바위보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그가 자신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김적장이 껄껄 웃더니 자신도 뒤를 돌아 아덴에게 이리오라 손짓했다.

“아 우리도 질 수 없지. 아덴 씨!”

“네.”

아덴이 조용히 서도화의 앞에 섰다.

“어메스끼리 한번 해봅시다.”

“도화야. 믿는다잉.”

“도화 파이팅! 이겨라!”

“아덴 씨 절대 안 지지!”

양 팀이 치열하게 응원을 하는 동안 서도화는 체념의 미소를 지었다.

‘아 지겠네.’

원래도 서도화는 가위바위보가 약한 편이었다. 거기다 솔직히 운도 그다지 안좋다.

그에 반해 아덴은?

‘주인공이잖아.’

아덴은 주인공. 그 존재만으로도 있는 운 없는 운 다 끌어 모으는 놈이다. 그리고 솔직히 저놈이라면 동체시력으로 뭘 낼지 미리 맞춰서 이길지도.

그런 사람을 서도화가 어떻게 이기겠는가?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가위! 바위! 보!”

아 역시.

서도화는 간단히 져버렸다.

당연한 결과이긴 하지만. 서도화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팀원들에게 다가갔다.

“죄송해요. 사실 저도 그다지 잘 못해서.”

“아, 괜찮아. 괜찮아.”

승부욕이 대단한 사람들이니 분명 눈치 엄청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팀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도화를 토닥여주었다.

“어차피 우리가 이겨.”

팀원들이 자신감에 차서 활짝 웃었다.

그래, 이긴다.

어떤 순서든 어떤 노래든 상관없이 무조건 이긴다.

왜냐고?

당연히 이 팀에 서도화가 있기 때문이다.

연습을 하는 동안 서도화의 노래를 몇번이나 들었다.

들을 때마다 한결같이 가슴을 울리더라. 오죽하면 감성따위 매마른지 오래인 이순협이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평소 노래에 전혀 감흥을 못느끼던 이순협이 이럴 정도인데 제작진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난 이제 어메스에 대해 좀 알겠어.”

단오가 말했다.

“어메스 멤버들은 무언가 하나라도 약간 극단적으로 잘하는 애들이네. 맞지? 도화 씨.”

“와.”

서도화가 양 엄지를 추켜들었다.

“완전요.”

극단적.

이보다 어메스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멤버들은 무엇이든 극단적으로 잘하거나 극단적으로 못했다.

아덴이 텀블링을 잘하는 대신 사회성이 부족하고 주상현이 춤을 잘 추는 대신 자신감이 부족하고, 서도화가 노래를 잘 부르는 대신 의욕이 쉽게 꺾이는 것처럼.

멤버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 대해선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한다.

그래서 사실 서도화도 가위바위보는 져도 노래 대결에서 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 팀이 무엇을 준비했다고 해도.

‘반드시 이긴다.’

“그럼 이긴 팀, 누가 먼저 할지 정해주세요.”

“저희ᄀᆞ 선공하겠습니다.”

“오오. 선공? 당연히 뒤에 할 줄 알았는데.”

서도화의 실력이 엄청나다는 걸 아덴 팀 또한 연습을 하는 동안 느꼈을 거다.

그러니 당연히 서도화의 노래가 끝난 후 제작진들이 느낄 여운을 조금이라도 끊기 위해 후공을 선택할 줄 알았는데.

“쯧쯧. 아니죠. 아니죠.”

김적장은 뭘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조금이라도 감명을 남겨야하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서도화 팀에 묻힐 바엔 먼저 해서 작은 임팩트라도 남기는 편을 택하겠다.

서도화가 노래를 부르면 뒷팀의 공연이야 흥미조차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너무 방심하지는 마시죠. 우리 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첫번째 팀부터.”

송학 pd의 말에 김적장, 조철성, 아덴이 잠시 촬영장 밖으로 빠지더니 의상을 바꿔입고 마이크를 하나씩 집어들고 자세를 잡았다.

“……어?”

저 자세, 저 복장은?

서도화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이순협이 피식 웃으며 속닥였다.

“도화 말대로 하길 잘했네. 겹칠 뻔했어.”

저쪽 팀이 시작 자세를 잡자마자 서도화의 팀원들은 저들이 무슨 준비를 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천으로 가리고 그 난리를 치더니.”

그게 댄스 연습을 위한 가림막이었을 줄이야.

곧 스피커를 통해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들이 준비한 건 어메스의 크레센도.

아까 전 회의 때 서도화 팀도 고려를 했던 곡이다.

‘사람 생각하는 거 다 똑같네.’

아덴은 선배들이 하자는 대로 따르며 저들을 지도했겠지.

아덴을 비롯한 상대 팀원들이 한껏 치명적인 표정을 지으며 어메스를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당연히도 어메스의 곡을 연습하기에 30분은 무척 짧은 시간이었을 테니 엉망진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도화는 저들을 보며 연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춤이야 보기 민망할 정도로 못하지만 대신 보는 사람이 숨 찰 정도로 열심히 굴렀다.

텀블링 대신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춤도 아덴을 힐끔거리며 최대한 열심히 췄다.

거기다 저들은 춤을 따라 하지 못하는 대신 멤버들의 무대 위 표정이나 습관을 따라하며 최대한 분석했음을 어필했다.

이를 테면 서도화 특유의 몽롱한 표정이나 케이의 조금은 어색하고 굳어있는 표정 등등.

보기 민망할 정도로 똑같이 따라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제작진들도 서도화팀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저들을 보며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대놓고 웃기겠다고 몸을 불사지르는 출연진도, 그들과 함께하며 드물게 곤혹스럽고 애간장 타는 기색을 보이는 아덴도 전부 웃겼다.

서도화의 입장에선 특히 아덴이 너무나 웃겼다.

아덴이 언제 남을 케어해봤겠는가. 자기가 케어당했지.

그렇게 아덴 팀의 차례가 끝난 후, 곧바로 제작진의 점수가 매겨졌다.

“첫 번째 팀의 공연이 내가 생각하기에 무척 감명 깊었다 하는 제작진들은 가지고 있는 동그라미 팻말을 들어주세요. 하나, 둘, 셋!”

“이야! 역시!”

김적장과 조철성이 감격한 듯 크으, 감탄사를 연발하며 제작진들에게 연신 엄지를 들어보였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구르고 구른 덕분에 표 수가 꽤 많았다.

“이 정도면 기대해도 되지 않아?”

“그러니까요! 이 정도면 쓰읍, 우리 저쪽 팀에 비빌만 한데?”

아덴 팀의 출연진들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그러나 이순협과 단오가 하찮다는 듯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디 한번 해보든가.”

당연스레 서도화의 어깨에 두 사람의 팔이 둘러졌다.

서도화가 있는 이상 이 팀은 무적이라는 소리였다.

서도화에 대한 팀의 기대가 이다지도 높으니 당연스레 서도화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 지면?’

반드시 이긴다고 호언장담했는데. 막상 저들의 공연을 보니 안될 것같기도 하고.

늘 승부에는 만에 하나라는 게 있지 않은가? 분명 이기는 싸움이었는데 지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방금 전 봤던 그 공연은 충분히 역전을 노려볼 만한 공연이었으니.

“도화 씨, 너무 긴장하지 말고 하던대로만 해.”

긴장하는 그의 곁에서 팀원들이 속삭였다.

“쟤네만 웃겨? 우리도 웃겨. 우리가 분명히 이긴다.”

“네!”

서도화가 비장하게 대답했다.

“그럼 두번째 팀 공연 준비하러 이동해주세요.”

“네.”

송학 pd의 지시가 떨어지고. 서도화 팀은 준비를 위해 세트장 바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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