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29화 (229/270)

제229화

그로부터 며칠 뒤 서도화와 아덴이 출연한 강호혈전이 방영되었다.

대중들의 반응? 당연히 뜨거웠다.

애초에 꼭 어메스가 아니라도 매번 새로운 회차가 방영될 때마다 연신 화제가 되는 인기를 자랑하던 방송이 아니던가.

그런 방송에서 베테랑 출연진들 사이 두각을 드러내는 게스트의 존재는 당연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선공개 영상의 여파 덕분인지 2라운드와 3라운드의 순간 시청률이 상당히 높았고 클립 영상의 너튜브 조회 수는 강호혈전 방송 5년치를 통틀어 최단 시간 300만 뷰를 이루어냈다.

2라운드는 고정출연진의 분장을 불사하는 노력과 서도화의 노래가, 3라운드는 단연 서도화의 미친 반칙이 큰 반응을 일으켰다.

거기에 소소하게 아덴의 텀블링과 두 사람이 합을 맞춘 검술 영상도 인기가 있었으니, 이 정도면 성공적인 방송 출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강전 5년이나 보면서 하다 하다 발판 뜯어내는 사람은 첨 봄ㅋㅋㅋㅋㅋㅋㅋ

-08:21 ???:이기고 싶다면 싸우지 말고 발판을 제거하세요

-이분 노래 부르는 것만 보고 예능은 첨 봤는데 상상 이상의 ㅁㅊㄴ이었네;;

-ㅋㅋㅋㅋㅋㅋ아이돌 출연한다길래 기대 하나도 안 했는데 강전보다 오랜만에 쳐웃음

-ㄹㅇ분량 경쟁 시작한 뒤로 게스트가 이 정도로 활약하는 거 간만에 보는 듯

-08:20 송학 피디 웃는 거 여기까지 들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메스를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까지 확실한 임팩트를 주었을 정도니 어메스의 팬인 고요들의 반응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솔직히 덴이는 예상했다 근데 설마 도화가 이렇게 잘할 거라곤 생각 못 해서 나 지금 좀 당황스러움;; 아니 님들… 우리 애가 발판을 뽑았다구요;;;;;;

-고요들 단체로 흐뭇하게 멘붕한 거 개웃김

예상: 아덴이 활약하고 도화가 식은땀 흘리며 수습하는 서도화식 체험 삶의 현장

현실: 도화가 발판 뽑고 아덴이 즐겁게 구경하는 평화로운 강호혈전

-봤냐 유제이야! 우리 애들이 어디 내보내기 불안해서 그렇지 이렇게 예능을 잘한다. 그러니 앞으로 한 달에 두 번은 예능 출연시켜라 이건 명령이다

-리다와 친구의 고통을 체험해보는 뭐 그런 거

(2라운드의 아덴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강호혈전 출연진들을 수습하는 영상.avi)

그러나 이런 뜨거운 반응에도 정작 유제이와 어메스는 침착했다.

아니 사실 내외적으로 강호혈전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기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지만 들뜰 시간이 없었다.

고요들이 오랜만에 보는 어메스에 행복해할 때도 어메스는 컴백 앨범 준비로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 *  *

빠듯한 일정 안에서 새 앨범 준비 잘 진행되어갔다.

앨범에 수록될 곡들의 녹음이 끝나고 안무 연습도 시작되었다.

이번 2집 타이틀곡의 이름은 ‘Tear’.

‘Tier’와 발음이 비슷해 중의적인 의미로 지어졌다.

1집에서 보여주었던 재난, 혁명, 빌런스러운 스토리를 이어가는 컨셉이며, 거칠면서도 트렌디한 곡이다.

곡을 통해 보여줄 이미지도 컨셉도 안무도 모두 완성된 상황.

오늘은 컴백 준비의 화룡점정. 뮤직비디오 촬영 날이다.

달칵- 달칵-

주상현이 작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 손을 흔들었다.

“고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그에 주상현의 옆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던 서도화와 케이가 동시에 화들짝 놀라며 주상현을 돌아보았다.

“깜짝이야! 뭐야?”

“상현, 무언가를 할 거면 말을 하고 시작해라. 심장 떨어질 뻔했다!”

케이의 말에 서도화가 획 그를 보며 씨익 웃었다.

“심장? 시임장?”

“…….”

“어유 심장이 떨어질 뻔했어? 케이?”

저 미친놈.

케이가 서도화를 흘겼다. 옛날엔 서도화에게 눈길만 줘도 기겁하며 아덴의 뒤로 숨어버리던 놈이.

이곳 세계로 넘어온 뒤 아주 기어 오른다.

문제는 그런다고 해도 이젠 케이에게 그를 징벌할 힘이 없다는 것이지만.

다만 케이에게도 아예 반격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하다못해 저 싱글벙글 재밌어 죽겠다는 악마 같은 얼굴을 찌그러트릴 방법은 있다.

“도화, 너 갈수록 아덴과 닮아가는군. 역시 친구라 그런가?”

“…….”

케이의 말에 서도화의 표정이 단번에 가라앉았다.

닮아? 내가? 그 사이코 아덴과?

무슨 끔찍한 소리를.

케이는 서도화의 찌푸려진 표정을 보며 씨익 웃었다.

사이가 좋기만 한 줄 알았더니. 서도화는 의외로 아덴과 자신이 닮았다는 말을 무척 싫어했다.

“오오, 오늘은 웬일로 케이 형이 이겼네?”

서도화가 입을 다물자 주상현이 씨익 웃으며 두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여러분, 여기는 어디고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죠?”

“오늘 비하인드 카메라 촬영은 상현이가 하는 거야?”

서도화가 주상현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하자 주상현이 뿌듯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중에서 나 말고 할 사람이 사실 없죠!”

주상현이 카메라를 보며 거들먹거리다 두 사람에게 얼른 대답하라는 듯 카메라를 한번 들었다 내렸다.

서도화가 케이의 등에 손을 올렸다.

“오늘은 우리 케이 씨가 말씀해주시죠.”

“내, 내가?”

“어. 한번 해주시죠.”

평소라면 당연히 이 중에서 그나마 말을 잘하는 서도화가 했을 터다. 하지만 이제 데뷔한 지도 1년.

슬슬 이세계에서 온 멤버들도 혼자서도 길게 멘트를 이어나갈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케이는 그걸 왜 나한테 시키냐는 투로 서도화를 쳐다보다 카메라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는…….”

“형 왜 졸린 목소리야? 졸려?”

“뭐? 아닌데…….”

케이는 목을 다듬고 다시 한번 말했다. 이번엔 아까보단 자신감 있는 말투였다.

“여기는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입니다.”

“오 네네.”

“…….”

“…….”

그게 끝?

서도화가 한숨을 쉬며 케이의 뒤에서 속삭였다.

“2집 타이틀곡 티어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대기 중입니다.”

“…….”

아주 가까이서 들리는 서도화의 목소리에 케이가 움찔하더니 이내 미묘한 표정으로 서도화의 말을 따라 했다.

주상현이 낄낄 웃으며 질문했다.

“오오, 이번 뮤직비디오는 어떤 내용인가요?”

“뭐? 사, 상현, 그걸 말해도 되는 건가? 스포가 아닌가?”

당황하는 케이의 뒤에서 서도화가 다시 한번 속삭였다.

“어차피 뮤직비디오 공개된 후, 아니면 공개되기 직전에 나올 영상이라 괜찮아.”

“도화! 비겁하게 뒤에서 속닥이지 말고 당당히 나와서 말하거라!”

서도화가 순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는 여기서 널 돕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케이.”

케이가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허둥지둥 말했다.

“그… 빌런들이 활동을 시작하고 이 세계의 사람들은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오 그래요?”

“아닌가?”

“네?”

주상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본인이 말해놓고 저렇게 확신이 없어?

그때 서도화가 또 케이에게 속닥였다.

“케이야. 꾸며서 말할 필요 없어. 고요분들이 보시는 거잖아? 솔직하게 말하면 돼.”

“도화 형, 무슨 케이 형 세뇌하는 것 같아. 하학!”

“뭘… 솔직하게 말하라는 거지? 난 그냥-”

“사실 잘 모르겠다고 우리도 내용 이해 제대로 못 했다고 솔직히 말해도 돼. 고요 분들은 이해해 줄 거야.”

“아, 속삭이지 말라고 했잖은가! 진짜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너무 심오합니다.”

서도화가 통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희도 사실 전부 이해하진 못했지만 이번 뮤비는 세상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무너트리는 사람들의 대립을 보여주는 그런 멋진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지난 1집에선 세상이 무너져가는 모습과 그럼에도 살아남은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뮤직비디오는 살아남은 자들이 뭉쳐 빌런과 대립하는 이야기다.

상당히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이지만 올곧고 바른 이미지보단 야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어메스가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주상현이 카메라 든 손의 방향을 바꾸곤 카메라 앞으로 나왔다.

“여러분 곡은 물론이고 비주얼적으로 아주 대단한 뮤직비디오가 나올 테니까 기대해주세요.”

서도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회사에서 저번 1집 뮤비 반응이 너무 좋다 보니까 이번에 거의 영혼을 갈아 넣어서 준비했다고 하더라고.”

어메스의 뮤직비디오는 국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었지만 그 이상으로 해외 k-pop 팬들 사이 화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엄청난 유입과 수익, 성과를 맛본 유제이였던 터라 이번 뮤직비디오 또한 엄청난 투자를 받았다고 했다.

뮤직비디오 컨셉 회의할 때 직원들의 의지가 얼마나 불타올랐는지 모른다.

“어메스! 세트장 안으로 들어와 주세요!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세 사람은 제작진의 외침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여러분 그럼 저희 촬영 잘 하고 올게요! 지켜봐 주세요!”

“안녕!”

카메라는 이병수에게 건네졌고 멤버들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세트장으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