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33화 (233/270)

제233화

서도화와 아덴, 주상현이 촬영하는 장면은 그냥 대화 씬이다.

아덴과 주상현이 서도화에게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는 씬.

다만 촬영에 신경 쓸 부분이 있다면 서도화는 아직 두 사람을 믿지 못해 설명하기를 망설여야 하고, 주상현은 서도화를 믿지 못해 크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덴은 어지간히 기 싸움 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난감해하며 대화를 진행시켜야 하고.

“……누구라도 말 좀 하지 그래? 촬영 중인데 대화는 해야지.”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셋 사이 서도화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촬영은 이미 시작되었다. 어차피 대화 소리는 음악에 덮일 것이기 때문에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막상 대화하라고 자리 깔아주니 아무도 입을 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세 사람의 사이가 어색한 게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세 사람이 맡은 역할이 하나같이 실제 본인과는 반대되는 성격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말수 없는 서도화는 설명을 위해 열심히 말해야 했으며 사교성이 좋아 누구에게나 살가운 주상현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서도화의 말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야 했다.

정작 시비 하면 일가견 있는 아덴은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상현과 서도화의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이니 서로 제 캐릭터에 대해 감도 잡지 못하고 어영부영 촬영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형이 먼저 이야기하시던가 그럼!”

주상현이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툭 말했다.

“얘들아 싸우지 마.”

아덴이 상당히 경직된 억양으로 말했다. 국어책도 이것보단 자연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내가 먼저?”

서도화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

멤버들이 할 말이 없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차 서도화가 슬쩍 말을 꺼냈다.

“요즘 우리 케이가 조용해서 걱정이야.”

역시 할 말이 없을 때는 케이 이야기를 꺼내는 게 최고지.

“헐! 그거 나도 느꼈어. 요즘 케이 형 좀 조용하지.”

“조용해진 건가? 그거 그냥 드디어 현실과 타협을 본 거 아니야?”

“엥? 현실과 타협을 봐? 케이 형이 애니메이션을 끊었다는 말이야?”

서도화의 말에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 멤버들의 말문이 트였다.

“아니 그것보단 고민이 있는 게 아닐까…….”

서도화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아덴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그럼 오늘 숙소 가면 한번 물어보자. 고민이 있으면 멤버들이 힘이 되어줘야지.”

오. 아덴이 케이에 대해 이런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니. 서도화는 내심 감탄하며 심각한 표정을 풀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불만스러운 얼굴로 줄곧 듣고 있던 주상현이 벌떡 일어나며 서도화에게 삿대질했다.

“정말 좋은 생각이야! 케이 형은 나를 제일 좋아하니까! 내가 물어볼게!”

협조적인 말과는 달리 표정은 비협조적이다.

아마 후에 나올 뮤직비디오에선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세 사람과 그 와중 외부인인 서도화를 경계하며 공격적인 주상현, 거기에 맞받아치는 서도화의 모습을 보게 되겠지.

“그래, 상현이가 한번 물어봐. 케이가 너는 귀여워하더라.”

서도화의 말에 주상현의 입꼬리가 움찔움찔 하다 대본대로 획 고개를 돌려 문으로 향했다.

“아! 못 들어주겠네!”

그러곤 나가버렸다. 이를 아덴이 걱정스레 바라보는 것으로 세 사람의 첫 촬영이 끝났다.

그 이후 서도화와 아덴 둘이서 대화하는 장면, 서도화가 한야를 데려와 소개하며 협력을 약속하는 장면까지 촬영하며 스토리와 관련된 부분의 모든 촬영을 마쳤다.

*     *      *

다음날도 어김없이 뮤직비디오 촬영이 이어졌다.

“아, 죽겠다.”

서도화가 퀭한 눈으로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마치 거하게 술을 마신 다음날의 모습 같지만 사실 제대로 잠을 못 자서 그렇다.

새벽해가 뜰 때까지 이어지던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씻고 잠이 들었다. 그러곤 몇 시간 채 자지도 못하고 다시 촬영 장소로 향했다.

그 덕에 개인 촬영을 하느라 애쓴 케이는 물론이고 웬만해선 피곤한 티를 내지 않는 한야나 아덴까지 얼굴이 퉁퉁 부은 채 잠에 취한 채로 메이크업을 받았다.

서도화는 멍하니 있다 다가온 비하인드 캠 속 제 얼굴을 확인했다.

“아 너무 가까이 오지 마세요. 저 다크서클 티 안 나요?”

오늘 아침 눈가가 얼마나 퀭하던지 서도화도 놀랐고 메이크업을 해준 샵의 실장도 놀랐다.

-아니 그 잘생긴 얼굴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돼?

웬만해선 예쁘다 잘생겼다 귀엽다 칭찬만 해대는 샵의 실장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정말 심각한 상태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런고로 비하인드 캠이든 뭐든 지금은 카메라가 얼굴 가까이 오는 게 극도로 꺼려졌다.

“괜찮은데요? 왜요?”

카메라를 든 스태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아니에요. 오늘 얼굴에 피곤함이 보이지 않아요?”

“잘생겼는데요?”

“…….”

서도화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스태프를 흘기자 스태프는 가볍게 웃고는 서도화에게 카메라를 넘겨주었다.

“그럼 오늘은 도화 씨가 멤버들을 카메라에 담아주세요.”

“아, 네.”

“부탁드릴게요!”

오늘의 셀프캠 담당은 서도화가 되었다.

서도화는 카메라를 받아들고 다시 한번 화면 속 제 얼굴을 확인했다.

‘화면으로 보니 크게 티는 안 나나.’

아니 그래도 피곤한 게 보이기는 한가?

어쨌든 이런 상태로 안무 촬영과 립 촬영을 해야 하기에 상당히 신경 쓰였다.

서도화는 마음에 안 드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돌리곤 멤버들에게로 향했다.

서도화와 마찬가지로 퀭한 얼굴을 한채 대화를 나누던 멤버들은 카메라가 들이밀어지자 고개를 뒤로 빼면서도 카메라에 손을 흔들었다.

“오, 안녕~. 오늘은 도화 형이 촬영하는 거야?”

“어어, 여러분 가까이 가서 찍어도 되겠습니까?”

“아니!”

“에이, 안 돼.”

서도화의 물음에 멤버들이 일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금 더 뒤로 물러났다.

거기다 케이는 한 술 더 떠선 흙바닥에 발로 선을 그어놓곤 눈썹을 까딱이며 말했다.

“이 선을 넘어오지 마라!”

“왜?”

“오늘 내 아름다움은 딱 그 거리에 있어야만 느낄 수 있으니!”

“얼굴이 부었다는 말이지?”

서도화가 빠르게 말을 해석해 되묻자 케이가 움찔거리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도 이젠 자신이 아이돌이라는 자각이 생겼는지 카메라에 못생긴 모습은 찍히기 싫어했다.

한야 또한 케이의 말에 동의하는지 냉큼 서도화 몫의 의자를 밀어 선 밖으로 넘겨주었다.

“와… 한야 형까지 나랑 이렇게 거리를 두는 거야?”

서도화는 별 감흥 없는 톤으로 섭섭함을 드러내곤 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멤버들의 얼굴이 아주 잘 보이도록 줌인해버렸다.

“도화야 우리 지금 카메라에 어떻게 찍혀?”

한야의 물음에 서도화가 캠코더 화면을 확인하곤 말했다.

“화면에는 그럭저럭 괜찮게 찍혀.”

“아 우리 큰일이다. 단체로 얼굴 부은 채로 촬영하겠네.”

주상현이 속상하다는 듯 울상을 지으며 말하자 아덴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주상현을 가리켰다.

“지가 제일 멀쩡하면서 이런다. 얘는 사람이 어떻게 자고 일어났는데 붓지를 않냐?”

“아냐 그래도 화면에선 진짜 다들 괜찮아 보여. 피곤한 표정만 어떻게 하면 뭐.”

서도화가 대충 멤버들을 진정시키곤 말했다.

“여러분 멤버들이 왜 이렇게 걱정하냐면요. 뮤직비디오 이틀째인데 단체로 딥슬립하는 바람에 얼굴이 부어서 이래요.”

그러곤 한야에게 카메라를 돌렸다.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오늘은 무슨 촬영을 하는지, 우리 리더 한야 씨께서 설명해주시죠.”

“네, 오늘은 우리 타이틀곡 티어의 첫 안무 촬영을 하는 날이죠.”

“예에!”

“참고로 이번 티어의 안무가 상당히 잘 뽑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가요?”

서도화의 질문에 한야가 케이를 가리켰다.

“그건 케이 씨가 말해줄 겁니다.”

“어…….”

서도화가 케이의 당황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케이 씨, 이번 안무 어때요?”

“이번 안무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케이는 이번만큼은 할 멘트가 정말로 생각나지 않는지 난감해하다 제 옆에 있는 아덴에게 바톤을 넘겨버렸다.

“이, 이번 안무는 아덴의 활약이 컸습니다. 아덴? 이번 안무 어땠지요?”

“뭐? 나?”

아덴은 잠시 당황하다 이내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냥 제 생각을 말하자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어메스 그 자체를 표현하는 안무가 아닌가 싶어요. 동작 하나하나가 거칠고 자극적이고, 공격적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 안무를 봤을 때 어느 곳 하나 감탄사가 안 나오는 구간이 없었어요. 보통은 포인트가 될 부분에만 호응이 나오잖아요? 그런 느낌을 쉴 새 없이 느낄 수 있는-”

나름 진지하게 대답하는 아덴. 서도화는 이런 아덴을 찍으며 천천히 줌을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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