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37화 (237/270)

제237화

너튜브에 올라갈 이벤트용 영상이고 당연히 보는 사람도 고요들 뿐이니 멤버 모두 큰 부담은 없었다.

“다들 준비됐어?”

“네!”

어메스 멤버들은 감독의 물음에 힘차게 대답하곤 지시에 따라 세트장 안으로 들어섰다.

가운데엔 총 진행을 맡은 한야, 그를 사이에 두고 안쪽에서부터 서도화와 주상현, 맨 바깥쪽엔 케이와 아덴이 앉아있는 대형이었다.

“그럼 촬영 시작할께요.”

묘한 적막이 도는 가운데 감독이 큐 사인을 주었고 곧바로 뉴스 시작 BGM이 현장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멤버 전원 기다렸다는 듯이 제 앞에 있는 빈 종이들을 탁탁 쳐 정리하는 척하기 시작했다.

서도화가 이를 보며 피식 웃었다.

“다들 본 건 있어가지고.”

한야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뉴스를 틀어놓곤 해서 아덴과 케이까지 실제 뉴스 속 상황을 따라하는 건 능숙하게 잘했다.

탁탁- 탁탁탁- 탁-

여기저기서 서류 정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작부터 이것저것 따라하느라 소란스러운 멤버들 사이 한야가 아무렇지 않게 진행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어메스의 첫 컴백을 맞이하여 준비한 제1회 난장판 뉴스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아!!!!”

“와! 박수!”

“근데 왜 난장판이야? 어메스라서? 너무 당연하게 난장판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아니 형, 좀 신나게 진행하라고! 분위기 팍팍 띄어서!”

“난장판 맞구만. 뭘.”

한야는 시끄러운 멤버들을 뒤로 하고 꿋꿋하게 진행을 계속했다.

“저희 난장판 뉴스는요. 멤버들과 제작진들, 그리고 고요분들의 제보를 총정리해 색다르고 놀라운 소식을 전해드리는 뉴스로-”

“에이 진행이 너무 점잖다.”

“형 좀 더 신나게 해야 한다니까? 난장판이 아니잖아!”

“너희가 한야 형의 질문에 그리 불만이 많다면 어쩔 수 없군. 내가 하도록 하-”

“응, 아니야. 너보단 한야 형이 훨씬 낫지.”

한야는 어메스의 본질인 ‘난장판’을 고스란히 선보이며 한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멤버들의 말을 모두 묻을 기세로 외쳤다.

“시작하겠습니다!”

빰빠밤!

멤버들은 시작 bgm이 울려 퍼지고서야 겨우 입을 다물고 다시 자리에 앉아 서류 정리하는 척을 했다.

한편 이병수는 참 진정 못 하는 멤버들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어메스는 원래 이렇게 감당 안 될 정도로 소란스러워야 정상이다.

이번 컨텐츠 이름에 난장판이 들어가는 만큼 멤버들이 진행이 안 될 정도로 떠들어도 그냥 내버려 두는 걸 컨셉으로 잡았는데 그 덕분에 누가 봐도 정말로 진행하기 힘든 분위기가 되었다.

원래도 개성 강한 멤버들이 시간이 흐르며 리더 한야에게마저 진행 실력 운운하며 장난칠 만큼 서로 격 없이 친해졌는데 오죽하겠는가?

이대로 촬영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까, 진행이 산으로 갈까 불안해하는 이병수의 마음도 모르고, 정작 진행자인 한야는 그저 흐뭇하게 웃으며 멤버들의 장난을 받아주는 중이었다.

“아이고 한야야…….”

쟤는 다 좋은데 멤버들을 너무 풀어줘서 문제야.

그래도 다행히 한야는 감독이 답답해하기 전엔 얼른 다음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그럼 첫 번째 뉴스. 저기 끝에 있는 아덴 앵커가 한번 소개해주실까요?”

“아, 네.”

아까부터 열심히 서류 정리를 하던 아덴은 막상 자신이 진행할 때가 되자 종이를 내려놓고 카메라 옆 글씨가 출력되는 중인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아, 서류 뭣 하러 정리했냐고~”

주상현이 딴지를 걸자 아덴이 씨익 웃으며 제 앞의 종이를 흔들어댔다.

“이건 그냥 멋이지.”

“어 이제 저런 말도 쓸 줄 알아?”

주상현의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치는 아덴을 보며 서도화가 감탄스레 박수를 쳐댔다.

“아 당연하지! 내가 한국살이 몇 년 차인데!”

1년밖에 안 되지 않았나?

서도화는 무심결에 튀어나오려던 말을 멈추고 얼른 진행이나 하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아덴이 자신만만하게 정면의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네, 첫 소식입니다. 얼마 전 발매했던 어메스 멤버들의 솔로 곡이 성공적인 성과를 이루었다는 아주 좋은 소식이-”

“예에!!!!”

“와아!!”

“고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모두 여러분 덕분에 이루어낸 결과입니다!!”

주상현이 감격에 겨운 얼굴로 카메라 앞으로 다가가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시작했다.

아덴이 작게 중얼거렸다.

“와 나 한 마디 했는데. 얘네 왜 이래?”

한야가 허허 웃었다.

“너는 안 그랬다는 듯이 말하네?”

“내가? 에이 설마.”

원래 사람은 한번 겪어봐야 아는 법이다.

주상현과 함께 진행에 제일 방해가 되는 게 본인이라는 걸 말해줘도 모르는 아덴이었다.

한야는 피식 웃으며 멤버들을 진정시킨 후 진행을 이어 나갔다.

“네, 아덴 앵커님의 말씀대로 어메스 멤버 전원의 솔로 곡이 아주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본인 솔로 곡을 제외한 멤버들의 곡 중 유독 좋았던 곡 있나요? 우선 아덴 앵커부터.”

“저요? 저는 음. 상현이 솔로곡 ‘일레트로닉’이요.”

“오 내 꺼?”

주상현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을 가리켰다.

“왜? 진짜? 난 당연히 도화 형 꺼 고를 줄 알았는데.”

아덴은 이런 걸 뽑으라고 하면 무조건 서도화를 고른다. 취향이라는 게 없는 것처럼 고민도 없이 일관적으로 서도화를 고르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서도화를 고르겠거니 했다.

정말 생각도 못 했기에 주상현은 매우 기분이 좋은 듯 헤실헤실 웃으며 연신 물었다.

“왜? 왜 도화 형이 아니고 나야?”

“아니 거기 서도화가 왜 들어가?”

“그러니까 내 말이. 거기에 내 이름은 왜 나와?”

“아니 덴이 형은 이런 거 있으면 무조건 도화 형 고르잖아. 팀 고를 때도 그렇고.”

가만히 듣고 있던 한야가 툭 말했다.

“저번에 강호혈전 출연했을 때도 꿋꿋하게 둘이서 팀 하더라. 너희 정말 대단한 우정이다.”

여기서 갑자기 강호혈전 이야기가 나온다고?

제발. 한야야. 제발.

이병수가 아슬아슬한 표정으로 한야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점점 산으로 향했다.

“아니, 서도화 곡은 좋긴 좋았거든요. 근데 스페셜 영상 보니까. 친구로서는 좀 보기 힘들었어.”

아덴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서도화의 인상이 푹 찌푸려졌다.

“뭐가 어때서!”

“아니 나는 그랬다고!”

친구가 데이트하듯 카메라를 다정하게 쳐다보며 있는 폼 없는 폼 다 재고 있으니 얼마나 오그라들던지. 노래만 잘 들었다.

“아무튼 상현이 곡은 듣는 재미도 있고 보기에도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 특유의 분위기가 뭔가.”

“영화 보는 것 같았지.”

“맞아요. 거기다 역시 춤을 잘 추니까 눈도 못 떼고 봤어요.”

“히히 감사합니다!”

주상현은 좋아 죽겠다는 얼굴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한야가 주상현을 가리켰다.

“그럼 주상현 앵커는 어떤 분의 곡이 가장 좋았나요?”

“어유 저는 당연히 아덴 앵커님의 곡이죠!”

아주 둘이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서도화가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었다.

주상현이 들뜬 얼굴로 아덴이게 쌍 엄지를 추켜들자 아덴도 마찬가지로 시원한 미소를 보이며 엄지를 들어주었다.

“네, 참고로, 이유는 알 것 같습니다만 왜 아덴 앵커의 곡이 가장 좋았나요?”

“진짜 아덴 형이 저를 뽑아줘서 그런 게 아니고 진지하게 말해서 아덴 형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딥다크 섹시는 아덴의 외적인 이미지와 찰떡인 컨셉이다.

지금도 아덴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카메라를 노려보면 어떤 상황이든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미지와 포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덴이 그러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었다.

이전까지 있었던 어색한 티를 완전히 벗고 완벽히 표정 연기를 하며 지금까지 익혔던 댄스 기술을 선보이는 모습에 주상현은 감탄과 동시에 기특함까지 느낄 정도로 인상 깊게 봤었다.

“저는 진짜로 아덴 형이 이 컨셉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저도 동감이에요. 사실 저도 비슷한 이유로 케이의 솔로 곡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한야의 말에 주상현이 자신을 뽑지 않아 무척 실망했던 케이가 고개를 획 들어 한야를 바라보았다.

한야는 그를 보며 자상히 웃었다.

“케이가 표현력이 엄청 늘었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비주얼이.”

“아 맞아. 크으-”

주상현이 케이를 향해 또 한 번 쌍엄지를 추켜들었다.

놀랍게도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로 순위를 매겼을 때 1위는 인지도와 화제성을 두루 갖춘 서도화, 2위는 케이였다.

케이의 솔로 곡은 대중을 겨냥한 곡도 아니었고 컨셉이 강렬할 뿐 춤도 노래도 크게 도드라진 곡이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조회 수 2위를 달성한 건 단연 외모 덕분이었다.

외모에 딱 맞는 컨셉. 노래도 안무도 어색한 연기도 모두 잊어버릴 만큼 대단한 비주얼이었다.

“정말 강렬했고, 뭔가 이 친구의 끼를 완전히 끄집어낸 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멤버들의 칭찬에 케이가 민망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 합니다.”

“하하, 네엡. 그럼 다음은 케이 앵커. 어떤 곡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네? 어…….”

한야의 물음에 케이는 멤버들을 둘러보며 한참 망설이다 이내 손가락을 들었다.

‘당연히 상현이겠지.’

아무 인간도 뽑기 싫겠지만 그나마 뽑아야 한다면 주상현일 것이다.

이건 아덴이 서도화를 무조건 팀으로 뽑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어?”

서도화가 당황스레 자신을 가리켰다.

“……나?”

케이는 서도화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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