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38화 (238/270)

제238화

“상현이가 아니고?”

너무나도 의외였기에 서도화의 입에서 되물음이 튀어 나가는 건 당연했다.

케이는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곤 말했다.

“그래, 너라고 말했다.”

“내가 아무한테도 선택 못 받아서 배려해주려는 거 아니지?”

“아니힉! 형! 케이 형한테 왜 그래? 형 곡이 좋았다잖아~”

“그러는 상현이 너도 케이가 나 선택했을 때 너무 놀라서 소리 질렀잖아?”

“사실 그건 그래.”

주상현이 장난기 어린 얼굴로 키득거렸다. 그러곤 케이에게 질투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케이 형! 왜 내가 아니라 도화 형이야?”

“뭐? 그, 그런 질문이 어디 있는니!”

“저거저거 또 이상한 사투리 쓴다.”

“저거 사투리 맞긴 해?”

케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하여튼 어메스 놈들은 말 한마디만 하면 하이에나처럼 달라붙어선 물고 뜯는다.

“나는 그냥 솔직히 말한 것이다. 서도화의 노래가 가장 듣기 편하고 좋았다. 그리고 나는 뮤직비디오도 꽤 마음에 들었어.”

“오 그래?”

“헐 진짜?”

진짜 친구인 아덴도 오그라들어서 보기 힘들었다고 말하는 뮤직비디오다.

연인, 혹은 썸을 타고 있는 상대와 함께 바닷가에 놀러 왔다는 컨셉으로 찍었던 뮤직비디오라 사실 서도화 본인도 처음 공개된 날을 제외하면 원해서 본 적은 매우 드물었다.

그런데 그게 마음에 들었다고?

“어디가?”

서도화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물었다. 케이는 당장 얼마 전에도 보았던 뮤직비디오를 떠올리며 씨익 웃었다.

“내 고향에는 그리 청량한 하늘과 바다가 없었거든.”

“…….”

아주 잠깐 현장에 정적이 일었다.

그럼 그렇지. 서도화가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

“아, 내가 아니고 하늘과 바다가 좋았다고?”

“그래.”

정말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한다 너.

그러나 서도화는 납득했다.

“하긴 그렇게 바다랑 하늘이 예쁘게 나오는 것도 드물지.”

솔직히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도 자신의 얼굴보다는 주변 풍경에 더욱 시선이 갔을 것이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근데 케이 말 듣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케이는 정말 도화 노래 좋아하는 거 맞아.”

“왜?”

“최근에 되게 자주 듣는 거 봤거든.”

그럭저럭 납득하고 만 서도화와 아덴은 한야의 말에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케이가.’

‘도화의 노래를 즐겨들어?’

두 사람의 시선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아니 그럴 수가 있나?

서도화가 케이를 쳐다보았다. 케이는 태연히 한야와 주상현의 대화를 듣고 있다.

‘내성이…생긴 건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서도화가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기절할 정도로 괴로워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최근엔 노래 부를 때 그다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심장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그렇게 큰 건가?’

그러나 길게 생각해볼 시간은 없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도화 앵커는 누구의 노래가 가장 듣기 좋았는지 말씀해주시죠.”

멤버 모두에게 고루 돌아갔던 질문이 서도화에게도 돌아왔기 때문이다.

“저는, 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멤버들은 중복 없이 각자 다른 멤버의 솔로 곡을 뽑았다.

그렇다면 뭐, 취향과 관계없이 뽑아야 할 상대가 정해져 있지.

“저는 역시 한야 앵커님의 곡이 제일 좋았어요.”

“오!”

평온했던 한야의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번졌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서도화가 능청스레 말했다.

“일단 저만 알고 있던 한야 형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다는 점이 너무 기뻤고요. 저는 진짜 한야 앵커님의 노랫소리를 좋아하거든요.”

한야의 노래는 뛰어난 기교나 음색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야가 가진 부드럽고도 온화하고 또 강직한 성격이 목소리에 그대로 녹아난 듯한 느낌이 있다.

“노래에서 느껴지는 한야 형 특유의 자상함이 좋다고 해야 하나? 이건 고요 분들이나 어메스 멤버들이나 다들 동감할 거예요.”

“맞아요.”

“맞지. 한야 형은 그런 게 있어. 노래에 약간 한야 형의 착함이 묻어나오는 그런 거.”

서도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되게 좋아하거든요. 마침 그런 목소리가 잘 드러나는 부드러운 곡이기도 하고.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그의 말에 한야는 드물게 쑥스러워하며 가벼이 고개를 숙였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훈훈한 분위기. 진행은 다음 뉴스로 이어졌다.

“네, 다음은 서도화 앵커.”

“네, 서도화 앵커. 여기 있습니다.”

서도화가 어깨높이로 근엄하게 손을 들었다.

“서도화 앵커가 다음 뉴스 소개해주시길 바랍니다.”

“네,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엔 저희 어메스의 스태프에게서 받은 제보인데요. 지난 번 알고 보니 비즈니스 친목이 아니냐는 불화설 논란에 휩싸였던 멤버가 있죠. 바로 케이, 서도화 그리고 아덴인데요.”

“그렇죠.”

“이 세 사람은 어렸을 적부터 아주 친한 사이였다는 말과는 다르게 시도 때도 없이 싸우고 서로 말이 다른 경우도 많아 실제로는 친구 사이가 아니라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반쯤은 맞는 말이지 뭐.”

“거기 아덴 앵커님은 조용히 하세욧!”

주상현이 황급히 아덴의 입을 막았다. 서도화는 그들의 소란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진행을 이었다.

“이 논란은 당사자들의 해명에도 불구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불타오르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사람들, 요즘엔 무척 사이가 좋아 화해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뭐? 그럴 리가.”

“아니, 아덴 씨 입!”

한야는 아덴이 태클을 걸든 주상현을 그의 입을 막겠다고 매달리든 신경 쓰지 않고 진행을 이어받았다.

“네, 잘 들었습니다. 서도화 앵커가 말한 대로 최근 꾸준히 불화설 논란에 휩싸였던 세 사람이 화해를 했다는, 그런 소문은 저도 들어보긴 했습니다만.”

“와 한야 형 진짜 아나운서 같아.”

“멋있다.”

“저 형은 역시 아이돌이 아니고 언론인을 했어야 해.”

“언제는 정치해야 한다며.”

“둘 다 해. 둘 다.”

“언론인은 뭐고, 정치는 뭐야.”

“……아덴 형, 그 말은 진짜 너무 좀 위험한데.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이 부분은 편집 부탁드립니다!”

한 마디에 백 마디가 따라붙어도 한야는 꿋꿋하게 진행했다.

“이에 관해서 제보자 및 어메스의 소속사인 유제이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보여주시죠.”

“어? 그런 게 있어요?”

“대박. 언제 찍었대?”

“얘들아 영상 볼 때는 좀 조용히 하자.”

“넵!”

“네.”

쉴 새 없이 떠들던 멤버들은 vcr 재생 때만큼은 집중해주었으면 하는 한야의 단호한 호통으로 겨우 조용해졌다.

카메라 옆에 배치된 자그마한 모니터 화면에서 제작진들이 준비한 vcr이 재생되었다.

첫 번째로 나온 사람은 우람한 덩치에 잔뜩 움츠러든 자세의 남자.

“어? 매니저 형이다.”

“병수 형?”

가면을 썼지만 누가봐도 매니저 이병수였다.

화면의 하단에 [익명의 제보자]라는 자막이 쓰여있었다.

“아이, 형! 저번부터 불화설 불화설 하더니 또 이러시네!”

“또 무슨 말을 한 거야?”

멤버들의 원성에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이병수가 머쓱하게 웃으며 스튜디오 바깥으로 도망쳐버렸다.

아무리 데뷔 전부터 함께하던 그였지만 날 잡고 떠드는 어메스의 원성을 듣다간 귓구멍이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자, 다들 진정하고. 한번 봅시다.”

한야의 말에 멤버들이 입을 다물고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멤버들 사이에 불화설이 있었다고요?]

카메라 너머 제작진의 질문에 가면을 쓴 이병수가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 물론 진짜 불화설은 아니에요. 소문일 뿐인데 아무래도 애들이 자주 싸우니까 그런 소문이 생긴 것 같아요. 절대 사실은 아니고요.

[그럼 싸우는 건 사실인가 보네요?]

-예, 솔직히 사실이기는 하죠. 많이 싸워요 애들.

솔직함과 조금의 실드를 섞어서 말하는 이병수.

“그건 맞긴 맞지.”

“싸우긴 많이 싸워 우리가.”

“삼총사는 저번 주에도 싸웠잖아.”

보통 이런 불화설에 대한 제보가 나오면 멤버 전원이 달라붙어서 아니라는 둥 해명하려고 발버둥을 쳐야 하는데…….

어메스 멤버들은 반대로 순순히 인정하고 오히려 진정된 채 자세를 정갈히 했다.

어메스 동갑내기 트리오가 숨 쉬듯이, 아니 숨을 쉬다가도 싸운다는 건 이젠 고요도 알고 아이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클립 영상이 좀 돌아다녀야지.

다만 싸운다는 말과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다는 이야기가 함께 돌아 그나마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매일 싸우시는 그분들이 정말로 화해를 했다고요?]

-예, 맞습니다. 요즘엔 싸워도 그냥 장난스럽게, 그, 현장에서 오 분 내로 풀리는 싸움 정도만 합니다.

[싸우긴 싸우는군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그거는 동갑내기 삼총사의 아이덴티티 같은 거라.

[그럼 측근으로서 화해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작진의 질문에 이병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글쎄요. 제 생각엔 아이들이 이제야 서로에 대한 적응을 마친 게 아닌가 싶어요.

[적응이요?]

-친한 거랑 같이 사는 거랑은 천지 차이잖아요. 한 번에 한방에 몰아넣었던 게 싸움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서 방 배정 인원이 줄어드니까 개인의 시간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서로 이제 한 가족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 것 같아요.

이병수의 대답을 듣던 서도화와 한야, 주상현의 표정이 묘해졌다.

“저거 뭔가…….”

멤버들의 화해 원인이 아니라 흡사 반려동물 합사 요령을 설명하는 듯한 건 그들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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