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39화 (239/270)

제239화

병수 형은 도대체 우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자각 없이 난동 부리는 멤버들을 받아주다 받아주다 결국 말썽부리는 비글 정도로 생각하기 시작한 건 아닐까?

서도화는 신나서 멤버들의 화해 원인을 설명하는 이병수를 보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런 기분을 서도화 혼자 느낀 건 아닌지 주상현 또한 이병수의 인터뷰를 가만히 지켜보다 말했다.

“무슨 강아지 훈련 시킨 것처럼 말하잖아~ 아하학!”

“그만큼 멤버들을 귀여워 하신다는 말이지.”

한야가 이병수의 편을 들어준 것을 마지막으로 화면이 전환되어 이번엔 가면을 쓴 다른 스태프의 모습이 나타났다.

-애들이 요즘 좀 차분해진 건 사실이에요.

“누나아!!!”

역시나 이번에도 인물이 나오자마자 멤버들이 하나같이 벌떡 일어서며 난리법석을 떨어댔다.

“저분 우리 스타일리스트 누나잖아.”

“죄송한데 너무 티나는 거 아니에요?”

“하핫!”

[처음엔 어땠길래……. 지금이 차분…해진 건가요?]

“잠깐만 자막이 왜 이래요?”

“우리가 차분해졌다는 걸 못 믿으시나본데?”

서도화의 말에 감독이 뭐 당연한 걸 묻냐며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지금도 충분히 난리인데…….”

“아아니! 방송 분위기 띄우는 건데!”

“이것봐. 이것봐요. 한 마디에 열 마디가 돌아오는 이-”

텄다 텄어. 감독이 말해 뭐하냐는 듯 입을 다문 채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영상에 집중하라 신호를 보냈다.

-어메스는 돌아가는 시스템이 약간.

영상 속 스타일리스트는 허공에 손가락을 빙빙 돌려보였다.

-있어요. 그들만의 시스템이. 제가 다른 아이돌 분들도 맡고 있고 하지만 다른 의미로 체계적이라고 해야 하나.

[무슨 뜻인가요?]

-예전의 어메스는 패턴이 있었어요. 있다고 해도 이름처럼 난장판 패턴이긴 한데 일단 케이가 이상한 말을 해요.

“이, 이, 이상한 말이라니! 요!”

그녀의 말에 케이가 벌떡일어나며 호통쳤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상한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야, 그거 참 이상한 말이다?”

아덴이 기다렸다는 듯이 태클을 걸며 케이를 끌어앉혔다.

-그럼 아덴이가 대수롭지 않게 툭 태클이나 시비를 걸거든요?

“어.”

서도화가 짧은 탄성을 내뱉으며 아덴을 가리켰다.

케이가 이상한 말을 하고 아덴이 태클을 건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케이가 엄청 버럭 한단 말이에요. 아마 이 반응이 재밌어서? 이걸 타격감이 좋다고 하나요? 그래서 자꾸 장난치는 것 같은데 보통 이럴 때 높은 확률로 주변에 도화가 있어요.

“어 맞아. 그러고 보니 있어. 도화 형. 아니 그냥 아덴 형이랑 케이 형이 늘 도화 형 반경 1m 내에 있는 것 같아.”

주상현의 말에 서도화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엔 좀 나아졌는데 초반엔 낯선 세상에 의지할 곳이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무조건 곁에 붙어 있곤 했다.

-그러면 이제 도화도. 도화가 되게 안 그런 척 하면서 장난기가 많아요. 보기엔 되게 얌전해 보이잖아요? 분위기도 그렇고. 근데 항상 보면 덴이랑 같이 케이를 놀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대기실이 시끌벅적하고 그랬거든요. 매일 싸우고 말리고 하는 그게 정말 재밌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다?]

-요즘엔 많이 줄었죠. 저희가 생각하기에 이유는 애들이 철이 든 것 같지는 않고 아직.

재밌다니요? 철이 안 들었다니요? 스타일리스트의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폭로에 현장의 멤버들은 아주 난리가 났다.

그러나 당연히 영상 속 스타일리스트는 이를 듣지 못하므로 제 할말을 마저할 뿐이다.

-그냥 애들이 정착한 것 같아요. 어메스라는 그룹에. 초반에는 정말 개성이 너무 강해서 뭔가 조화롭다는 느낌보단 한 명 한 명이 세다! 강하다! 이런 느낌이었잖아요. 우리애들이.

[지금은 조금 더 조화로워졌나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것 같아요. 특히 초반엔 케이가 어… 이런 말 해도 되나? 방송에 못 나갈 말이면 편집해주세요. 케이가 살짝 날카로운 느낌이었거든요? 예민하기도 예민하고 멤버들이랑 안 섞일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시끄럽던 멤버들이 갑작스레 말이 없어졌다.

할말이 없는 게 아니고 스타일리스트의 말에 공감이 가기 때문이었다.

날카롭고 예민하고 안 섞이려 했다는 말이 실제 방송에선 편집되어 나갈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최근의 케이와 초반의 케이는 태도 면에서 상당히 달라지긴 했다.

밀리언 아이돌 시절부터 함께 했던 스타일리스트는 그들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랬던 케이가 이 그룹에 적응하고 잘 융화되어서 멤버들과 무척 친해졌잖아요?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부딪힐 일도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그룹에 잘 적응해서 화목해지고 평화로워졌다. 뭐 그런 게 아닐까요?

케이가 이 그룹에 적응하고 융화되어서 그룹 내에 평화가 찾아왔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케이는 날이 갈수록 서도화에게 정화되어 결국 내성이 생길 지경이 되어버렸고 그 결과 어떠한 위협 없이 헛소리만 하게 되어 만만해졌고 그 덕에 아덴의 경계도 자연스레 줄어 진심으로 시비 걸어대는 일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매니저인 이병수보다 스타일리스트가 어메스 분석을 훨씬 잘 하는 것 같기도.

“네, 잘 봤습니다.”

vcr이 끝나자 멤버들이 자세를 바로했다.

“보셨다시피 어메스 관계자 분들도 최근 어메스 사이에서 일어난 변화를 알아차리고 궁금해하며 또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네, 근데 거의 정답인 것 같아요. 아니에요?”

주상현의 말에 서도화도 아덴도 한야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멤버들이 그룹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레 싸우는 일이 줄어들었다라.”

“그건 그렇죠. 사이가 좋은 거랑 같이 살고 같이 활동하는 거랑은 좀 다르니까. 형들이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그룹에 적응하는 건 또다른 어려움이 있었을 거거든요.”

한야가 고개를 끄덕이곤 케이에게 손을 뻗었다.

“그럼 당사자인 케이 앵커는 이 뉴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인적인 의견 말씀해주시죠.”

멤버들이 웃고 떠드는 동안에도 어이 없는 표정을 지으며 모니터를 뚫어지라 보고 있던 케이가 불퉁하게 말했다.

“뭐를요? 안 싸우는 이유를 말하라는 말입니까? 왜 맨날 나입니까!”

무척 억울해 보이는 얼굴에 한야가 픽 웃었다.

“알았어. 그럼 다같이 토론해보실까요? 요즘 어메스가 평화로워졌다는 이야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거 이거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어요.”

“맞아. 어메스가 조용해졌다는 소리를 듣다니.”

“원래 어메스는 시끄러운 게 정체성 아니야?”

“다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서도화의 태클에 아덴과 주상현이 키득거렸다.

반면 케이는 한야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이걸로 토론을 하는 이유가 뭐지?”

“어?”

“좋지 않은가? 안 싸우면.”

말그대로 사이가 좋으면 좋은 게 아닌가? 예전에는 싸우기만 하면 주상현과 이병수가 동시에 한숨을 쉬고 한야가 무력을 써서라도 떨어트려 놓곤 했다.

그럼 이제 안 싸우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은 건데 왜 이걸 가지고 토론을 해야 한단 말인가.

당최 인간들의 머릿속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자 한야가 말했다.

“아니에요. 케이 앵커.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너희들의 사이가 더 가까워졌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다고 아예 안 싸우는 건 좀 아쉽다는 말입니다.”

마치 시도 때도 없이 장난치고 으르렁거리고 싸우며 놀던 강아지 삼형제가 어느 순간 나이가 들어 움직이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랄까?

얌전해져서 편하다는 생각보단 애들이 왜 이렇게 갑자기 어른스러워졌지? 무슨 일 있나? 괜한 아쉬움과 걱정이 드는 거다.

그의 말에 케이가 또다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냥 여러분들의 말대로 적응을 한 것뿐이다.”

“오오.”

서도화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케이 이제 어메스가 좋아?”

유치원생을 어르고 달래는 듯한 말투. 카메라가 없었더라면 무슨 짓이냐고 성질을 냈을 만한 물음이었다.

그에 케이가 얄궃게 서도화를 흘기곤 말했다.

“당연하지.”

“…….”

잠깐의 정적. 그리고.

“오오!!!!”

“케이 형!!!”

“와 나 쟤가 어메스 좋다고 말하는 거 처음 들어봐. 고요분들 들어보셨어요?”

비장하게 나온 대답이 쪽팔릴 정도로 큰 리액션이 멤버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한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크게 울려 퍼졌다.

“됐으니까 얼른 다음으로 넘어가라!”

케이가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짜증스레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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