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0화
[한야, 10년 뒤 헬스장을 차리는 게 꿈이라고 밝혀…….]
[주상현, ‘게임은 나와 안 맞다. 친목을 위해 이용했을 뿐.’ 인정.]
[케이, 멤버들을 두고 다른 친구와 놀다왔다는 충격 소식 전해]
[아덴, 대한민국의 화장실 문화는 혁명적이라고 밝혀…….]
[서도화, 팝넷에서 조사한 k-pop팬들이 뽑은 ‘세상에서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역대급 아이돌 1위’로 등극]
멤버들은 제각각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제보한 기사에 해명을 하거나 설명을 뒷받침하는 시간을 가졌다.
멤버 모두 예사롭지 않은 화제가 올라왔는데 그 중 단연 크게 화제가 된 건 주상현의 게임 포기 선언과 아덴의 혁명적인 화장실 문화에 대한 찬사였다.
다같이 웃고 즐기자고 만든 자리이니만큼 오히려 서도화의 설문조사 1위 성과는 힘찬 박수와 칭찬 세례만 받고 간단히 넘어가버렸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뉴스. 한야가 말했다.
“마지막 뉴스입니다. 데뷔 앨범 활동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휴식기를 가졌던 어메스가 두 번째 싱글 [티어]를 들고 컴백했다는 소식입니다.”
“오오오!!!!”
“드디어!”
“여러분 저희가 돌아왔습니다!”
이전 열띤 토론을 하며 잠시 텐션이 떨어졌던 멤버들이 한야가 소식을 전하자마자 다시 벌떡 일어나 시끄럽게 소리쳐대기 시작했다.
또 시작된 난장판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던 한야와 서도화 두 사람은 곧 그들을 외면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전 앨범보다 훨씬 성장한 멤버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앨범이 탄생했다고 하는데요.”
“맞습니다.”
저들이 떠들어도 상관없다. 두 사람에겐 서로의 진행을 도와줄, 앨범 소개를 해줄 멤버만 얌전히 앉아있으면 되었다.
이게 한두 번도 아니고. 뭐.
“어떤 앨범인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 유일하게 앉아계신 서도화 앵커.”
“네, 원래는 케이 앵커가 소개하기로 했던 거지만 제가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도화가 기껍다는 눈으로 카메라 앞에서 울분을 토하는 케이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뮤직비디오 찍는 데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정말로 어렵고 힘든,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저희는 기어코 해내고야 만 것입니다! 케이클랍스여!”
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민하고 까다롭지만 얌전한 이미지가 아니었던가?
원래 성격이 나오고 있는 건지 주상현에게 점점 동화되어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앞에서 쉬지도 않고 잘 말하는 것이 타고난 방송 체질이 아닐 수 없다.
“도화 앵커. 저쪽은 신경 쓰지 말고 하던 말 계속하세요.”
한야의 말에 서도화가 목을 가다듬곤 말했다.
“네,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 ‘티어’ 뿐만 아니라 수록곡 모두 멤버들과 고심해서 셀렉한 앨범입니다. 거칠고 저희 어메스만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마음껏 보여드릴 수 있는 ‘티어’, 그리고 멤버들의 이야기를 듬뿍 담은 수록곡까지 고요 분들께서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게 들어주실까 고민하며 만들어낸 앨범이니 부디 잔뜩 기대하고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상상하든 기대 그 이상의 앨범이다. 라고 정리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니까 마음껏 기대해주세요!”
서도화가 자신 있게 말했다. 앨범에 관심을 가져주십사 허세를 떠는 게 아니었다.
어지간해선 성과나 성공 여부, 타인의 반응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그였지만 이번엔 지난 데뷔곡을 좋아해 준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좋아하게 될 앨범이라고 확신했다.
한야는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 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곤 이제야 눈치껏 주섬주섬 자리에 앉는 멤버들을 보았다.
“이제부터는 집중합시다. 여러분.”
“네! 죄송합니다!”
제작진과 회사가 아무리 이 난장을 허락해주었다곤 해도 마지막까지 소란스럽게 끝낼 순 없었다.
멤버들은 제각기 크게 사과를 하곤 입을 다물었다.
한야가 주상현을 가리켰다.
“이제 곧 공개될 뮤직비디오 또한 굉장하다고요.”
“네, 맞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영화 같은 이야기, 도대체 어메스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여러분들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그럼 이제 슬슬.”
한야가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시간은 오후 4시. 별거 없는 시간이었지만 이 방송이 나갈 때라면 뮤직비디오 공개까지 약 1분여 남았을 시간이었다.
“뉴스를 마무리해야 할 듯한데요. 마지막으로 기다려주신 너무나 감사한 고요 분들에게 다들 한마디씩 하는 것으로 마무리할까요? 저기 끝에 아덴부터.”
“네.”
아덴의 표정이 한결 진지해졌다.
“이런 축제 분위기에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려드려도 되나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만.”
오. 서도화가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아덴이 ‘좋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같은 단답이 아니라 연습한 듯한 멘트를 하고 있다.
‘연습했구나!’
이렇게 기특할 수가. 왕이나 황제 앞에 서도 건방지게 주머니에 손 딱 꼽고 코나 파던 아덴이었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저에겐 매 무대, 매 앨범, 뭐 아직 앨범은 두 번이 전부지만 아무튼 뭣 하나 쉬운 게 없어서 하나하나 도전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이 악물고 열심히 했으니 제가 얼마나 능숙해졌는지, 그런 성장하는 모습 또한 하나의 재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서도화가 아덴의 말을 거들어주었다.
“원래도 정말 열심히 하던 멤버들이지만 이번엔 각오가 남달랐어요. 꼭 아크로바틱이 아니라도 실력이 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자는 시간 먹는 시간 줄여가면서. 실제로 짧은 시간에 엄청 늘어서 트레이너 쌤이 되게 놀랐잖아.”
“맞아. 트레이너 쌤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놀랐어. 오늘도 늘었네? 세상에 너네 왜 이래? 하면서.”
주상현도 서도화의 말에 맞장구쳐주었다.
원래 이런 말은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들이 해줘야 더 와닿는 법이다.
두 사람이 연달아 칭찬을 하자 아덴의 입꼬리가 움찔움찔 떨려왔다.
“아이 뭐, 당연한 거지.”
아덴은 괜히 헛기침하며 제 옆의 서도화에게 바톤을 넘겼다.
서도화는 능숙하게 준비해온 말을 했다.
“어메스 하면 역시 보는 음악을 하는 그룹이란 이미지가 강한데요. 이번에도 그런 정체성을 확실히 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봤을 땐 어느 한 곳도 놓칠 수 없는 그런 곡, 뮤직비디오, 무대가 될 거라고 확신하는데 여러분들도 저와 같은 기분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서도화 다음으로 주상현, 케이까지 각자의 소감과 각오를 말했다.
이렇게 소란스럽고 장난기 가득한 멤버들이 지금만큼은 무척 진지했다.
그만큼 이번 컴백을 준비하는 과정의 노력과 각오가 남달랐다는 이야기였다.
멤버 전원의 소감을 들은 한야가 촬영을 마무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네, 이제 티어 뮤직비디오 공개까지 10초도 안 남았는데요. 다 같이 카운트다운 하며 기다리도록 할까요?”
“네!”
멤버들이 큰 소리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멤버들의 뒤 커다란 화면에도 숫자가 나타나 카운트다운 되었다.
“오! 사! 삼! 이! 일!”
“와아!!!!”
“……컷!”
힘찬 감독의 컷 사인과 함께 컴백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 * *
그로부터 뮤직비디오 공개일은 말 그대로 눈 깜빡할 사이에 성큼 다가왔다.
아침의 숙소.
서도화가 퀭한 눈으로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향하다 움찔, 거실의 소파에 앉아있는 인영을 바라보았다.
“……잠은 좀 잤어?”
“자는 둥 마는 둥…….”
주상현이 아덴의 무릎을 베고 누운 채 핼쑥한 얼굴로 서도화를 쳐다보았다.
아덴은 그런 주상현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가 그렇게 긴장된다고. 오늘은 직접 무대에 서는 것도 아니잖아?”
“형 그거 알아? 난 지금 무대에 서는 것보다 훨씬 더 긴장돼.”
아덴은 또 한 번 절레절레 고개를 젓곤 서도화를 흘겨봤다.
“너도 못 잔 거냐?”
“넌 되게 잘 잤나 보다?”
“숙면했지. 새벽 운동 하려고 나왔다가 상현이가 유령처럼 돌아다니고 있길래 걍 이러고 있어.”
“아아.”
서도화는 힘없이 말하곤 부엌으로 가 물을 원샷했다.
정말로 잠을 못 잤다. 자려고만 하면 심장이 두근대고 답답해져 오는 것이 신곡에 대한 반응이 걱정되고 또 기대돼서 차마 눈을 감지 못하겠더라.
그때 한야와 케이 또한 평소보다 일찍 퀭한 얼굴로 방에서 나오다 흠칫, 멤버들을 쳐다봤다.
“다들…일찍 일어났네?”
“다들 핼쑥한 게……. 나 빼곤 잠을 못 잤나 봐?”
아덴이 노골적으로 멤버들을 놀리며 피식거렸다. 특히나 그의 시선은 케이에게 오래 머물렀다.
케이가 훽 고개를 돌려 아덴을 노려보며 말했다.
“새벽 내내 상현이가 돌아다니는 소리 때문에 못 잔 거다! 긴장한 게 아니라!”
“아아, 그래도 다른 멤버들은 조금이라도 잤는데 너는 아예 못 잤구나? 아이고 그랬어? 하하하하!”
서도화는 여전히 졸린 얼굴로 혼자만 활기 넘치는 아덴을 쳐다보다 말했다.
“……연습이나 가자.”
뮤직비디오 공개 날이라고 뭐 특별한 것 있겠는가?
긴장될 때는 연습이 최고다.
다른 멤버들 또한 서도화의 말에 공감하는지 다들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