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43화 (243/270)

제243화

“와! 잘 봤습니다!”

“오오, 이번에도 진짜.”

주상현이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들어보였다. 이를 보며 서도화도 기분 좋게 웃었다.

“아니 우리 회사는 어떻게 이렇게 뮤직비디오를 잘 뽑는 거야?”

“나도 궁금해.”

아덴이 주상현을 따라 엄지를 카메라 앞에 들어보이며 말했다.

“우리 대표님 맨날 빚에 허덕이시면서 어떻게 뮤직비디오는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주시는 거지?”

“쓰읍, 아덴. 대표님한테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야.”

서도화가 서둘러 아덴의 입을 막았다.

허덕이는 걸 허덕인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냐?

아덴이 눈으로 물었지만 아무도 그의 눈빛에 응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하하, 뮤직비디오 끝나자마자 또 소란스러워졌네. 하하.”

한야는 기다렸다는 듯이 투닥이기 시작하는 서도화와 아덴을 보며 그들보다 큰 소리로 말했다.

“자, 뮤직비디오를 끝까지 보았는데요. 다들 어떠신지 소감 한 마디씩 하고 다시 연습 시작할까요?”

한야의 말에 소란스럽던 멤버들이 진정하고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한야가 서도화를 가리켰다.

“이번엔 도화부터.”

“네, 저는 뮤직비디오 보는 내내 감탄만 연신 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온 것 같지 않아요?”

“맞아.”

“촬영할 때랑은 분위기부터 달라.”

멤버들이 한 마디씩 말을 덧붙여왔다.

촬영할 때도 대체로 각자의 스토리 정도는 알고 촬영한데다, 세상의 종말 이야기니만큼 무척 거칠고 험하고 슬플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따로따로 촬영했던 모든 장면들이 교차되며 노래까지 더해지니 감정을 울리는 정도부터가 너무나 달랐다.

서도화를 시작으로 멤버들은 각자 한 마디 씩 뮤직비디오에 대한 감상을 말했다.

모두 다른 말을 했지만 뜻은 대부분 같았다. 기대 이상의 뮤직비디오가 나왔으며 고요들과 대중들의 반응이 무척 알고 싶다 등의 내용이었다.

멤버들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한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무리 멘트를 했다.

“저도 너무 잘 나와서 무척 기쁘고요. 사실 조금 아쉬운 걸 말해보자면 저희 안무가 많이 잘렸더라구요.”

“어어, 맞아. 안무 중요한 부분 거의.”

어메스의 뮤직비디오는 안무는 겉다리고 스토리 중심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번에도 역시 그렇게 힘들게 안무를 촬영했지만 임팩트 있게 나온 부분은 몇 없었다.

‘티어’라는 곡의 안무는 모든 순간이 임팩트 있는 안무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스토리를 띄우기 위해서일까? 솔직히 말해서 이를 완전히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저는 뮤직비디오도 물론 너무 잘 나왔지만 얼른 고요 분들에게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엄청나거든요.”

“하하, 그러니 여러분들. 뮤직비디오 많이 봐주시고 저희 무대도 기대해주세요. 뮤직비디오만큼이나 멋있을 겁니다.”

한야 또한 아덴과 주상현을 따라 카메라에 엄지를 추켜들곤 머쓱하게 웃었다.

“아무튼 여러분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첫 음악방송 무대로 만나요!”

“감사합니다!”

“안녕!”

멤버들의 활발한 소리와 함께 뮤직비디오 리액션 촬영이 끝났다. 멤버들은 카메라가 꺼지기 무섭게 각자의 휴대폰을 들고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시끄럽던 멤버들이 조용해지다 못해 상당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야는 구석에서 직원들과 함께, 주상현은 혼자서, 아덴은 휴대폰을 뒤적이는 서도화의 어깨에 붙어서, 케이는 그런 두 사람의 뒤에서 아닌 척 슬그머니 댓글과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빠르게 올라가는 뷰 수, 그리고 새로고침 할 때마다 추가되는 댓글과 게시글.

‘와.’

데뷔 때도 반응이 상당히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그간의 발자취가 헛된 게 아니라고 말해주듯 모든 것들이 지난번보다 배는 빨랐다.

댓글은 한국어와 외국어가 뒤섞여서 올라오고 sns는 빠르게 실시간 트렌드를 장악하며 스트리밍 홍보나 중계글로 가득했다.

‘우리 진짜 됐나 봐.’

서도화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미소 지었다.

“다들 sns에 뭐라도 게시글 올려줘.”

“네!”

김유진의 말에 멤버들이 하나같이 치솟은 광대를 숨기지 못한 채 힘차게 대답했다.

*     *      *

-좋냐? 학원에 니만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한 백스물세 번 생각해봐도 에바임

-어떻게 아이돌 뮤비 보겠다고 학원을 빼야곸ㅋㅋㅋㅋㅋㅋ미친 거 아냨ㅋㅋㅋㅋㅋㅋ

어메스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날, 윤해서는 친구들의 카톡을 보며 피식 웃곤 토도도독- 빠른 속도로 답장을 찍어보냈다.

-ㄷㅊ 사람은 가끔 사랑에 미친 짓을 할 때도 있다

-난 후회 없어 ㅈㄴ 잘 나옴

맞다. 사람은 가끔 사랑 때문에 이성적이지 못한 선택을 할 때도 있다.

지금 그녀가 딱 그랬다.

딸깍- 딸깍-

그녀의 손이 쉬지 않고 마우스를 클릭해댔다.

어메스가 뮤직비디오를 내는데 학원이 뭣이 중한가?

물론 부모님에게 들키면 또 그랬냐며 등짝 맞고 쫓겨날 일이긴 하지만 등짝이야 맞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가봐야 집중도 안 된다니까.”

학원에서 수업 듣고 있는데 어메스 뮤직비디오가 나왔다? 수업 듣는 내내 그 생각만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건 윤해서의 자기합리화였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의 방에선 스밍을 위해 틀어둔 어메스의 곡이 흘러나오고 있다. 어메스의 곡을 들으며 어메스의 뮤직비디오 속 움짤을 찌고 있는 이 상황.

얼마나 즐거운 일이던가.

[도화살에맞음 @dohwaya

(티어 뮤직비디오 속 서도화의 모습 움짤)

믿고 있었어 네가 예쁠 거라고

#AMESS #어메스 #티어

윤해서가 방금 만든 움짤을 자신의 sns에 업로드하곤 초마다 업데이트되는 타임라인을 훑어보았다.

사실 이 시간엔 고요들이 한참 뮤직비디오 재주행하고 스밍에 집중할 시간이라서 스밍 관련 글이 주로 뜬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실시간으로 행복한 후기 중계를 업로드하는 고요, 윤해서와 같이 움짤과 캡쳐를 올리며 앓는 고요도 꽤 많았다.

그 중에서도 윤해서의 타임라인에 단연 많이 등장하는 이는 당연히 서도화.

그녀의 최애인 서도화였다.

윤해서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서도화는 하늘을 닮았다.

하늘처럼 부드럽고 온화하며 티 없이 맑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그를 볼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아니 미쳤는데? 오히려 아크로바틱 줄이고 안무에 힘준 게 신의 한 수인 듯 묘기보다 안무랑 애들 얼굴이 더 잘 보이잖아

-(케이 유치장 표정 연기 움짤)케이를 브로드웨이로.

-ㅠㅠㅠ아니 왜케 애잔하지 뮤비보다 우는 인간

“좀 있다가 궁예글 올리고 영상 올리고-”

윤해서가 잠깐 커뮤니티에 게시할 글을 준비하며 sns를 둘러보는 동안 어느새 뮤직비디오에서 겨우 빠져나온 고요들이 하나 둘씩 게시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윤해서는 영양가 있는 고요들의 게시글을 정성스레 훑어보고는 휴대폰 메모장을 켜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 싱글 2집 티어 뮤비 해석+궁예해봄!(주관주의)]

새로고침 할 때마다 수십 개의 새로운 글이 올라왔지만 그중 단연 인기있는 글은 어메스의 팬채널 운영자이기도 한 그녀의 글이었다.

*     *      *

뮤직비디오가 인기 동영상 몇 위가 되었다.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음원 차트 진입이 몇 위이다.

마치 처음 데뷔를 했던 날처럼 새로운 곡에 대한 수많은 성적이 쏟아지고 그와 함께 스케줄도 같이 쏟아졌다.

유제이의 직원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컴퓨터와 전화 앞에 상주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어메스는 이제야말로 휴대폰을 모두 꺼두고 연습에 몰두했다.

“오늘 딱 11시까지만 연습하는 거야. 연습하고 집에 들어가서 푹 쉬는 거야. 오케이?”

“네!”

반응이 좋고 팬들이 좋아했고, 해외에서의 반응이 심상치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들렸지만 계속 설레기만 하며 허송시간을 보내기엔 어메스에게 지금은 너무나 천금 같은 시간이었다.

컴백 무대까지 사흘.

터져 나온 반응에 부응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어메스의 밤은 성공적인 컴백에 대한 축하가 아닌 연습으로 깊어져갔다.

*     *      *

그리고 사흘 후, 음악방송 사전녹화 날이 되었다.

새벽 4시 즈음 멤버들은 반쯤 잠에 취한 채 숍으로 향했다.

“새벽까지 연습하고 새벽에 일어나는 일정이라니. 컨디션이 좋아질 새가 없어요…….”

투덜거리는 주상현에게 서도화가 기꺼이 어깨를 내어주었다.

“상현아,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자. 체력 관리 안 해 두면 나중에 엄청 힘들어져.”

어메스 곡 안무에는 적응 안 되는 힘듦이 있다. 다른 때도 늘 했다 하면 온 기력을 소진하지만 특히 사전녹화 때는 유독 빨리 체력이 소진되곤 했다.

“그래 도화 말이 맞아.”

이병수가 마찬가지로 졸린 얼굴을 한 채 말했다.

“지금은 좀 자 놔라. 뛰고 날고 그러고도 팬들 앞에서 생긋생긋 웃으려면 자야해. 잘 수 있을 때 자야지 안 그러면 정신 놓고 있다가 다치고 그런다고.”

이병수의 걱정스러운 말을 들으며 서도화 또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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