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48화 (248/270)

제248화

“뭐야! 누구, 누구야!”

마치 노래방 조명이 흔들리듯 어두운 공간 안을 붉은 조명이 유영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떠들고 놀던 아이돌들은 그 소란 그대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송국 놈들이 또 뭔가 일을 꾸민 것이 분명했다.

서도화 또한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곤 재빨리 아덴과 케이의 팔을 꽉 잡아 설치지 못하도록 했다.

이놈들이 오버하다가 혹시 실수로 누굴 때리기라도 하면 그때야말로 일이 터진 거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좀비 분장을 한 채 제각기 몸을 비틀고 다리를 절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

“야 그냥 분장이다. 가만히 있어!”

그게 제법 위협적인 터라 인상을 찌푸린 아덴이 앞으로 나서려는 걸 다시 한번 서도화가 붙들며 외쳤다.

“분장한 사람이다!”

아니 도대체 왜 하필 좀비야?

저쪽 세계에서 하도 단련이 되었다 보니 좀비 분장을 한 사람 정도에 겁을 먹지는 않는다.

다만 함께 있는 이들이 아덴과 케이인 게 문제였다.

두 사람은 분장과 진짜를 구분 못 한다.

“아니 이곳에 어찌 저런 괴물이…….”

“분장이라고.”

“왜 막는데? 내가 안 움직이면 다 죽어! 내 이 검으로, 아 검 없지…….”

“분장이라니까?”

“으아아! 너무 징그러워!”

“아니 갑자기 뭔데! 우리 이런 거 안 했잖아요!”

어메스 멤버들의 이상한 말은 다행인지 아닌지 그들보다 더 난리법석을 떠는 선배 아이돌들의 말에 묻혀들어갔다.

다행히 좀비들은 흐느적흐느적 다가오다 세트장에 표시된 선 앞에서 멈춰서 그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세트장의 테두리를 한가득 채운 좀비들 사이 겁을 먹은 채 서 있는 출연진들의 모습.

그냥 모여서 게임하는 촬영을 하는 게 아니었나?

혼란스럽기 그지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이를 즐겁게 지켜보고 있던 효수가 다시 큐카드를 들며 말했다.

“네, 여러분 큰일났습니다. 촬영장에 좀비가 들어와 여러분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준비한 방어막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듯하고요.”

“방어막? 방어막이 뭐야.”

“저거 저, 으으… 좀비들 앞에 저 선 말하는 거 아니야?”

“아 제발 뒤돌아주시면 안돼요? 너무 무서운데.”

“너무 가까워.”

“자 집중!”

효수가 큐카드를 탁탁 치며 집중을 요구했지만 출연진들의 신경은 여전히 좀비 떼에게로 향해있었다.

당연했다. 예능을 위해 한 분장치고는 상당히 리얼하게 잘한데다 전문 연기자를 고용한 듯 그 행동 또한 너무 위협적이다.

결국 효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가까이 가서 보고 오셔도 됩니다. 만지시면 물릴 수 있으니 너무 근처로 가지는 마시고요.”

출연진들은 질색하면서도 궁금하긴 했는지 주저하며 좀비에게로 향했다.

어메스 또한 좀비에게로 다가갔다. 분장한 사람이라고 말했건만 여전히 아덴과 케이는 긴장을 풀지 못한 채 저들을 살피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사람 같기는 한데…….”

실제 좀비를 눈으로 보기도 했던 녀석들이라 긴장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

두 사람은 한참이나 좀비 하나를 두고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해 토론을 이어가다 결국 사람임을 인정했다.

“자, 다들 확인하셨죠? 그럼 이제 자리로 돌아오셔서 설명을 들어주세요.”

“넵!”

다른 출연진들 또한 좀비가 갑자기 달려들어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곤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아니 근데 진행자님, 갑자기 좀비는 너무 뜬금없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요! 왜 갑자기 좀비에요?”

“아니 피디님, 그냥 하던 대로 해줘요! 왜 좀비야!”

기다렸다는 듯이 이어지는 출연진들의 항의에 효수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다~ 생각이 있습니다. 자, 진정하시고. 보시다시피 좀비들이 여러분들을 호시탐탐 노리며 이를 갈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희가 쳐놓은 보호막 덕분에 다가오지 못하지만 보호막의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는 거거든요.”

“으으 그럼 다가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여러 가지 게임에서 승리해서 보호막을 유지해주셔야 합니다. 오늘 할 게임을 보여드릴게요.”

효수의 옆으로 판넬 하나가 들어왔다.

[첫 번째 게임-버튼을 눌러줘!]

[두 번째 게임-노래는 세상을 구해]

[세 번째 게임-보호막은 파괴되었다]

판넬을 확인한 출연진들이 불만스레 소리쳤다.

“저기요 진행자님, 이미 세 번째 게임에 스포가 나왔는데요! 보호막이 파괴되었다잖아요!”

퍼억!

효수가 세 번째 게임이 적힌 곳을 주먹으로 치며 하하 웃었다.

“착각이십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세 번째 게임 글씨가 적힌 곳이 효수의 주먹 모양대로 뚫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헉.”

출연진들이 아뿔싸 하는 표정을 지으며 능청스레 제 입을 막았다.

효수가 웃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우선 첫 번째 게임에 대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첫 번째 게임 버튼을 눌러줘! 여러분 한번 주위를 둘러보시겠습니까?”

서도화가 주변 바닥을 둘러보았다. 좀비에게 정신이 팔려 못 봤었는데 바닥 이곳저곳 빨간 버튼이 설치되어 있었다.

“빨간 버튼 보이시죠? 게임이 시작되면 이 수많은 버튼 중 일부의 버튼에 불이 들어올 겁니다. 여러분들께선 불이 들어온 버튼을 찾아 5초 내로 눌러주시면 됩니다.”

“5초 이내요?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찾아요?”

효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능글스레 말했다.

“버튼의 수만큼 여러분들의 수도 많으니까 뭐, 충분히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로 5초는 뒤에 보이시는 화면에 친절히 표시될 예정입니다.”

“저기…….”

다른 출연진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동안에도 조용히 설명을 듣고 있던 서도화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효수가 감격한 얼굴로 서도화를 가리켰다.

“이야 역시 우리 어메스. 너무너무 정중하게 손을 들고 질문을 해주었어요. 네, 도화 씨.”

“그런데 좀비들이 있는 영역에도 버튼이 있는데 혹시 저 영역에도 들어가야 하나요?”

“아!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효수가 따악! 핑거 스냅을 하곤 말했다.

“사실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습니다만, 좀비들을 막고 있는 이 보호막은 사실 건전지로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엥? 그건 너무 억지 아니야?”

“진행자님 컨셉이 너무 막 나가요!”

“쉿, 조용히 하세요! 아무튼 건전지가 너무 빠르게 소모가 되기 때문에 이번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엔 잠시 보호막을 꺼놓을 겁니다.”

“…….”

현장이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들리는 건 좀비들의 으르렁 소리뿐.

저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한참이나 이어지던 정적은 설명을 지체할 수 없는 효수에 의해 깨졌다.

“여러분들은 다가오는 좀비들을 피해 가며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에이, 에이…….”

출연진들이 현실을 부정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촬영을 내팽개쳐두고 도망가지 않는 이상 제작진들이 정한 게임 규칙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좀비들에게서 도망치기 충분히 좋을 만큼 이곳의 공간이 넓다는 것이었다. 다만 출연진과 좀비의 수가 워낙 많아 도중 좀비에게 붙잡히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만약에 좀비에게 잡히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좀비에 잡히는 출연진분들은 당연히 탈락하게 되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됩니다.”

“와……. 와…….”

효수를 제외한 출연진들 중 가장 고참인 멤버 순경이 불만스레 제작진들을 쳐다보았다.

“아이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그의 말에 제작진들은 그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가 불만을 터트리든 말든 게임은 시작될 것이다.

출연진들 중 불만이 없는 건 진행자 효수와 어메스 뿐이었다.

어메스는 게임 내용을 듣자마자 공간을 둘러보며 버튼을 모조리 확인했다.

“도화, 너는 도망만 잘 쳐라.”

“응. 버튼은 니가 눌러주냐?”

“어, 내가 너랑 여기 사람들 지킬 거야. 김케이, 너도 도와라.”

“김케이라 부르지 말아라.”

케이는 그리 말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덴 너는 이곳 사람들을 지켜라. 나는 너와 서도화를 지킬 테니.”

다른 모르는 인간들이 어떻게 되든지 그건 상관없다. 나의 멤버들, 나의 첫 동료들을 지키리라.

아덴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옛날 같네.”

케이가 동료로서 잠입했던 그 평화로운 시절 말이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서도화가 오소소 몸을 떨었다.

“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마.”

그냥 게임에 무슨 저렇게 비장함을. 뭐 다른 출연진들도 무서워서 비장해지긴 했지만 마치 저 두 사람은 이 게임에 목숨을 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서도화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열심히 하자. 대신 사람들 다치게 하면 안 돼. 좀비 연기자분들도.”

“어. 당연하지.”

“알겠다.”

서도화가 그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나자 효수가 게임 설명을 마치고 자신의 탁자에 배치된 빨간 버튼 위로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럼 게임 시작해보도록 하자고요. 다들 잘 살아남으시고, 보호막 해제와 동시에 게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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