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49화 (249/270)

제249화

지이이잉-

효수가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와 함께 위험 신호 사이렌이 울리며 다시 한번 세트장이 붉은 조명으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악!”

“아니 왜!”

“나는 이런 내용인 줄 알았으면 출연 안했지! 악!”

“어떡해 진짜 버튼 눌렀어…….”

그리고 결국 좀비들이 바닥의 선을 넘어 출연진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출연진들은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다니기 시작했다.

서도화가 재빨리 아덴과 케이를 쳐다보았다.

“야 우리가-”

힘내보자. 여기가 이 베테랑 예능돌들 사이 분량 쌓을 제일 좋은 기회다.

라고 말하려던 순간 두 사람이 황급히 서도화에게 등을 붙여왔다.

“야, 진짜 사람 맞아? 진짜야? 죽는 거 아니지?”

“확실하게 말하거라. 판단이 서질 않으니.”

“아 사람이라고.”

도대체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을래.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믿음이 가야지 원!”

“스턴 걸어 스턴! 기절 시켜!”

“아 사람이라고!”

하긴, 평생을 판타지 세상에서 목숨 걸고 위협과 싸운 놈들인데 사람이라고 암만 말해도 반사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일 것이다.

서도화는 설득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딱 붙은 두 사람을 살짝 떨어트렸다.

“사람이니까 아무튼 공격하지 마. 아무튼 곧 좀비들이 우리도 노릴 거니까 잘 들어봐.”

“우리를 노려? 근데 어떻게 공격을 안 해?”

“아마 선배님들은 도망치시느라 버튼 누르기 잘 못하실 거야. 근데 우리는 이런 거 되게 잘하잖아.”

동체시력도 좋고 날쎄게 도망도 잘 치고. 군단과 싸운 전적이 있는 사람들이니 천천히 잡으러 오는 좀비 쯤이야 피하는 게 어렵지 않다.

“우리 여기서 분량 뽑아야 해. 노래방부터는 활약할 기회가 없어. 최대한 화려하게 움직이면서 버튼 누르고 다녀. 잡히지는 말고.”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는 와중, 서도화의 뜻을 이해한 아덴과 케이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려하게, 버튼 누르고 다니기. 알겠다. 뭐, 쉽네.”

아덴의 표정이 한층 여유로워졌다.

서도화의 침착함에서 이 상황이 정말 위험한 상황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정말 위급한 상황이라면 서도화는 침착하려 노력은 하지만 목소리나 몸이 크게 떨리곤 했으니까.

케이 또한 아덴과 마찬가지로 기고만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이다. 무척 쉬운 과제군. 나에게 맡겨라. 전투에 익숙한 나에겐 그 정도 쯤이야 정말 별 거 아니니-”

“흐어어어어!!!!!”

“어?”

케이가 좀비에게 붙잡힌 건 정말 한 순간의 일이었다.

자신만만하던 케이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눈이 부릅떠진 채 경악하며 뒤를 돌아보는 그 모습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극적인지 서도화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잘근거렸다.

나, 나 지금 잡힌 건가?

걱정 말라고 별 거 아니라고 말하자마자?

케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도화와 아덴을 쳐다보았다.

서도화는 애꿎은 입술만 괴롭히고 있었고 아덴은 대놓고 미친 듯이 쳐웃고 있었다.

“아학학학!!!!! 학학핫!! 잘난 척 하더니 제일 먼저 잡혔잖아!!!”

설마 진짜 내가 먼저 잡혔다고? 케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헐 누구 잡혔다!”

“누가 잡혀?”

“벌써?”

“이렇게 빨리?”

“누군데? ……어메스잖아!”

케이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렁였다.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선 속절없이 좀비에게 끌어안겨 끌려가고 있었다.

“으하학!!! 저거 뭐냐 도대쳌!!!!”

아덴은 마치 케이가 들으라는 양 미친듯이 웃고 있었다.

케이가 입을 꾹 다물고 아덴을 노려보았다.

더 얄미운 건 허망하게 보고있는 서도화나 쳐웃고 있는 아덴이나 요리조리 잘도 좀비를 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 정도 없는 것!’

마왕이 용사에게 정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분해도 어쩌겠는가? 방심하다 잡혔는 걸.

“나를!!!! 나를 잊지 말거라!!!! 나를!!!”

“……뭐라고?”

“방금 케이 씨 뭐라고 했어?”

“몰라 그냥 절규?”

“어메스 멤버들한테 너무하다 그러는 거 아니야? 사이렌 소리 때문에 아 시끄러! 잘 안 들려.”

너무나 뜬금없는 말이라 민망할 정도로 알아듣지 못한 사람들 사이 아덴만 그 말을 알아듣고 픽 웃었다.

“오냐 기억하마. 네가 볼품없이 잡혀갔다고 상현이한테 말해주마!”

“……잊어라!!! 나를 잊어!!!”

달칵.

“…….”

케이는 끝까지 절규하며 좀비에게 이끌려 어딘가로 사라졌다. 케이가 사라진 문을 보며 아주 잠깐 정적이 일었다.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상황파악이 안 된 모양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크하아악!!!!”

“으악!”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좀비들로 인해 현장이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새 좀비에게 붙잡혀 끌려갔고 다른 사람들은 도망 다니기 바빴다.

좀비와 그에게 빠르게 잡혀간 케이로 인해 이미 그들의 머리속에 버튼이란 존재를 완전히 사라져버린 듯했다.

그 순간 세트장 뒤쪽의 커다란 화면에 불이 들어오더니 ‘5’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서도화와 아덴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불이 들어온 버튼을 찾기 시작했다.

“으아악! 오지 마!”

“선생님 잠시만요. 진짜로, 찐으로 무서워서 그래요. 잠만요 아 진짜아!”

서도화의 예상대로 이 소란 와중 버튼에 불이 들어왔음을 인식하기에 5초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고 이를 눈치챈 사람은 서도화와 아덴 뿐이었다.

“햑! 하악!”

“으어,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선생님 안보이는데 조금만 옆으로…….”

도망치기의 달인 서도화가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얍삽하게 좀비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위험 속에서 힘없이 살아남아야 하다 보니 피해 다니는 것 하나는 아덴보다 훨씬 잘하게 되었다.

또한 주로 적을 공격하며 자잘한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싸워야 했던 아덴과 전투원들을 대신해 그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매의 눈으로 발견하는 것도 서도화의 역할이었다.

그렇기에 서도화는 이 혼란 속에서, 빨간 조명 아래 빨간 버튼을 찾는 것조차 빨랐다.

“아덴 아덴, 저기 있다! 버튼!”

“어? 벌써 찾았어?”

아덴이 잽싸게 서도화가 가리킨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크어어-”

아덴이 버튼 쪽으로 향하는 것을 안 좀비들이 일제히 아덴에게로 달려들었다.

“어어, 아덴 씨 위험하겠는데?”

“어우 너무 무서워…….”

“나같으면 기절했다.”

“아덴 씨 피해요!”

아덴 쪽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다른 출연진들이 기겁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누군가 대형 화면을 가리켰다.

“뭐야 버튼에 불 들어왔다잖아!”

“버튼 어디!”

“2초 남았어! 이미 늦은 것같은데?”

윽. 이미 늦었다는 말에 아덴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가오는 좀비의 무릎을 밟고 뛰어올랐다.

그러곤 단숨에 불이 켜진 버튼으로 착지해 발로 버튼을 밟아버렸다.

띵-

짧은 알림음과 함께 버튼의 불과 화면이 동시에 꺼졌다.

“우아앗 뭐야? 해냈어?”

“누가 휙 날았어!”

“아덴 씨! 엄청 멋있다! 와 방금 진짜아악! 좀비!!!!”

그 순간 좀비들이 다시 움직임과 동시에 또다시 화면에 ‘5’가 띄워지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서도화가 잽싸게 불이 들어온 곳을 가리켰다.

“아덴!!!! 저기!”

“어.”

아덴이 붕 뛰어오르더니 버튼 앞에 착지해 발로 불을 껐다.

이러한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자 처음엔 감탄하며 보던 제작진과 진행자 효수의 표정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피디님 이거 괜찮겠어요? 어메스가 버튼 싹 다 누르고 있는데?”

메인작가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버튼을 누르지 못한 경우 출연진 중 한 명이 랜덤으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되고 그 사람은 잘 피했음에도 좀비가 되어 매우 억울해하는 그림을 만들려고 했었다.

에이 설마, 출연진들이 아무리 잘해도 5초 안에 버튼에 불 들어온 걸 파악하고 이를 찾은 뒤 뛰어가서 끄는 매우 어려운 일인데 한두 번쯤은 무조건 실패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어메스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게 잘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설마 페어플레이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건만…….

서도화는 얄미울 정도로 좀비들을 피해 다니며 1초도 안되어 불이 들어온 버튼을 발견하는 기재를 발휘했고 아덴은 서도화가 지시하자마자 서커스 뺨치는 텀블링으로 좀비들을 뛰어넘어 버튼을 누른다.

이런 첩보영화 같은 일이 이런 아이돌 예능에서 일어나는 게 말이나 되는가?

피디는 어메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아니 뭐……. 억울하게 잡혀간 건 케이가 있으니까 상관없는데……. 아, 케이도 어메스네.”

피디는 이윽고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입을 벌린 채 저도 모르게 웃었다.

“미친놈들이네 얘네. 어메스가 다 했어 진짜로.”

그나마 다른 아이돌 분량 챙기려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호들갑 떠는 것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첫 번째 게임은 어메스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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