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52화 (252/270)

제252화

“삼천리를 넘어~ 임을 보러왔건만~ 산오 소리만이 나를 반겨주네~”

아덴은 서도화가 시킨 대로 쩌렁쩌렁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다행히 그간 트레이닝과 무대 경험의 덕을 톡톡히 본 덕분에 무난한 실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아니 이걸 어떻게 알아?”

“푸하학!”

진행자 효수를 포함해 선배 아이돌들을 놀라면서도 웃느라 난리가 났다.

모두가 진지하면서도 크게 노래 부르는 아덴의 모습에 웃는 동안 서도화 혼자 벙찐 얼굴로 아덴을 보고 있었다.

‘아니 쟤가 어떻게 저런 노래를?’

사실 서도화가 그것보다 더 놀란 건 아덴의 예능적 판단력 때문이었다.

아무리 한야가 평소 저 옛 노래를 즐겨듣는다고 해도 원래의 아덴이라면 서도화가 부르라고 한 곡 대신 그 노래를 부를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그런데 부르기 쉬운 어메스의 곡을 마다하고 이 타이밍에 저걸 굳이 선곡했다?

이는 아덴이 드디어 예능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곳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면 되는지 파악했다는 것이다.

제 할 일을 알고 상황 판단을 할 줄 알게 된 아덴은 꽤 영리하게 행동할 줄 알았다.

이곳 세계 사람들은 어린 사람이 생각도 못한 곡을 들고 오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걸 알고 자신이 아는 곡 중 가장 옛 곡이며 뜬금없는 곡을 선곡.

다른 사람이라면 그 뭐 별건가 할 만한 일이지만 이세계에서 온 아덴의 결정임을 아는 서도화로선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서도화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동료들아, 애가 다 컸어.’

이젠 다 내려놓았다고 해도 그나마 남아있던 작은 걱정 또한 완전히 사라졌다.

이젠 서도화나 한야, 주상현 없이 아덴과 케이……, 아니 아덴 혼자 방송에 내보내도 그는 충분히 잘 할 것 같았다.

그래 방송 시작한 지 1년인데 이제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언제까지 아덴의 보호자로서 있을 수도 없고.

서도화는 신난 얼굴로 출연진들 속에 섞여 들어가 아덴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어댔다.

‘정답이군.’

아덴 또한 서도화의 얼굴을 보며 안심하고 더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잠시 후, 아덴의 노래가 끝났다.

“너어무 좋았어요. 우리 막내 아덴 씨의 열창에 선배들 아주 신나가지고 놀아재꼈는데요. 과연 점수는 어떨지!”

아덴의 점수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신나게 놀았던 여운을 느끼던 출연진들도 입을 다물고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올라가던 숫자는 이윽고 99점을 표시했다.

“오오 99점! 크게 부르면 된다는 어메스의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와!”

아덴이 두 손을 머리 위로 쭉 뻗으며 서도화에게 다가왔다. 서도화가 씨익 웃으며 아덴의 손에 짝- 제 손을 맞춰주었다.

“잘했어. 완전.”

“그치?”

“어, 곡 바꾼 거 진짜 잘했어. 놀랐잖아.”

“나 진짜 천재 같아.”

아덴이 뿌듯하게 자화자찬을 시작했지만 서도화도 이번만큼은 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아덴의 활약을 인정해주었다.

“끄어어- 끄억-”

케이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아덴을 노려보았으나 아덴은 이를 가볍게 무시하곤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로서 두 번째 게임 노래는 세상을 구해가 끝이 났습니다. 다들 즐거우셨나요!”

“네에!”

“재밌으셨나요!”

“네에!”

출전한 멤버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신나게 놀아재꼈던 출연진들이 잔뜩 달아오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효수는 씨익 웃으며 빨간 버튼에 손을 올렸다.

“자! 그럼 재밌게 놀았으니 탈락자들을 보내줄 때가 되었죠!”

“…….”

들떴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렇다 이렇게 신나게 춤추고 노는 와중에도 점수 95점을 넘기지 못해 탈락한 자들은 있었다.

효수가 자비 없이 빨간 버튼을 누르자 지이이잉- 긴 부저금과 함께 현장의 조명이 붉은색으로 바뀌고 순식간에 좀비 떼들이 들이닥쳤다.

“으아아아!”

한가운데에 모여 있던 출연진들이 빠르게 흩어져 좀비 떼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좀비 떼 중엔 이미 탈락했던 출연진들, 케이를 포함한 이들도 포함이었다.

“우왁! 아하학! 야! 왜 나만 쫓아와! 아악 진짜 무서워! 오지 마!”

이에 따라 좀비에게 쫓기는 출연진들의 반응도 처음과 달라졌다.

좀비 분장을 한 출연진들은 대체로 본인 그룹의 탈락자들에게 달려들었고 꼭 탈락자가 아니라도 그냥 본인 그룹의 멤버들을 놀래키려 쫓아다니고 있었다.

케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으아아아!!!!”

두 손을 어깨 높이까지 올린 채 맹렬한 기세로 서도화와 아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여러분들 잘 피하셔야 합니다! 꼭 탈락자 아니라도 여기서 잡히는 분들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버리는 거예요!”

효수의 말에 출연진들이 더 발악하며 좀비들을 피해 다녔다. 한편 좀비 케이를 맞닥뜨린 서도화와 아덴은.

“풉, 뭐 하냐?”

“너 꼴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잘생기긴 했어.”

“이거 방송하는 날 꼭 본방으로 보자. 다른 멤버들이랑 같이 웃게.”

케이가 이를 꽉 악물었다.

‘얄미운 녀석들!’

그래, 이세계 전투 때도 늘 이랬다. 이래서 이놈들을 싫어했다.

공격해도 공격해도 여유로운 척 피하며 입은 한시도 안 쉬고 떠들어대며 비아냥이니 어찌 싫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좀 잡혀라!”

“안 되지. 잡히면 너처럼 되는데?”

“야, 인간적으로 좀 봐줘라. 잡히면 어메스는 한 명밖에 안 남아.”

“상관없다! 으으, 아덴 너부터!”

“헤헷!”

아덴이 상큼하게 웃곤 뒤로 빠졌다. 케이를 탈락자들을 잡아채는 건 뒷전, 빨간 조명이 사라질 때까지 어메스 멤버들만 쫓아다녔다.

사실 다른 아이돌 그룹도 마찬가지였으므로 그다지 튀는 행동은 아니었다.

“우어! 살려줘어어!!!!”

“안 돼애!!!!!”

끝내 좀비에게 잡힌 탈락자들과 동료들의 물귀신 작전에 당한 사람들이 단말마와 함께 문밖으로 사라져갔다.

케이는 맹렬하게 달려들던 것에 비해 진짜로 두 사람을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는지 조명이 켜지자 미련 없이 돌아서 선 밖으로 나갔다.

마치 데자뷰처럼 여기저기 주저앉은 아이돌 출연진들의 머리가 산발이 되어 있었다.

“어후… 진짜 이거 정말… 심장에 안좋아요.”

“이제 하나 남았어?”

출연진 중 한 사람이 패널의 게임 이름을 살피다 멈칫, 짜증스레 소리쳤다.

“아아! 마지막 게임 이름 좀 봐!”

이번에도 살아남았다고 조용히 하이파이브를 하던 서도화와 아덴의 시선이 패널로 향했다.

[세 번째 게임-보호막은 파괴되었다]

서도화와 아덴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가 좀비들의 발치에 있는 선으로 향했다.

보호막이라면 당연히 저걸 말하는 것이고, 파괴되었다는 말은 당연히 저걸 넘어서 좀비들이 달려든다는 말이지 않나?

출연진 전원이 세 번째 게임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한 듯 보이자 효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자, 여러분들 이제부터 세 번째 게임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보호막이 세 번째 게임에서 결국 파괴되고야 맙니다.”

“어떻게 저렇게 얄밉게 진행을 할 수가 있지?”

“좀비들은 현장에 풀렸고 그와 동시에 진행자인 제가 혼신의 기지를 발휘해서 이 스튜디오의 잠긴 문을 활짝 열어둘 거예요.”

효수가 스튜디오의 입구를 가리켰다.

“그러면 여러분들은 좀비를 피해 방송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백신을 찾아 여기, 이 상자에 넣고 탈출하면 성공입니다!”

“뭐야 술래잡기네요?”

“비슷하죠. 다만 백신이 숨겨진 곳은 이 스튜디오가 위치한 3층으로 한정되어 있고요. 페널티인지 베네핏인지는 모르겠지만 좀비가 된 멤버가 있는 그룹의 경우 여러 군데 숨겨진 미니 백신M을 사용하여 인간으로 되돌려야만 탈출할 수 있어요.”

한 마디로 그룹 내 좀비화가 된 멤버가 많을수록 탈출 준비가 오래 걸리므로 우승할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다.

서도화가 손을 들었다.

“상자에 넣어야 하는 백신과, 멤버를 사람으로 되돌리는 백신은 다른 건가요?”

“네, 다른 겁니다. 미니백신은 여러 군데 여러 개가 숨겨져 있고 상자에 넣을 백신은 딱 하나입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로 최종 우승자, 그러니까 제일 먼저 탈출한 그룹에게는 상품으로 오늘 거하게 고기파티 할 수 있는 최고급 한우 세트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와악 고기!!!”

출연진들이 고기에 신나서 소리치는 동안 서도화가 조용히 아덴에게 속닥였다.

“일단 백신 찾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케이 찾아서 잡아놔.”

“응.”

“상자에 넣는 백신은 셋이서 같이 찾으면 되니까.”

“응.”

아덴이 고분고분히 대답하며 케이를 쳐다보았다.

예전처럼 날아다니진 않을 테니 잡아두기는 무척 쉬울 것이다.

“자, 더 궁금한 거 없으면 슬슬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 빨간 버튼을 누르는 순간 보호막은 풀릴 거고요. 저는 전속력으로 달려서 스튜디오 문을 열 거예요.”

“네!”

출연진들의 표정이 한껏 비장해졌다. 효수가 버튼에 손을 올렸다.

“자 그럼, 시작!”

지이이잉-

부저음과 함께 스튜디오에 붉은 조명이 들어오며 좀비들이 선을 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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