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생활-258화 (258/270)

제258화

첫 콘서트 소식의 들뜬 분위기는 막방 날까지 이어졌다.

“형, 형 콘서트 스포는 아직 하면 안 되겠죠? 막방이니까! 암호처럼 막!”

“상현이 왜 이렇게 신났어? 참나 당연히 안 되지! 진정해. 진정해.”

이병수가 귀엽다는 듯 껄껄 웃으며 매달리는 주상현을 밀어냈다.

어메스 유일의 경력자로서 일에 대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어른스럽고 믿음직해지는 주상현이었지만 콘서트만은 자제하지 못할 정도로 기쁜 모양이다.

심지어 그에게는 첫 콘서트도 아닌데 말이다.

‘하기야.’

이병수는 대기실 곳곳에 있는 멤버들을 둘러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들뜬 게 어디 주상현뿐이겠는가?

가뜩이나 시끄러운 것으로 소문난 어메스가 오늘은 그보다 배로 활기찼다.

오히려 이야기를 들은 전날보다 더 했다.

“이야! 나는 진짜 뭘 해도 될 건가봐. 콘서트까지 하다니.”

“이봐. 어디 콘서트가 너 하나로 이뤄낸 성취더냐? 하지만 신이 난 건 이해하마. 아무렴! 자랑하고 싶겠지! 데뷔 일 년 만에 콘서트를 한다는데! 하하하하!”

왜냐하면 아덴과 케이가 서도화에게서 콘서트가 무엇인지, 콘서트를 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도화 또한 감격과 흥분에 점철되어 있었으므로 그 설명이 과도하게 과장되기는 했다.

아무튼 그 덕분에 어메스의 대기실은 오늘도 시끌벅적했다.

서로 공치사를 해가며, 자랑하고 싶어 안달을 내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메이크업 수정을 끝마친 한야가 의자를 획 돌리며 짝짝 손뼉을 쳤다.

“얘들아, 잠시 모여볼까?”

“네엡!”

사방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멤버들이 한야와 그의 곁에 앉아있던 서도화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오늘은 이번 앨범 마지막 무대인 거 알지?”

“넵!”

대답 소리에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 어느 무대도 대충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 무대가 끝나면 방송에서 이 곡을 선보일 일이 없어진다 생각하면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졌다.

하지만 한야는 멤버들을 보며 느슨하게 웃었다.

“마지막이니만큼 완벽한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래서 이렇게 기합이 잔뜩 들어갔겠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

그게 무슨 소리야? 멤버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한야가 제가 입은 의상을 가리켰다.

어메스의 마지막 방송 의상은 다름 아닌 교복.

고요들이 가장 보고 싶어 했던 무대 의상 1위로 뽑힌 의상이었다.

서도화는 한야가 하고 싶은 말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교복은 솔직히 티어의 컨셉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방송의 의상으로 선택한 건 순전히 팬들을 위함이다.

그럼 이 의상을 입고 선 무대에선 어떤 공연을 보여줘야 할까?

한야가 적당한 타이밍에 답을 알려주었다.

“앨범 활동 마지막까지 응원해준 팬들을 위한 무대지? 힘줘서 바짝 해서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는 건 매 무대 해왔으니까 오늘은 고요분들한테 고마움을 전하는 데에 좀 더 신경 쓰도록 해보자.”

이런 팬서비스 가득한 공연을 하는 것도 마지막 방송이라는 명분이 있기에 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번 공연은 팬들을 위한 공연.

한야의 말뜻을 알아들은 멤버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네!”

똑똑.

그때 때마침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제작진이 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어메스, 무대 뒤로 이동할게요.”

“네!”

어메스가 일제히 대답하며 대기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얘들아, 리허설에서 변경된 부분 잘 기억하고, 또 후반부에 꽃가루 터지는 거 까먹지 말고.”

이병수가 익숙하게 멤버들이 기억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고 멤버들은 일일이 그의 말에 대답하며 저 복도 끝 문으로 향했다.

* * *

“나온다. 나온다.”

누군가의 말소리에 주변의 모든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로 쏠렸다.

조명이 꺼져 어둑해진 무대 위, 다른 아티스트와는 확연히 다른 수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무대 위를 꽉 채운 사람들. 팬들은 애써 입을 꾹 다문 채 그들의 실루엣을 지켜보았다.

무대 위에 사람이 저렇게 많고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데 단순히 실루엣만으로 신기하리만치 댄서와 아티스트, 심지어 어떤 멤버가 어디에 서 있는지까지 구분이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메스의 마지막 무대를 보러온 사람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어메스로 채우는 사람들.

매일같이 보던 멤버들의 실루엣을 모를 리 없다. 다만.

“오늘 의상 되게 가벼워 보인다?”

“막방이라고 뭐 챙겨 입었나?”

“…정장인가?”

“미친 진짜?”

존나 기절하겠는걸?

사실 얼마 전 어메스 공식 sns에서 뜬금없이 어메스가 가장 입어줬으면 하는 의상 투표를 진행하기에 뭔가 이벤트가 있겠거니 생각은 했다만.

‘그게 오늘이었어?’

“흐어업…….”

그녀는 애써 숨을 죽인 채 울부짖었다. 만약 저들이 정장이라도 입고 나오면 그대로 자빠질지도 모른다.

“네! 드디어 마지막 무대만을 남겨놓고 있는데요. 어떤 분들이 준비 중이시죠?”

“네,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은요! ……흐윽, 흑!”

“헉! 왜 울고 그러세요?”

“이분들이 벌써 굿바이 무대라니! 너무 아쉬워서 ‘티어’가 멈추질 않아요!”

아아니! 이상한 진행 그만하고 빨리 보여주기나 하라고!

고요들이 흘러나오는 비명을 꽉 참은 채 무대만 째려보고 있을 때. 드디어 진행이 끝나고 어메스가 선 무대 위로 조명이 들어왔다.

“…….”

교복… 이네?

미치겠네.

“으으아아악!!!! 꺄아아악!!!”

흥분한 고요들의 환호성이 어메스의 인이어를 뚫고 들어왔다.

이에 엄중한 표정으로 대기 자세를 잡고 있던 어메스가 팬들을 힐끔 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고요들의 함성 소리가 배로 커졌다.

장담하건대 어메스가 티어를 공연하며 미소를 지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차마 미소 지을 틈이 없는 컨셉과 안무를 가진 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어메스는 대기 자세에 이어 인트로가 나오고도 여전히 고요들을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고요들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이 무대는 그저 늘 하던 공연이 아니라, 고요들을 위한 무대라는 것을.

* * *

어메스가 오늘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 좀처럼 붙어있지 않는 아덴과 케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팬들을 위해 텀블링을 뛴 두 사람이 딱 달라붙어 카메라를 향해 반반 하트를 만든다든가.

한야가 염원의 텀블링을 뛴다든가.

서도화와 주상현이 페어 댄스를 춘다든가 하는 등 제약 있는 무대 위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다했다고 할 수 있겠다.

덕분에 거칠기 짝이 없는 티어의 원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결과적으로 막방다운, 팬들에게 헌정된 무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티어 무대 중 최고로 달아올랐던 무대, 어메스는 마지막 음악방송 1위까지 거머쥔 뒤 성공적으로 활동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겐 콘서트 준비 전 짧은 휴식이 주어졌다.

스케쥴도 비공식 일정도 없는 여유로운 하루.

한야는 가족들과의 식사 약속을 위해 숙소를 나섰고 주상현 또한 댄스 레슨을 받으러 갔다.

한 마디로 숙소에 있는 사람은 아덴과 케이 그리고 서도화.

이 세계엔 딱히 만날 사람이 없는 멤버들끼리 남아있었다.

“……야.”

무기력하게 거실에 드러누워 있던 아덴이 툭 팔을 떨어트리듯 서도화의 손을 쳤다.

그러자 거의 잠들기 직전이던 서도화가 흐느적 고개를 돌려 아덴을 쳐다보았다.

“왜.”

“너는 이 세계에 친구가 없냐?”

“갑자기 웬 시비야?”

서도화가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는 투로 느릿하게 대답하자 아덴이 어깨를 으쓱였다.

“너 이 세계 사람 아니냐? 다른 멤버들은 다 놀러가는데 너는 왜 맨날 약속 없이 숙소에 있냐고.”

“네가 뭘 알겠냐.”

서도화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 이유 첫 번째, 마왕과 용사 둘만 숙소에 남겨놓고 갔다가 무슨 일이 있을 줄 어떻게 알고 자리를 비우겠는가.

두 번째, 서도화라고 이곳의 친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실제로 데뷔하고 몇몇에게선 축하한다 연락이 오기도 했고.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다.

저쪽 세계에서 죽을힘으로 버텼던 5년. 물론 이때의 일로 이전에 만났던 대부분의 인연이 흐릿해졌다.

오히려 그쪽 세계에서 만났던 인연들이 더욱 소중히 생각될 정도로.

거기다 저쪽 세계로 넘어가기 전에도 연습생 생활을 하며 학교 생활이나 친구 관계에 소홀했고, 데스티니에서는 따돌림까지 당했으니 쉬는 날 만날 친구가 있을 리가.

“…….”

그래도 쉬는 날인데 숙소에만 있는 것도 좀 그렇긴 하네.

서도화가 아덴과 케이를 둘러보았다.

데뷔한 이후에도 쉴 틈만 있으면 연습실에 처박혔지 휴식을 즐긴 적은 없다.

그리고 그건 저들도 마찬가지일 터. 이쪽 세계에 적응할 틈도 없이 연예계에 익숙해져야만 했지.

“흐음.”

잠시 생각하던 서도화가 벌떡 일어났다.

“내가 친구가 너희밖에 더 있겠냐? 나가자.”

휴식을 즐길 겸 저들을 데리고 가까운 곳에서 식사라도 하면 좋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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