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진료비 청구 (2)
[스킬명 : 진료비 청구 Lv.1]
[당신이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을 때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당신의 진료행위로 늘어날 환자의 기대수명만큼, 일정 비율의 수명을 정산받아 당신의 기대수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 정산 비율은 스킬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늘어날 것입니다. (정산되는 수명은 환자의 기대수명에서 차감되는 것이 아닌, 별도의 보너스 수명입니다.)]
[현재 정산 비율 = 2000 : 1]
‘허어?’
라키엘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난데없이 눈앞에 잔뜩 떠오른 메시지. 상상해본 적이 없던, 너무나 뜻밖의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뭐야, 이거.’
메시지의 내용을 파악하는 사이, 추가적인 메시지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진료비 청구 (Lv. 1) 스킬이 발동됩니다.]
[환자 ‘테오도르 팔레르모 마젠타노’는 당신의 숙취 치료를 통해 0.5일의 기대수명 연장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에 당신은 0.5일의 1/2000에 해당하는 보너스 수명을 정산받습니다.]
[정산된 수명의 단위가 너무 작습니다.]
[정산 가능한 수명의 최소 단위는 1일입니다.]
“…….”
보고 있자니 대강 알겠다.
여전히 멍한 기분이지만.
이 메시지들이 뭘 알려주는 건지 라키엘은 불현듯 알 수 있었다.
‘수명을 정산받는다고? 환자를 진료해주면? 내 진료를 통해 늘어난 환자의 기대수명만큼, 내 수명도 일정 비율로 같이 늘어나는 거야?’
게다가 그 수명이 환자의 기대수명을 차감하는, 깎아 먹는 게 아니라고 했다. 보너스 개념으로, 별도로 이쪽에게 정산되는 거라고 했다.
‘그럼…… 이제부터 셀프치료하려고 바둥거릴 필요가 없어진 거네?’
서서히 찾아오는 깨달음.
깨달음 속에 담긴 엄청난 의미.
라키엘의 입술이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렸다.
‘나이스. 진심으로 나이스. 안 그래도 요즘엔 마황부자세신탕 약빨도 많이 떨어졌었는데. 다른 처방을 어떻게 짜야 하나 계속 고민 중이었는데. 아니, 기대수명을 더 연장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던 판국이었는데.’
사실은 조금, 많이 두려웠다.
황태자 라키엘의 이 몸뚱이는 정말로 저주받은 육체 같았다. 기대수명이 몇 달도 남지 않았는데. 매일 기력이 없고 전신이 만신창이인데. 아무리 진맥을 해봐도 원인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냥, 오장육부 전체가 답이 없는 폐급인 느낌이었다. 대놓고 아예 요절하라고 만들어진 몸뚱이 같았다.
‘치료를 거듭해도…… 마이너스 통장에 돈 때려붓는 기분이었지.’
아무리 마황부자세신탕을 써클슬롯에 넣고 몸에 공급해도, 주기적인 침술로 몸을 다스려도, 그건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아니, 시간이 지나며 몸이 탕약 성분에 적응해 버린 건지 점점 효과가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하여 고민이었다.
정말로 계속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정녕, 소설 내용과 다르게 살아남을 수는 있는 건지.
의구심이 커졌고, 불안감이 덩치를 키웠더랬다. 어쩌면 그런 의구심과 불안감이 주는 공포를 잊고자 이번 대결 준비에 더욱 몰입했던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데…… 그 고민이 풀린 거지, 이건.’
더는 약빨 안 드는 이 저질체력 몸뚱이를 치료하느라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다.
남을 진료해주면 된다.
병 걸린 사람을 돕고.
다친 사람을 보살피고.
그렇게 환자들을 진료해주면?
‘그들의 늘어나는 수명만큼 나도 보너스 수명을 받는 거야.’
라키엘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이 보였다. 전에 없던 희망의 불꽃이 쑴펑쑴펑 피어났다. 게다가 희망적인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진료비 청구…… 전에 처음 스킬 개방 선택 목록에서 본 기억이 나.’
분명 그랬었다.
첫 스킬 개방 때였던가. 당시 개방 가능한 스킬 목록에 ‘진료비 청구 스킬’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진맥 스킬을 선택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진료비 청구라고 해봤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솔직히 진료비로 돈이나 받는 스킬일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눈길도 안 줬다.
자신은 황태자니까.
돈은 썩어날 정도로 많으니까.
굳이 남한테 진료비로 푼돈이나 챙겨 받는 스킬 같은 건 필요 없다고, 그렇게만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진료비가 돈이 아니었던 거지.’
설마하니 보너스 수명을 정산받는 스킬인 줄은 몰랐다. 이렇게 꿀맛 같은 스킬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가히, 이쪽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넝쿨째 안겨주는 복덩이 스킬인 셈이었다.
‘그럼 다른 스킬들은?’
라키엘은 당시에 목록에서 보았던 다른 개방 가능 스킬들을 떠올렸다.
‘그때 봤던 것들이…… 진맥, 침술, 부항, 뜸, 탕약 조제, 약재 감별, 약초 탐색, 약술 주조, 진료비 청구, 아스라한 심법…… 같은 것들이었지, 아마.’
그중에 진맥과 진료비 청구, 아스라한 심법은 손에 넣었다.
하면 나머지 것들은?
‘그저 내가 알고 있는 평범한 침술이나 부항, 뜸이 아닐 거야. 진료비 청구만 봐도 그래. 아직 개방 안 한 나머지 스킬들에도 지금 내가 상상 못하는 꿀 같은 기능들이 붙어 있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그럴 거 같았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하나씩 개방해보자.’
라키엘은 내심 앞으로의 계획을 갈무리했다. 앞으로 더 잘해보자는 다짐도 새삼 되새겼다.
그때였다.
“……찌하여 대답이 없는가.”
묵직하고도 위엄 있는 목소리가 고막을 푹, 찔러 왔다. 그 목소리에 라키엘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상념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이는 얼굴.
권좌 위의 황제가 그곳에 있었다.
살짝 치켜든 턱, 아래로 내리깐 근엄하고 날카로운 눈빛. 그 눈빛이 이쪽을 향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짐이 다시금 묻겠도다. 너는 방금 대결에서 아스라한 심법을 사용한 것이었더냐?”
“……예, 그렇습니다.”
라키엘은 황제의 질문을 재빨리 받아냈다. 이쪽의 대답에 황제의 표정이 더욱 굳었다.
“어떻게?”
“그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고?”
“예, 폐하.”
대강 둘러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때로 지나친 솔직함은 독이 된다.
차마, ‘셀프 침술로 몸 푹푹 찌르고 탕약 원샷했더니 오장육부가 포인트 주고 스킬 개방해주던데요’ 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라키엘은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그새 사람들 싹 다 흩어놨네.’
아까 대결이 벌어지던 때에는 그렇게나 북적였던 로이-하비교였다.
커다란 다리를 둘러싸고서 강 양쪽의 대로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었다. 대로뿐만이 아니었다. 강변 대로를 따라 늘어선 수많은 건물의 창문들, 옥상 난간마다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한데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로이-하비교 인근은 물론이었다. 강변 대로에도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대로변 건물들의 창문은 모조리 닫혀 있었고, 옥상도 텅텅 비어 있었다.
‘역시 황제 권한은 막강하구만. 그렇게나 많이 모여 있던 사람들을 그새 싹 물러가게 했네.’
결과적으로 이곳, 로이-하비교 위에는 자신과 황제만이 남아 있었다.
근위대와 수행원들도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나한테 뭔가 말할 게 있어서 이러는 건가.’
꿀꺽, 저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갔다.
다행히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잠깐 닫혔던 황제의 입이 열렸다.
“……그래. 네가 태어나던 날, 짐이 손수 너의 심장에 아스라한 심법을 새겼지.”
이쪽을 보는 황제의 눈동자.
그 속에 묘한 감정이 엿보였다.
그것은 후회일까, 혹은 기쁨일까.
워낙 무표정한 사람이라 파악할 수가 없었다.
황제의 말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활용조차 못하고 있던 그것을, 이제야 꺼내어 짐의 계획과 심기를 흐트러뜨리는 데에 사용하고야 말았구나, 너는.”
“…….”
호의적이지가 않은데.
라키엘은 잠자코 황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나 약속은 약속이며, 대결은 대결인 터이니. 오늘은 네가 짐에게 이겼도다. 일찍이 네가 제안하였고 짐이 받아들였던 대로, 네가 오늘 대결에서의 승리를 거두었으니, 짐은 너에게 주어진 황태자위를 빼앗지 않겠다. 단-”
황제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앞으로도 짐은 너를 지켜볼 것이다. 권좌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자에게 주어짐이 마땅할 터이니, 짐은 너에게 권좌를 감당할 역량이 있을 것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시험할 것이다. 알겠느냐?”
“…….”
라키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황제를 쳐다보았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조금, 배알이 뒤틀렸다.
‘이 아저씨 말하는 거 보소.’
2황자에게 이겼으니 황태자위를 지키는 건 당연한 건데. 앞으로도 계속 이쪽의 자격을 의심하고 시험하겠단다. 한데 그걸 굳이 이 자리에서 저렇게 대놓고 말하는 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라키엘은 그런 기분에 휘둘리지 않았다. 오히려 냉정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소설 ‘마검황’의 스토리를 떠올렸다.
소설 마검황의 초반.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중에서도 황제에게 벌어지는 일이 떠올랐다.
‘저 아저씨, 쓰러지지. 뇌졸중으로.’
아무런 징조도, 징후도 없던 변고였다.
자신의 맏아들과는 달리 워낙 튼튼하고 강건했던 황제였다. 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뇌혈관 질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황실의 여흥을 위한 사냥. 내달리는 사슴을 향해 화살을 겨누던 도중.
황제가 쓰러졌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반신불수가 되었다. 뇌혈관이 막히며 생긴 뇌졸중이 원인이었다. 그렇게 황태자 라키엘이 죽은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황제마저 쓰러졌다.
거대한 제국이 몰락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그건 안 되지.’
라키엘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황제가 쓰러지는 건 자신에게도 곤란한 일이다.
‘난 이제부터 할 일이 많아. 아까 얻은 진료비 청구 스킬. 그걸 제대로 써먹어야 하니까. 한데 그 일에 집중하려면? 황제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리를 지켜줘야 해.’
한데 만약 황제가 쓰러지면?
자신이 황제를 대신하여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신경 쓸 일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환자들 진료해줄 시간이 줄어들겠지. 기껏 얻은 진료비 청구 스킬도 제대로 못 써먹을 거고. 그건 절대로 안 되지.’
기껏 꿀맛 스킬을 얻었는데.
그걸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수명 종료. 혹은 갑작스러운 황궁 업무에 떠밀려 과로사.
그딴 엔딩은 절대로 사양이었다.
그러자면 황제가 튼튼해야 한다.
나름 결론을 내린 라키엘이 입을 열었다.
“폐하, 검의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뭣?”
황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게 무슨 소리일까.
방금 자신은 맏아들에게 앞으로 더욱 긴장하라는 엄중한 조언을 하였건만. 한데 그걸 들은 맏아들은? 되레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당부를 보내어 오고 있었다.
“제가 근래에 듣자하니, 국사에 집중하시느라 검을 놓기 시작하셨다 들었습니다. 그러면 아니 되십니다. 오히려 더욱 몸을 움직여 체력을 유지하고, 굳은 근육을 풀어주셔야 합니다.”
“무슨…….”
“그리고 채소 섭취를 늘리셔야 합니다.”
“…….”
“가급적이면 연초도 끊어주시옵소서.”
“혹시 지금, 짐에게 하는 소리인가?”
“제 작은 염려와 진심입니다.”
“허.”
황제는 그만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전히 원인도 모를 지병을 앓고 있는 주제에. 황위를 물려받을 희망조차 한없이 불투명한 주제에. 앞으로 얼마나 사람 구실을 하며 살지도 모를 주제에.
감히, 황제인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듯 건네는 당부가 하찮게만 여겨졌다. 또한, 얕고도 알량하게 느껴졌다.
“지금, 그런 속없는 당부로 짐의 조언을 회피하려 드는가?”
황제의 헛웃음이 싹 걷혔다. 그 빈자리에 희미한 진노와 실망감이 배어났다.
그때부터였다.
황제의 꾸짖음이 길게 이어졌다. 그 앞에 라키엘은 그저 고개만 숙이고서 예, 예, 대답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훈계의 시간이 이어졌을까.
“……하니 황태자는 짐의 경고와 당부를 잊지 않도록 하라.”
“그리하겠습니다, 폐하.”
이쪽의 훈계에 잔뜩 시달린 황태자가 물러났다.
“……쯧.”
황태자가 물러난 자리.
홀로 남은 황제는 혀를 찼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오늘 대결에서 라키엘이 보인 아스라한 심법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준비되지 않은 허약한 몸으로 섣불리 사용하면 큰 탈이 날 수도 있거늘. 쯧쯧!’
자신의 맏아들은 어찌하여 그렇게나 필사적이었던지. 게다가 상식 밖의 그 마나 분출은 대체 뭐였던 건지.
‘설마하니 잘못된 방법으로 심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자꾸만 걱정이 들어서 아니 되겠다.
조만간 별궁으로 찾아가보아야겠다. 녀석의 상세를 직접 자세히 살펴보아야겠다.
그래야…… 조금은 마음이 놓일 것 같으니까.
‘하여간. 약해빠진 녀석 같으니라고.’
한데 그 나약한 몸으로 나름 뭘 해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버둥거리는 모습이라니. 황제는 그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맏이의 필사적이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감은 눈꺼풀 속으로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모습이 자꾸만 작은 기대의 조약돌을 던져왔다. 작은 조약돌이 황제의 철벽같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태어남과 동시에 어미를 잃었던 아이.
자라면서 내내 아팠던 아이.
‘이런 희망, 부질없는 것은 아닐는지.’
옥좌에 앉아 고개를 젓는 황제.
황제가 아닌 아버지의 한숨이 깊어졌다.
♣
‘아버지도 뇌졸중이셨는데.’
다그닥, 다그닥, 별궁으로 돌아가는 마차 소리. 자신을 싣고 움직이는 마차의 진동을 느끼며, 라키엘은 말없이 창밖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창밖은 보이지 않았다. 화려한 장식의 에메랄드 유리 가득, 자신의 낯선 얼굴만 엇비쳐 보였다. 그 얼굴 너머로 서슴없는 기억의 편린이 떠올랐다. 편린 속에 고등학생 시절의 자신이 있었다.
야자를 제끼고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의 급한 연락을 받고서.
병원으로 허겁지겁 뛰어가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러게 왜 담배는 못 끊으셔가지고…….’
라키엘은 한숨 속에 편린의 조각을 흩어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계획을 가다듬었다. 그러는 사이 마차가 별궁에 도착했다.
“즈어어어언하아-!”
“……아, 씨. 깜짝이야.”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쪽을 가장 열렬히(?) 맞이해준 이는 가르딘 경이었다. 라키엘은 짐짓 인상을 팍 썼다.
“대놓고 일부러 이러는 거지? 응? 나 놀래키려고. 맞지?”
“아닙니다, 전하! 제가 그럴 리가요. 이건 진심으로 감격해서 흘리는 눈물입니다!”
“…….”
“아니, 세상에, 2황자님을 그렇게…… 설마 그렇게 이기실 거라고는 정말이지…… 흐흑!”
“…….”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얼마나 고단하셨습니까. 정말로 장하십니다, 전하.”
“…….”
“전하?”
“됐고. 피곤해. 쉴 거야. 내일부터 할 일 많아.”
“예? 할 일이 많다니요?”
“진료비를 두둑하게 걷을 거거든.”
“……예?”
가르딘 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지.
이제부터 진료비 청구 스킬로 보너스 수명을 두둑하게 얻어낼 계획이니까. 마침 소설 ‘마검황’의 지금 시점에서, 가장 확실하게 이쪽이 진료해줄 수 있는 환자가 있으니까. 게다가 그 환자, 나이마저 창창해서 늘려줄 수 있는 기대수명도 어마어마할 테니까.
“경은 혹시, 데미안이라고, 알아?”
“데미안……. 그거, 사람 이름입니까?”
“어.”
“모르겠습니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가르딘 경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런 듣보잡, 전혀 모르겠다는 투였다.
‘당연히 그렇겠지.’
희미한 웃음이 나왔다.
가르딘도, 이 세상의 다른 이들도 잘 모를 터다. 하지만 나는 안다. 소설 마검황을 읽으며 수백, 수천 번은 접한 이름이니까.
데미안 카이엔.
그가 바로, 이 소설의 원래 주인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