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쑥뜸 클리닉 (2)
“마음의 준비는 되셨나?”
“예, 옙.”
“긴장 풀어요. 안 죽어.”
“옙.”
“자아, 갑니다.”
“흐읍!”
치이이이익-!
뜸봉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쑥내가 삽시간에 확 번졌다. 잔뜩 긴장한 검투사가 등을 꼼지락거렸다. 라키엘은 검투사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좀 뜨거울 거야.”
“……그흐읍.”
“그래도 매일 찾아오던 통증에 시달리는 것보단 이게 나을 거니까 조금만 참아. 고통은 짧고 기쁨은 긴 법이야.”
“아, 알겠…… 습니다.”
침상에 엎드린 채 부르르 떨며 인내력을 풀가동하는 검투사. 라키엘은 그런 검투사를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홀을 둘러보았다.
원래는 연회 등의 행사를 위해 사용하는 드넓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하얀 침상 열세 개가 가지런히 놓인, 임시 진료실로 변신해 있었다. 그런 이곳이 온통 쑥 타는 향기로 가득했다.
‘아, 옛날 생각난다.’
엎드린 채 쑥뜸을 받는 열세 명의 검투사, 아니, 환자들. 그 모습을 보니 불현듯, 대한민국에서의 시절이 떠올랐다.
빚을 내가며 어렵사리 개업했던 ‘부경 한의원’. 동네 커뮤니티에선 일명, 부킹 한의원이라 불렸던 자신만의 공간. 나름 괜찮게 꾸려가던 한의원이었다. 꾸준히 찾는 단골 환자들도 제법 있었다.
그 빌어먹을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까진, 확진자가 방문하기 전까진, 그 사실이 동네 커뮤니티에 입소문으로 쫙 퍼지기 전까진, 분명 그랬더랬다.
“…….”
따지고 보면 나, 양화대교에서 떨어졌는데. 아마도 한강에 빠졌을 텐데. 난 거기서 실종 처리된 걸까. 그럼 남겨진 한의원은 어떻게 됐을까. 우리 간호사님들 김쌤, 이쌤, 퇴직금도 챙겨드려야 하는데.
‘쯧, 생각하지 말자.’
괜히 우울해질 뻔한 라키엘은 고개를 흔들어 끈적대는 상념을 털어냈다. 이젠 그곳으로 돌아갈 방법을 모르겠다. 솔직히, 딱히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돌아간다고 해서 딱히 나아질 건덕지도 없을 거다.
그러니 생각하지 말자.
신경 쓰지 말자.
여기서 맞닥뜨린 지금의 현실에 충실하자.
‘그러면…… 꿀맛 인생을 평생 즐길 수 있을 거니까.’
황족 라이프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건강과 수명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그러면 황족의 지위를 누리며 평생 원 없이 탱자탱자 만수르급 백수 라이프를 만끽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집중하자.
라키엘은 다짐하며 검투사들의 등짝에 올려진 뜸봉을 살폈다. 다 탄 뜸봉을 치우고, 재를 털어주었다. 뜸봉으로 생긴 화상 물집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가르딘 경의 레시피로 만든 화상 전용 연고였다.
그는 첫 쑥뜸을 마친 검투사들의 반응을 살폈다.
“자, 어때, 기분이?”
“…….”
“아픈 곳은?”
“으음, 등이 따갑습니다.”
“그건 화상을 입어서 그런 거고. 그 외엔?”
“머리가…… 어?”
쑥뜸의 화끈함에 치를 떨던 검투사였다. 처음에 일어났을 때엔 자신이 왜 이런 고문 같은 일을 당해야 하나, 싶은 기색을 못내 어렴풋이 내비치던 자였다.
한데 이쪽의 질문을 받다가 어느 순간, 멈칫했다. 비로소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깨달은 것이리라.
절로 미소가 나왔다.
“어때?”
“……머리가, 그, 시원합니다?”
“그렇지?”
“어? 어! 정말로 그렇습니다! 이거 뭐지? 허허? 하하하!”
검투사가 벌떡 일어났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신기한지 목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두 손으로 연신 턱과 볼, 눈가를 어루만졌다. 마약성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반드시 찾아왔던 끔찍한 후두신경통. 아까 쑥뜸을 받기 위해 누웠을 때까지만 해도 슬금슬금 찾아오던 바로 그 신경통.
한데 뜸을 받고 나니 말끔히 사라졌을 터다. 그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더없이 반가울 터다.
“아프지 않습니다. 이렇게 개운한 기분이 몇 년 만인지…….”
검투사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자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쪽의 진료를 받은 사람이 병마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거, 솔직히 기분이 좋으니까.
게다가…….
‘그렇게 나아야지, 더 확실하게 나아야지. 그래야 나한테 보너스 수명도 안겨줄 거고!’
라키엘은 므흣한 기분으로 기대했다.
나름 두근거리며 기다렸다.
혹시나 눈앞에 메시지가 뜨지 않을까. 검투사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어쩌고 블라블라, 하면서 이쪽에게 보너스 수명을 팍팍 안겨주진 않을까. 한데 기다려 봐도 그런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쯧. 첫 뜸으론 모자란 건가.’
데미안도 그렇더니.
다른 검투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진료 첫날 1회차 뜸을 마쳤음에도 완치가 되었다는 메시지는 일절 뜨지 않았다.
다음 날 뜸을 떴을 때도 똑같았다.
검투사들이 사라진 신경통에 기뻐했지만, 완치 메시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넘어야 할 산이 있는 거로구나. 그것까지 무사히 넘겨야 저들을 완치했다고 볼 수 있겠지.’
완치를 위해 앞으로 넘어야 할 산. 그게 무엇일지 그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금단현상이었다.
‘데미안도, 나머지 검투사들도 낙인의 저주가 안겨주는 통증을 잊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고 있었으니까.’
현재 진료를 받고 있는 검투사들은 데미안을 포함하여 총 14명. 대부분이 1년 이상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했다. 오래 복용한 자는 거의 7년에 달하는 자도 있었다.
‘그만큼 심하게 중독된 상태일 거고. 금단현상도 심하게 오겠지.’
라키엘은 내심 각오를 다졌다.
지금은 사라진 통증 때문에 기뻐하는 검투사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모두가 금단현상에 고통받게 되리라고.
며칠이 지났다.
쑥뜸 치료 6일째.
라키엘의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우우우욱!”
아침부터 검투사들이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안색이 장난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새하얗고, 또 누군가는 시퍼렇고. 온몸으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건 예사였다. 걷는 걸음걸이도 영 맥이 없었다. 본격적인 금단현상이 찾아온 것이었다.
‘역시.’
예상대로다.
소설에 나온 내용과도 똑같다.
‘데미안도 저런 과정을 겪었으니까.’
소설 속의 데미안이 대화재 사건을 통해 검투장을 탈출한 후였던가. 자유를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그는 엄청난 고통에 휩싸였다. 마약성 진통제를 끊으면서 찾아온 금단현상이었다.
‘며칠을 시달렸지. 심지어 도망자의 입장이라 제대로 된 치료를 받거나 휴식을 취할 수 없었고.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 속에서 홀로 금단현상을 이겨냈어. 어떻게? 초인적인 의지력 하나로.’
생각해볼수록 기도 차지 않았다.
초인적인 의지력이라니. 그야말로 소설 주인공 보정이 아니고 뭐겠는가. 하지만 라키엘은 그런 소설 속 설정에 태클을 걸 수가 없었다.
바로 옆에서, 실제로 데미안이, 다른 검투사들보다 훨씬 멀쩡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봐, 데미안?”
“예, 전하.”
“그쪽은 안 어지러워?”
“어지럽습니다.”
“다른 검투사들처럼 속이 메슥거리진 않아?”
“메슥거립니다.”
“근데 구토를 안 해?”
“참고 있습니다.”
“…….”
라키엘은 할 말을 잃었다.
말로는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려서 구토를 참고 있다는 데미안이었다. 한데 정작 옆에서 보니까 그 안색이 너무나 멀쩡했다. 말하지 않으면 그냥 쌩쌩한 사람 같이만 보였다.
“어떻게?”
라키엘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데 역시나 돌아오는 데미안의 대답은…….
“그냥, 열심히 참고 있습니다.”
“…….”
사기다. 역시 소설 주인공이란 놈들은 매번 이딴 식이다. 라키엘은 쓴웃음을 머금고 말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데미안의 경우는 금단현상 극복에 좋은 참고자료로 삼을 수 없겠구나 싶었다.
‘그럼 생각했던 치료법을 쓰는 수밖에 없겠네.’
이미 금단현상은 예상했던 바였다. 그에 맞춘 금단현상 완화 치료법도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데미안?”
“예, 전하.”
“세르지오를 좀 데려와 봐. 나머지 검투사들에겐…… 오늘 뜸 치료는 없을 테니 숙소에서 쉬라고 해. 물 많이 마시라는 당부도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잠시 후, 데미안이 세르지오라는 사내를 데려왔다. 검투사 무리 중에서도 가장 경력이 길고 나이가 많은, 나름 정신적인 리더 같은 자였다.
하지만 그의 상태도 별로 좋진 못했다.
“……부, 부르셨습니까.”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초봄이 오며 날씨가 제법 따뜻해졌는데. 그렇다고 얇은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닌데. 저 근육질에 흉터투성이인 터프한 사내가 마치 혹한의 설산에 팬티 한 장 달랑 걸치고서 조난당한 사람처럼 너무나 가련하게 떨어대고 있었다. 서 있는 것마저 힘겨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라키엘은 재빨리 그를 진료용 침상에 눕혔다.
“그래, 불렀어. 금단현상, 많이 힘들지?”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전혀 안 괜찮게 보이는데. 그래도 괜찮게 만들어줄게.”
“저, 절…… 치료해주시는…… 겁니까…….”
“그래. 이걸로.”
라키엘이 바늘을 꺼냈다.
항상 셀프 침술을 펼칠 때 사용했던 바늘이었다. 바늘을 본 세르지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걸로 어떻게…….”
“이걸로 발을 좀 찔러줄 거야. 힘 빼고 편히 누워 있어.”
세르지오가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라키엘도 덩달아 긴장했다.
‘잘 될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자신이 아는 최선이다. 그렇기에 그 최선이 잘 통할지를 확인하기 위해, 세르지오를 불렀다.
‘세르지오, 이자가 검투사들 중에 가장 오래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했으니까. 그만큼 금단현상도 심하니까. 이 방법이 통할지 확인하기 위해선 가장 적합한 대상이야.’
침술이 이자에게 통한다면? 그래서 금단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면? 다른 검투사들에게도 효험이 있을 것이다.
라키엘은 심호흡을 했다.
세르지오의 오른발을 쓸어보았다.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으로 가자.’
검투사들은 신경이 과민해지는 금단현상을 겪고 있다. 하여 식은땀이 나고, 위경련이 동반되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 위장, 특히 위신경증을 누그러뜨리는 데에는 족양명위경의 경혈을 다스림이 옳을 듯하였다.
‘첫 경혈은 여태(厲兌).’
톳!
둘째 발가락 끝마디뼈(distal phalanx) 바깥쪽. 발톱 뿌리를 찔렀다. 그곳에 여태혈이 있었다. 신경성 위장병과 구역질을 다스리는 데에 특히나 효험이 있는 혈자리였다.
여태혈에 꽂은 바늘을 톡톡, 두드렸다.
적절한 자극을 주었다.
한데 그때였다.
“……쿠워어어어억!”
난데없이, 세르지오가 괴성을 지르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그의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뻗어왔다. 이쪽의 목을 움켜쥐었다.
“크읍?”
어떻게 막아볼 틈도 없었다.
콰당탕!
뒤로 넘어졌다. 뒤통수에 아득한 충격이 왔다. 그때까지도 세르지오의 손아귀는 이쪽의 목을 쥐고 있었다. 아니, 졸라왔다. 위에 올라타고서. 희번덕거리는 눈동자로. 침까지 질질 흘리며.
“크어어어억! 우워억!”
“……!”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버둥거려봤지만, 완력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뿌리칠 수가 없었다.
‘미, 미친!’
다급해졌다.
그 순간이었다.
뻐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세르지오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이쪽의 목을 쥐고 있던 그의 손아귀가 풀렸다.
그가 그대로 쓰러졌다.
털썩!
“……헉! 허억!”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자니, 누군가의 손이 뻗어왔다.
“괜찮으십니까.”
데미안이었다.
방금 세르지오를 한 방에 기절시킨 것도 데미안이었을까. 데미안이 건네는 손을 잡고 일어났다. 졸렸던 목이 엄청나게 얼얼했다. 피멍이 든 것 같았다. 살펴보니 세르지오는 완전히 기절해 있었다.
‘금단현상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발작을 일으켜 버린 건가.’
어쩌면 과도한 자극에 의해 혈맥이 타격을 받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고작 바늘에 살짝 찔렸다고 이 정도의 발작이라니.
‘아니, 이런 경우엔 고작이 아니겠지. 금단현상 때문에 신경계가 예민해져 있는 거야. 평소엔 작은 자극이었더라도 지금은 칼에 푹 찔리는 것처럼 크게 느껴지는 거겠지.’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라운드 니들이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은데.’
문득, 한의원에서 쓰던 침술 전용 침이 떠올랐다. 일명 라운드 니들이라고 불리는 침이었다. 지금 쓰고 있는 바늘보다 훨씬 얇았다. 끄트머리도 둥글었다.
그렇기에 통증이 훨씬 적었다.
‘라운드 니들이 필요해.’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답일 듯했다. 라운드 니들로 찌르면 통증이 훨씬 적을 것이다. 아무래도 난리를 덜 부릴 것이다.
보다 안전하게.
보다 덜 아프게.
혈맥에 과도한 자극이나 타격을 주지 않을 수 있으리라.
‘그럼 대장간에 의뢰해야 하나. 아니, 그걸 여기서 만들 수는 있을까.’
라키엘은 고민했다.
대장장이를 불렀다. 지난번, 방패 제작을 맡겼던 대장장이였다. 한데 당시엔 자신만만했던 대장장이도 이번만큼은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저기, 송구하오나 전하, 이렇게 실처럼 가는 바늘을 제작하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가능하지만?”
“전하의 당부처럼 여러 바늘의 두께를 완벽히 일정하게 뽑아낼 자신은 없습니다.”
대장장이가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조금씩은 두께가 다를 것입니다. 심지어 바늘 끄트머리와 뒤쪽의 두께가 차이가 날 수도 있고, 중간중간이 미세하게 울룩불룩할 수도 있습니다.”
“완벽히 매끈하게는 안 되는 건가?”
“송구하옵니다, 전하. 그건…… 제가 드워프 장인이 되기 전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장장이가 고개를 숙였다.
라키엘은 쓴 입맛을 다셨다. 아무리 실력 있는 대장장이라 해도 공장에서 기계로 뽑아내는 라운드 니들의 품질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두께가 일정하지 않으면 곤란한데.’
그러면 환자에게 가해지는 자극 또한 일정하지 못하게 된다. 어떤 침은 덜 아픈데, 또 어떤 침은 확 따끔거리면?
‘아까 같은 발작을 일으키기 딱 좋지. 그건 안 돼.’
그럼 대장장이가 말한 드워프 장인이라도 수소문해서 찾아봐야 하는 걸까. 한데 그러려면 시간이 또 얼마나 많이 걸리게 될까.
‘미치겠네.’
시간이 없었다.
금단현상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급기야 신경과민이 심해지며 검투사들이 죽어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해야…….’
라키엘은 고민에 휩싸였다.
한데 그때였다.
딩동.
[오장육부가 당신의 스트레스를 감지하였습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며 건강의 적입니다.]
[오장육부가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조언을 보내고 있습니다.]
‘으음?’
난데없이 떠오른 메시지.
라키엘은 인상을 찡그리며 메시지를 쳐다보았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오장육부의 조언이라니.
‘쓸데없는 잔소리라도 하려는 건가.’
그는 아무런 기대도 없이 메시지를 열었다. 한데 그 내용이 조금, 이상했다.
[심장 : 라운드 니들이 필요해? 난감해? 그럼 우리한테 물어봐야지. 모아둔 HP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허파 : 드디어…… 후…… 설렌다…… 허…… 파하…….]
[대장 : 어쨌건, 우리한테 좋은 방법이 있는데, 괄약근 풀어 버리기 전에 한번 들어보면 좋겠지 말입니다?]
‘……뭐?’
그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돌파구가 열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