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약 파는 황태자-49화 (49/468)

49화. 특제 아이스 갈근탕 (2)

[진료 보상에 ‘찬사 보너스’ 효력이 추가됩니다.]

[진료비 청구 (Lv.2) 스킬의 효과가 1.5배로 적용됩니다.]

‘……뭐?’

라키엘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눈앞에 떠오른 보상 메시지를 거듭 확인했다.

‘찬사 보너스? 덕분에 스킬 효과가 1.5배가 된다고?’

그 사이.

추가 메시지가 차곡차곡 떠올랐다.

[환자 : 딘라이어 부인은 당신의 아이스 갈근탕 처방과 정성스러운 간호를 통해 27년 3개월의 기대수명 연장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에 당신은 27년 3개월의 1/1950에 해당하는 보너스 수명을 정산받습니다.]

[5.03일의 보너스 수명이 계산되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지금껏 몇 차례 보아온 보너스 수명 정산 메시지와 같았다. 한데 그 아래로 새로운 메시지가 추가되었다.

[보상에 찬사 보너스 효력이 추가됩니다.]

[당신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수명이 1.5배 증가하였습니다.]

[총 7.546일의 보너스 수명이 계산되었습니다.]

[정산되는 수명의 최소 단위는 1일입니다.]

[정산되는 보너스 수명이 반올림 처리됩니다.]

[총 8일의 보너스 수명이 정산됩니다.]

[당신의 예상 기대수명 : 146일]

“…….”

저도 모르게 들숨날숨. 메시지를 보며 라키엘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진짜다. 찬사 혜택으로 보너스 수명 보상이 늘어났어.’

원래는 5일의 보너스 수명을 받았어야 했을 터였다. 한데 그게 1.5배로 뻥튀기가 되었다. 덕분에 3일의 추가 보너스 수명을 얻었다!

‘허허, 허허허.’

라키엘의 콧구멍이 기쁨으로 벌렁거렸다.

3일.

그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세계 멸망을 앞두고 사과나무를 3일이나 더 심을 수 있다. 끼니마다 1 치킨을 먹으면? 무려 9마리나 먹을 수 있다. 그만큼 3일이란 시간은 삶이 뜻깊어질 수 있는, 소중하고도 값진 의미였다.

‘뭐, 어쨌건. 덕분에 하나는 잘 알았다.’

라키엘은 메시지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정리했다.

‘그냥 보너스 수명을 받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의 존경과 찬사를 받으면 보상이 뻥튀기가 된다는 거구만.’

분명 메시지에서 그렇게 언급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좀 더 주위에 신경을 써야겠어.’

같은 환자를 치료하더라도 조금 더 극진하게. 구경하는 사람들의 눈물샘에 가습기가 풀가동이 될 만큼 정성스럽게. 그렇게 환자를 돌보면 이쪽도 더 많은 보너스 수명을 얻을 수 있으리라. 자연스럽게 그런 계산이 섰다.

‘이번에 그랬던 것처럼.’

딘라이어 부인을 치료하느라 제법 애를 썼다. 다음번엔 더 열심히 애를 쓰는 척해보자고 라키엘은 다짐했다. 그리고 메시지창을 치웠다. 시선을 들었다.

곤히 잠든 딘라이어 부인. 그녀의 숨소리가 전보다 확연히 편안해져 있었다. 가만히 이마와 맥을 짚어보았다. 열이 한결 내려가 있었다. 맥도 안정적으로 변했다.

‘고비를 넘겼구나.’

과연 메시지가 알려준 대로 완치가 가까워진 모양이다. 문득, 저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이젠 나도 좀 쉴 수 있겠네.’

솔직히 말해서, 이쪽도 정말로 피곤하다. 이 아주머니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얼마나 애를 썼던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좀 더 솔직히는, 기뻤다.

‘해냈어.’

보너스 수명은 물론 기쁘다.

한데 지금은 나 덕분에 누군가가 살았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 한 가정과 가족이 행복해질 거라는 사실이 더욱 보람차다. 쓸데없는 감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그게 더 기쁘다.

그렇게 라키엘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세상 누구도 모를, 오직 창밖에 휘영청 걸린 달빛만이 엿볼 수 있는 미소였다.

여드레가 지났다. 그동안 딘라이어 부인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기력을 회복했다.

“완치되셨습니다.”

햇볕 따뜻한 봄날의 아침. 딘라이어 부인을 진맥한 라키엘은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축하합니다. 이제 완전히 나았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그럼요.”

고개를 끄덕. 라키엘은 확신했다. 진맥 스킬의 결과가 알려주고 있었다. 이쪽의 오장육부가 더 또렷하게 전해주고 있었다.

[심장 : 딘라이어 부인의 심장과 상담 결과 이상 무! 완치 확정입니다.]

[허파 : 부인 다 나았대. 나 감동 받았어…… 허…… 프허악…….]

[대장 : 완치빵 후원은 못 참지 말입니다ㅋ]

[간장 : 히야. 이게 되네.]

[심장과 허파, 대장과 간장이 당신의 성공적 진료를 축하하며 200 HP를 후원하였습니다.]

[현재 보유 중인 HP : 1,400]

진맥피셜, 오장육부피셜(?) 모두가 딘라이어 부인의 완치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라키엘은 흐뭇한 마음으로 후원 HP를 샤샥 챙기며 말했다.

“완전히 나으셨습니다. 당장 퇴원하셔도 됩니다. 일상생활로 돌아가도 되고요. 하지만 아시죠? 아직은 기력이 다 돌아온 건 아니니까 무리하지는 마시구요. 당분간 음주도 자제하세요.”

“그럼, 그 외에는…….”

“다 괜찮습니다. 식사 든든히 하고 푹 쉬세요.”

“가, 감사…… 흐흑…… 감사합니다!”

딘라이어 부인이 울먹였다.

열이 펄펄 끓던 그날의 오후. 비몽사몽한 상태로 이곳까지 실려왔던 그녀였다. 당시만 해도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다. 그만큼 괴로웠다. 숨을 쉬는 것마저 힘겨웠다. 이 세상 어떤 의사라도 자신을 살리긴 어려울 거라 여겼다. 괴로움과 고통에 지쳐 자포자기하고 있었더랬다.

한데 이곳에 오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다른 이도 아닌 무려 황태자가 자신을 돌보아주었다. 직접 달인 시원하고 쌉쌀한 약을 먹여주었다. 밤낮으로 보살펴주었다.

덕분에 살았다. 이렇게 건강해졌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스스로도 포기하고 있었던 기적을 기어코 품에 안겨주었다. 말 그대로 생명의 은인이었다.

감격한 것은 딘라이어 부인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아들, 딘라이어 영식도 소매로 눈가를 거칠게 닦았다.

“황태자 전하, 감사……합니다. 정말로 어머니를 이렇게 보살피고 살려주실 줄은…… 흐흑…….”

딘라이어 영식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눈물 젖은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

“전하께서는 제 어머니를 살려주신 은인이십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어, 음, 딱히 안 갚아도 되는데.”

“아닙니다. 꼭 갚아드리고 싶습니다. 치료비라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얼마면 될는지요.”

“치료비?”

“예, 전하.”

“그런 거 필요 없는데.”

“……예?”

“여기 치료비 무료야. 몰랐어?”

“물론, 어,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전단지에 적혀 있는 거 봤지?”

“예…….”

“근데 내가 치료비를 왜 받아. 그럼 전단지 내용이 허위광고가 되잖아. 손님, 아니, 환자 떨어져 그러면.”

“하, 하지만, 전하?”

“어, 왜.”

“그래도 은혜는 갚고 싶습니다!”

“…….”

라키엘은 입을 다물었다.

당연히 치료비를 받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한데 딘라이어 영식이 생각보다 끈질기게(?) 매달렸다. 그래서였다.

‘저렇게까지 은혜를 갚겠다는데 뭐 하나쯤 챙겨볼까.’

그런 생각이 은근슬쩍 들었다. 솔직히 퍼주겠다는 놈을 그냥 보내자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뭐 좀 뜯어먹을 건덕지 없으려나.’

라키엘은 머릿속 계산기를 팡팡 두드렸다. 열심히 견적을 뽑아내며 대뇌피질을 풀가동했다. 사람들에게 허위 광고라고 욕을 먹지 않으면서도 딘라이어 영식에게 뭔가를 뜯어먹을 방법. 그걸 고민하다가…….

마침내 뭔가가 번쩍,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럼 이건 어떨까?”

씨이익.

라키엘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맺혔다.

“듣자하니 그쪽, 화가 지망생이라며?”

“예?”

“맞지? 그림 좀 그린다던데?”

“아, 예, 맞습니다, 전하. 한데 그걸…… 어떻게?”

딘라이어 영식이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키엘이 콧방귀를 풍 뀌었다.

“어떻게는 무슨. 딘라이어 부인이 병상에 누워 있던 내내 아들 자랑을 어찌나 하던지.”

“…….”

딘라이어 부인과 영식의 얼굴이 동시에 벌게졌다. 그 모습에 라키엘은 남모를 미소를 삼켰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저 부인이 아들 걱정을 많이 했지.’

불현듯, 지난 며칠 동안의 기억이 떠올랐다. 고비를 넘긴 이후, 딘라이어 부인은 병상에서 하루하루 기력을 찾아갔다. 그 시기에 몇 번인가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부인은 세상 여느 어머니와 비슷했다. 입만 열면 아들 걱정이 제일 우선이었다.

‘아들이 그림에 재능이 많다고. 화가가 되고 싶어 한다고 그랬지. 그래서 안타까워했어. 차라리 공부를 해서 행정가가 되어주면 좋을 텐데, 라고. 그런 안정적인 직업이 아들의 미래를 위해 더 좋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부인은 넋두리 끝에 항상 미소를 지었던가.

‘그럼에도 자신은 아들의 꿈을 응원하노라고, 그랬지.’

그 말이 문득 떠오른 덕분이었다. 그럴듯한 계획이 즉석에서 뚝딱 만들어졌다.

“어쨌건 그쪽, 그렇게나 은혜를 갚고 싶으면 나랑 일 하나만 하자.”

“……예? 일이라니요?”

“날 그려봐.”

“예에?”

딘라이어 영식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전하를 말입니까?”

“어. 내가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면 딱 좋겠군. 가능하면 최대한 숭고하고 거룩한 모습으로. MSG…… 아니, 양념 좀 팍팍 쳐서. 할 수 있겠지?”

“가, 가능합니다.”

“좋아. 거기에 옆에는 마찬가지로 열심히 헌신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그리는 거야.”

“간호사…… 라니요?”

“으음. 깔끔한 백색 옷을 걸친 조수랄까. 숭고하게 환자를 돌보는 황태자의 뜻을 함께 실천하는 멋진 동반자의 느낌을 팍팍 실어서. 할 수 있겠어?”

“무,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당장 그리자.”

“지금…… 말입니까?”

“어. 문제 있어?”

“아닙니다.”

“그럼 화구 챙겨와. 당장.”

“……아, 알겠습니다. 그럼,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이쪽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한 걸까. 딘라이어 영식이 허둥거리며 움직였다. 그림 작업이 시작되었다. 장장 사흘에 걸쳐 작업이 이어졌다.

그동안 이쪽은 열심히 갖가지 포즈와 표정을 취해주었다. 솔직히 좀 많이 오글거렸다. 하지만 참았다. 덕분에 멋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오오.”

완성된 그림을 보는 라키엘의 눈이 반짝거렸다.

“생각보다 훨씬 잘 나왔는데?”

“감사합니다, 전하.”

“감사는 무슨.”

“그런데 전하? 이래도 되는 걸까요?”

“으음? 뭐가?”

“그림 속 전하의 얼굴이…… 실제보다…….”

“턱을 너무 깎았다고?”

“예…….”

“괜찮아. 괜찮아. 포샵…… 아니, 원래 다 이렇게 하는 거야.”

“하지만 신체 비율도 너무…….”

“다리가 길어졌다고?”

“……예.”

“아, 괜찮다니깐.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고.”

“예?”

“이걸로 전시회를 열 거거든.”

“예에?”

“그쪽, 지금까지 혼자서 그려온 습작들 있지? 그걸 전부 모으고, 지금 이 그림을 메인으로 내세운 단독 전시회를 열어줄게.”

“예에에?”

이쪽을 보는 딘라이어 영식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이쪽의 말이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눈치다. 덕분에 싱긋, 웃음이 나왔다. 이제는 이쪽이 뚝딱뚝딱 떠올린 계획의 실체를 밝힐 때다.

“관람객이 많이 몰리겠지. 좋은 홍보가 될 거야.”

“좋은…… 홍보라니요?”

“별궁 한의원 간호사 모집 채용공고.”

“……예?”

“그렇잖아도 딘라이어 부인이 입원하기 전부터 전문 간호사 인력이 너무 부족한 걸 절감하던 차였거든.”

“…….”

“그러니까 이 그림, 위쪽 있지? 여기, 이쪽에다가 빵빵하고 화려한 타이포 좀 때려 박자.”

“타이포…… 글씨를 말입니까?”

“어 .”

“설마, 간호사 모집 채용공고를 알리는 홍보 문구를 넣으시려는 겁니까?”

“그렇지. 바로 그거지.”

이제 좀 이야기가 통한다. 흐뭇함이 쑴펑쑴펑 피어났다.

“하면, 전하께서는 어떤 문구를 넣길 원하십니까?”

딘라이어 영식의 물음.

라키엘은 상큼하게 웃었다.

“쇼 미 더 간호.”

“……예에?”

그렇게 바야흐로, 제국의 황태자가 후원하고 주최하는 사상 초유의 전문 간호사 선발 대회, ‘Show me the 간호’가 개최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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