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내전 종결자 (3)
달그락.
새하얀 접시가 테이블에 놓였다. 접시 위에는 모락모락 김을 피워내는 방패 만년설이 놓여 있었다. 먹음직한 향기가 알싸하게 후각 중추를 자극해 왔다.
만년설을 서빙한 시종이 말했다.
“저쪽 신사분께서 계산하신 겁니다.”
시종이 가리키는 건너편 테이블. 그곳에 거구의 사내, 쟈빌론이 앉아 있었다. 이쪽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걸 보는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내가 개꿈을 꾸고 있구나.’
그러니까 난 여전히 혼절한 상태인 거다. 거대화의 후유증으로 120시간짜리 풀타임 꿀잠을 즐기는 중이겠지. 그 와중에 이런 개꿈을 만끽하는 것일 테고.
‘이게 자각몽, 루시드 드림이란 건가.’
나는 시선을 돌렸다. 묘하게 일렁거리는 꿈속 풍경을 구경했다. 건너편 테이블의 쟈빌론은 가관이었다. 상의는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 하의는 핑크색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그런데 머리에는 우주복 헬멧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쟈빌론은 약과에 불과했다.
콰아아아아아-!
별안간 파티장에 헬리콥터 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코끼리 사이즈의 거대 말벌, 베르파로스 여왕이 정지비행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 등에 탑승한 누군가가 아래로 뛰어 내려왔다. 왕녀 아델린이었다.
그녀가 다가오더니 내 뺨을 아침 드라마 스타일로 쫙! 때렸다.
“아스라한 심법의 성장을 감축하는 축하빵이랍니다. 더블 써클 등극을 축하드려요.”
“……헐.”
“그리고 이건 계산서.”
“…….”
그녀가 내미는 10미터 길이의 계산서에 실시간으로 글씨가 주르륵 떠올랐다. 한데 그 내용이 범상치가 않았다.
바로, 아스라한 심법의 제대로 된 설명이었다.
[스킬명 : 아스라한 심법]
[단계 : 더블 써클 Lv.1]
[마나 증폭률 : 400%]
[당신의 아스라한 심법 스킬 등급이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등급 상승에 따라 써클 슬롯이 강화됩니다.]
‘……뭐?’
꿈속의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사이, 안내문이 이어졌다.
[스킬 전용 옵션 ① : 써클 슬롯이 강화되었습니다.]
[당신의 마나써클은 독자적인 성장 히스토리에 의한 슬롯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의 써클이 2개로 늘어남에 따라, 슬롯의 개수 또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2번 슬롯>이 개방됩니다.]
[2번 슬롯의 개방에 의해, <슬롯 융합> 기능이 추가됩니다.]
‘슬롯 융합?’
처음 들어보는 기능이다.
뭘까.
두근거리는 사이, 설명이 좌르륵 떠올랐다.
[<슬롯 융합>은 각각의 슬롯에 담긴 물질을 섞을 수 있는 기능입니다.]
[예시) ‘1번 슬롯의 물’ + ‘2번 슬롯의 소금’ = ‘소금물’]
[당신도 될 수 있습니다. 언제든 도전하세요. 얍얍촵촵 세계 최고의 칵테일 창조자!]
“…….”
나는 입을 다물었다. 슬롯 융합이라니. 1번과 2번 슬롯의 물질을 자유롭게 섞을 수 있다니. 이건 그야말로…….
‘사긴데?’
잘만 써먹으면 극강의 사기적인 활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새로 얻은 옵션 기능에 감탄만 하고 있을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난데없이 누군가가 어깨를 턱, 하고 짚어왔기 때문이었다.
“어이, 황태자.”
엄청나게 익숙한 목소리. 그런데 영 익숙해지지가 않는 말투. 돌아보니 내 어깨를 짚은 가르딘 경이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턱을 슬쩍 치켜들고선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황태자 씨? 왜 대답이 없어?”
“……가르딘 경, 뭐 잘못 먹었어?”
“쯧쯧! 말이 짧다?”
“…….”
“내가 잘못 먹긴 뭘 잘못 먹어. 지금 야자타임인 거 기억 안 나시나?”
“…….”
“그러니까 자아, 이마빡 대시고.”
딱콩!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가르딘 경의 딱밤이 이마를 강타해 왔다. 꿈인 걸 아는데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뭐라 반격(?)할 기회는 없었다.
어느새 가르딘 경의 모습이 순식간에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데미안.”
이쪽을 보는 데미안은 웃지 않는다. 얼굴에서 표정이라는 것을 삭제한 영혼은 저런 눈빛을 보내는 걸까. 혹은, 절대적 어둠의 존재가 세상에 심은 악의의 씨앗은 저렇게 우는 걸까.
피눈물을 뚝, 뚝.
붉어진 눈동자로 나를 노려본다. 이내 입술을 짓씹듯 나직하게.
“당신,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이 세계에 무슨 짓거리를 한 거냐고.”
“…….”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
나는 여전히 대답할 수가 없다. 대답하려 했지만 입이 온통 꿰매져 버렸다. 어느새 옆에 나타난 가르딘 경이 봉합용 바늘을 번득이며 웃고 있다. 쟈빌론이 내 다리에 매달려 애원하고 있다. 왕녀 아델린이 입술로만 새하얗게 웃었다.
그리고 데미안이 피눈물로 나를 응시했다.
“말해 봐. 알고 있었어?”
“…….”
이제는 알겠다.
지금 나를 응시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저 눈동자는 데미안의 것이 아니다. 데미안의 내면에 심어진 ‘그것’이다. 그러니 내게 따지고 있는 거다. 자신을 어떻게 하려는 거냐고. 왜 억누르고 있는 거냐고. 무슨 의도인 거냐고.
‘내 의도는 당연히…….’
나는 대답하려 했다. 입술을 봉합한 실밥을 뜯어내려 했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서걱.
섬뜩한 소리와 감각. 세상이 기우뚱 기울었다. 아니, 내 목이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뒤늦게 뻐끔뻐끔, 입을 열어 보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흐리멍덩한 눈으로 위를 올려다볼 뿐. 내 목을 자른 상대를 쳐다보기만 할 뿐.
그곳에 데미안이 있었다. 마침내 ‘그것’을 일깨운 데미안이 시리게 울었다. 나도 울었다. 꿈속 세상이 무너졌다. 가장 커다란 벽돌이 떨어져 왔다. 잘린 내 머리를 짓뭉갰다.
“……흐으아악!”
라키엘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그 직후 이마빡에 강렬한 충격을 만끽해야 했다.
빠악!
“어윽!”
“크윽!”
눈앞에 별이 번쩍. 라키엘은 이마를 붙잡고 벌러덩 넘어졌다. 푹신한 침대 시트가 온몸을 받아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마가 얼얼한 와중에도 귀를 쫑긋거렸다. 방금, 이쪽과 충돌한 상대 쪽에서 나온 신음 소리가 무척 익숙했는데.
눈동자를 데루룩 굴린 라키엘은 상대를 발견했다.
“……데미안?”
이쪽과 마찬가지로 이마를 감싸 쥔 데미안이 보였다. 방금 이쪽이 갑작스럽게 확 몸을 일으킨 바람에 박치기를 했던 걸까. 아무래도 그런 듯했다. 이마를 감싸 쥔 손길 사이로 녀석이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내어 오고 있었다.
“…….”
그 모습에 잠깐 흠칫.
방금까지 꾸었던 꿈이 떠올랐다. 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했고, 현실이라기엔 지나치게 스산했던 순간들. 동시에 혼절하기 전의 일들도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래, 맞아. 나는 쟈빌론의 최후 비기를 막아내려고 빨간 해바라기씨를 먹었고, 커졌고, 그 뒤에 기절했지. 그런데 데미안은…….’
리베르사 심법을 일깨워 버린 상태였다. 역혈의 마공 리베르사. 소설 마검황 최강 최흉의, 데미안만의 독보적인 심법이자 각성의 첫 단계인 심법이었다.
그럼 지금…….
‘이 녀석, 설마 각성한 상태인 건 아니겠지?’
이쪽을 원망스럽게 노려보고 있는 데미안의 눈빛. 그 눈빛에 아까 꿈에서 보았던 핏빛 눈동자가 겹쳐 보였다. 묘하게 소름이 돋았다. 위험을 감지한 오감이 오싹오싹 깨어났다. 확인을 해봐야 할까.
그때였다.
“으읏, 일부러 이러신 겁니까?”
“응?”
데미안이 원망스러운 듯 물어왔다.
“방금 난데없었던 박치기 말입니다.”
“…….”
“전 그냥 잠든 전하를 간호하고 있었을 뿐인데, 혹시 저한테 불만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뭐였습니까?”
“어, 그게…….”
라키엘은 잠깐 망설이다가 반문했다.
“질문 하나를 하지. 누군가가 의도치 않게, 실수로 널 다치게 했다고 쳐. 지금처럼 말이야. 그럼 넌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이 들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심리 테스트랄까.”
“…….”
“1번, 상대의 실수건 뭐건 상관없이, 상대를 원망하며 일단 반격부터 하고 싶어진다. 2번, 상해에 따른 보상금을 낭낭하게 뜯어낸다.”
“둘 중에 고르란 겁니까?”
“어.”
“당연히 2번이지요.”
“그래?”
“예.”
“다행이다.”
“예?”
데미안이 미간을 찡그렸다. 반대로 라키엘은 활짝 웃었다. 반격보다 돈을 뜯어낼 생각부터 한다니. 아직 녀석이 각성하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한가롭게(?) 안심만 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즈어어어언하아-!”
데미안과 반대편, 그러니까 침대 왼쪽에서 웅장한 바리톤 음계의 외침이 묵직하게 달려왔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콧구멍으로 들어도 단박에 알 수 있는, 가르딘 경의 외침이었다.
“이렇게 깨어나시다니! 실로 다행입니다, 전흐아아아!”
아예 이쪽을 와락 끌어안을 기세였다. 그럼에도 가르딘 경답게 선을 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쪽이 기절해 있는 동안 어지간히 마음고생을 한 걸까.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사이에 얼굴 살이 눈에 띄게 빠져 있었다.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
그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라키엘은 쑥스러운 고민을 잠깐 깨물었다. 이내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다친 데는 없고?”
“예, 전하!”
“그래. 다행이야. 그럼 보고부터 좀 듣고 싶은데.”
“예에?”
울먹이던 눈을 동그랗게 뜨는 가르딘 경. 그 모습을 보며 차마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이건 내 진심이라고, 그렇게 대놓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오글거릴 것만 같았다. 대신 일부러 피식 웃으며 톡 쏘듯 말했다.
“내가 한 닷새쯤 누워 있었지?”
“아, 예. 그렇습니다, 전하.”
“그래서야. 내가 지금 누워 있는 침실이 어디인지. 누가 우리 일행에게 이런 장소를 제공해 줬는지. 내가 기절한 후로 쟈빌론과 반란군은 어떻게 됐는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말해 달라고.”
“지금, 제가 말입니까?”
“그럼 굳이 다른 사람을 시킬까?”
“아,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 최대한 간결하게 요약해서.”
“예, 옙.”
가르딘 경이 눈가를 황급히 훔쳤다. 데미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덕분에 용기(?)를 얻은 걸까. 경이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럼 보고드리겠습니다. 흠흠! 우선, 내전은 5일 전에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쟈빌론은 반역 혐의로 수감되었고, 반란군은 즉시 항복을 선언했으며, 반란군에 가담했던 각급 영주들과 장교, 기사들은 군사재판에 회부될 예정입니다.”
“반란군 병사들은?”
“병사들에게는 따로이 죄를 물을 생각이 없소. 그들은 그저 징집되어 자유의지조차 없이 전장으로 내몰렸을 뿐이니까.”
마지막 대답은 가르딘 경이 아닌, 다른 이가 대신했다. 낮고 나직하면서도 힘이 있는 음성이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에 화려한 차림의 노인이 있었다. 보자마자 노인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앙부아즈의 국왕을 뵙습니다.”
“마젠타노의 황태자를 반기오.”
느낌으로 찍었는데 역시나 국왕이 맞았다. 앙부아즈의 국왕, 메로뱅거가 좌우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짓에 좌우에 있던 근위기사들, 그리고 왕녀 아델린이 물러났다. 국왕이 이쪽으로 저벅저벅 다가왔다.
꿀꺽.
라키엘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이불을 꾹 움켜쥐었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덜컥 마주하게 되어 버린 앙부아즈의 국왕. 그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짐작이 되지가 않았다. 솔직히, 조금 켕기면서 불안한 면도 있었다.
‘쓰읍. 쌔한데.’
불현듯, 제법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왕녀 아델린의 담석을 치료하기 위해 앙부아즈에 서신을 보냈던 때였던가. 그때 앙부아즈의 국왕을 낚기 위해 자신이 서신에 써 갈겼던 내용이 뭐였더라.
- 장인어른,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라고 썼더랬지, 아마.
‘어오, 씨. 그때 내가 왜 그랬지.’
오한이 좌악 돋아났다. 민망했다. 아무 곳에라도 숨고 싶었다. 아니, 도망치고 싶었다. 그땐 그냥 무조건 왕녀 아델린을 황도로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음껏(?) 미친 척을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런 식으로 앙부아즈의 국왕과 딱 마주치는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그 서신, 거짓말 이용권을 써먹은 거였는데.’
덕분에 앙부아즈의 국왕은 지금도 저 서신의 내용을 철석같이 믿고 있을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전신의 모공에서 농염하게 농축된 식은땀이 마구잡이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전두엽 대뇌피질이 풀가동되었다.
‘떠올려라. 그때 보냈던 서신 내용, 그거 수습할 말을 떠올려!’
이대로면 어떤 책망을 들을지 모른다. 책임을 지라는 말을 꺼내려는 걸까. 이쪽으로 다가오는 국왕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보니 과연 그럴 것 같다. 그럼 뭐라고 대답할까. 떠오르지가 않는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지금 이 상황, 앙부아즈의 내전에 타국의 황족인 이쪽이 제멋대로 끼어들어 개입해 버린 내정간섭의 시추에이션이 아닌가 말이다.
‘망했…….’
전에 보냈던 거짓말 이용권 서신. 거기에 앙부아즈의 내전에 개입했다가 딱 걸린 상황. 변명으로 수습해야 할 포인트가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였다. 켕기는 게 많아지는 만큼 더욱 조마조마해졌다.
한데 그런 이쪽의 심정(?)도 모르는지, 앙부아즈 국왕은 너무나 서슴없이 저벅저벅 다가왔다.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침대 옆에 우뚝 섰다. 여전한 굳은 눈길로 이쪽을 내려다보았다.
“마젠타노의 황태자여.”
“……옙?”
덕쿵! 덕쿵!
심장이 제멋대로 쿵쿵 뛰는 순간.
국왕이 몸을 낮추었다. 한쪽 무릎을 굽히며 이쪽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이쪽의 손을 정중하게 감싸 쥐었다.
“우리 앙부아즈의 백성을 고통에 빠뜨리던 무도한 반역자를 그대가 응징하여 준 것에 대하여, 나는 진심으로, 본 왕실을 대표하여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바이오.”
국왕의 정중한 목소리가 귓가로 톡, 날아왔다. 동시에 상큼한 알림음도 고막을 콕, 찔러왔다.
딩동!
[당신은 희생을 마다치 않는 활약을 통하여 로라시아 대륙의 역사서에 새겨질 ‘앙부아즈 내전’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습니다.]
[당신의 이러한 업적에 앙부아즈의 왕실이 공식적인 감사의 의사를 표현하였습니다.]
[당신의 오장육부가 축하 파티를 열었습니다.]
[심장이 덩실덩실 트월킹을 시전합니다.]
[허파가 들숨날숨 비트를 넣습니다.]
[대장이 괄약근으로 현란한 현악 5중주를 선보입니다.]
[간장이 알코올 해독 처리반을 호출합니다.]
[위장이 라면을 찾으며 현기증을 호소하다가 쓰러집니다.]
[위장이 쓰러지며 작은 소란이 벌어집니다.]
[소란이 불러온 토극수(土剋水)의 층간소음에 의하여 새로운 장기가 눈을 뜹니다.]
[봉장지본(封藏之本)의 장기, 콩팥이 탄생의 외침을 터뜨립니다.]
[콩팥 : ……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