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나를 반기는 사람들 (2)
“데미안, 이리 와서 좀 앉아 보자.”
“…….”
“어서.”
팡팡!
타닥타닥 조용히 춤추는 모닥불. 구름 낀 하늘 아래 밤이 잔잔히 깊어가는 가운데, 라키엘은 자신의 옆자리를 팡팡 쳤다. 그리고 멀뚱히 서 있는 데미안을 올려다보았다.
데미안의 표정이 마뜩잖아졌다.
“무슨 일이신지.”
“왜? 옆에 앉으라는 말이 이상해?”
“예.”
“…….”
“하실 말씀이 있으면 거기서 하시면 안 됩니까.”
“응. 안 돼.”
“어째서 말입니까.”
“널 진맥하고 싶거든.”
“…….”
“여기서 원격으로 진맥할까? 응?”
“대체 왜 갑자기 절 진맥하시겠다는 건지.”
“사내복지. 건강검진. 몰라?”
“모릅니다.”
“그럼 이제부터 알면 되겠네. 앉아. 얼른.”
라키엘은 짐짓 당연하다는 듯 콧김을 풍, 뿜었다. 데미안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무리 대들어봤자 자신은 피고용인, 을에 불과했다. 고용주(?)께서 까라면 깔 수밖에.
그는 황태자가 가리키는 곳에 얌전히 앉았다. 다만, 특유의 서늘한 눈빛만은 여전히 형형하게 빛내고 있었다.
“전하께서 명하신 대로 앉았습니다. 다만-.”
“다만?”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가 조금 궁금합니다.”
“새삼스럽게 궁금할 것까지야. 너,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 됐지?”
“…….”
데미안의 눈꼬리가 아주 희미하게 뜨끔했다. 사실이었다.
최근 쟈빌론과 격전을 치르면서, 그 와중에 역혈의 마나 심법을 깨우치며 자연스럽게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오른 터였다.
다만, 아직은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밝힌 적이 없었다. 한데 황태자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라키엘의 입가에 피식거리는 미소가 맺혔다.
“티가 너무 나던데. 최근에 잠을 제대로 못 이뤄서 밤새도록 뒤척거리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냐. 게다가 주위에서 조금만 어수선한 소리가 나기만 해도 미간을 팍팍 찡그리고. 완전 수능…… 아니, 중요한 시험 하루 앞둔 사람처럼 굴더만.”
“…….”
“그러니까 너, 소드마스터 증후군을 앓게 됐지?”
“……맞습니다.”
이 정도로 족집게면 더는 못 숨기겠다. 결국,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키엘의 미소가 살포시 더 짙어졌다.
“역시.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 증후군을 피할 수 없지. 모든 감각이 폭주에 가까울 정도로 지나치게 예민해지는데, 그걸 누그러뜨릴 정도의 컨트롤을 할 수 없게 되니까. 그걸 넘어서야 비로소 진정한 소드마스터가 되는 거고.”
“잘 아시는군요.”
“당연히.”
소설 마검황을 읽은 덕분에, 주요 설정인 소드마스터 증후군에 대한 건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서였다. 그걸 핑계로 삼기로 했다.
“아마 앞으로도 불면증이 점점 더 심해질 거야. 신경도 더욱 예민해질 거고. 그래선 곤란해.”
“어떤 점에서 말입니까?”
“내 경호에 차질이 생길 거 아니냐.”
“…….”
“예민해진 감각은 그만큼 신경을 일찍 지치게 만드는 법이니까. 종종 집중력이 깨질 거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만큼 컨디션이 바닥인 채로 지내게 되겠지. 그럼 날 호위하는 능률도 떨어질 거잖아.”
“…….”
“특근대로 고용이 되어 있는 만큼의 밥값은 해야지, 응?”
“…….”
“어쨌건 그래서야. 네가 앓고 있는 소드마스터 증후군과 그 결과로 생긴 심각한 불면증. 그게 얼마나 심한지 진맥을 통해 진단을 해보자. 적절한 처방도 마련해 보고.”
“제 불면증이 걱정이 되신다면, 그냥 미노타우황청심원을 주시면 안 됩니까? 그거,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 숙면이지 않습니까.”
“응. 안 돼.”
“어째서입니까.”
“비싸.”
“…….”
“미노타우황청심원 그게 한 알에 얼만데. 게다가 그거 시즌별로 한정 수량인 거 몰라? 그걸 매일 먹겠다고? 약값 감당할 수 있어?”
“…….”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논리로 데미안의 반론을 일거에 격침시켰다. 결국 데미안은 침묵의 바다로 침몰했다.
라키엘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내심 긴장했다.
‘좋아. 일단은 자연스럽게 진맥할 분위기는 만들었고. 이제부터가 진짜다.’
조금씩 가슴이 쿵쿵 뛰었다. 기대감이나 호기심 때문에? 물론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걱정이 앞섰다.
마치, 시한폭탄의 폭발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기 직전인 심정이었다.
‘데미안이 일깨운 리베르사 심법, 그게 녀석의 각성을 얼마나 진행시켰는지 확인해야 해.’
만약 녀석의 각성이 완성된다면?
모든 게 끝장이 난다.
적어도 이 대륙 전체가 1, 2차 세계대전을 모조리 합친 이상의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것조차도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일단 확인부터.’
꿀꺽.
라키엘은 긴장을 누르며 손을 뻗었다. 데미안의 손목을 짚고서 진맥 스킬을 발동했다.
‘진맥.’
딩동!
[진맥을 시작합니다.]
[스캔 중.]
[3…… 2…… 1……]
[진맥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래의 <종합검진표>를 확인해주세요.]
익숙한 안내문이 떠올랐다.
시선을 아래로 움직였다.
[종합검진표]
[검진 대상 : 데미안 카이엔]
[종족 : 인간(+?)]
[성별 : 남자]
[연령 : 3,912세]
[신장 : 186.6 Cm]
[체중 : 79.2 Kg]
[혈액형 : He+ D]
“…….”
엄청난 결과가 보였다. 종족에 표기된 의문의 (+?)라는 표식도, 당장 삼천배를 올려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아득한 연령도, 듣도 보도 못한 기이한 혈액형도, 모두 그랬다.
‘역시.’
바뀌었다.
예전에 처음 녀석에게 쑥뜸을 해주던 때는 이렇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종합검진표에 표기되어 나오는 종족도, 연령도, 혈액형도, 전부 그냥저냥 평범한 인간의 스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정말로 각성이 진행되고 있는 건가.’
라키엘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더 아래쪽을 살폈다. 그곳에 <종합 소견> 항목이 있었다.
[종합 소견 : 모든 항목에서 지극히 건강하고, 강인하며, 균형이 잡힌 신체입니다. 다만, 신체의 감각과 교감신경의 지나친 활성화에 따른 심각한 불면증이 감지됩니다. 최근 무리한 수준의 마나 역행을 시도한 대미지가 신체에 남아 있습니다. 예민해진 신경과 지친 신체를 달래기 위한 적절한 휴식과 명상을 권장합니다. 또한, 이질적이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조직 일부가 혈액에서 감지됩니다. 해당 조직은 최근 급격한 탄생과 증식을 겪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증식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라키엘은 종합 소견을 다섯 번이나 거듭 읽었다. 그 뜻을 해석했다. 어렵지 않게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살았다.’
그는 종합 소견의 말미에 언급된 ‘출처를 알 수 없는 조직 일부’라는 문구에 주목했다.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저거다. 저게 바로 데미안 녀석의 몸속에서 자라게 될 파멸의 씨앗. 각성의 전조다.
한데 그게 증식을 멈추었단다. 즉, 각성의 과정이 모종의 이유로 중단되었다는 뜻이었다.
‘그건 아마도, 쟈빌론이 시전하던 최후의 비기를 내가 대신 맞아 준 덕분이겠지.
십중팔구 그럴 듯했다.
실제로 쟈빌론을 압도하는 내내 데미안의 리베르사 심법이 급격히 강력해지고 있었다. 완전한 깨우침의 단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한데 이쪽이 갑자기 끼어들면서, 쟈빌론의 최후 비기를 대신 몸빵(?) 해주면서 그 흐름이 끊어졌다.
‘내가 와락 뛰어들고, 쟈빌론에게 대신 붙잡히면서 녀석이 깜짝 놀랐거든.’
그 서슬에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으리라. 집중이 깨졌을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던 각성도 중단되었을 테지.
새삼 그때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었다.
‘그나마 각성이 중단되어서 다행이야. 여기서 더 진행되지만 않으면 돼.’
하니 앞으론 녀석을 위험에 처하도록 두지 말자. 그런 상황은 최대한 피하자. 가급적 녀석을 곁에 붙잡아 두고, 안락한 삶을 사는 황태자의 곁에서 온실의 화초로 지내게 만들자.
라키엘은 새삼스러운 다짐을 거듭 되새겼다. 그리고 짐짓 까탈스러운 눈빛으로 데미안을 쳐다보았다.
“쯧쯧쯧. 큰일이네. 큰일이야.”
“……불면증이 많이 심각합니까?”
“그냥 심각한 정도가 아닌데.”
“그럼……?”
살짝 미간을 찡그리는 데미안 녀석. 아마도 녀석은 자신의 내면에 무엇이 심어져 있는지 꿈에도 모르고 있겠지. 앞으로도 평생 그걸 모르길 바란다. 정말로, 진심이다.
라키엘은 본심을 접어 두며 엄격한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마나, 역행시켰지?”
“…….”
“그거 이제 하면 안 돼.”
“……어째서입니까?”
“그걸 꼭 말해 줘야 아냐? 상식이잖냐. 마나 역행을 하면 어떤 부작용이 따르는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마나하트가 망가진다지요. 운이 좋으면 불구, 그렇지 않으면 사망. 한데 저는 아무런 부작용도 겪지 않았습니다.”
“운이 아주 좋아서 그런 거고.”
“…….”
“언제까지나 행운이 따라 준다고 낙관하지 마. 그러다가 훅 가는 법이야. 게다가 마나 역행을 시도할수록 마나하트는 어찌어찌 버틸지 몰라도, 신체의 다른 부분들이 착실하게 망가질 거야.”
“그렇습니까.”
“어. 확실히.”
……사실은 구라다.
데미안의 마나하트도, 혈맥과 신체도 전부 멀쩡하다. 마나 역행으로 얻은 부작용이라곤 경미한 수준의 대미지밖에 없다.
보통 사람으로 따지자면 헬스장에서 근육 한 시간쯤 제대로 조진(?) 후의 피로감 정도랄까.
‘하지만 녀석이 마나 역행을 계속 시도할수록, 리베르사 심법을 사용할수록 각성이 진행되겠지.’
그런 상황은 막아야 한다.
라키엘은 모처럼 진지한 눈길로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지. 나는 자기관리에 소홀한 사람이 내 호위를 맡는 걸 원치 않아. 알겠어? 이 시간 이후로 만약, 내 허락 없이 멋대로 마나 역행을 시도해서 신체가 망가지면, 그땐 얄짤없이 해고할 거야.”
“그럼 퇴직금은…….”
“안 챙겨줄 건데.”
“그거 부당해고 아닙니까?”
“꼬우면 네가 황태자 하든가.”
“…….”
“아니면 황제 폐하께 가서 하소연이라도 해 보든가. 알현할 방법이 있다면 말이지만.”
“전하, 전하께서는 진짜…….”
“진짜 뭐. 치사하다고?”
“예.”
“치사하면 어쩔 건데.”
“…….”
“억울하면 네가 황제 아들로 태어나시지. 어쩌자고 그걸 못하셨을까.”
“…….”
와드득!
얄밉다. 진심으로 얄밉다. 할 수만 있다면 저 얄미운 마빡을 한 대쯤 뽀각 때려보고 싶다. 데미안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반면, 라키엘은 여유로운 척하며 웃었다. 사실은 조마조마했다. 생각 같아선 데미안에게 사실을 확 밝혀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랬다간 데미안의 내면에 자리한 존재가 자신의 의미를 깨달아 버릴 테니까.
녀석의 각성이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테니까. 그것만큼은 절대로 말해 줄 수 없다.
“그러니까 앞으로 마나 역행은 금지야. 알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데미안을 단속시켰다.
이후로도 황도로의 여정은 이어졌다. 쾌적한 여정이었다. 마차는 1등석 부럽지 않게 편안했고, 앙부아즈에서 제공한 호위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빵빵했다.
그들과 함께 산 넘고, 물 건너, 평원을 지나, 여러 도시를 거쳤다.
그리고 열흘째 되는 날.
마침내 황도 외곽의 관문에 다다랐다.
“……후아.”
마차 안에서 라키엘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관문이 가까워질수록 두근거림이 커져만 갔다.
집(?)으로 돌아왔다는 설렘 때문에? 아니었다. 그의 두근거림은 사실 조마조마함에 가까웠다. 혹은, 앞으로 겪게 될 혼쭐을 각오하는 마음가짐이었다.
‘황제 그 양반, 분명 난리를 치겠지?’
쉽게 예상이 가능했다. 이번에 일을 너무나 크게 벌였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그냥 조용히 군의관 코스프레나 하면서 보너스 수명만 챙기려고 했던 건데. 그렇게 조용히 돌아오려고 했는데. 쯧.’
처음 황제의 허락을 구할 때도 그렇게 설득을 했더랬다. 한데 결과는?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어쩌다(?) 보니 예정에도 없이 반란군 수장 쟈빌론을 직접 때려잡아 버렸다. 그 과정에서 이쪽의 정체 또한 만천하에 공개해 버렸다.
한편으로는 영웅적인 업적이요 공훈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황족에 의한, 타국에 대한 심각한 내정간섭 행위이기도 했다.
‘아마도 덕분에 황제 그 양반, 물밑에서 뒷수습에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제법 번거로웠겠지. 앙부아즈 국왕과도 여러 사안을 조율해야 했을 거고.’
그게 전부 자신이 기절한 닷새 사이에 진행되었으리라.
그걸로 황제가 얼마나 벼르고 있을지, 얼마나 풍부한 잔소리와 갈굼을 장전(?)해 놓고 있을지, 미리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통이 도질 지경이었다.
‘어휴. 어쩌겠냐. 다 내 팔잔데.’
쑴펑쑴펑 치솟는 비애감에 또 한숨을 푹 내쉬려는 순간이었다.
덜컹!
갑자기 마차가 멈추었다. 이내 마부석 쪽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라키엘은 마부석 방향의 쪽창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아, 전하. 그게…….”
마부와 나란히 앉아 있던 가르딘 경이 난감한 얼굴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더욱 난감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저 앞의 관문에 말입니다…….”
“응, 관문에. 뭐가.”
“폐하께서 친히 나와 계신 듯합니다.”
“……어?”
진짜?
정말로?
처음엔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사실인 듯했다. 멈추어선 것은 이쪽을 태운 마차뿐만이 아니었다.
호위병력 전체가 멈추어서 정연하게 줄을 맞추느라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
저런 모습들, 분위기, 뭔지 알겠다. 훈련소에 있을 때 직접 겪어 봤으니까.
투스타가 예고도 없이 훈련소를 방문한 날이었던가. 간부고 조교고 훈련병이고 할 것 없이 저렇듯 황송해하며 허겁지겁 움직였거든.
‘하아. 진짜.’
더욱 큰 한숨이 나왔다.
황제가 관문까지 직접 나왔다니. 그냥 마실이나 돌자고 나왔을까. 절대로 아닐 거다. 이쪽을 보러 나온 거다. 반가워서? 놉. 절대로 아니.
‘……얼마나 빡쳐서 열렬히 갈구고 싶었으면 내가 가는 것도 못 기다리고 여기까지 나온 거겠냔 거지!’
그러니까 이건 ㅈ됐다.
진짜다.
하지만 피할 길은 없다.
라키엘은 더욱 굳은 각오를 다졌다. 오늘 제대로 갈굼에 털리겠지만, 그럼에도 버티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비장한 마음으로 마차에서 내렸다.
그 순간 그는 보아야 했다.
타닷……!
황제가 ‘무려’ 달려오고 있었다.
다급히 뒤를 따라오는 호위들마저 버려두고서, 관문을 박차고 이쪽을 향해 우랄산맥 떡멧돼지처럼 투두두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와 씨.’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렇게나 화가 났던 걸까. 얼마나 폭풍처럼 이쪽을 혼내려는 걸까. 행여나 엄한 징계는 받지 않으면 좋겠는데.
마음속으로 빡센 각오를 머금었다. 황제와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하여 고개를 숙였다.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땅만 바라보았다. 발소리가 성큼 가까워져 왔다. 최대한 공손한 자세를 잡았다. 황제의 커진 숨소리마저 들려왔다.
이제 곧이다. 벼락이 떨어지겠지.
……라고 예감하는 순간이었다.
와락!
별안간, 황제가 다짜고짜, 이쪽을 얼싸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