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다이어트는 네 운명 (2)
“……예에?”
2황자, 테오도르는 움찔했다. 귀가 의심스러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형님이 1년도 못 살게 될 것 같다고?’
혹시 형님은 고약한 농담을 하려는 걸까. 그럴 거란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그렇게 믿고 싶었다. 무려 자신을 당당히 꺾은 형님이니까. 앙부아즈 내전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선보인 형님이니까. 자신의 건재함을 만방에 알린 분이니까.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복형제, 황태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테오도르는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황태자가 꺼내고 있는 저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 혼란스럽겠지. 나도 이런 이야기를 느닷없이 꺼내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어쩔 수가 없겠다. 언젠가 밝혀질 사실이라면, 지금 여기서 네게 밝히는 게 차라리 낫겠지.”
“…….”
“원래는 내 주치의인 가르딘 경과 나만 알고 지내려고 했어. 앞으로 내 수명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지.”
“정말…… 입니까?”
“어.”
농담이 아니다.
‘일부’는 사실이다.
라키엘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수에 젖은 눈길을 들어 테오도르의 눈동자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일부러 잠깐 템포를 늦추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의도적인 착잡한 침묵이 백 마디의 말보다도 더욱 진한 진실성을 2황자의 가슴에 퐁당퐁당 던져주었다.
“그런…….”
2황자가 혼란에 빠져들 무렵.
타이밍을 재던 라키엘이 칼 같은 진입각을 잡으며 혓바닥을 놀렸다.
“알아. 믿기지가 않겠지. 믿기 어렵겠지. 사실은 나도 그래. 인정하기 싫거든. 안 그렇겠어?”
“형님.”
“후우. 솔직히 두렵구나. 내가 언제 갑자기 쓰러질지, 사람 구실을 못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당장 내일 아침부터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고.”
“…….”
“그래서였어. 별궁에서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던 건. 앙부아즈까지 가서 부상병을 돌본 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려고 애써왔던 건 말이야.”
“그게, 형님의 병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테오도르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라키엘은 피식 웃었다.
새빨간 거짓말을 태연하게 척.
“아니.”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와는 전혀 관련 없어. 오히려 너와 관련이 있지.”
“저와 말입니까?”
“어.”
흠칫하는 테오도르.
녀석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길을 던져주었다.
“내가 그런 식으로나마 세상에 선행을 뿌려 두면, 언젠가 그 보답이 돌아와 내 대체자를 이롭게 도와주지 않을까 싶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라도 되면 좋겠구나 싶어서. 조금은 막연한 희망으로 말이지.”
“그럼…….”
“맞아. 그 대체자가 누구겠어.”
“절 위해…… 일부러 애를 쓰며 수많은 환자들을 돕고 살려왔다는 겁니까?”
“으음, 대놓고 그렇게 말하니까 굉장히 쑥스러워지는구나.”
라키엘은 싱긋 웃어 버렸다. 반대로 눈동자는 더욱 아련한 우수로 알차게 채웠다. 즉, 입으로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눈빛으로는 슬픈 기색을 띄웠다.
“그래서 미안하구나. 정말로.”
더욱 아련하게. 하지만 그게 티가 나지는 않게. 오히려 숨기려고 애쓰려는 것처럼 보이게. 그렇기에 한결 착잡하고 쓸쓸한 기색이 꾸안꾸 스타일처럼 스며들도록. 사실과 거짓을 황금비율로 얍얍촵촵 섞어서 혓바닥에 척척 올렸다.
“정말로 미안하다. 그동안 네가 이토록 큰 상실감에 고통받고 있는 줄은 정말로 몰랐다. 이렇게 무너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어.”
“형님, 저는…….”
“아니, 너는 잘못 없어. 잘못이 있다면 그건 내 것이겠지. 내가 너에게 무심했던 시간들, 오직 내 생각만 하며 바쁘게 보냈던 나날들 말이다. 만약 네가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그날 너와 대결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
“그날 내가 물러났어야 했어. 폐하의 말씀을 듣고 너에게 황태자위를 순순히 넘겼어야 했어. 그랬다면 네가 이렇듯 힘든 시간을 감내하지 않아도 되었겠지.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
“하지만 형님, 이건 전부 제가 못난 탓입니다. 형님의 탓이 아닙니다.”
테오도르가 다급하게 반박(?)을 날려 왔다. 하지만 라키엘은 태연하고도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한숨과 대사를 공기 반 소리 반으로 묵직하게 푹 밀어주고. 다시 발사.
“전적으로 내 탓이다. 너마저 이런 모습으로 무너져 있는 동안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내 수명이 다한 후의 황가의 미래까지 어둡게 만들어 버린 건, 전부 내 불찰인 것 같구나.”
“형님…….”
“미안하다. 정말로.”
손을 내밀었다. 테오도르의 손을 슬며시 붙잡았다. 그 순간, 손끝을 살포시 떨어 주었다. 그 와중에도 손에 힘을 주어보려고 애쓰듯, 부르르.
“미안……하다.”
말끝을 떨었다. 고개를 숙였다. 사죄하듯. 더욱 깊이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표정을 숨길 수 있었다. 그동안 힘껏 연기를 하느라 굳어가던 안면 근육에 모처럼 빵긋 휴식을 줄 수 있었다.
‘후우! 잘했어. 이쯤이면 결과가 슬슬 보일 때가 됐는데.’
라키엘은 자신했다.
폭탄(?)은 충분히 던졌다. 이제 터질 때가 됐다. 그러니까 마음속으로 카운트를 세자면, 셋, 둘, 하나…….
“아닙니다, 형님! 형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왔구나.
2황자 테오도르의 격정에 잠긴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라키엘은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일부러 반응하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인 상태를 유지했다. 그런 이쪽의 모습 덕분인지, 테오도르가 점점 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형님? 형님께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냥 이건, 제가 못난 탓입니다. 그저 형님께 패배했다고, 원하는 자리를 얻지 못했다고…… 고작 그걸로 괴로워하며 못난 꼴을 보인 제 잘못입니다, 형님.”
“…….”
“게다가 저는…… 형님께서 그렇게 홀로 괴로움을 감내하고 계신 줄도 몰랐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사소한 투정만 부린 제가 못난 놈입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테오도르.”
“예, 형님.”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라.”
“……예?”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녀석이 울먹이고 있었다. 녀석의 눈을 차분히 바라보며 말해주었다.
“테오도르, 넌 내게 조금도 미안해할 필요가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정 미안해하려거든, 너는 황가의 위대한 선왕들께,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맡기고 있는 제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해하여야 할 거야.”
“…….”
“그리고 미안함을 가슴에 품겠다면, 그걸 만회하려는 모습도 보여야겠지.”
“예, 형님.”
“하면 이제부턴 어찌할 생각이지?”
“살, 빼겠습니다.”
“그래. 좋구나.”
마침내 녀석의 입에서 원하던 대사가 나왔다! 하지만 라키엘은 섣불리 기뻐하지 않았다. 대신 마음속으로만 조용히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빙고!’
제대로 먹혔다. 테오도르 녀석의 피둥피둥한 눈꺼풀 사이로 슬쩍 엿보이는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건, 제대로 동기부여가 되어서 불타오르는 의지의 눈동자였다.
‘역시 이 녀석도 소설의 성격 그대로야.’
성실하고 책임감 가득한 모범생. 약간 답답한 우유부단 고구마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지워진 책임을 버리고 도망치지는 않는 녀석.
그런 테오도르의 성격을 제대로 찔렀다. 이쪽이 얼마 살지 못할 거라고. 네가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한데 네가 이런 모습이니 우린 다 망했다고.
아련함으로 포장해서 궁상을 잔뜩 떨었다. 그런 궁상이 위기감으로 변해서 녀석의 지방 덩어리 속에 뒤덮여 있던 책임감과 의무감을 자극시킨 모양이었다. 노렸던 의도가 제대로 먹힌 셈이었다.
“그럼 말이다. 테오도르?”
“예, 형님.”
“네가 감량을 하겠다니 기쁘구나. 그러니 내가 제안을 하나만 해도 될까?”
“말씀하십시오, 형님.”
녀석의 눈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거렸다. 지금은 이쪽이 뭘 하라고 해도 죄다 따를 기세였다. 딱 좋다.
라키엘은 회심의 미소를 슬쩍 숨기며 말했다.
“너, 오늘부터 별궁에 와서 지내자.”
“……예?”
“기왕 살을 빼겠다고 결심한 이상, 내가 널 도와주고 싶은데. 안 될까?”
“무, 물론 됩니다.”
“그렇겠지?”
“예, 옙.”
“고맙구나.”
탁, 탁.
아련하게 웃으며 녀석의 어깨를 짚어 주었다. 그걸로 도장 쾅쾅. 제국의 2황자 테오도르의 별궁행이 확정되었다.
‘넌 이제 살 빼기 전엔 별궁에서 못 나가는 거야. 크후후!’
이로써 설득(?) 성공.
지옥 다이어트의 시작이었다.
♣
‘……라곤 하지만, 이놈 다이어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곤란한데.’
다음 날, 라키엘은 별궁 한의원 원장실에서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
그곳에 정원을 장식하는 분수대가 있었다. 분수대 가득 채워진 따스한 온수 속을 첨벙첨벙 열심히 걷는 살덩어리가 보였다.
2황자, 테오도르였다.
“…….”
마음 같아선 당장 마라톤으로 정원 뺑뺑이를 시키고 싶다. 하지만 저 체중으로 그랬다간 무릎이며 발목이며 관절이 다 상하겠지. 그러면 다이어트 작전에도 차질이 생길 테니…… 참으로 갑갑한 노릇이다.
‘일단 녀석이 내 프로그램을 잘 따라주는 것까진 좋긴 한데.’
라키엘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문득, 지난밤에 2황자 녀석을 별궁으로 데려왔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녀석에게 말해 주었다. 이제부터는 먹으라는 것만 먹고, 하라는 운동만 하라고. 알려주는 식단과 운동 루틴을 무조건 따르라고.
다행히 녀석은 이쪽을 잘 따르고 있다. 하지만 다행이지 못한 점도 있었다.
‘빼야 할 살이 너무 많다는 거지.’
다이어트 시작에 앞서 녀석을 진맥부터 해보았더랬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체중이 무려 151.3킬로그램이었다. 예전, 로이-하비 교에서 녀석과 겨루었던 때보다 거의 80킬로그램이 불어난 셈이었다.
‘몸에 무리가 안 가도록 80킬로그램을 다 빼려면…… 최소 몇 개월은 걸릴 텐데.’
아무리 좋은 식단이라도, 제아무리 빡쎄게 운동을 해도 넉넉히 그 정도는 걸릴 터였다. 그게 문제였다.
‘그때까지 구혼장에 대한 대답을 미룰 수 있을까? 아니.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다. 아마 황제도, 구혼장을 보낸 이들도 이쪽의 대답을 한가롭게 기다려 주지는 않을 테니까. 하니 그 전에 속전속결로 2황자 녀석을 날씬하게 만들고, 구혼장을 녀석에게 짬(?)시켜야 하리라.
즉, 지금의 관건은 식단과 운동 외에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다이어트 속도를 확 올릴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
암만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는데.
라키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차라리 궁정마법사의 변장 마법을 써볼까도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자칫 변장 마법이 풀려 버렸을 때의 뒷감당이 안 될 수도 있으니까.
‘쓰읍. 방법이 도통 떠오르지가 않네.’
한약?
그런 한약이 있다면 진즉 팔았으리라. 하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한국의 한의원 중에도 살 빠지는 약이라며 판매를 하는 곳도 있지만, 그건 대부분 사기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하여 한국에서 부경 한의원을 운영하면서도 그런 약은 팔지 않았다.
‘쯧. 그럼 어떡하지.’
그는 고민에 잠겨 하루를 보냈다. 그동안 황태자의 귀환 소식을 듣고 진료를 받으러 몰려든 수많은 환자를 진맥하고, 진단했다. 정원 분수대에서는 2황자가 우루스와 꾸꾸의 응원(?)을 받으며 열심히 첨벙거렸다.
한데 그러던 저녁 무렵이었다.
“전하, 앙부아즈의 왕녀가 보낸 물건이 별궁에 당도하였습니다.”
“……음?”
저녁 식사를 하며 여전히 고민의 바다에서 참방거리고 있으려니, 별궁의 시종장이 뜻밖의 소식을 전해 왔다.
“물건? 앙부아즈의 왕녀가 보낸?”
“예, 전하.”
“…….”
그러고 보니 떠올랐다.
‘베스파로스 여왕벌 담금주, 마침내 왔구나.’
앙부아즈 왕국군을 떠나 반란군에 가담하기 직전, 왕녀에게 신신당부를 하며 부탁했던 일이었다. 한데 그게 마침내 배송(?)이 완료된 모양이었다.
그는 식사를 중단하고 벌떡 일어났다.
‘택배 개봉은 못 참지!’
행여나 여기까지 실려 오는 동안 물건이 깨지진 않았을까. 담근 술이 새지는 않았을까. 공기가 들어가서 곰팡이가 핀 건 아닐까. 오만가지 걱정이 다 들어서 식사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온종일 고민에 휩싸여 있던 터라, 머리를 조금 식히고 싶기도 했다.
“어디 볼까.”
물건이 왔다는 창고로 내려가 보니, 거대한 물탱크를 연상시키는 오크통이 보였다. 일전에 앙부아즈의 부상병 캠프에서 베스파로스 여왕벌을 토막 내어 담가둔 술통이었다.
라키엘은 기대감 반 걱정 반으로 통 위로 올라가 뚜껑을 개봉했다. 기다란 국자로 술을 살짝 떠보았다.
“흐음.”
다행히 색깔은 괜찮다. 향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품속을 향해 말했다.
“뽀복아?”
“뽀복!”
부르자마자 돌아오는 대답. 이내 불사조 개복치 뽀복이가 안주머니에서 쏙 튀어나왔다. 라키엘은 녀석을 향해 국자를 내밀었다.
“오랜만에 부탁 좀 하자. 내가 오늘 새로 받은 맛있는 술이 있는데 말이야.”
“뽀복?”
“가장 친한 친구인 너한테 꼭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혹시 세상에서 이걸 제일 먼저 시음할 기회를 누려보지 않을래?”
“뽀보복? 뽀복?”
“이거 진짜 비싼 술이거든.”
“뽀!”
‘비싼’이라는 말에 뽀복이의 눈이 반짝였다. 라키엘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국자를 슬쩍 내밀었다. 뽀복이가 국자에 달려들었다.
“뽀보복! 뽀복!”
후루룩!
뽀복이가 망설임 없이 국자의 술을 쭉 들이켰다. 그리고…… 꼴까닥 죽었다.
“……뽀보!”
딩동!
[불사복치 뽀복이가 스킬 <으앙 쥬금 ㅠㅠ (Lv. 1)>을 시전합니다.]
털푸덕……!
장렬하게 추락하며 눈을 감는 뽀복이. 녀석의 지느러미 불꽃이 꺼졌다. 아예 혀를 붸엙 내밀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뽀오!”
녀석이 눈을 반짝 떴다.
딩동!
[불사복치 뽀복이가 스킬 <부활! (Lv. 1)>을 시전합니다.]
[불사복치 뽀복이의 거대화 1 스택이 적립되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녀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반드시 죽어야 하는 자신의 팔자를 한탄하듯, 지느러미 한 장을 뚝 떼어냈다. 자신의 송곳니도 뾱 뽑았다. 그러고는…….
딩동!
[불사복치 뽀복이가 스킬 <일기 쓰기 (Lv. 1)>를 시전합니다.]
“뽀복! 뽀보보! 뽀오!”
스사사삭!
한 맺힌(?) 투덜거림을 내뱉으며 열심히 일기, 아니, 방금 마신 베스파로스 여왕벌 담금주에 대한 성분 분석 리포트를 써내려가는 뽀복이!
그동안 라키엘은 슬며시 녀석의 곁으로 다가갔다. 눈에 힘을 빡 주며 녀석이 쓰고 있는 깨알 같은 리포트 내용을 읽었다.
덕분에 잠시 후, 그는 깨달아야 했다.
‘……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리포트 내용 이거, 실화인가. 암만 봐도 실화 맞는데. 그러니까 이건…….
‘여왕벌 담금주 이거, 잘만 정제하면…… 본격 다이어트 보조식품으로 만들 수 있겠는데?’
불현듯, 2황자를 이용한 신약 임상 시험과 광속 다이어트 더블 성공의 장밋빛 미래가 야물딱지게 그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