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약 파는 황태자-215화 (215/468)

215화. 지키고 싶은 사람들 (2)

- ‘내게로 와서’ 자폭하라.

“구륵!”

전장을 의미 없이 배회하던 2,500구의 좀비들이 움찔했다. 불현듯 전달된 명령.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시선을 돌렸다. 흐리멍덩하지만 명확한 목적을 담고 있는 2,500줄기의 시선. 그 모든 시선이 모인 곳에 카르투가 있었다.

흑마법사 카르투.

자신들의 창조자.

창조자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한데 방금 창조자가 명령했다.

‘자신에게 와서’ 자폭하라고.

“……구르륵! 구륵!”

좀비들이 일제히 몸을 돌렸다. 카르투를 향해서였다. 좀비들이 일제히 걸음을 옮겼다. 카르투를 향해서였다. 모두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뜀박질로 바뀌었다.

“쿠르르륵! 쿼어억!”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맹목적이고도 절대적인 복종을 위해 기꺼이!

투두두두두!

2,500구 시체들의 진군이 전장의 지축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라키엘도 그걸 느꼈다.

아니, 방금 흑마술의 구체를 끝끝내 잡지 못하고 손끝으로 떠나보낼 때, 자신에 의해 랜덤으로 바뀐 명령문의 내용 또한 느꼈다.

‘내게로 와서 자폭?’

분명 그러했다.

혹여나 착각인가 싶었는데, 지금 좀비들의 행동을 보니 자신이 느낀 게 맞다.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다. 무엇을 위해? 뻔했다.

‘명령을 보낸 건 카르투니까. 전장의 모든 좀비가 카르투에게 와서 자폭하려는 거구나.’

그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라키엘은 즉각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우루스!”

근처에 있던 우루스를 불렀다.

우루스가 오는 사이에 손을 뻗었다. 늘어진 카르투를 붙잡아 억지로 일으켰다. 부축했다. 다가온 우루스에게 건넸다.

“이놈 업어!”

“……누우?”

“얼른! 나도 같이!”

거의 죽어가는 카르투를 붙잡고서 함께 우루스의 어깨에 올라탔다. 타자마자 우루스에게 재빨리 말했다.

“잘 들어. 이제부터 좀비들이 우리에게 몰려올 거다. 정확하게는 여기 이 흑마법사 놈에게 다가오려 할 거야. 그러니 우리는 이제부터 달린다. 좀비들이 흑마법사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대신 좀비들이 우리를 놓치지는 않을 적당한 속도와 기세를 유지하면서. 그리고 데미안?”

“예, 전하.”

“너는 우루스와 나란히 달리며 가까이 다가오는 좀비를 저지하도록. 대신 너무 심하게 박살 내지는 마. 다리를 자르지도 말고.”

“어째서입니까?”

“너무 심하게 박살 내면 그 자리에서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다리가 잘리면 그 자리에서 버둥거리다가 나중에 터질 수도 있으니까. 놈들이 엉뚱한 곳에서 터지면 안 돼. 한곳으로 몰아야 해.”

“설마…….”

이쪽을 올려다보는 데미안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좀비들을 한 장소에 몰아넣고서 폭발을 일으킬 생각이신 겁니까?”

“어.”

“하지만 전하.”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안다. 다른 놈 시키라고? 시간 없어. 근위대원들은 오크 전사들과 섞여 있고, 특근대원들은 전부 혼절했고. 게다가 우루스는 내가 아닌 다른 자의 명령을 듣지 않아.”

“제가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널 같이 데려가는 거지. 시간 없어. 몰려온다.”

적당히 거짓말로 둘러대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이 역할을 맡기고 싶었다. 명령문의 내용에 따라 카르투에게 몰려들어 자폭하려는 좀비들. 그 상황을 깨닫자마자 떠올린 대응책은 바로, 카르투를 데리고 달리는 것이었다.

그러면 좀비들이 무지성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다. 카르투와 접촉해야 자폭할 수 있으니까. 그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르는 쥐 떼처럼 몰려오겠지.

‘마침 놈들을 안전하게 터뜨릴 장소가 떠올랐거든.’

긴뿌리 감초를 탐색하던 때가 떠올랐다. 당시 크라노스 서쪽으로 제법 떨어진 곳의 협곡을 지나친 적이 있었다. 제법 깊은 협곡이었다. 그곳에 좀비들을 모조리 몰아넣고 폭발을 유도한다면? 이곳 전장과 도시에 피해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방금 떠올린 계획이었다. 위험한 계획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카르투를 잡고서 뛰어가며 좀비들을 유도해야 하니까. 그 역할을 맡기는 싫었다. 하지만 맡길 사람이 없다. 진짜다.

‘근위대원? 못 와. 다들 너무 흩어져 있어. 좀비들이 먼저 올 거야. 특근대원? 전부 쓰러졌고. 오크 전사? 우루스와 소통이 불가능해. 데미안은? 사실은 최적의 인물이기는 한데…… 녀석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는 건 피하고 싶고.’

자칫 녀석의 내면에서 지극히 위험한 존재가 각성해 버릴 수도 있다. 그건 최악이다. 결국, 모든 후보를 제외하면 남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

까드득!

라키엘은 이를 갈았다. 안 내키지만 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우루스! 달려! 서쪽으로!”

“누우-!”

우루스가 포효하며 땅을 박찼다. 이쪽을 설득하려 애쓰던 데미안도 어쩔 수 없이 체념한 얼굴로 곁을 따랐다.

서쪽으로 달렸다.

그쪽 방면에서 몰려오던 일군의 좀비들이 반갑게(?) 포효했다.

“구르르워억!”

“궈어억!”

생각보다 열렬한 환영이었다. 이쪽이 데리고 있는 카르투가 가까워지는 게 그렇게나 반가운 걸까. 명령을 실천할 수 있다는 기쁨의 포효인 걸까.

알 수 없었다.

관심도 없다.

지금은 그저 돌파할 뿐.

“뚫어!”

“누우우-!”

우루스가 더욱 맹렬히 달리며 두 팔을 휘둘렀다. 팔뚝에 얻어맞은 좀비들이 훨훨 날아갔다. 그 와중에도 몇몇 좀비들이 우루스의 공격을 피하고는 틈새로 접근해 왔다. 하지만 놈들은 데미안의 검집 씌운 검과 맞닥뜨려야 했다.

……빠박!

“궈억?”

몇 줄기의 섬광이 번득였다. 검집째 휘둘러진 데미안의 검이 좀비들의 머리통을 빠갰다. 갈빗대를 통째로 박살 냈다. 날카로운 베기가 아닌 묵직한 타격. 그 충격력 자체가 강력한 저지력을 발휘하며 얻어맞은 좀비들을 순식간에 밀어냈다.

“쿼으억!”

“구륵!”

사방에서 넘실거리는 악다구니.

밀어내고, 치고, 튕겨내고, 받아 버리며 돌파했다. 수십, 수백 마리의 좀비들이 앞을 가로막고, 짐승처럼 포효했다. 뚫어내고, 돌진했다. 파도를 부수며 전진하는 전함처럼. 장애물을 짓밟으며 진군하는 전차처럼.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게. 단단하게. 거침없이.

마침내 길이 열렸다.

“가자!”

“누우우!”

눈앞에 뻥 뚫린 공간. 탁 트인 황야. 매캐한 흙먼지 바람 속을 내달렸다. 휘날리는 머리칼 아래 목덜미로 까닭 모를 전율이 돋았다. 뒤에서 몰려오는 좀비들의 물결이 감미로운 진군가처럼 느껴졌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이런 짓거리. 이상하게도 피가 끓었다. 나도 모르게 외쳤다.

“전부! 따라와, 이 자식들아!”

“……그르워억!”

내 함성과 좀비들의 포효. 뒤섞였다. 함께 내달렸다. 멈춤 없이. 거침없이. 서쪽으로 하염없이. 내달리고, 또 내달린 끝에 마침내 협곡의 입구에 다다랐다.

“전하!”

나란히 달리던 데미안이 외쳤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습니다! 흑마법사가 미끼인 거라면! 제가 그놈을 넘겨받겠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거절한다!”

“어째서입니까?”

“나 혼자 빠져나갈 방법이 없으니까!”

힘껏 외쳤다. 사실이었다. 이미 협곡에 들어온 마당이다. 협곡은 깊고 좁았다. 양쪽으로 우뚝 솟은 절벽은 거의 90도에 가까웠다. 게다가 협곡 입구는 무지성으로 몰려오는 좀비 군단에 의해 막혀 버렸다.

즉, 혼자서 협곡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다.

“우루스와 함께 돌아가십시오! 충분히 돌파하실 수 있을 겁니다!”

“기각! 그럼 네가 못 빠져나오잖나!”

“전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다고 인간아!”

아무리 데미안이라도 우루스 없이 여길 빠져나갈 수는 없다. 돌파?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결국엔 힘이 빠질 거다. 협곡 위로 등반? 쉽지 않다. 즉,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다 함께 무사히 살아서 나가려면 무조건 뭉쳐야 한다.

“그러니까 잔말 말고 계속 달려!”

데미안의 주장을 격퇴했다.

우루스를 독려하였다.

“누우우! 푸륵!”

협곡을 내달리는 미노타우로스의 눈동자에 독기가 배어났다. 사실은 협곡 입구를 보자마자 남몰래 흠칫했던 우루스였다.

잠시 악몽 같은 기억이 되살아났다. 자신을 유인했던 인간 사냥꾼 무리. 사로잡혀 있던 아기 미노타우로스 송아지. 아기를 구하기 위해 서슴없이 협곡에 들어갔던 자신. 기다렸다는 듯이 협곡을 붕괴시킨 인간들.

세상을 뒤덮을 듯 무너져 내려오던 바윗더미. 깔려 울부짖던 자신. 품에서 죽어가던 아기. 그때의 무력감과 절망. 가슴마저 무너져 내렸던 아픈 기억들.

‘……푸르륵!’

우루스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각오하며 다짐하였다. 오늘은 다르리라고. 자신의 친구가 되어준 황태자를 반드시 지켜내겠노라고. 두 눈에 결의를 담고서 더욱 맹렬히 땅을 박찼다.

좁은 통로 같은 협곡 바닥의 길.

내달리고, 전진했다.

마침내 가장 깊은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막다른 골목 같은 지형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카르투를 우루스의 어깨 밖으로 밀어냈다.

“……끄흐으.”

죽어가며 인사불성인 흑마법사. 놈이 뜻 모를 신음을 희미하게 내뱉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기분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쪽이 스스로 만든 상황이다. 인과응보라고 여기고 달게 받아들여.’

선을 그을 때는 그어야 한다.

힘껏 밀었다.

떠밀린 카르투가 협곡 막다른 바닥에 툭 떨어졌다.

“데미안! 타!”

이쪽의 뜻을 깨달은 데미안이 즉시 움직였다. 우루스도 즉각 몸을 돌렸다. 이제는 역으로 돌파하며 탈출할 때다.

“누우우우오오-!”

우루스의 전신 근육이 불끈거렸다. 힘찬 역주행을 개시했다.

콰드드드드!

협곡 출구를 향하여. 거침없이. 지금까지 유인을 위한 돌파가 솜방망이였다면, 지금은 철퇴를 돌리듯 전력으로 뿔을 휘둘렀다. 얻어맞은 좀비들이 십수 미터씩 날아가 협곡 벽면에 틀어박혔다.

그럼에도 강물처럼 몰려오는 언데드 군단. 놈들을 순식간에 100여 미터쯤 돌파했을 때, 라키엘이 외쳤다.

“저쪽!”

그가 협곡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 상대적으로 그나마 완만한 비탈이 있었다. 아까 협곡으로 들어오며 미리 봐두었던 지형이었다.

“올라가자!”

“누우!”

우루스의 맹렬한 도움닫기!

콰아앙-!

단숨에 날아올라 비탈면에 착지했다. 다시 박찼다. 경사 60도 정도의 험난한 비탈을 마구잡이로 뭉개며 위로, 또 위로 올라갔다.

라키엘의 입가에 비로소 미소가 배어났다.

‘됐다!’

이만하면 됐다. 충분히 올라갈 수 있겠다. 대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협곡 위로 올라갈 수 있으리라.

가슴속에 피어나는 희망처럼 현실이 이루어졌다. 시시각각 협곡이 아래로 쭉쭉 멀어져 갔다. 그만큼 협곡 꼭대기가 가까워졌다.

대폭발이 일어난 것은, 그 순간이었다.

“……구르륵!”

라키엘이 협곡 막다른 지점에 던져놓은 카르투. 빈사 상태의 흑마법사에게 선두의 좀비가 마침내 달려들었다. 온몸으로 뛰어서 덮쳤다. 끌어안았다. 좀비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 어려웠던 과정들을 극복하고서 마침내 창조자의 명령을 이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 내게로 와서 자폭하라.

“구륵!”

예!

좀비가 힘차게 외치는 순간, 썩어가는 몸속에서 시체 폭발 마법이 발동되었다.

후우욱?

마나가 응축되었다. 거의 동시에 다른 좀비들도 온몸으로 달려들었다. 좀비에게서 다른 좀비에게로. 시체 폭발의 프로세스가 순식간에 전염되듯 번져나갔다. 일제히. 일사불란하게. 창조자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더없이 충실하게.

폭발했다.

……!

2,500구의 일제 폭발이었다.

새하얀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카르투의 빈약한 육신은 섭씨 수만 도까지 치솟은 폭발 중심부의 열기에 흔적도 없이 증발되었다. 거대한 화구가 지름 50미터 범위 내의 모든 물질을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었다.

끔찍한 복사열이 모든 방향으로 퍼져 나갔다. 복사열에 노출된 협곡 벽면의 암석이 열기에 노출되며 유리 결정으로 변했다.

뒤이어 거대한 충격파가 음속보다 빠르게 질주하였다. 충격파에 얻어맞은 협곡에 초국지적 지진이 발생했다. 협곡 전체가 맹렬히 흔들렸다. 붕괴했다. 우루스가 오르고 있던 비탈도 예외가 아니었다.

“누우?”

……콰하학!

미노타우로스의 왕은 기겁했다.

거대한 충격파가 전신을 때려 왔다. 먼발치에서 몰려오는 끔찍한 열기가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구불구불한 협곡의 구조 덕분에 복사열에 직격되는 신세는 면했지만, 삽시간에 달구어진 주위의 열기만큼은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더욱 큰 문제는, 오르고 있는 비탈이 위에서부터 무너져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누우우! 누우! 푸륵!”

우루스의 두 눈에 독기가 서렸다. 선연히 떠오른 과거의 악몽. 눈앞으로 쏟아져 내려오던 바윗더미. 그때의 기억이 지금 눈앞의 광경에 겹쳐 보였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그때와는 다르리라. 반드시!

“푸르륵!”

더욱 맹렬히 비탈을 올랐다. 꼭대기가 멀지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박차고, 오르고, 뛰었다.

“누우-!”

마침내 협곡 꼭대기를 향한 마지막 도약을 감행했다. 떨어져 내려오는 바위 하나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바위 뒤편으로 드러난 파란 하늘이 시야를 꽉 채웠다. 우루스의 두 눈에 환희가 서렸다.

하지만 그 순간.

……빠악!

돌연, 등 뒤에서 불길한 소리가 터졌다.

무슨 소리일까.

우루스는 순간 의아했다. 그 사이, 마침내 협곡 꼭대기에 올라섰다. 붕괴 영역에서 탈출하기 위해 다시금 달리려 했다. 그때에야 비로소 사태를 깨달을 수 있었다.

데미안의 다급한 외침 덕분이었다.

“……전하!”

“누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로소 목격했다.

황태자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협곡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날아온 파편에 맞은 걸까. 그래서 의식을 잃어 가고 있는 걸까.

“크읏!”

데미안은 다급히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뻗어 가는 곳. 그곳에 황태자가 있었다. 눈을 감은 라키엘이 멀어지고 있다.

‘제발.’

조금만 더.

간절하게.

손을 뻗었다. 붙잡으려 했다. 닿을 것 같다. 잘만 하면. 손끝이…….

……츳.

닿았다가 멀어졌다.

스치듯이 허망하게.

미처 잡아줄 틈도 없이.

“……!”

데미안은 눈을 부릅떴다. 세상의 모든 풍경이 일순간 느려지는 기분이었다. 그토록 기이한 감각 속에서 황태자가 멀어지고 있다. 핏방울을 점점이 뿌리며. 폭발과 붕괴가 일어나는 협곡 아래로. 하염없이 떨어지며.

멀어진다.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곳으로.

‘안 돼.’

나는 아직 당신에게 받은 것을 보답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참인데. 뒤늦게야 당신을 지켜주고 싶노라고, 진심으로 느끼기 시작했는데.

그런데 어째서.

……두쿵!

심장이 한 차례 요동치는 순간, 데미안은 라키엘을 향하여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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