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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파는 황태자-257화 (257/468)

257화. 웅녀 테라피의 효능 (2)

치이이이익-!

불판에 오겹살 굽듯 퍼지는 향긋한(?) 소리! 동시에 밀려오는 짜릿한 화끈함! 뱀파이어 변이증 환자, 발렌티노는 대주교의 성물을 꼭 끌어안았다. 그럴수록 성물과 닿은 볼, 손바닥이 한층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발렌티노는 웃었다.

‘마늘 지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좋아!’

편식은 나빠요.

그런데 마늘은 더 나빠요.

아침에 눈을 뜨면 황태자가 빵긋 웃으며 내미는 생마늘 한 접시가 면전에 있었다. 거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거부는 거부당했다. 황태자의 명이라는 말 앞에선 개인의 취미와 기호와 입맛 따위는 소용이 없었다. 까라면 까야 했다. 먹으라면 씹어먹어야 했다.

울었다. 마늘이 매워서. 너무나 강렬하게 쏘는 향에 혓바닥 융털돌기와 미각세포와 후각 세포가 손에 손잡고 멸망의 칠성장어 승천댄스를 추어서. 그걸 억지로 삼킬 때마다 식도와 창자가 친절하게 인수분해됐다가 재배열되는 기분을 만끽해야 해서.

그렇다고 그게 끝이었을까?

아니.

점심에도, 저녁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삼시세끼 생마늘만 씹어야 했다. 아니, 심지어 ‘야식 먹을래?’라며 자기 직전에도 입에 생마늘을 욱여넣었다!

“…….”

엄마, 저 울어도 될까요.

잠시 최근의 과거를 회상한 발렌티노는 삽시간에 울적해졌다. 황태자의 만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번은 이렇게 마늘만 먹을 바엔 차라리 죽겠다고 외쳤다. 그랬더니 황태자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게 먹고 싶냐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황태자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잘되었노라고, 마침 다른 먹을 것을 가져왔노라고 하며…….

쑥을 내밀었다.

‘…….’

ㄱㅅ끼.

솔직히 진짜 욕을 한 바가지쯤 부어주고 싶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항변하고 싶었다. 그 울분이 쌓이고 쌓였을 무렵, 이렇게 황태자에게 불려왔다. 대주교라는 분과도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렇게 뜻밖에 대면하게 된 대주교의 ‘성물’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두렵고 끔찍하던지. 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턱 풀렸다. 본능적인 공포감이 이성을 지배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감정이었다. 무작정 도망치고 싶었다.

한데 그때 황태자가 속삭이듯 물어왔던가.

‘발렌티노? 성물이 좋아, 마늘이 좋아?’

‘성물이요!’

숨도 안 쉬고 대답했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너무나 명확한 답이었다. 눈앞의 성물이 좀 많이 무섭고 본능적으로 두렵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나흘간 자신을 괴롭힌 마늘에 비하자면 천사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래서였다.

행여나 황태자가 자신의 대답을 믿지 않을까 불안해졌다. 증명하고 싶었다. 누가 말릴 겨를도 없이 성물을 와락 끌어안았다.

성물과 닿은 볼과 손바닥이 엄청나게 뜨거워졌다. 마치 화상을 입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진짜로 삼시세끼 생마늘과 쑥만 씹는 나날에 비하자면 이건 고통도 아니었으니까.

그런 행동 때문에 대주교도 당황한 걸까.

“허? 허허? 무슨…… 이런…….”

“보셨습니까, 대주교님?”

“아, 예…… 전하…… 이런 일이…… 어떻게…….”

대주교 베르토나는 황망한 눈길로 자신의 성물을 끌어안아 부비부비(?)를 시전하고 있는 발렌티노를 쳐다보았다. 믿기지가 않았다. 불가능하다 여겼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자고로 뱀파이어 변이증을 앓는 이는 성물을 보자마자 공포에 질려 발광을 하는 법인데. 그게 정상적인 반응일 터인데. 대관절 어떻게 하면 오히려 성물을 끌어안을 수가 있지? 아니, 그 전에…….’

체내의 변이된 마력과 성물의 성력이 충돌하며 주는 고통이 제법…… 클 텐데. 더 나아가 온몸이 불길에 휩싸이게 될 텐데.

그런 결과가 나오지가 않았다. 이상했다.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황태자의 말이 귓가를 콕콕 찔러왔다.

“다행이군요. 웅녀 테라피의 효능이 생각보다 확실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예에? 웅녀…… 무슨?”

“테라피요.”

“…….”

“아까 말씀을 드렸다시피, 나흘 동안 생마늘과 쑥만 먹였습니다.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요. 그러니 마늘보다 성물이 좋다고 이러는 것일 테고요.”

“…….”

그거, 물구나무를 서고 발바닥으로 들어봐도 테라피가 아니라 고문일 거 같은데요. 대주교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라키엘의 미소는 여전히 평화롭고 인자하며 상콤했다.

“겉으로는 좀 과격해 보일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엄연히 실험과 확인을 마친 요법입니다.”

“실험……이라니요?”

“생마늘을 먹일 때마다 환자들의 체내 마나의 흐름을 추적했습니다.”

라키엘이 말했다.

사실이었다.

실제로 마늘을 먹일 때마다 진맥과 경혈 스캐닝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그 결과, 매우 특이한 체내의 반응이 관찰되었다.

“뱀파이어의 독소에 의해 변이된 마나가 생마늘 성분에 격렬한 거부 반응을 보이더군요.”

“거부 반응을 말입니까?”

“예. 마치 체내에서 전쟁을 벌이듯이 말입니다.”

그 또한 사실이었다.

마늘을 먹일 때마다 환자의 몸속에서 아예 전쟁이 일어났다. 뱀파이어 변이증에 의해 오염된 마나와 마늘 성분의 혈전이었다. 그때마다 환자는 고통에 몸을 떨었지만, 그만큼 변이증의 진행을 멈출 수 있었다.

“생각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만약 그 요법이 아니었다면 여기 발렌티노, 이 친구는 이미 변이 증상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거나 뱀파이어로 변이가 완료되는 운명을 맞이했겠지요.”

“그 정도였습니까?”

“예. 게다가 지금은 보십시오. 대주교님의 성물과 부비부ㅂ…… 아니, 격렬한 포옹을 하면서도 정화의 불길에 휩싸이지는 않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실은 제가 대주교님께 드리고 싶은 부탁이 있는데…….”

“예, 전하.”

왔다.

이거다.

대주교 베르토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근 황태자의 별궁 한의원 때문에 왕창 줄어든 황도 교구의 수입. 그 때문에 고민을 거듭했던 나날들. 그런데 오늘 황태자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대가로 황도 교구의 수입 회복을 위한 협상을 걸어볼 수 있으리라.

라고 생각하며 기대하는 순간이었다.

“대주교님의 성물을 빌려다가 반으로 좀 잘라도 되겠습니까?”

“…….”

“살살 자르겠습니다.”

“…….”

“나중에 돌려드릴 땐 다시 붙여서 드릴게요.”

“…….”

오 신이시여.

제가 이 x끼의 대갈통을 반으로 살살 잘랐다가 다시 붙여도 되겠나이까.

한순간 대주교 베르토나는 온화하고 자애로운 성직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빡쎄게 시험받았다. 필사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였다. 그는 한쪽 눈썹을 꿈틀, 하는 것으로 욕설 발사를 간신히 참아내었다.

“……어째서, 입니까, 전하?”

“뱀파이어 변이증의 완전한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입니까, 전하?”

“지금 보고 계시다시피, 마늘 요법을 받은 환자는 뱀파이어 변이증의 진행이 중단되어 성물과 접촉을 해도 몸이 불에 타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변이증이 조금씩 호전되지요. 지금 발렌티노, 이 친구처럼 말입니다.”

치이이익…….

말이 끝나자마자 실내에 아스라이 울려 퍼지는 오겹살 굽는 소리. 성물과 부비부비를 시전하는 발렌티노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한편으로 모두는 확연히 알아볼 수 있었다. 발렌티노의 안색이 조금 전보다 다소 맑아졌음을. 눈가의 퀭하던 다크써클 또한 가라앉고 있음을.

“그래서입니다. 환자의 몸에서 뱀파이어 변이증을 완전하게 제거를 하기 위해서는, 성물의 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실이었다.

라키엘은 인정했다. 자신의 실력만으로는 뱀파이어 변이증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가 없음을 말이다.

‘이건 한의학만으로는 안 돼. 성물의 도움이 필요해.’

나흘 동안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었다.

마늘을 꾸역꾸역 먹이는 웅녀 테라피. 거기에 독한 생마늘로부터 위장을 보호해줄 탕약. 그렇게 환자의 건강과 체력을 최대한 보존하며 변이증의 진행을 막는 것.

자신이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은 거기까지였다. 진행을 막을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치료를 해낼 수는 없었다. 그 이상은 아무리 해도 불가능했다.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왔다. 상위급 신성력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여, 성물의 위력(?)을 확인하기 위하여 대주교를 부른 것이었다.

‘성물은 교단의 최상위급 인물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아티팩트지. 듣기로는 신이 내려준 힘의 티끌이 깃들어 있다고 했어.’

그 정도면 치료에 충분한 효능을 발휘하리라 보았다. 과연 확인을 해보니, 그 예측이 맞았다.

“하, 하지만 전하?”

“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성물인데…….”

“예, 그래서요?”

“성물을 어찌 반으로 자른다는 말씀을 그리도 쉽게 하시는 것인지…….”

대주교는 진심으로 당혹스러웠다. 처음에는 화가 났는데, 이제는 오히려 황태자가 미친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황태자에게서 돌아온 대답이 대주교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성물은 성물일 뿐이지, 그것이 곧 신은 아니지 않습니까?”

“……예에?”

“혹시 대주교님께서는 신이 아닌 성물을 섬기시는 것입니까?”

“그건…….”

“게다가 사익을 위한 사용이 아닌, 사악한 뱀파이어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구원하기 위한 사용입니다. 오히려 이런 일에 성물이 옳게 쓰임을 더욱 기뻐하셔야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

뭐지.

할 말이 없어졌다.

대주교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라키엘의 신랄한 말이 이어졌다.

“혹은 성물은 그저 대주교님의 신분과 지위를 밝히는 데에만 쓰이는 기념품 같은 물건인 것입니까?”

“그, 그건 물론!”

“아니지요?”

“예. 당연합니다, 전하.”

“그럼 사악한 뱀파이어 변이증을 퇴치하는 데에 성물이 쓰이는 것이, 잘못된 일이겠습니까?”

“물론 그것은…….”

꿀꺽.

원론적으로는 맞는데.

들어보니 묘하게 다 맞는데.

분명 황태자의 말이 옳긴 한데.

그런데 섣불리 대답이 나오지가 않았다. 두려웠다. 이런 일은 예측도 못 했으니까. 선뜻 동의를 하기엔 사안이 너무나 크고 부담스러웠다. 그렇기에…….

‘정말 이래도…… 되나…….’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정확한 확인도 필요했다.

추후에 교단으로부터 받을 추궁에도 대비를 해야 할 테니까. 그러니까…….

“하면 제가 감히 전하께 여쭈어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성물을 잘라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묻고 싶으신 거겠지요?”

“예. 정확하십니다, 전하. 제게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이지요.”

라키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물건도 아닌, 대주교의 성물을 반갈ㅈ…… 아니, 반으로 뚝 잘라서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이걸로 무슨 짓(?)을 할지는 알려주는 것이 인지상정이자 보편타당한 국룰이 아니겠는가.

“제가 성물을 잘라서 시행하고 싶은 치료법은 바로…….”

꿀꺽.

또다시 출렁이는 대주교의 목울대.

그걸 보며 상냥하게 알려주었다.

“아스라한 심법의 흡입력과, 반으로 자른 성물의 반구 형태를 활용하는, 성물 정화 부항치료 요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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