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약 파는 황태자-303화 (303/468)

303화. 일어나라, 뱀파이어 로드의 혼이여 (1)

“내 손은 약손~ 내 손은 약소온~ 에헤이↘야↗아↗아↗아↗”

수술실에 구성지게 울려 퍼지는 노랫가락!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마성의 음률!

그러나 라키엘은 언제나처럼 철판을 깔았다. 지금은 부끄러움이 중요한 게 아니다. 뱀파이어 로드의 땅콩, 아니, 발기부전 치료 수술을 성공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러한 일념으로 그는 정신을 집중하며 열심히 성대를 혹사했다.

딩동!

[내 손은 약손 (Lv.5) 이 발동됩니다.]

[대상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통증을 감소시킵니다. 마약성 진통제와 버금가는 수준의 통증 감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현재 환자 : 힐데르트의 요추(L2) 부위를 쓰다듬고 있습니다. 해당 부위를 쓰다듬을 시, 두 가지 옵션의 마취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① : 요추(L2) 주변의 국소마취술]

[② : 요추신경 마취를 통한 척추마취술]

[원하는 마취 옵션을 선택해 주세요.]

‘2번, 척추마취술!’

라키엘은 고민 없이 선택했다.

반응이 즉시 왔다.

딩동!

[환자 : 힐데르트의 척추가 성공적으로 마취되었습니다.]

[환자 : 힐데르트의 하반신 감각이 사라집니다.]

“……으음?”

뭔가 민망하고도 착잡한(?) 표정으로 이쪽의 노랫가락을 감상하고 있던 뱀파이어 로드, 힐데르트가 눈썹을 꿈틀 찡그렸다. 그걸 보는 라키엘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갔음은 물론이었다.

“어떻습니까? 다리에 감각이 없어지셨나요?”

“그, 그렇다네. 어떻게 한 거지? 마법인가?”

“아뇨. 최신기술입니다.”

“…….”

“마취가 잘 먹었는지 일단 확인부터 해보죠. 우선 똑바로 누우시고…… 가르딘 경? 도와줘. 끄응…… 차. 후우. 힐데르트 님? 양쪽 발을 올려 보시겠습니까?”

“……으읏.”

“안 움직이나요?”

“그런 것 같군.”

“그럼 괄약근에 힘을 줘 보시죠.”

“…….”

“당연한 검사와 확인 과정입니다.”

“자, 잘 안 되는군.”

“다행입니다. 마취가 잘됐군요.”

“그런가. 이건 조금 놀랍고 당황스러운 경험인데.”

“자연스러운 겁니다. 마취가 됐으니까요.”

라키엘은 안도하며 빵긋 웃었다. 뱀파이어의 체질은 인간과 달라서 혹시나 했는데, 그럼에도 마취빨(?)이 잘 먹혔다. 게다가 그가 내심 안도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휴우, 다행이다. 내손약손 스킬 레벨을 올려두길 잘했어. 안 그랬으면 척추마취가 불가능했을 거고, 결국엔 수술 부위에 국소마취를 걸어야 했을 거고, 국소마취를 걸려면…… 거기를 쓰다듬으면서 노래를 불렀어야 했…… 젠장, 생각하지 말자.’

라키엘은 불현듯 떠오르는 참으로 끔찍한 생각을 후다닥 털어냈다. 그리고 로드 힐데르트의 다리와 발바닥 곳곳을 쿡쿡 찌르며 재차 마취 상태를 확인했다.

결과는 완벽했다.

만족스러웠다.

‘척추마취, 제대로 됐네.’

원래 병원에서 하는 척추마취는 이보다 훨씬 까다롭고, 부작용 또한 있다. 지금처럼 쓰다듬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척수에 주삿바늘을 꽂아넣고 마취액을 넣는 방식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부작용이 생기지. 제일 흔한 부작용으로는 주삿바늘 때문에 뇌척수액이 약간 새서, 뇌척수액이 평소보다 살짝 부족해지고, 그것 때문에 뇌가 아래쪽으로 하강하지. 덕분에 약빨도 안 먹는 두통에 며칠은 시달려야 하고.’

그 외에도 신경손상, 허리통증, 감염, 혈종 등의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데 지금은? 쓰다듬으면서 민망한 노래만 불러주면 되니까 이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가!

“어쨌건, 마취가 끝났습니다. 로드시여.”

“그런가. 제법 민망하긴 했다만.”

“뭐, 최신기술이니까요?”

“그렇군. 그럼 부탁하네.”

“예. 맡겨두시죠.”

힐데르트가 수술대 위에서 두 손을 모아 가슴에 포개는 경건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바지가 벗겨졌다. 수술 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순간, 수술실에 모인 모든 이들이 잠시나마 숨을 죽였다.

자신들이 뱀파이어 로드의 그곳을 본 사상 최초의 의료진이 아닐까, 라는 역사적 자각이 주는 경이감!

……은 모르겠고.

“자, 이제부터 집중. 시작합시다.”

수술이 시작되었다.

가르딘 경이 메스를 들었다.

이미 앙부아즈 내전에 참전했던 때부터 빛을 발하였던 가르딘 경의 칼질, 아니, 메스질이었다. 지금은? 당시보다 더욱 일취월장 발전하였다. 앙부아즈 내전은 물론이고, 별궁 한의원에서 연일 크고 작은 수술 노가다를 겪은 덕분이었다.

스슥, 슥.

메스가 경쾌하게 움직이며 뱀파이어 로드의 음낭(scrotum) 표피를 절개했다. 물론 출혈은 조금도 없었다. 뱀파이어 로드는 진혈의 일족이기에 혈압도, 혈액도 없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수술의 난이도가 보통의 환자보다 현저하게 편했다.

“절개 완료.”

처척!

수술의 보조를 맡은 라키엘이 다음 도구를 건넸다.

그때부터였다.

뱀파이어 로드의 땅콩(?) 수술이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왼쪽 음낭 표피를 절개하며 드러난 고환(testis)과 부고환(epididymis), 그 사이로 자그마한 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에 미니 심장을 장착, 아니, 이식했다.

미니 심장과 생식기의 혈관을 연결하였다. 다른 곳은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면체, 그중에서도 음경해면체(corpus cavernosum)와 요도해면체(corpus spongiosum)로 들어가는 혈관을 미니 심장과 다이렉트로 연결하였다.

덕분에 해면체 조직과 미니 심장만을 순환하는 자그마한 폐쇄 순환계가 완성!

“혈관 봉합이 완료됐습니다, 전하.”

“좋아. 역시 가르딘 경. 잘했어.”

라키엘은 로드의 수술 부위를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출혈이 없기에 육안으로 봉합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편했다. 물론 만일의 실수에 대비하며 경혈 스캐닝으로 살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딩동!

[경혈 스캐닝이 발동됩니다.]

[스캔 대상이 헤모글로빈 기반의 혈액을 지니고 있지 않으므로, 단일 대상 스캐닝만 가능합니다.]

[Lock-on 이 완료되었습니다.]

지이이이잉-!

경혈 스캐닝으로 엿보는 뱀파이어 로드의 그곳!

라키엘은 혈관의 봉합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혹시나 해면체에서 신체로 통하는 혈관 중에 놓친 곳이 있는지를 살폈다.

‘놓친 게 있으면 안 돼. 미니 심장과 연결하지 않은 나머지 혈관들은 신체와 통하지 못하도록 죄다 묶어야 해. 안 그러면 발기에 쓰일 인공 혈액이 신체로 새어나갈 테니까.’

그러면 안 된다.

오직 음경의 발기에만 쓰이도록 장착된 미니 심장이다. 돌릴 수 있는 혈액의 양도 딱 음낭과 음경 주변만 커버가 가능한 크기와 출력이다. 그런데 인공 혈액이 신체 전체로 퍼져 버리면? 안 된다. 출력이 모자라고, 혈액량도 모자라서 발기에 실패할 것이다.

‘그러면 딱, 5평 출력의 벽걸이 에어컨 하나로 500평 대저택을 냉방하려는 것과 똑같은 꼴이 나는 거지.’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꼼꼼하게 확인했다. 다행히 놓친 곳은 없어 보였다.

“좋아. 다음은 인공 혈액 주입이다. 아니스?”

“네, 전하.”

수간호사 아니스가 주사기를 들고 나섰다. 최근 황궁 드워프 대장장이에게 특별히 주문하여 제작한 주삿바늘이 장착된 물건이었다. 그 안에 뱀파이어 로드의 그곳을 힘차게 만들어줄 인공 혈액이 담겨 있었다.

“인공 혈액, 주입하겠습니다.”

포옥.

뾰족한 주삿바늘이 로드의 음낭 속 미니심장을 쿡 찔렀다. 이내 궁정마법사 자네티스 경의 도움으로 만든, 키메라와 인간의 혈액을 혼합한 특수 인공혈액이 미니 심장에 주입되었다.

‘좋아. 용량도 딱 맞고.’

미니 심장과 해면체의 혈관. 그 부위들이 인공 혈액으로 적당하게 차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뱀파이어 로드의 그곳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당연했다. 신경이 연결되지 않았으니까. 마나의 순환이 그곳에 닿지 않고 있으니까. 그걸 자신이 해주어야 하니까.

“자, 그럼 봉합하자. 가르딘 경?”

“예, 봉합하겠습니다.”

가르딘 경의 바느질 솜씨가 빛을 발하였다. 뱀파이어 로드의 열렸던 땅콩이 깔끔하게 봉합되었다.

그리고 라키엘이 나섰다. 두 손 가득 하얀 가시를 수북하게 들고서 시침을 시작했다.

첫 시침 부위는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의 청회혈(聽會穴)이었다. 부위는 귀 앞쪽의 작은 연골뼈 구슬과 아래턱뼈 관절돌기(condylar process of the mandible) 사이. 입을 벌렸다가 닫을 때 만져보면 턱관절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는, 딱 그 자리.

톳!

“……!”

로드 힐데르트가 움찔했다.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곳을 수술받느라 수치심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그나마 수술이 잘 마무리가 되어가나 싶어서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수술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얼굴에 가시가 꽂혀 버렸다. 황당했다.

“지금, 무엇을 하는 건가?”

“왕위를 계승…… 아니아니, 신경과 마나를 그곳에 연결하는 중입니다.”

“뭐?”

“최신기술입니다.”

톳, 토톳! 톳!

뒤이어 옆통수의 현리혈(懸釐穴), 겨드랑이 아래의 연액혈(淵腋穴), 골반 옆쪽의 오추혈(五樞穴)에 연달아 가시가 꽂혔다.

그동안 라키엘은 경혈 스캐닝으로 로드의 신체 속 마나의 흐름을 주시하였다.

‘좋아. 잘 통하고 있어.’

원래 로드의 신체에 흐르던 마나. 그 양은 엄청났다. 어지간한 일반 드래곤을 능가할 정도였다. 한데 그럼에도 음경으로 통하는 흐름은 아예 끊겨 있었다. 아마도 쓸(?) 일이 없어서겠지. 그래서 마나가 흐르지 않던 거겠지.

그걸 통하게 해야 한다.

그는 신통방통한 인터넷 설치기사가 된 심정으로, 음경의 마나 흐름을 개통해주기 위하여 집중력을 발휘하였다.

토도돗! 돗! 톳!

그의 시침이 거침없이 이어졌다.

무릎 안쪽면의 곡천혈(曲泉穴), 오금 안쪽, 넙다리동맥(femoral artery) 근처의 족오리혈(足五里穴), 다리를 들어 올리면 허벅지와 골반 사이가 접히는 곳의 급맥혈(急脈穴), 엄지발가락 발톱 뿌리 안쪽면의 대돈혈(大敦穴)까지.

적절한 부위에 가시 하나가 박힐 때마다 새로운 마나의 흐름이 생겨났다. 생겨난 흐름이 로드의 음경 근처로 모여들었다. 그럼에도 음경에 닿지는 못하였다. 닿을 듯 말 듯, 그저 근처만 맴돌 뿐이었다.

하지만 라키엘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던 바다.

그래서 준비했다.

최후의 일격(?)을.

“이번엔 좀 깊이 찌를 겁니다.”

“……뭐?”

푸욱!

어떻게 반응할 틈도 없이,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긴 가시가 로드의 회음부(會陰[部)를 깊이 파고들었다. 목표는 전립선(prostate gland)이었다.

“……!”

로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반신 마취가 되었음에도 느껴지는 강렬한 이질감!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자네티스 경? 드디어 경의 차례가 왔군. 지져.”

“예, 전하.”

지금껏 수술실 한쪽에서 대기하던 궁정마법사, 자네티스 경이 지팡이를 들고 나섰다. 마나의 배열을 비틀었다. 그리고 전격마법을 시전하……기 직전이었다.

“잠깐!”

로드 힐데르트가 다급하게 외쳤다. 찰랑찰랑 흔들리는 눈빛으로 궁정마법사를 곁눈질하며 라키엘을 노려보았다.

“전격마법이라니, 지금 뭘 하려는 것인가?”

“전격마법을 쏘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전격마법으로 뭘.”

“로드 님의 전립선을 지지려고요.”

“……뭐?”

“그래야 음경 근처로 드리블…… 아니, 유도한 마나의 흐름이 완전히 연결될 거라서 말입니다.”

“굳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예. 최신기술이니까요.”

“아까 그대가 마취를 할 때 민망해했던 거, 미안하네. 내가 진심으로 사과함세.”

“아뇨, 괜찮습니다. 그거랑 이건 아무 상관이 없는 거니까 굳이 이러실 필요는 없고요.”

“그래도…… 거길 전기로 지지는 건…….”

“어차피 작동을 안 하는 물건이니 자르든 붙이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잖습니까.”

“지지라곤 안 했잖나?”

“하신 것과 똑같은데요.”

“어째서?”

“수술 전에 작성하셨죠? 수술동의서.”

“응?”

“수술동의서 말입니다. 아까 작성하신 서류. 거기에 수술의 과정에 모두 동의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말이죠.”

“…….”

“그러니까 지지겠습니다? 자네티스 경?”

“자, 잠깐…….”

파츠지직!

뱀파이어 로드의 다급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야물딱지게 발사된 백만 볼트!

강력한 전격마법이 가시를 타고 들어갔다. 가시 끝에 닿은 전립선을 상큼하게 지지고 볶았다. 로드의 눈이 확 벌어졌다. 입에서 저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왔다.

“으야갸갹쀼다아알갸-!”

찰진 비명과 함께 로드의 등이 활처럼 휘는 바로 그 순간, 강대한 마나의 흐름이 마침내 음경과 연결되었다.

수술실에 63빌딩이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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