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 30화. 블루칩 >
링으로 날아드는 타월.
나는 그 타월을 집어 들고 상대 풀레프에게 향했다.
경기가 끝난 걸 안 풀레프는 애써 일어나려 하지 않고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내가 인사를 하며 타월을 건네자 조금은 후련한 표정으로 웃는다.
"너도 괴물이었구나, 내가 이 정도로 당한 건 크레이그 켐벨 이후 처음이라고."
경기장의 관중들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수영으로 인해 언더 독 이미지가 쌓여있던 탓인지 내가 상당히 고전할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게 이런 일방적인 경기였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수영 선수들과 윤성호 코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었고, 김준우 형조차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나는 그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링을 내려왔다.
김현수 코치님은 조금 께름칙한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역시 외국 선수는 다르다는 거구나. 성현이 네 펀치를 그렇게 맞고도 버틸 수가 있다니 말이야."
"제 펀치력이 해외 기준으로는 뛰어난 편이 아니라는 거겠죠."
아시아에선 충분히 강점이 됐던 펀치력. 그게 서양 선수들과 싸우니 더 이상 강점이 아니게 됐다.
'방금 같은 스타일은 끊어 치는 펀치를 많이 섞는 게 효과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네.'
무난하게 이긴 경기였지만 배워간 교훈도 충분히 있었다.
"앗, 왔다!"
"…?"
5번 선수 대기실로 향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지상파 3사의 취재진들이었다.
믹스트 존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선수 대기실로 향하는 통로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이성현 선수!"
"이쪽으로 와주세요!"
이젠 신사협정이고 뭐고 없는지 경쟁적으로 취재를 하려 했다.
김현수 코치님은 진땀을 흘리며 중재를 한다.
"경기 직후엔 휴식이 필요합니다. 15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너무 길어요!"
"그래도 조금 기다려주십시오."
"그럼 대신 코치님이 선행 인터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 저 말입니까?"
당황하는 김 코치님.
내심 하고 싶었는지 어떻게 할까 하며 내게 눈짓을 보낸다.
"하고 계세요. 전 씻고 나올게요."
마침 타이밍이 맞았는지 선수 대기실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샤워룸에서 간단히 씻은 뒤에 선수단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곧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조금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전화를 걸기엔 시간이 별로 없으니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주은아, 선영이랑 경기 봤지? 혹시 선영이가 무서워하진 않았어?
내 복싱 경기를 본 건 둘 다 처음이었기에 충격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수영은 깔끔해서 좋았지. 응원하기가 좋으니까.'
오늘 경기는 그렇다 쳐도, 결승전 크레이그 켐벨과의 경기는 혈투극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선영이가 오늘 경기로 충격을 받았다면 이 이상은 보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답장은 금방 왔다.
《경기 봤어! 자기 엄청나더라! 선영이도 깜짝 놀랐어! 지금 전화 걸어도 돼?》
─금방 인터뷰하러 나가야 돼서 안 돼.
주은이는 풀이 죽은 이모티콘을 보낸다.
《선영이는 괜찮아. 처음엔 조금 무서워 하긴 했는데, 나중엔 응원하면서 좋아하더라. 자기가 한 펀치를 막 따라하는 거 있지?》
─그건 그거대로 걱정이 되는데. 주은이 넌 괜찮았어?
《안 괜찮았어ㅠㅜ》
주은이는 박민호 선배의 경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속사포로 감상 메시지를 보내온다.
나는 적당히 답장을 보내며 리모콘을 찾아 대기실의 TV를 켰다.
'켐벨 녀석이 내 바로 뒷 타임에 경기를 했을 텐데.'
녀석의 경기는 이곳이 아닌 메인 아레나에서 진행이 됐다.
상대는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드르 우식. 우크라이나 헤비급의 현재와 미래라 불리는 선수였다.
단적으로 말하면 오늘 내가 상대한 테르벨 풀레프보다 두 단계정도 윗 급의 선수다.
"…어?"
그러나 경기는 하고 있지 않았다. 진행상의 착오가 있는 게 아니라면 답은 하나다.
"벌써 끝냈다고?"
다른 중계 채널로 화면을 돌리자 켐벨이 수많은 취재진들 앞에서 당당하게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경기복을 입고 있는 걸 보면 경기가 끝나고 곧바로 믹스트 존으로 직행한 듯 했다.
나는 그곳의 기자가 던진 질문을 듣고서야 경기 종료 시간을 알게 됐다.
─1라운드 1분 21초 만에 KO를 따냈다. 호쾌한 실신 KO였는데.
그 칭찬에도 켐벨은 별 감흥이 없는 듯 했다.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경기는 쉬웠어요. 쿼터 파이널이 4일 뒤라는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전 지금 당장이라도 다음 경기를 뛸 수 있거든요.]
─다음 상대는 러시아의 아투르 베테르비에프다. 그는 WCB에서도 주목하는 아마추어 복서인데,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다.
[그는 몇 년생입니까?]
─1985년생이다.
[그런데도 아직 프로 무대에 서지 못했다는 건 내 상대는 아니라는 겁니다.]
─마치 모르는 사람을 말하는 것 같은데. 1년 전 대회에서 당신이 직접 꺾었던 선수다.
[그렇습니까? 이긴 경기를 일일이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오만방자한 태도. 자신이 하늘 위에 서있다는 태도였다.
그는 다음 대답으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켐벨, 당신은 이번 헤비급 참가 선수들에게 있어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다. 다들 당신을 잡아내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딴 건 통하지 않습니다.]
─어째서인가?
[통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기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닭살이 돋아 팔뚝의 털이 곤두서 있었다.
그때 선행 인터뷰를 끝낸 코치님이 지친 듯한 표정으로 대기실에 들어왔다.
"휴우…! 일단 취재진은 믹스트 존으로 보내 놨다. 나 참,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지. 성현이 너도 혹시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은 거라면 부담 없이 말해라. 핑계를 대서 거절을 해놓을 테니까."
"…아뇨, 하고 오겠습니다."
방금 켐벨의 발언에 소름이 돋은 게 은근히 승부욕을 자극했다.
인터뷰에서도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번 인터뷰에선 되도록 강한 워딩으로 대답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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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의 경기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다소 미심쩍은 반응을 보였던 인터넷 여론도 급반전해 있었다.
《개잘하네ㅋㅋ 그냥 농락을 해버리는데?》
《기록지 봐봐. 이성현이 맞은 클린히트가 거의 없어.》
《역대급 재능 맞네. 왜 자신감 있었는지 알겠다.》
《경기 진짜 시원시원하게 한다.》
《누가 국민 남동생이래. 저거는 나이 상관없이 국민 우리 형이지ㅋㅋ》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경기 하이라이트 짤방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최고 조회수와 추천수를 찍고 있었다.
방송국들도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
복싱 예선 중계권을 얻은 NTBC는 이성현 효과를 톡톡히 누리려고 했으나, SBC와 KBC는 신사협정을 깨버릴 거라 대놓고 선언을 했다.
그도 그럴게 성현의 8강전 경기는 스토리가 있는 루치아노 베레티니와의 경기였기 때문이다.
이에 NTBC는 길길이 날뛰었으나 신사협정이라고 해도 계약서를 쓴 게 아니었기 때문에 뭐라 항의할 수가 없었다.
믹스트 존의 인터뷰에서도 루치아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이성현 선수! 그야말로 상대를 압도했는데요!
"아직 부족합니다. 기량 전부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이 경기력이 100%가 아니었다고요?
"전혀 아닙니다."
성현이 의도적으로 강한 발언을 한 것도 있지만 100%를 전부 발휘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긴 했다.
그때 SBC측 리포터가 선수를 치듯 그 질문을 던진다.
─이성현 선수가 경계하는 그 선수도 조금 전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는데요! 이에 맞서는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SBC 리포터가 말한 대상은 이탈리아의 루치아노였다. 선행 인터뷰를 한 김현수 코치가 성현이 루치아노를 특히 경계하고 있다는 말을 했기에 모두가 암묵적으로 루치아노를 생각했다.
그러나 성현은 루치아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기에 경계하던 선수가 승리했다고 하니 방금 본 켐벨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기자들도 역시 켐벨을 요주의 대상으로 알고 있구나 하고 대답을 한다.
"그 오만한 콧대를 찍어 눌러줄 생각입니다."
우오오! 믹스트 존에 탄성이 흘렀다.
─그가 한 망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망언이요…?"
켐벨이 패기 넘치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망언이라고 까지 할 건 아니었기에 성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애초에 방금 전에 한 켐벨의 인터뷰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이 시점에 위화감을 느끼긴 했지만 개의치 않아했다. 뭔가 다른 망언을 한 게 있다고 지레짐작하고 얼버무려 대답을 한다.
"다시는 그런 말을 입에 담지 못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역시 2002 월드컵을 비하한 발언은 용서할 수 없는 거군요?
"…걔가 2002 월드컵을 비하했어요?"
─예! 그렇습니다! 매수와 오심으로 얼룩진 월드컵이라 말했다고 합니다!
"헉…."
곰곰이 생각한 성현은 02 월드컵에서 미국이 조별리그 상대였다는 걸 기억해냈다.
'근데 미국도 그때 16강에 진출하지 않았나? 여기는 다른가?'
아무튼 02월드컵을 비하한 거라면 대한민국의 역린을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성현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건 정말 큰 실언이네요. 사과를 하게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좋은 경기 내용으로 국민여러분의 묵은 체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김현수 코치님이 조금 전에 말하길 이성현 선수가 이번 선수촌 사건으로 인해 머리끝까지 분노해있다고 하던데요. 경기에서 그 분노를 폭발시키려는 건가요?
"선수촌 사건이요…?"
그때 같은 위화감을 가지고 있던 기자가 근본적인 의문을 말한다.
─지금 루치아노 베레티니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맞으시죠?
"……."
─…….
"그, 그렇습니다!"
성현은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 마구 말한다.
"루치아노 베레티니! 맞아요! 하, 하하!"
민망함에 성현의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뭐야, 그 녀석 얘기였어?'
성현의 입장에선 워낙 안중에 없는 상대였던지라 어쩔 수 없었다.
반면 언론 입장에선 켐벨 쪽이 오히려 안중에 없었다.
성현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선수촌에서 벌어진 그 사건은 이미 일파만파로 커져있었다.
루치아노는 트러블이 있었던 그 사건을 허니 트랩, 즉 자신을 모함하기 위한 꽃뱀의 의도적인 접근이라 표현했다.
그러면서 여러 망언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2002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게 루치아노 혼자만의 언론 플레이로 끝났으면 잠잠해졌을 지도 모르지만, 이탈리아 언론이 그에 동조해 사건을 크게 부풀린 게 문제였다.
이로 인해 벌어진 여론전은 인터넷으로 빠르게 번져가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었다.
열이 식은 성현은 취재진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루치아노…. 예, 그 녀석만큼은 박살을 내놓도록 하겠습니다. 다시는 그 녀석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요."
이후엔 성현 개인의 이야기로 들어갔다.
─이성현 선수는 본인이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룸메이트인 형석이가 워낙 얘기를 많이 해서요.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면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것 같은데요. 혹시 방송 일에 대한 계획이 따로 있나요?
"지금은 경기에 집중해야 하니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습니다만, 만약 재밌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있다면 해보고 싶습니다."
성현은 방송가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상태였다.
올림픽 특수에 힘입어 예능에서는 섭외 1순위 대상으로 올라있었고, CF관련 얘기도 물밑에서 진행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루치아노와의 경기는 상승하는 인기에 부스터를 달아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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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의 충격적인 데뷔는 복싱계를 강타했다.
크레이그 켐벨의 1라운드 KO에 묻힌 감이 있긴 했지만, 경기력이 워낙 좋았기에 경기를 본 복싱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칭찬을 한 것이다.
[영국 복싱계의 전설 레녹스 루이스, "눈이 번뜩 뜨이는 경기력. 전성기 적의 날 보는 것 같았어."]
[완벽한 경기 펼친 이성현, 외신이 놀랐다!]
[복싱 도박사들 금메달 배당 황급히 수정. 이성현의 배당률 2.50으로 재조정하며 1.20의 크레이그 켐벨의 뒤를 이은 2위로 책정하다.]
[WCB는 이미 알고 있었나? 이성현에 대한 아마추어 스카우트 리포트 공개. 종합 B+로 평가받아…]
핵심은 WCB가 공개한 아마추어 스카우트 리포트였다.
WCB는 스카우트 과정을 투명하고 공평하게 한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아마추어 스카우트 리포트를 공개하곤 했다.
그 리포트 공개 타이밍이 워낙 절묘했기에 사람들은 WCB가 이미 성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추측을 한 것이다.
그렇게 공개된 성현의 스카우트 리포트는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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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1994.03.16)192cm 90kg
파워 6/10(B)
스피드 8/10(A)
기술 9/10(A+)
타이밍 10/10(S)
정확도 8/10(A)
멘탈 8/10(A)
체력 8/10(A)
잠재력 10/10(S)
종합 67/8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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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점 종합 B+. 현재 올림픽에 출전하는 전체 선수들 중에선 크레이그 켐벨(73점, A)에 뒤를 이은 2위였다.
3위 선수의 점수가 61점이었음을 감안하면 꽤 격차가 있었다.
헤비급만 놓고 보면 더 명확했다.
성현이 압도한 테르벨 풀레프의 리포트 점수는 36점.
켐벨과 같이 빅3로 꼽히던 루치아노 베레티니가 58점. 해리슨 베인즈도 59점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실상은 빅3가 아니라 켐벨과 성현의 빅2였던 셈.
"이게 뭐야…?"
이 리포트를 본 루치아노는 눈을 의심했다.
종합 67점이면 당장 WCB에 입성해 그 체급에서 탑 10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이거 뭔가 잘못된 거지?"
루치아노의 동료 복서는 입맛을 다셨다.
"그놈의 경기를 보니 신빙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 같아. 풀레프를 아예 짓뭉개 놨더군."
"나도 보여 줘봐."
성현과 풀레프의 경기를 본 루치아노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별 거 아니잖아. 풀레프 따위는 나도 가지고 놀 수 있다고. 그런데 이게 67점? 핫! 웃기지도 않는군."
그가 보기엔 풀레프가 변칙적인 사우스포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흔들린 것으로 보였다.
그 사우스포 전술은 루치아노 본인도 사용할 수 있었기에 별로 대수로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나 유효타를 먹이고도 상대를 단번에 끝장내지 못한 성현이 우스웠다.
루치아노의 코치는 오히려 잘 됐다며 그를 부추긴다.
"이 한국인을 이기면 네 평가가 훨씬 올라갈 거다. WCB 스카우트 기준인 60점 위로 올라갈 수 있겠지. 오히려 좋은 기회야."
"그럴 리가요. 이런 놈 하나 이겼다고 그 고집불통 스카우트들이 내 평가를 수정하진 않을 거예요. 아, 이놈의 평가는 수정되겠네요. 40점으로 말이죠."
자신감을 드러내는 루치아노.
그는 켐벨에게 한 번 패한 적은 있어도 럭키 펀치에 의한 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그 패배 이외의 전적은 전승이었다. 41승 1패. 이게 루치아노의 아마추어 전적이었다.
괜히 밀라노의 귀공자, 이태리의 천재 복서라 불리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머저리같은 놈들에게 몸소 증명해주지.'
그가 이번 대회에서 노리고 있는 건 성현과 마찬가지로 크레이그 켐벨이었다.
자타공인 최강이라 칭해지는 켐벨을 올림픽에서 잡아내고 몸값을 올려 화려하게 WCB에 입성할 계획이다.
그때 동료 복서가 휴대폰을 보며 말한다.
"방금 WCB채널에 올라온 놈의 인터뷰를 보고 있는데…. 널 죽여 버리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나를?"
"무척 화가 난 모양이야. 네 콧대를 부숴주겠다느니, 다신 입을 놀리지 못하게 하겠다느니."
"…훗. 재밌네, 놈이 절망하는 꼴을 보는 게 아주 기대돼."
루치아노는 음흉하게 입 꼬리를 올렸다.
성현과 루치아노 서로가 서로를 밥으로 보고 있는 상황.
누구의 안목이 더 옳았는가는 경기에 들어 가봐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