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 유어 페이스-91화 (91/250)

단두대 매치 (2)

10월 27일에 있던 경기가 끝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내려온 나는 28일에 곧장 훈련 체육관으로 향했다.

체육관 자체는 집을 구하면서 한번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땐 비시즌이었기에 사람이 없었었다.

‘조금 긴장되는데?’

시즌을 함께할 동료들과의 첫 만남.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체육관 라커룸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간 것이었기에 사람이 없을 줄 알았지만, 이미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아.”

“오, 헤이, 왔구나?”

나를 보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인사를 건네오는 백인 남자.

J.J. 레딕이었다.

“오늘부터 훈련에 합류하기로 했었지? 어제 경기는 잘 봤어. 뭐 그냥 압도를 해 버리던데?”

그는 내가 일찍 올 경우 체육관을 안내해 줄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베테랑으로서 신인을 이끌어 주겠다는 느낌이다.

레딕과의 교류는 나로서도 바라 마지않은 일이었다.

카일 코버와 함께 3점 장인으로 불리는 슈팅 가드.

물론 코버와는 차이가 있다. 코버는 그래도 키가 2m인 선수이기에 수직 수비가 좋고 여차할 땐 높이적인 측면에서 스몰 포워드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레딕은 그런 여지가 없다.

그 대신 가드로서 조금 더 다재다능하다.

코버의 경우 온 볼 능력이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한 반면, 레딕은 기본적인 온 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습적으로 파고들어 가서 풀업 점퍼를 시도한다거나 패스를 찔러주거나 하는 부분에서 코버보단 낫다.

“여기가 전력분석실이야. 항상 사람이 있으니까 언제든 방문해서 상담을 하면 돼.”

“지금은 없는데요?”

“이 사람들도 잠은 자야지. 그다음은 감독실인데….”

나는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이게 뭣보다 중요했다.

“팀 분위기는 좀 어떤가요?”

“뭐…. 지난 시즌에 비하면 나쁘지 않아. 지난 시즌은 여러모로 어수선했거든. 내가 베테랑이긴 해도 백인이라 그런지 선수들이 잘 따라 주지 않기도 했고. JR이 신인들을 데리고 클럽에 가거나 하는 사건도 있어서 말이야.”

“역시나….”

J.R. 스미스는 실력은 있어도 그런 부분이 문제였다.

훈련보단 유흥을 더 즐긴다고 할까.

재능만 믿고 선수 생활을 하는 유형이다.

그렇다고 내가 혐오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자기만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 거니 그 부분은 존중을 하는 편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건 자기가 노력파라고 주장하는 뻔뻔함이지, JR처럼 대놓고 ‘난 재능만으로 합니다! 노력 안 해요!’라고 하는 선수는 오히려 호감이었다. 그만큼 자신의 사생활을 사랑한다는 거니까.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살겠다는데 그걸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 비해 나쁘지 않다고 하는 걸 보면, 괜찮아졌다는 건가요?”

“그래, 너도 보면 알아.”

시간이 되자 하나둘 출근하는 선수들.

나는 그들과 인사를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그 둘이 나타났다.

J.R. 스미스와 케빈 가넷이었다.

JR은 마치 끌려온 것처럼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가넷은 의욕 만만한 표정으로 그에게 계속 잔소리를 퍼붓고 있었다.

“JR! 너 어제 또 클럽 갔다며! 내일이 개막전인데 무슨 생각이야!”

Fuck! 욕설을 시원하게 내뱉는 가넷.

스미스는 변명하듯 말한다.

“그냥 스트립 클럽에서 잠깐 즐긴 거야. 구경만 했어, 술을 마시진 않았다고.”

“뭐야, 그런 거면 왜 난 안 데리고 가! 같은 팀원은 전부 형제라고 했잖아! 형제는 여자 엉덩이를 주무르는 것도 함께해야 한다고! 아직도 모르겠어!?”

“아, 알고 있다고.”

가넷에게 쥐 잡히듯 갈굼당하고 있는 스미스.

‘이래서 가넷을 영입했던 거구만.’

가넷은 열정이 넘치기로 명성이 자자한 선수였다.

팀 리더로서 최적의 선수였다.

특히 스미스 같은 선수에겐 쥐약이었다. 경력이 훨씬 더 길어 감히 대들 수 없다고 할까.

너무 몰아붙이면 경력이고 뭐고 들이받겠지만, 그 선을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이 잘 조절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스미스를 갈구던 가넷은 나를 보더니 표정을 바꿨다.

“오, 오! 우오오오!!”

후다닥 달려와 나를 끌어안는 가넷.

“드디어 존나 쎈 친구가 왔잖아!? 환영한다고! 넌 이제부터 우리 형제야!”

“네, 넵. 알겠으니까 일단 좀 놔주세요.”

마침 모습을 드러낸 스티븐스 감독과 코치진은 그 광경을 만족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팀 기강이 괜찮은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케빈! 네가 오전 동안 리의 적응을 도와줘.”

스티븐스 감독은 가넷에게 일임을 했다.

가넷은 내게 와서 훈련 스케줄과 경기 준비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Fuck이란 단어를 얼마나 섞는지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그에겐 일상적인 단어인 모양이었다.

“리, 오늘 오전에 네가 해야 할 건 이거야.”

양 주먹을 공격적으로 내미는 가넷.

“권투라도 하라고요?”

“널 이길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게 아니라, 동료들과의 핸드 셰이크를 외워야 된다고.”

NBA 경기를 보면 항상 나오는 그것.

선수들끼리 ‘쌔쌔쌔’를 하는 것처럼 화려한 손 터치를 주고받는 것이다.

이게 선수들마다 제각각 달라서 동료들의 것만큼은 외워야 했다.

이런 NBA 문화를 TV로만 봤던 나는 은근히 설렌 상태였다.

“일단 이게 내 핸드 셰이크야. 먼저 손바닥을 펴고….”

그렇게 가넷의 핸드 셰이크를 익힌 뒤 레딕, 브래들리 빌 순으로 순회를 했다.

그렇게 선수 하나하나를 돌아보고 나서야 현재 클리퍼스의 라인업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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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티브 내쉬(PG) 188cm(착화) 84kg

2. 브래들리 빌(SG) 191cm 93kg

3. J.J. 레딕(SG) 193cm 91kg

4. 이성현(PG, SG) 195cm 95kg

5. J.R. 스미스(SG) 198cm 101kg

6. 크리스 미들턴(SF) 201cm 97kg

7. 퀸시 폰덱스터(SF) 201cm 102kg

8. 대럴 아서(PF) 206cm 107kg

9. 타일러 핸스브로(PF) 206cm 110kg

10. 로니 투리아프(C) 208cm 113kg

11. 케빈 가넷(PF, C) 211cm 113kg

12. 도나타스 모티에유나스(C) 213cm 101kg

13. 제프 위디(C) 213cm 10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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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투웨이 계약을 맺고 있는 두 명을 더해 15인 로스터가 완성이 돼 있었다.

‘애매하네.’

가드진은 훌륭하지만 빅맨진은 가넷 외에는 마땅한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제프 위디나 모티에유나스의 경우엔 수비형 빅맨, 스트레치 빅맨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NBA 평균적인 센터의 기량에는 미치지 못한다.

‘프런트코트는 물갈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다만 그중에 왠지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크리스 미들턴…?’

뭔가 낯이 익은 것 같으면서도 막상 어떤 선수였는지 떠오르질 않았다.

‘뭐, 내가 모르는 걸 보면 듣보였겠지.’

그러려니 하며 그 의문을 머릿속 한편에 넣어 두기로 했다.

***

난 핸드 셰이크를 익히는 것만으로 오전을 보내야 했다.

오후부턴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갔지만, 다음 날 29일이 개막전 경기였던 만큼 훈련 강도가 높지는 않았다.

잠깐 훈련을 한 이후에는 상대 팀에 대한 분석 훈련이 시작됐다.

다만 내 경우에는 분석보단 팀 적응과 새로운 포지션에 익숙해지는 게 우선이었기에 코트에 나와 코치들과 멘토에게 지도를 받고 있었다.

“리, 넌 경기 경험이 없으니 지금은 당연히 코트 비전이 좋을 수가 없어.”

내 포인트 가드 스승이자 멘토, 스티브 내쉬의 말이었다.

내가 경기 경험이 없다는 건 엄밀히 말해 틀렸지만, 코트 비전이 약하다는 부분에 대해선 딱히 부정하기 힘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도 모른다.

난 대부분의 경기를 슈팅 가드로 뛰어왔고, 포인트 가드로 뛸 때조차 용병에게 엔트리 패스를 넣어 주는 게 전부였으니까.

코트 전체를 관찰하며 능동적으로 리딩을 한 적은 없었다.

그나마 돌파를 한 이후 컷인해 들어오는 선수나 외곽에 비어 있는 선수에게 킥 아웃 패스를 찔러주는 게 가능한 정도.

“일단 볼 핸들링을 조금 볼까?”

퉁! 바운드하여 내게 온 공.

옆에선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과 쿱착 단장이 팔짱을 낀 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내쉬는 성큼 다가와 말한다.

“공을 지켜 내 봐. 돌파를 할 거면 해도 돼.”

“예.”

전설적인 포인트 가드 내쉬와의 원 온 원.

퉁, 퉁! 나는 공을 컨트롤하며 그의 손놀림을 경계했다.

이윽고 내쉬가 공 쪽으로 손을 뻗어 오자 재빨리 공을 반대 손으로 옮긴 뒤 돌파해 들어갔다. 이후 가볍게 레이업을 올려놓았다.

“좋은데? 운동 능력도 좋고, 파고드는 타이밍을 잡는 것도 좋고, 볼 핸들링도 안정적이고. 뭐야? 충분히 괜찮잖아?”

내쉬의 평가. 내게는 극찬으로 느껴졌다.

미치 쿱착 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샌안토니오와의 비공개 워크아웃이 성공적이었다더니, 이런 걸 보여 준 거였군? 포인트 가드는 둘째 쳐도, 슈팅 가드로서의 잠재력은 충분하겠어.”

이후에도 여러 가지 검증이 계속됐다.

포인트 가드로서도, 선수로서도 시험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 최종 평가는 스티븐스 감독이 내렸다.

“아주 좋아. 내쉬, 앞으로도 그의 멘토가 돼 줘. 그리고 리! 너도 지금 당장 분석실로 가라. 내일 경기에 내보낼 생각이니까.”

“내일이요…?”

훈련 합류 하루 만에 경기에 나가게 되다니.

아무리 그래도 당분간은 가비지 타임에나 출전시키며 적응을 하게 할 줄 알았다.

내쉬가 내 등을 두들기며 격려를 한다.

“포인트 가드에게 뭣보다 필요한 건 실전에 대한 적응이니까. 훈련에선 잘해도 실전에만 들어가면 패스 미스를 남발하는 녀석들이 수두룩하거든. 그러니 내일 경기도 일종의 시험이라고 생각해.”

“…예,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순식간에 찾아온 NBA 데뷔 기회.

심지어 그 상대가 최고 명문 중 하나인 레이커스였으니 나로선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10월 29일부터 시작을 알린 13-14 NBA 시즌.

이날 펼쳐진 경기는 셋이었다.

올랜도와 인디애나, 시카고와 클리블랜드, 그리고 레이커스와 클리퍼스의 대결이다.

레이커스와 클리퍼스는 AC 밀란과 인터밀란처럼 한 경기장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 두 팀의 홈&어웨이를 구분하는 방법은 경기장 중앙의 로고뿐만이 아니라 관중을 보면 된다.

레이커스의 홈경기일 경우 경기장의 관중석 대부분이 노란색의 물결로 넘실거리는 반면, 클리퍼스의 홈경기일 경우엔 단순 관광객들이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오늘 경기는 레이커스의 홈경기였기에 관중석은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개막전이라 그런지 그 열기가 대단했다.

특히 최근엔 지니 버스와 짐 버스, 남매간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시끄러운 상황이었기에 더욱 심했다.

구단주 지니 버스는 성현의 영입 계획을 발설한 건으로 인해 미치 쿱착 단장을 해고하고 짐 버스의 해고안을 구단 이사회에 상정한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금방 처리가 되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구단 이사진과 팬들은 지니 버스의 독단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성현을 뽑으려 한 것도 한 거지만, 내쉬와 하워드를 헌신짝처럼 내버린 부분도 문제였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지니 버스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니는 꺼져라! 지니는 꺼져라!

-짐 버스가 옳았다! 짐 버스가 옳았다!

이 콜에 코트 가까이 VIP석에 앉아 있던 짐 버스는 만세를 부르듯 손을 흔들며 호응을 유도했다.

그는 파도 같은 응원의 함성에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멍청한 년, 이성현 따위에 집착해서 본인 자리를 잃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겠지?’

여론은 이미 자신의 편이었다.

클리퍼스 팬들조차 성현의 영입에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했다.

짐 버스는 이 기회로 말미암아 지니 버스를 역으로 내쫓아 버리고 구단을 장악할 생각이었다.

‘쿱착 단장과 하워드, 내쉬를 잃어버린 건 아깝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이참에 자기 마음대로 리빌딩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씨익 웃는 짐 버스.

경기장에는 마찬가지로 지니 버스도 찾아와 있었다.

그녀는 코트 쪽 관객석이 아니라 코트가 내려다보이는 위층 사무실에 있었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초조하게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둘의 운명이 걸린 단두대 매치의 시작 직전.

클리퍼스의 라인업을 확인한 둘은 눈을 크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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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성현(PG)

2. J.J. 레딕(SG)

3. J.R. 스미스(SF)

4. 케빈 가넷(PF)

5. 제프 위디(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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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이 어제 처음으로 훈련에 참가했다는 사실은 둘은 물론이고 팬들과 언론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성현의 선발 출장은 충격적이었다.

다만 클리퍼스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클리퍼스는 성현을 주전 포인트 가드로, 내쉬를 백업 포인트 가드로 낙점하고 있었다.

미래 계획이 그런 상황이니 뭐가 됐든 성현에게 경험을 쌓게 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 외에 포지션 경쟁자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성현의 주전 출장은 예정된 일이었던 셈이다.

이게 바로 클리퍼스 이적의 이점이었다.

샌안토니오나 레이커스로 갔으면 주전으로 발돋움할 때까지 반 시즌에서 한 시즌가량은 필요했을 테지만, 포인트 가드 자리가 비어 있던 클리퍼스는 그런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복싱 선수는 링으로 돌아가라! 샌프란시스코로 가라!

-짐 버스가 옳았다! 지니 버스는 꺼져라!

성현이 코트에 나서자 더욱 매서워진 팬들의 콜.

레이커스 선수들은 그런 콜을 등에 업고 코트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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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런 윌리엄스(PG)

2. 코비 브라이언트(SG)

3. 메타 월드피스(SF)

4. 파우 가솔(PF)

5. 마르친 고르타트(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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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쇠화가 되긴 했지만 밸런스 자체는 충분한 라인업.

선수들이 코트에 자리를 잡자 심판이 공을 들고 중앙으로 향했다.

마침내 삑! 공이 하늘 위로 올라가고, 탁! 제프 위디가 공을 자기 진영으로 쳐 내며 개막전이 시작됐다.

우와아아아! 팬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막을 연 경기.

위디가 쳐 낸 공을 잡은 JR은 성현에게 공을 건네주고는 자기 자리로 향했다.

성현의 앞을 가로막은 건 데런 윌리엄스. 미국 국가 대표 출신 포인트 가드였다.

그는 성현에게 ‘웰컴 투 NBA’를 선사해 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긴 복싱 링이 아니야, 네가 활약했던 고등학생들 경기와도 다르지. NBA라고…!’

짠물 수비를 보여 주겠다며 벼르고 있는 윌리엄스.

성현은 그런 그에겐 신경 쓰지 않은 채 코트를 최대한 넓게 바라보고 있었다.

‘기본 전술은 모션 오펜스이지만….’

지금의 라인업은 스페이싱이 되는 라인업이 아니었다.

가넷과 위디의 3점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든 선수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고, 오픈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모션 오펜스의 기본이다.

다만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은 그 모션 오펜스의 과정에서 포인트 가드 개인의 번뜩임을 중용하는 스타일이었다.

포인트 가드의 개인 능력을 통해 만들어 가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포인트 가드에게 상대의 이목이 집중되면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도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응?’

그때 문득, 성현은 데런 윌리엄스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치우쳐 있음을 감지했다.

NBA리거이니 그 수비 능력이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예전에 호세 칼데론과의 원 온 원을 이긴 적이 있었다.

데런 윌리엄스의 수비력이 칼데론보다 월등히 나을 리는 없었다.

성현은 윌리엄스가 무신경하게 더 다가오자 망설이지 않았다.

퉁, 탕! 재빠르게 크로스 오브 드리블을 시도하며 순식간에 제쳐 내고 림을 향해 쇄도했다.

곧 좌측 45도에서 백업해 온 코비가 페인트 존에서 막아섰으나 탓, 탓! 성현은 속도를 전혀 죽이지 않은 유로스텝으로 코비까지 제쳐 낸 뒤 그대로 도약.

쾅! 원핸드 덩크를 꽂아 버린다.

-…….

도서관이 된 스테이플스 센터.

짐 버스의 표정은 그대로 돌처럼 굳어 버렸고, 지니 버스도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렛츠 고, 리! 렛츠 고-!!”

경기장엔 오직 가넷의 파이팅 넘치는 포효만이 쩌렁쩌렁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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