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 유어 페이스-95화 (95/250)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2)

오클라호마 원정을 가는 길.

선수들은 전용기가 이륙하자마자 벨트를 풀어 버리고 서로 모여 게임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 팀이 이런 부분은 좋았다. 성적으로 인해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아도 선수 사이의 관계는 원만했던 것이다.

베테랑이 끌어 주고, 어린 선수들이 기량을 무섭게 상승시키는 팀. 이런 팀은 결국 올라가기 마련이다.

3승 8패를 하는 와중에도 쿱착 단장과 스티븐스 감독이 탱킹 노선을 거부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어린 선수들의 실력이 빠르게 올라와 주면 반전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 탓에 어린 선수의 핵심인 나와 브래들리 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여기서 명암이 엇갈렸다.

나는 몇 경기 만에 포인트 가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줬고, 소년 가장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브래들리 빌은 평균 8득점에 그치며 제 몫을 못 해 주고 있었다.

이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빌은 지난 시즌 포인트 가드 수업을 받으며 포인트 가드로의 전향을 시도했지만 실패를 하고 말았다.

그걸 이끌어 주기엔 마땅한 코치도, 베테랑 선수도 없었으니까.

하여 올 시즌에는 본보직인 슈팅 가드로 돌아와 있었는데, 막상 돌아오니 레딕이라는 베테랑 포지션 경쟁자가 생겨 있었다.

J.R. 스미스 또한 마찬가지.

그나마 JR은 스윙맨으로 기용되며 경쟁 관계를 피했으나 레딕과는 아니었다.

레딕과 출전 시간을 나눠 갖게 된 탓인지 빌은 제 폼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스티븐스 감독도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는지 코치, 선수 들과 계속 소통을 하며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런 고민 속에서 치러진 NBA 12번째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의 경기.

이 경기에선 구단 차원에서 내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성현 리!]

내가 호명돼 코트에 나오자 구장에서 음향 효과를 넣어 준 것이다. 본래 원정 선수가 소개될 때 조용하게 진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쿠르르릉! 쾅-! 천둥이 떨어지는 요란한 효과음.

구단 이름에 썬더가 들어가니 쇼맨십 느낌으로 넣어 준 듯했다.

경기장의 팬들은 깔깔 웃으며 ‘토르-!’라면서 호응을 했다.

그 태도에 우리를 쉬운 상대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자존심이 상했지만, 의도 자체는 나를 환영하겠다는 것이었기에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실제로 우리 전력이 오클라호마에게 상대가 안 되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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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셀 웨스트브룩(PG)

2. 타보 세폴로샤(SG)

3. 케빈 듀란트(SF)

4. 서지 이바카(PF)

5. 켄드릭 퍼킨스(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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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레벨에 있는 선수가 둘이나 있는 라인업.

우리 프런트코트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라인업이었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듀란트의 대인 마크에 있어서만큼은 가넷이 효과적이었다는 점이다.

가넷의 수비 센스와 운동 능력은 그 듀란트를 일대일로 제어했다.

듀란트 특유의 크로스 오버 드리블에는 애를 먹긴 했으나 최소한 미드레인지 점퍼와 3점 점퍼는 통제를 했다.

나도 웨스트브룩의 수비에 힘을 쏟으며 1쿼터 초반에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에게 락이 걸린다.

다만 오클라호마에는 이바카라는 옵션도 존재했다.

가넷이 듀란트를 마크하며 J.R. 스미스와 매치가 된 이바카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포스트 업 공격을 감행하며 쉬운 기회를 창출해 득점을 쌓아 갔다.

그렇게 되니 가드들이 리바운드에 참여할 기회조차 나지 않았다.

1쿼터 4분까지 스코어는 11-7로 4점 차밖에 나지 않았지만, 프런트코트의 수비가 무너진 만큼 점수 차이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삑! 스티븐스 감독이 타임아웃을 부르며 칼을 꺼내 들게 된다.

***

클리퍼스가 겪고 있는 일련의 부진에 대해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은 강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었다.

주요 비판점은 J.R. 스미스의 스윙맨 기용에 대해서였다.

국내 농구 커뮤니티에선 ‘클리퍼스가 못 이기는 이유’라며 이 전술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까 내리고 있었다.

《JR이 공격에서 평균적인 스윙맨 역할을 수행해 줄 수는 있음. 그런데 윙 디펜더로서는 리그 최저 수준의 수비 효율을 보여 주는 중임. 그래서 프런트코트 수비가 무너지는 거. 요즘 리그가 스윙맨 위주로 돌아가는 트렌드이기도 해서 JR 스윙맨은 진짜 최악의 수가 됐음.》

《근데 이건 JR 책임이 아니지 않냐? 얘도 감독이 시켜서 하는 건데ㅋㅋ 슈팅 가드 자리가 포화 상태라서 어쩔 수 없이 쓴 거잖아.》

《브래들리 빌의 키가 2m였으면 브빌을 스윙맨으로 썼을 듯ㅋㅋ》

《빵 감독 얘 대학 감독이었다며? NBA 레벨이 아닌데?》

《빵 감독?》

《‘브래드’ 스티븐스잖아.》

《빵 감독ㅋㅋㅋ》

한국 선수가 속한 팀은 축구, 야구 가리지 않고 어디나 그렇듯, 팬들은 감독과 동료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물론 이에는 성현이 출중한 실력을 보여 주고 있었던 것도 있고, 클리퍼스가 실제로 부진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성현신이 아깝다. 클블 갔으면 릅신 아래에서 무럭무럭 컸을 텐데.》

《ㄹㅇ로. 미국에서 소스 나오는 거 보니까 샌안토니오랑 레이커스가 노렸다던데.》

《꼬라지 보니까 레이커스는 절대 가면 안 됐고. 샌안 갔으면 좋긴 했겠다. 토니 파커도 곧 은퇴할 거 아니야. 그럼 스무스하게 주전 포인트 가드 먹는 건데.》

《신인부터 소년가장이 되다니. 클퍼가 이렇게 막장인 팀이었나?》

《프런트코트 전력이 말이 안 된다니까? 그런데 백코트 전력은 꽤 좋음. 지금도 백코트가 캐리하잖아.》

미국 현지의 여론도 이와 비슷했다.

왜 J.R. 스미스를 스윙맨으로 고집하며 가뜩이나 약한 프런트코트에 짐을 더 지우게 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스티븐스 감독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비전이 있었다.

그걸 정착시키기 위해서, 팀 내 연봉 3위 선수인 JR을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해서 그를 스윙맨으로 기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인내심이 끊기고 말았다.

“수비는 됐어. 지금은 공격하는 것에만 집중하겠다! 스티브! 브래들리!”

내쉬와 빌을 호출한 그는 그 둘을 1쿼터 초반부터 투입하기로 한다.

이 전술에 선수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훈련 때 해 보긴 했지만 정말로 실전에서 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형태에서 나오는 감각을 몸에 익혀야 한다! 지금 이건 극단적인 전술이긴 하지만, 결국엔 우리 기본 형태에도 도움이 될 거야.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야! 집중해서 경기를 지켜봐라!”

그렇게 작전을 지시한 스티븐스는 성현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며 말한다.

“이 전술에서 리바운드를 단속해야 하는 건 너야, 리. 가혹한 요구인 건 알지만 최대한 많이 잡아 다오.”

“잘될지는 모르겠네요.”

성현이 약한 소리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 라인업에는 빅맨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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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성현(PG)

2. 스티브 내쉬(SG)

3. J.J. 레딕(SF)

4. 브래들리 빌(PF)

5. J.R. 스미스(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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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만 빅맨일 뿐, 사실상 5가드 체제였다.

이 형태에는 모두가 놀랐다.

[뭔가요, 이 전술은? 빅맨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요?]

[극단적인 스페이싱 전술을 구사하겠다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수비는 전혀 안 되겠지만 공격에서는 수준급의 위력을 뽐낼 거예요.]

[그건 그렇겠군요. 놀랍게도 다섯 명 모두 3점 성공률 38%를 넘는 선수들입니다. 내쉬와 이성현, 레딕의 경우에는 40%가 넘어요.]

이렇게 되면 오클라호마의 수비 형태가 바뀌게 된다.

외곽으로 빠져 있는 선수들에게 밀착 수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페인트 존이 텅텅 비어 버리는 것이다.

클리퍼스가 가진 백코트 전력을 전부 투입한 극단적인 스페이싱 전략.

수비가 전혀 안 되는 일회성 전술이긴 했지만, 스티븐스 감독은 이 형태에서 선수들이 무언가를 느끼길 원했다.

그와 동시에 벤치에 앉게 된 빅맨들의 자존심을 긁는 의도도 있었다.

실제로 가넷은 연신 욕설을 내뱉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클리퍼스의 공격으로 재개된 경기.

성현은 탑에 서서 멍하니 코트를 바라보았다.

공략해야 하는 지점은 텅 비어 있는 페인트 존. 하지만 쉽지 않았다.

이 5가드 체제에선 픽앤롤을 통한 미스매치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 입장에선 누굴 막아도 똑같기 때문에 빅맨들이 외곽으로 끌려 나갈 이유가 없어요. 바로 스위치를 하고 볼 핸들러에게만 제대로 된 수비를 붙여 버리면 그만이죠.]

[이러면 역으로 공격 조립 과정이 복잡해지겠는데요?]

극단적인 스페이싱 전략을 사용했음에도 많이 움직이며 기회를 창출해야 했다.

그 에너지 레벨 자체는 클리퍼스 쪽이 더 높았다. 그야 다섯 명 전부 가드인 스몰 라인업이었으니 당연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선수들.

이것이 스티븐스 감독이 노린 바였다.

선수들이 생각을 하며 많이 움직이게끔 한 것이다. 그가 언제나 강조하는 것이었다.

항상 생각을 하면서 창조적으로 움직여라.

그러한 과정 속에서 그 팀만의 시스템 농구가 태어난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움직여, 더 움직여! 생각해! 틈을 찾아!”

마침내 빈틈이 생겼다.

웨스트브룩이 조직적인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하며 성현에게 파고들 틈을 내준 것이다.

성현은 내쉬에게 패스를 주고 달리는 기브 앤 고 플레이로 페인트 존으로 진입. 이에 퍼킨스가 골 밑으로 백업을 오자 그로 인해 오픈이 된 빌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선수들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킥 아웃 패스를 내준 성현은 그대로 골 밑으로 가서 리바운드를 준비했고, 레딕도 빠르게 골 밑으로 달려 이바카의 앞에서 박스아웃을 시도했다.

내쉬는 역습 대비와 루즈 볼 처리를 위해 탑으로, 반면 J.R. 스미스는 멀뚱멀뚱 서 있을 뿐이다.

팅! 림에 맞고 빗나가고 마는 슈팅.

그러나 자리를 잘 잡고 있던 성현은 튀어나오는 공을 손가락을 툭! 쳐서 골대로 밀어 넣었다.

공격 리바운드 하나와 득점을 동시에 올린 성현은 빌에게 진정할 것을 주문했다.

“브래들리! 슈팅 릴리즈가 빨랐어! 여유 있으니까 더 침착하게 쏴도 돼!”

스티븐스 감독은 엄지를 치켜올려 보였다.

“좋은 공격이었다! 하지만 JR! 너도 엘보 쪽으로 들어갔어야 해! 움직이면서 항상 다음 플레이를 생각해라!”

공격이 성공하며 전술이 효과를 보는 듯했으나, 문제는 수비였다.

이어지는 수비 과정에선 당연하게도 악몽이 시작됐다.

빅맨 이바카와 퍼킨스가 쇼트 코너에서 공을 받아 전차처럼 밀고 들어온 것.

이에 어쩔 수 없이 클리퍼스는 포스트 업 공격자에 대한 더블 팀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이바카가 스미스를 상대로 밀고 들어가는 타이밍에 성현이 백업을 와 더블 팀을 시도했다.

이바카는 즉시 공을 웨스트브룩 쪽으로 연결.

여기서 웨스트브룩이 돌파가 아닌 오픈 3점을 선택하며 클리퍼스에겐 호재가 됐다.

팅! 림 끝을 맞고 튀어나오는 공.

이 순간 리바운드 전쟁이 벌어졌다.

성현은 상대 센터 퍼킨스를 등진 채 박스아웃을 하고 있었다.

퍼킨스는 힘으로 밀고 들어오며 좋은 위치를 선점하려 했으나 성현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

힘 자체는 퍼킨스가 당연히 좋았지만, 성현이 등을 기댄 자세로 버티자 균형이 맞춰진 것이다.

“흐읍!”

성현은 림을 맞고 튀어나온 공을 향해 도약.

탓! 한 손바닥으로 터치한 뒤 텁! 양손으로 안전하게 잡아 냈다.

그리고 그때.

“속공!”

뛰어나가는 브래들리 빌과 J.R. 스미스.

성현은 먼 거리를 단번에 패스해 빌에게 정확히 안착시킨다.

공을 받은 빌은 그대로 레이업을 올려놓으며 클리퍼스가 11-11의 동점을 만들어 버린다.

[좋은 속공입니다!]

[이 말도 안 되는 라인업이 의외로 효과를 보는군요.]

[기동력 자체는 확실하니까요. 게다가 이 두 번의 공수 과정에서 이성현이 리바운드를 잡아 준 게 아주 주요했습니다.]

스티븐스 감독은 이 시스템의 리듬을 계속 유지하길 원했다.

하여 벤치 선수들을 최대한 가동하지 않고 레딕 대신 가넷만 투입하여 1빅맨 4가드 체제로 경기를 풀어 가기 시작했다.

***

의외로 박빙의 양상으로 펼쳐지는 경기.

클리퍼스는 수비를 뒷전으로 둔 닥공 전략으로 득점 쟁탈전으로 유도했다.

오클라호마 또한 이 득점 쟁탈전 양상에선 리그 최고 수준의 팀이었던지라 4쿼터 1분 42초가 남은 시점에 112-109로 클리퍼스가 3점을 뒤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성현의 활약상은 놀라웠다.

25득점 8어시스트 10리바운드. 열 개의 리바운드 중 공격 리바운드만 두 개를 따내며 트리플 더블에 어시스트 두 개만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클라호마의 브룩스 감독은 내심 감탄했다.

‘진짜배기였군.’

그가 고평가하고 있는 부분은 기본기였다.

복싱 선수로 활동했으니 농구의 기본기가 약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기본기가 강점인 선수였다.

‘클리퍼스가 탱킹을 한다고 하면 여러 컨텐더 팀에서 탐낼지도 모르겠어.’

앞으로 성현에게 닥칠 운명에 씨익 웃으며 그는 공격 전술을 지시했다.

“클러치 상황에선 우리가 압도적이다. 격의 차이를 보여 주고 와라!”

딱히 공격 전술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오클라호마는 듀란트의 개인 전술로 클러치 공격을 시도했다.

미스매치를 만들어 JR을 앞에 둔 듀란트는 시간을 전부 사용한 뒤, 기다란 다리를 이용한 크로스 오버 드리블로 흔들고 들어간 후 엘보 지역에서 도약.

그대로 풀업 점퍼를 성공시켜 버렸다.

[케빈-! 듀란트! 경기 42득점째! 경기를 완전히 지배합니다!]

이제 스코어 114-109. 5점 차. 남은 시간 1분 20초.

이때 클리퍼스에게 남은 작전타임은 한 개였다.

남은 작전타임 하나는 경기 종료 직전에 써야 한다고 봤을 때, 지금은 선수들이 알아서 해결을 해 줘야 했다.

성현은 지친 숨을 쉬며 상대 진영으로 넘어갔다.

어느덧 경기 출전 시간이 4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빅맨들과 다투며 리바운드 싸움까지 해야 했으니 체력 소모가 격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랬기에 성현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제야 조금 옛날 같은 느낌이 드네.’

이 성현의 몸은 체력적으로 워낙 우월하기도 했고, 수영 훈련도 한 덕인지 지구력 고갈이라는 걸 겪어 본 적이 없었다.

리카르도 알멜다와의 12라운드 경기에서도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반면 전생의 몸은 그렇게 강인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정신력을 통해 악으로, 깡으로 버텨 가며 뛰어야 했다.

성현은 지금에서야 그 감각을 느끼고, 고양되어 있었다.

성현은 그 투지로 듀란트에게 부딪쳤다.

조금 전 클러치 점퍼를 성공시킨 듀란트를 정면에서 찍어 눌러 기세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케빈!”

가넷에게 스크린을 요구한 성현은 듀란트로 매치 업 상대를 바꿨다.

웨스트브룩이 헷지 디펜스를 하려고 했으나 듀란트가 손짓을 하며 보내 버렸다.

그가 씨익 웃는다.

“나하고 해보겠다고?”

경기 내내 가넷에게 트래시 토크를 당한 듀란트는 상당히 예민해진 상태였다.

본인이 전부 짓밟아 주겠다는 마인드로 경기를 풀어 나가고 있었다.

“날 미스매치 대상이라고 생각한 거면 큰 착각이야.”

“···.”

실제로 듀란트는 미스매치가 없는 선수로 유명했다

르브론처럼 1번에서 5번까지 전부 마크가 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번에서 4번까지는 수월하게 수비가 가능했다.

그걸 가능하게 해 주는 게 그의 기다란 다리와 팔이었다.

끼익! 성현이 타이밍을 잡고 돌파해 들어오자 듀란트는 압도적인 보폭을 통한 효과적인 가로 수비를 선보였다.

순식간에 성현의 돌파 경로가 막힌다.

그러나 성현은 그 틈을 노려 스텝백을 시도. 슈팅 자세를 취했다.

‘어림없다고!’

이에 듀란트가 팔을 쭉 뻗으며 컨테스트를 시도했지만, 성현의 동작은 페이크였다.

펌프 페이크로 듀란트를 낚아낸 성현은 휙! 우측의 가넷에게 공을 주고 달려 들어가는 기브 앤 고 플레이로 페인트 존으로 파고들어 갔다.

텁! 공을 이어받은 앞에는 이바카와 퍼킨스가 가로막고 있었으나 그대로 도약.

원핸드 덩크를 시도하는 척, 상대의 블락을 유도해 낸 뒤 스윽! 휙! 공을 아래로 내려 블락을 피해 더블 클러치로 레이업을 올려놓았다.

[왓 어 플레이!? 환상적인 마무리입니다!]

[듀란트와 이바카, 퍼킨스 셋 모두를 농락해 버립니다!]

탄성을 내지르는 관중. 클리퍼스의 벤치도 펄쩍 뛰었다.

스티븐스 감독도 놀란 표정이었다.

“후우! 후우···!”

정신력으로 경기를 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클러치 본능이 발동된 성현.

듀란트는 괘씸하다며 이를 악물었다.

“···한번 해보자는 거지? 좋아, 해보자고.”

스코어 114-111. 남은 시간은 1분 5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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