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맨 캐리 (2)
버저비터를 성공한 성현에게 동료들이 와르르 달려들었다.
“예스! 바로 그거지!”
“컴 온! 성현!”
성현을 얼싸안으며 두들기는 동료 선수들.
여기서 또다시 패배해서 9연패를 기록했다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기에 선수들이 느끼는 기쁨이 더 컸다.
스티븐스 감독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상대 감독과 악수를 주고받고 있었다.
반면 오클라호마 선수들은 망연자실하여 떫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중요한 경기가 아니었기에 충격은 덜했지만 이런 식으로 져 버리니 기본적으로 화가 난 것이다.
특히 듀란트는 길길이 날뛰었다.
“러스! 콜을 했어야지!”
그는 웨스트브룩에게 분노를 드러냈다.
성현이 좌측 45도로 들어가는 움직임을 취했을 때 신호를 줬어야 했다는 것이다.
웨스트브룩 입장에선 어이가 없을 뿐이다.
“네가 한눈을 판 걸 왜 나한테 그러는데?”
“나는 페인트 존 백업을 생각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잖아! 내쉬가 들어올 때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다고!”
듀란트의 말도 사실이긴 했기에 웨스트브룩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에게 가넷이 기름을 부었다. 오늘 경기 내내 듀란트와 트래시 토크를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인 가넷은 손가락 세 개를 들어 올리고는 슈팅 자세를 취하며 깔깔 웃었다.
성현에게 페이크를 세 번이나 속았다는 뜻이다.
빠득! 듀란트는 가넷, 그리고 성현을 번갈아 노려본 뒤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 눈빛에선 복수에 대한 갈망이 보였다.
“헤이! 가넷!”
내쉬는 걱정스럽다며 가넷을 만류했다.
“듀란트 저놈은 자극해 봤자 좋을 게 없는 놈이라고. 적당히 해.”
가넷은 어깨를 으쓱인다.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날 수야 없지. 여기서 그냥 끝내면 우리가 운으로 어쩌다 한 번 이긴 것 정도로 생각할 거라고. 그러니 저놈들에게 확실히 각인을 시켜 줘야 돼, 패배했다는 걸 말이야.”
“그것…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그러진 마, 장기적으로 심판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심어 주니까.”
“그래도 내가 해야 돼. 우리 팀엔 죄다 순둥이들밖에 없거든. 이런 걸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게다가 난 원래부터 이랬다고. 심판들이 새삼 나를 재평가할 리도 없지.”
가넷이 신경 쓰고 있는 건 그런 외부의 문제보단 내부의 일이었다.
오늘 경기의 승리로 스티븐스 감독이 어떻게 행동할지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수단의 재편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
경기가 끝난 후.
경기 MVP로 뽑힌 나는 라커룸에 들어가기 전에 코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송사 인터뷰어가 질문이 적힌 대본을 한번 확인한 뒤 내게 다가와 물었다.
“리! 훌륭한 경기를 펄쳤군요! 승리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33득점을 올렸어요. 여기에 어시스트 두 개만 더해졌다면 커리어 첫 트리플 더블이었는데요. 아쉽지는 않았나요?”
“트리블 더블을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요? 그런 거라면 제가 미스를 한 탓이죠. 제가 기록한 턴 오버 세 개 중에 두 개만 어시스트로 연결됐다면 팀도 좋고, 저도 개인 기록을 챙길 수 있었을 테니까요.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는 아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경기 내내 듀란트와 부딪혔는데요. 마지막 버저비터로 판정승을 거두게 됐습니다.”
“판정승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44득점을 기록하며 우리 수비를 박살 냈으니까요. 왜 그가 세계 최고 중 하나로 불리는지 뼈저리게 느낀 경기였습니다.”
그러던 중.
내 뒤로 JR과 브래들리 빌이 나타나 카메라를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애들처럼 라커룸으로 뛰어갔다.
인터뷰어는 피식 웃는다.
“많은 전문가들이 복싱 스타이자 동양인인 당신이 농구 선수들 사이에서 적응하기 힘들 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만, 좋아 보이네요.”
“예, 팀 분위기는 정말 좋습니다.”
사실 팀원들의 이러한 태도는 놀라운 것이었다.
보통 굴러온 돌이 팀에 들어오면 경계를 하고, 배척하려 들기 마련이니까.
심지어 그 굴러온 돌이 나처럼 여러 잡음을 가진 선수라면 더더욱.
검증도 안 된 선수를 차기 포인트 가드로 낙점한다든지, 팀 합류 이틀 차에 곧바로 실전에 내보낸다든지.
선수들이 불편하게 느낄 요소는 많았다.
다만 그러한 교통정리를 내가 합류하기 전부터 베테랑들이 끝내 주었다.
가넷과 내쉬, 레딕은 물론이고 J.R. 스미스의 도움도 있었다.
그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컨트롤한 덕에 내가 무난하게 팀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덕에 즐겁게 농구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팀 분위기만큼 성적도 같이 따라와 주면 좋겠군요.”
“그건 앞으로 노력을 해 보겠습니다.”
연패를 끊어 내며 만들어 낸 전환점.
이 기회를 살려야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순위 경쟁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오클라호마의 경기를 끝내고 LA로 돌아오자, 선수들은 제각각 흩어졌다.
나도 지친 심신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응?”
왜인지 인기척이 느껴지는 집 안.
내 집을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건 병식 아저씨와 매니저로 뽑은 글렌 존슨밖에 없었다.
‘존슨은 이 시간이면 집에 돌아가 있을 테고….’
남은 건 하나뿐이다.
“아저씨 오셨어요?”
병식 아저씨도 내가 온 걸 알고 현관으로 마중을 나오고 있었다.
“그래, 성현이 왔냐.”
“언제 오셨어요?”
“점심에 도착했어. 오늘 경기는 여기서 잘 봤다, 힘들었지?”
“괜찮아요, 그나마 오클라호마는 원정 거리가 가깝거든요. 오늘은 농구화 때문에 오신 거죠?”
“그렇지.”
나는 최근 스포츠웨어 기업과의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세계에서 두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굴지의 기업 피닉스라는 곳이었다.
그들은 내가 레이커스를 상대로 한 데뷔전을 보고 곧바로 오퍼를 해 왔다.
농구 외에도 스타 복싱 선수라는 명함도 있기에 주저 없이 접촉을 해 온 것이다.
계약 수준은 6년에 2백억 정도. 다만 지금 상황에서 너무 긴 계약을 맺을 필요는 없었기에 2년이나 3년 정도로 계약 기간을 조절하는 중이었다.
그와 동시에 시그니처 농구화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었는데, 오늘 병식 아저씨가 온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그가 말한다.
“내가 잘은 모른다만 시그니처 운동화 같은 건 연차가 쌓인 다음에야 만드는 것 아니냐? 데뷔한 지 한 달도 안 된 선수의 시그니처 운동화를 내년 3월 출시를 목표로 추진하겠다니….”
“확실한 수요가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는 회사 측의 확신이 있었다. 하여 내년 초봄을 겨냥하여 발 빠르게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그 디자인에 대해선 피닉스사에 일임을 하거나 우리가 직접 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하는 편이 금전적인 부분에서 이득이 있었기에 병식 아저씨에게 맡겨 뒀던 것이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출시를 한 뒤에 잘되면 미국에서도 판매 물량을 늘려 갈 생각인가 봐요.”
“하기야,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나게 팔리긴 하겠다. 지금 국내는 성현이 네 영향으로 농구붐이 일어났거든.”
“하하….”
“일단 앉아서 얘기하자.”
거실에는 그 브리핑 준비가 이미 끝나 있었다.
역시 비서 출신인지 이런 부분에서 일 처리가 능숙했다.
“성현이 네 부탁대로 여러 디자이너들과 접촉을 했어. 이게 디자이너들이 보내온 초안들이다.”
여기서 채택이 될 경우 우리 IYF 엔터에서 전속 디자이너로 스카우트를 한다고 한 덕인지 종이 두께가 심상치 않았다.
병식 아저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와 함께 일할 디자이너를 모집하는 형태가 돼서 말이야. 흡사 채용 공모전처럼 됐지 뭐냐. 다들 어찌나 하고 싶어 하는지.”
“돈이 되니까요.”
판매량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디자이너가 받는 개런티만 수억에 달할 것이다.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되니 다들 필사적일 수밖에.
“일단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열 개만 뽑아 봐라. …아니, 20개로 하자. 30개도 괜찮고.”
“예…? 뭐 하러 그렇게 많이 뽑아요. 딱 다섯 개만 선별할게요.”
3백 장에 달하는 운동화 디자인. 한 명이 최대 다섯 개까지 제출을 한 탓인지 수량이 꽤 많았다.
나는 대충 훑어보며 눈에 확 들어오는 것들만 선별을 했다.
3백 장 중에 다섯 장을 선별하는 것이었기에 그 기준이 꽤 높았다.
‘J, J 씨의 디자인은 너무 요란하고….’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전부 빼내 30장으로 추려낸 후에 다시금 다섯 장으로 줄이는 과정에 들어갔다.
“이쪽으로 빼놓은 건 폐기해 주세요.”
“후우…!”
왜인지 병식 아저씨는 월드컵이라도 보는 것처럼 심각한 표정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내가 폐기를 해 버린 디자인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침을 꼴깍 삼키고 있다.
‘내심 밀고 있는 디자이너가 있나 보네.’
미안하지만 그런 거라면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이런 건 공정하게 해야지 뒤탈이 없으니까.
그렇게 나는 다섯 장을 선별해 그에게 내밀었다.
“이 다섯 장이 마음에 드네요. 이 중 아무거나 괜찮아요.”
“…!”
병식 아저씨는 내가 내민 다섯 장을 확인하더니 쿵! 돌연 머리를 테이블에 박았다.
“아저씨…?”
“하, 하하…. 하하하하!”
부들부들 떨며 웃음을 터뜨리는 아저씨.
내가 영문을 몰라 하고 있자,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가 내민 다섯 장 중 하나를 콕 짚었다.
“아하, 이게 아저씨가 밀고 있던 디자인이군요? 마침 잘됐네요. 제 마음에도 들었으니 이걸로 하죠.”
디자이너의 이름은 SY, 과감하면서도 유려한 선과 톡톡 튀는 색깔이 특징적인 디자이너였다.
“이건 일단 초안이니까…. 나중에 연락처를 주세요. 제가 디자이너와 직접 상의를 할게요.”
“그럴 필요 없어.”
“예?”
“연락처는 필요 없다고. 이미 성현이 네가 가지고 있으니까.”
“…?”
아저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그거, 선영이가 한 거다.”
“…농담도.”
“농담 아니야. 나도 지금 소름이 돋았다니까!? 그 많고 많은 디자인 중에서 선영이 것을 선택하다니!”
요는 이러했다.
겸사겸사 IYF 엔터의 디자이너로 채용할 계획이었기에, 병식 아저씨는 잠재력이 있는 신인 디자이너들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서인대 4학년인 시은 누나에게 상담을 했다. 시은 누나라면 디자인 쪽으로 아는 후배나 선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렇게 시은 누나가 사람을 소개해 주는 과정에서 주은이에게도 이 사실이 알려졌고, 주은이가 선영이에게 알렸다는 모양이다.
신발을 디자인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기에 다들 재미 삼아 디자인을 냈다고.
“그럼 설마 주은이 것도…?”
“맞아, 네가 가차 없이 쳐 내 버렸던 아까 그거 있잖아.”
“헉.”
병식 아저씨는 짜릿한 듯 웃는다.
“나도 선영이 걸 보고 생각보다 훨씬 잘했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뽑힐 줄이야!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거였구나!”
놀라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선영이 걸 뽑았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도 있지만, 뭣보다도 디자인 실력에 놀랐다.
대부분 신인 디자이너들이었다곤 하지만 다들 전문적으로 공부를 한 사람들이다. 선영이는 그중에서 TOP5에 뽑힌 것이다.
물론 내 주관으로 뽑은 것이니 객관성은 부족하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느끼기엔 다른 디자이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선영이는 어릴 적부터 옷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다.
돈이 없어 할머니와 함께 복지 시설에서 헌 옷을 받아 입었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 콤플렉스가 됐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탓인지 패션과 디자인에 대해 굉장히 까다로웠다.
옷을 사러 갈 때면 최소 3시간은 백화점을 돌아봐야 했을 정도.
겸사겸사 내 옷도 골라 줬었는데, 선영이가 골라 준 옷은 의심할 필요도 없이 내게 잘 어울렸었다.
‘그게 설마 재능이었다니.’
나도 조금 소름이 돋았다.
“그럼 성현아, 이걸로 결정을 할게. 이의 없지?”
“하지만 동생 걸 채택했다고 하면 잡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러니 디자이너 이름은 일단 가명으로 하려고. 그리고 딱히 부정이 있었던 건 아니잖아? 네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뽑았을 뿐인데 뭘.”
“그렇긴 하죠.”
“이 부분엔 내게 맡겨,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알아서 처리를 할 테니까. 넌 선영이한테 연락이나 해 봐. 디자이너님과 상의를 해야지?”
“예, 바로 연락을 하겠습니다.”
***
침대에 누운 나는 선영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디자이너 SY 님,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그러자 읽음 표시가 떴음에도 선영이는 5분여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ㅇㅇ》라는 메시지가 온다.
전화를 걸자 선영이는 시치미를 떼는 듯한 목소리로 받았다.
[…오빠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그냥 전화하면 안 돼?”
[그건 아닌데…. 디자이너라고 하니까….]
“하하, 맞아. 선영이 네가 한 농구화 디자인 봤어.”
[헤헤, 어땠어?]
선영이는 본인이 채택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는지 기대보단 내 순수한 평가를 원하는 것 같았다.
“진짜 잘했어. 병식 아저씨도 엄청 칭찬했다니까?”
[주은 언니도 했다? 지은이랑 같이했다고 그러던데. 그것도 봤어?]
“아….”
그래서 요란한 느낌이 들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기본 디자인이 애매하긴 했지만.
선영이는 신이 나서 자신의 디자인 의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빠만의 운동화라니 진짜 짱이다. 나중에 나오면 나도 살 거야.]
“그럴 필요는 없어. 시제품이 너한테 갈 거니까.”
[시제품? 그게 나한테 왜?]
“디자이너한테 최종 컨펌을 받으려면 시제품을 보내 줘야 할 테니까.”
[…??]
“그러니까, 선영이 네 디자인으로 채택이 됐다고!”
[…어?]
선영이는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계속 ‘어…?’ 하는 소리만 낸다.
“병식 아저씨가 돌아가면 너한테 설명을 해 줄 거야. 그러면 우리 회사에 있는 디자이너 작업실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는 거지.”
[오빠…? 노, 농담하는 거지?]
“농담 아닌데?”
[아니야! 억지로 내 걸 해 줄 필요 없어! 다른 언니들이나 아저씨들 걸로 하면 돼!]
“정말로 선영이 네 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거니가 걱정 마. 뭐하면 병식 아저씨한테 확인해 봐도 돼.”
[…저, 정말 내 게 가장 좋았어?]
다섯 개 중에 하나이긴 했으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렇다고 대답을 해 줬다.
선영이는 감격에 겨운지 침묵한다.
그러더니 ‘엄마-!’ 하며 수영 아주머니 쪽으로 달려가 전화를 넘겼다. 자기는 뭐라 말이 안 나오니 대신 말해 달라는 거다.
수영 아줌마도 사정을 전해 듣더니 무척 놀랐다.
[정말로 선영이 게 된 거야?]
“그렇다니까요. 자세한 얘기는 병식 아저씨한테 들으시면 돼요.”
[어머나, 우리 선영이가 디자인 쪽에 소질이 있었네? 고맙다, 성현아.]
“고맙긴요, 제가 고맙죠. 그럼 남은 건 맡겨도 될까요?”
[맡겨 두렴. 후훗, 이참에 선영이한테 디자인 공부를 시켜 봐야겠네.]
“하하, 그럼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나는 약간의 흥분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시그니처 농구화라….’
난 선수 생활 내내 농구화 디자인에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신발이야 기능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선영이가 디자인한 내 시그니처 농구화라고 하니, 무척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나만을 위한 농구화가 생긴 기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