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 유어 페이스-182화 (182/250)

구단의 꿈 (1)

오클라호마의 강점은 선수들이 공을 잡은 그 자리에서 즉시 위협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웨스트브룩을 제외하면 볼 소유 시간이 적어도 충분히 강력한 공격을 해낼 수 있다.

그 웨스트브룩도 마음먹고 오프 볼 움직임을 가져가면 어디서든 효율을 낼 수 있는 선수다.

유일하게 드와이트 하워드만이 공격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그렇기에 1차전에선 하워드를 쇼트 코너에 박아 두고 공격을 진행했지만, 2차전에선 달랐다.

하워드는 미드레인지로 나가 스크린을 걸어 준 뒤에 골 밑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걸 전부 커버하고 있던 가넷은 필사적이었다.

하워드가 골 밑에서 좋은 위치를 잡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렇게 되니 체력 소모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휙! 순간적인 빈틈을 놓치지 않은 웨스트브룩이 골 밑에 들어간 하워드에게 공을 연결.

하워드는 쿵! 간결하게 밀고 들어간 뒤 몸을 돌려 가볍게 공을 올려놓았다.

가넷은 땀을 주르르 흘리며 소리친다.

“허억! 허억…! 패싱 레인을 잘 봐! 틈을 주지 말라고!”

그러나 그런 피드백을 들을 새도 없이 클리퍼스도 반격에 나섰다.

떨어져 내린 공을 낚아챈 러브는 곧장 뛰어가는 빌에게 공을 연결.

빌은 셤퍼트를 달고 우격다짐식으로 질주를 하더니, 측면으로 빠져나간 성현에게 킥 아웃 패스를 전달했다.

성현은 펌프 페이크로 웨스트브룩을 속인 뒤 한 발자국 앞으로 들어와 미드레인지 점퍼를 성공시킨다.

이에 질세라 오클라호마도 빠르게 인바운드 패스를 연결하며 지체 없이 반격에 나섰다.

[양 팀 모두 엄청난 페이스입니다! 샷클락 24초를 전부 사용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치킨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에너지 레벨 측면에서 누가 먼저 숙이고 들어가느냐의 싸움.

오클라호마는 이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았다.

이거야말로 자신들의 최대 강점이었으니까.

이는 클리퍼스도 마찬가지. 지금은 가넷과 러브가 투입된 일종의 스몰 라인업이었으니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누가 유리한 걸까요?]

[오클라호마겠죠.]

보통 이런 에너지 레벨 싸움에서 중심이 되는 건 빅맨이다.

공수 전환 상황에서 빅맨들이 얼마나 따라와 주느냐가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뛰어 줄 수 있는 빅맨이 각광을 받는다.

빅맨이 뛰어 주면 팀의 전체적인 에너지 레벨이 급등하니까.

앤서니 데이비스가 대표적인 유형이다.

클리퍼스는 가넷이 그 역할을 수행해 줄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실제로 가넷은 전성기 적 왕성한 활동량으로 좋은 평가를 받던 선수.

하워드의 운동 능력을 제어해 줄 수 있는 센터는 클리퍼스에서 가넷밖에 없었다.

[하워드에게 공이 연결됩니다! 하워드가 빠르게 치고 나가요!]

1차전의 경기력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하워드는 골 밑을 자신의 놀이터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또 득점하네요. 놀랍군요, 하워드는 운동 능력이나 신체 조건에 비해 포스트 업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번 클리퍼스와의 시리즈를 보면 그의 포스트 업 공격은 무적에 가까워 보이네요.]

[가넷이 그의 힘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일단 힘으로 밀고 들어가면 골대가 바로 앞에 있으니 득점이 쉬운 것이다.

[그렇담 요키치나 가솔을 투입해야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힘으로 버틴다는 의미에선 가넷보다 낫다고 봅니다만.]

[그 경우에는 하워드의 활동량을 감당해 내지 못한다는 판단일 겁니다.]

클리퍼스 입장에선 뭐가 됐든 가넷이 하워드와 매치를 해 줘야 됐다.

여기에는 미끼적인 의미도 있었다.

가넷이 필사적으로 하워드를 붙잡고 늘어지며 체력을 빼놓는다는 의미다.

스티븐스 감독은 그걸 통해 오클라호마의 얇은 벤치 뎁스를 저격할 셈이었다.

* * *

클리퍼스의 팬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플레이오프 2라운드 승리는 숙원 같은 것이었다.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조차 단 한 번도 없는 팀. 그게 클리퍼스였으니까.

그러니 이번 시리즈만 승리를 해도 구단의 역사가 새로이 써지는 것이었다.

“디펜스! 디펜스!”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관중의 응원.

그런 응원이 무색하게도 하워드가 집중 견제를 뚫어 내고 훅샷을 성공시켰다.

그걸로 3쿼터가 종료.

스코어는 83-93으로 오클라호마가 무려 10점을 앞서게 된다.

“어, 엄청나네.”

경기를 관전하고 있던 임병식은 침을 꼴깍 삼켰다.

성현의 경기는 자주 관전을 했던 그이지만 오늘 경기의 감상은 남달랐다.

오클라호마가 작정하고 에너지 레벨을 풀로 당겨 버리자, 일반인의 시점에선 초인들이 뛰노는 것 같았으니까.

‘이 경기를 지면 힘들어진다고 들었는데….’

그런 그에게 임수영이 말한다.

“병식아, 근데 오늘 성현이 MVP 시상이 있다고 하지 않았니?”

“아, 그거? 수상자는 결정이 됐다는 것 같은데, 뭔가 일정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

“그래? 가능하면 우리가 귀국하기 전에 시상을 했으면 좋겠는데….”

선영은 손에 땀을 쥔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반면 경기를 워낙 많이 본 지은은 별로 재미가 없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재개되는 4쿼터.

양 팀은 벤치를 가동하며 4쿼터 초반을 풀어 갔다.

여기서 클리퍼스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클리퍼스는 벤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요키치와 가솔을 투입.

여기에 성현이 코트를 밟았다.

이에는 해설자들도 의문을 표했다.

[론도가 나오질 않는군요? 이성현이 휴식 없이 4쿼터에 나섭니다.]

[론도가 팀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말이 사실이었던 것 같네요. 실제 기록에서도 나타나고 있었죠.]

론도는 클리퍼스로 트레이드된 뒤 정규시즌 27경기에 나서 평균 21분가량을 소화. 평균 9.3득점과 3.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라존 론도답지 않은 기록이라고 할까.

이게 플레이오프에선 평균 5.3득점과 2.1개의 어시스트로 더 줄어들었다.

[론도의 실력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당장의 폼이 워낙 좋지 않으니까요. 내쉬가 부상으로 이탈했다고 해도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투입하기는 꺼려진 걸 겁니다.]

스티븐스 감독이 오클라호마의 폭력적인 공격 템포에 맞불을 놓은 이유는 지금 이 시점을 위해서였다.

상대가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점에 벤치의 힘으로 추격을 하겠다는 것.

그러니 성현이 무리를 해서라도 뛰어 줘야 했다.

스캇 브룩스 감독의 입장에선 애가 타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버텨야 해….’

빠르게 추격을 받으면 주전 선수들의 휴식 시간이 짧아진다.

그러니 벤치 선수들이 최대한 버텨 주면서 시간을 벌어 줘야 했다.

다행히 리드는 넉넉한 10점.

그런 만큼 못해도 4분은 버텨 줄 거라 생각했지만, 안일한 생각이었다.

클리퍼스의 벤치는 어지간한 NBA 주전급 화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성현! 볼은 나한테 줘!”

성현의 체력 상황을 감안한 가솔은 솔선하여 리딩을 자처했다.

엘보 지역에서 공을 잡은 그는 요키치와 합을 맞추며 패싱 플레이를 펼쳤다.

이때 성현이 45도에서 컷인을 들어가며 마크맨의 시선을 뺏어 주자, 가솔은 주저 않고 엘보 점퍼를 던졌다.

이게 팅! 림을 맞고 튀어나왔지만 뛰어 들어간 성현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 내며 풋백 득점으로 연결해 냈다.

이후 수비에선 미들턴이 상대의 엔트리 패스를 커트해 내며 속공으로 연결.

순식간에 4점을 따라잡아 버린다.

[여기가 마지노선입니다. 오클라호마는 이 이상 추격을 허용해선 안 됩니다!]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브룩스 감독은 작전타임까지 사용하면서 다음 공격을 지휘했지만, 선수 수준의 차이가 극심했다.

다음 공격마저 빗나가게 되고, 요키치가 내주는 패스를 받은 성현이 3점을 폭발시키며 7점을 성큼 추격.

오클라호마는 4쿼터 시작 2분 만에 주전 선수들을 투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 * *

한편, 다른 팀에서도 오클라호마와 클리퍼스의 격돌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바로 보스턴과 골든 스테이트였다.

플레이오프 전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보스턴은 포식자의 입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들은 오후 훈련을 끝마치고 선수들과 코치들끼리 모여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지난 시즌 준우승팀인 오클라호마였다.

4쿼터의 흐름을 보던 크리스 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클라호마 프런트는 정말이지 멍청해. 드와이트 하워드 하나를 영입하겠다고 벤치를 갈아엎다니. 그러니까 이 꼴이 나는 거 아니야?”

본래 오클라호마는 벤치가 훌륭한 팀이었다.

지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그 제임스 하든이 오클라호마의 벤치 플레이어였으니 말 다 한 셈.

그러나 우승을 해 보겠다며 있는 자원을 모조리 끌어모아 트레이드를 한 게 화근이 됐다.

지금에 와서는 주전 5인을 제외하면 그저 그런 전력의 팀이었다.

“오클라호마는 미래를 팔았어. 끝장이라고.”

오클라호마 같은 팀은 FA 영입이 힘들다. 선수들이 그런 시골 팀으로 가려고 하지를 않기 때문.

그런 만큼 오클라호마는 당장의 우승이 간절했다. 이미 미래는 어두운 상황이니까.

“그럴 거였으면 케빈 듀란트를 위한 판을 깔아 줬어야지. 답답하군.”

듀란트는 집중 견제 속에서도 제 몫을 해내고 있었다.

오히려 카멜로 앤서니의 존재감을 지워 버리며 멜로를 1차전 11득점, 2차전 12득점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그러나 브룩스 감독은 듀란트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더 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비적인 역할을 더 주문하며 하워드나 이바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젠 끝이야. 클리퍼스가 가진 벤치의 힘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크리스 폴의 예측대로.

벤치의 힘을 통해 상대 오클라호마의 주전 선수들을 코트로 끌어낸 클리퍼스는 체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벤치의 힘을 바탕으로 무려 5분이나 휴식을 취한 클리퍼스 선수들은 체력적인 부침을 겪기 시작한 오클라호마 선수들을 에너지 레벨에서 압도.

그대로 경기를 뒤집어 버렸다.

“흠….”

보스턴의 닥 리버스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에게 클리퍼스는 아픈 가시 같은 팀이었다.

거절만 하지 않았다면 클리퍼스의 감독은 그가 됐을 테니까.

“그렇다고 해도 벤치 전력이 이렇게 강하다니….”

“파우 가솔이 벤치에서 뛰는 팀이니 당연하죠.”

“우리도 뭔가 대책을 세워 놔야 될지도 모르겠어.”

어쨌든 오클라호마는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잘못 계산했군, 스캇.’

스캇 브룩스 감독도 이러한 구도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1차전에서 하워드의 공격을 집중적으로 이용하며 선수들의 전반적인 체력을 관리해 준 것이었다.

그러나 그 1차전에서 패배를 했으니 본래의 장기인 에너지 레벨로 승부를 봤다.

1, 2차전을 모두 클리퍼스에게 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걸 스티븐스 감독은 탁월한 경기 운영으로 극복해 냈다.

2차전 최종 스코어 117-112. 오클라호마는 4쿼터에 심각한 야투 난조를 겪으며 자멸하고 말았다.

오클라호마가 4쿼터에 넣은 득점은 19점.

반면 클리퍼스는 성현이 4쿼터에만 17점을 몰아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끝났군.’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벤치의 힘이 두드러지는 만큼 1, 2차전에서 결과를 내지 못한 오클라호마에겐 미래가 없었다.

리버스 감독은 오클라호마의 패배를 확신.

벌써부터 골든 스테이트와 클리퍼스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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