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 유어 페이스-215화 (215/250)

Win or Go Home (2)

* * *

마지막 순간, 나는 코트 바깥에 있었다.

크리스 폴이 자유투 1구를 실패한 순간 감독님이 날 가넷과 교체시키며 벤치로 불렀던 탓이다.

보스턴이 동점을 포기하고 2구째를 고의로 놓칠 확률은 거의 없었기에 우리는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미리 벤치로 빠져 코치들과 마지막 패턴 플레이에 대한 상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팅! 예상치도 못한 폴의 2구째 실패가 나오고.

“예스!”

“이겼어!”

우리 벤치에선 우승을 예감한 듯, 선수들이 펄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스미스가 역주행을 시작하자 나도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스코어를 착각했어!”

정신을 놓고 있었든가, 그도 아니면 폴이 자유투 두 개 전부를 실패한 지금 상황을 착각한 듯했다.

그러나 휙! 물 흐르듯이 몸을 돌리며 턴 어라운드 점퍼를 쏴 버리는 스미스. 그의 마크맨인 브래들리 빌은 몸을 돌린 스미스를 버려두고 패싱 레인을 본 탓에 슈팅 컨테스트가 전무했다.

그럼에도 터프샷이었지만 철썩! 공은 잔인하게도 림을 통과하고 말았다.

“이예에에에!”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J.R.!”

보스턴 벤치의 선수들은 우르르 튀어나와 스미스를 얼싸안았다. 르브론도 아이처럼 기뻐하고 있었고, 엠비드는 울분을 풀듯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포효했다.

반면 경기장의 팬들은 악몽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건 선수들도 마찬가지.

스미스를 버려두는 판단을 했던 빌은 5차전에 엠비드가 그랬던 것처럼 나라라도 잃은 것 같은 표정으로 쪼그려 앉아 있었다.

심지어 스티븐스 감독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오, 신이시여….”

가솔의 중얼거림이었다.

나도 머릿속이 백지장으로 변해 있었다.

바로 눈앞에 있던 트로피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충격.

그때 내쉬가 황급히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침착해, 리! 코트 내의 리더인 네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들 영향을 받을 거야!”

“…!”

“대범하게 행동해! 상대의 기를 살려 주지 말라고!”

나는 숨을 토해 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쪼그려 앉아 있는 빌을 일으켜 세워 준 뒤 그 등을 토닥여 라커룸 쪽으로 보냈다.

스티븐스 감독도 마침 정신을 차렸는지 선수들을 다독이며 상황을 추슬렀다.

반면 신이 난 보스턴 선수들은 환호성과 함께 비웃음을 쏟아 냈다.

퇴장하고 있는 빌과 가넷을 향해서도 조롱이 나왔고, 나에 대해서도 거친 말들이 터져 나왔다.

다들 흥분해 있기도 하고, 3차전 이후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는 상태였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혹여나 징계가 나올까 우려하여 라우리나 르브론이 선수들을 진정시키고 있었지만, 크리스 폴은 아니었다.

발단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폴은 정장을 입고 경기장에 나와 있던 론도와 거친 언쟁을 벌이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론도도 어차피 출전 정지 징계를 먹었겠다, 우리 클리퍼스와도 재계약 가능성이 없겠다, 마음 놓고 폴과 언쟁을 벌이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에 라커룸으로 돌아가던 빌과 가넷이 다시 코트로 나와 상대 선수와 얽히기 시작하며 코트는 아수라장이 됐다.

그렇게 시리즈는 7차전이라는 단두대로 향했다.

* * *

Win or Go Home.

보스턴은 스미스의 위닝 샷으로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아 내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는 빈공의 양상을 보이긴 했지만 딱히 문제 될 점은 없었다.

다만 클리퍼스 팬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빌어먹을 사무국의 농간이야!》

《사무국 입장에선 딱 좋은 시나리오이긴 하지, 르브론의 명가 재건. 스토리가 좋잖아? 보스턴이 굴지의 빅마켓이기도 하고.》

《클리퍼스가 진 이유? 레이커스가 아니라서 그런 거임. 상대가 레이커스였으면 이런 식으로 진행됐겠어?》

《론도의 징계 절차는 말도 안 될 정도야.》

《징계 자체는 적당했다고 봐. 그래도 너무 빨랐지.》

5차전에서 나온 요키치의 파울 트러블이나 몇몇 반칙 콜도 클리퍼스가 승리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론도의 징계가 클리퍼스의 경기력 저하로 나타나게 되니 열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미국 농구 팬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추세였지만, 국내 농구 커뮤니티는 무려 1시간 동안이나 마비가 될 정도였다.

[클리퍼스의 우승 확률 30%? 통계적으론 보스턴의 강세.]

[보스턴의 팬들 총집결. TD 가든에 감도는 전운.]

[정규시즌 MVP의 소속 팀은 우승 못 한다? 지난 시즌 듀란트에 이어 이번 시즌 이성현도 징크스의 희생양 될 수도….]

이번 시리즈의 패배는 성현에게 있어서도 커다란 불명예였다.

정규시즌 MVP의 의미가 완전히 퇴색돼 버릴 테니까.

그렇기에 국내 팬들의 아쉬움이 더욱 큰 것이었다.

뭣보다 이제는 클리퍼스가 크게 불리한 상황이 됐다.

시리즈 7차전, 진정한 의미의 엘리미네이션 매치. 이 단두대에서 홈 팀이 유리하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으니까.

보스턴으로 향하는 클리퍼스의 비행기 안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냥 참패를 당했으면 모를까 역주행 턴 어라운드 점퍼 위닝 샷을 맞고 져 버렸으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심지어 그 위닝 샷을 넣은 선수가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팀 동료였다. 그와 트레이드되어 들어온 론도는 자제력을 잃고 출전 정지를 먹어 팀 패배의 원인이 됐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론도도 지금 자신이 뭘 해도 안 좋은 영향을 줄 거라 생각했는지 전용기에 같이 타지 않고 따로 보스턴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

침묵이 흐르는 기내.

평소 선수들의 팀웍과 마인드 컨트롤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인 스티븐스 감독도 자신이 무언가 조언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했으나 마땅히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감독인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틀에 박힌 조언이 될 게 뻔했으니까.

그런 그가 궁리를 하고 있을 때.

내쉬가 선수들 앞에 나섰다.

“우리는 지금 시작점에 서 있어.”

뜬금없는 그의 말에 선수들의 이목이 쏠렸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 스티브 내쉬? 걔 우승 없잖아? 백투백 MVP면 뭐 해, 우승을 못 했는데.”

내쉬는 레전드 반열에 올라가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백투백 MVP는 다른 선수들의 MVP 시즌에 비해 압도적이지 못하며, 플레이오프에서도 뚜렷한 족적이 없다.

같은 무관의 제왕인 칼 말론, 찰스 바클리, 존 스탁턴 등과 비교해도 한참 뒤떨어진다.

그들은 마이클 조던이라는 역대급 선수와 우승 경쟁을 했지만, 내쉬는 그렇지도 않다.

다른 레전드들과 비교하기에 내쉬는 같은 시작점에도 서질 못했다.

그것이 내쉬를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의 말이었다.

“그러니 난 지금 비로소 시작점에 선 거야. 나만이 아니야, 우리 팀의 시즌도 이제야 시작됐어. 우승팀이 아니면 아무도 기억을 해 주지 않거든.”

그런 의미에서 클리퍼스의 시즌은 내쉬의 말대로 지금 시작이었다.

시작이자 끝.

이겨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든가, 그도 아니면 집으로 가든가.

“난 여기까지 온 우리 팀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의 그 고생을 생각해 봐. 샌안토니오를 이겨 냈던 그때를! 그런데 1년 만에 결성된 보스턴한테 허무하게 우승을 내준다고? 이걸 납득할 거야? 그대로 지켜볼 거냐고!”

내쉬가 과거를 끄집어내며 다독이자, 선수들의 표정에 독기가 차기 시작했다.

가넷도 욕설을 섞어 가며 파이팅을 외쳤고, 그걸 통해 선수들은 패배에 대한 충격을 조금씩 잊어 갔다.

뭐가 됐든 중요한 건 남아 있는 7차전이라는 걸 선수들에게 각인시켜 준 것이다.

평소 나긋나긋한 가솔도 힘을 실어 말한다.

“이틀 뒤의 TD 가든은 우리 거야. 우리의 우승 축하 파티장이 될 거라고. 가 보자, 형제들.”

선수들의 함성으로 쩌렁쩌렁 울리는 기내.

그리고 이런 정신적인 각성은 셀틱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두 팀은 필승의 각오를 품은 채 보스턴으로 향했다.

* * *

다시 돌아온 보스턴.

나는 체육관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곤 선수들이 머무는 호텔에 있었다.

훈련 시간 외에도 선수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7차전에 대한 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요 화두가 된 건 두 번째 볼 핸들러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코트에 있을 때는 물론이고 코트에 없을 때에 관한 것도 이야기를 해 봐야 했다.

지난 6차전에선 내가 40분 이상을 뛰며 벤치 포인트 가드의 공백을 최소화하긴 했지만, 내가 코트에 없는 7분여 동안 팀 득점 8점에 그치며 경기가 빈공으로 결판난 원인이 됐다.

스티븐스 감독은 그 7분 동안 멜로에게 일대일 공격을 시키며 볼 핸들러의 존재를 최소화하긴 했지만, 공격 패턴이 단순해지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보스턴 입장에선 패싱 레인이 단순해지고 멜로만 막아 내면 그만이니 수비하기가 편했던 것.

“브래들리, 네가 해 줘야 돼.”

가넷은 다른 해답이 없다며 빌을 독려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내내 볼 핸들러로서 좋은 기억이 없던 빌은 난색을 표했다.

“난 지금 슈팅 감각이 꽤 좋아. 그런데 괜히 다른 역할을 수행하다가 슈팅 감각이 무너질까 봐 걱정이 되네….”

“뭘 약한 소리를 하고 있어. 둘 다 해내면 돼!”

가넷의 다그침에도 빌의 표정은 모호했다. 볼 핸들러로선 슈팅이나 패스보단 돌격이 주 무기였기에 보스턴의 질식 수비가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이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1, 2차전에서 무너졌었지만, 슈팅으로 활로를 찾은 3차전부터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스페이싱을 충분히 해 주면 괜찮을 거예요.”

내 말에 가솔은 어깨를 으쓱인다.

“성현, 네가 빠진 상황에서 스페이싱이 제대로 돌아갈 것 같아?”

“그건….”

“스페이싱이 힘을 받으려면 뭣보다 볼 배급이 좋아야 돼.”

게다가 내가 빠지면 상대에게 완전한 3점 위협을 주지 못한다.

이러면 어쩔 수 없이 요키치나 가솔이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패스를 받아 주며 빌을 보좌해 줘야 했는데, 이 구도는 이번 시리즈 내내 재미를 보지 못했다.

“브래들리, 네가 못 하겠다면… 내가 할게.”

멜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쉬의 연설에 느끼는 바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우승이 없다는 점에서 커리어의 모양새는 거의 비슷했으니까.

“내가 리딩을 하면 공격 패턴이 단순해지긴 하겠지만…. 너희들이 활발하게 움직여 준다면 괜찮을 거야.”

이에 가솔이 반박했다.

“알맞은 패스가 없는 오프 볼 무브는 혼란만 초래할 뿐이야. 그렇게 움직였다간 오히려 보스턴의 에너지 레벨에 잡아먹힐 거라고. 1, 2차전에도, 6차전에도 그랬잖아.”

“그럼 뭐 다른 대안이라도 있어? 없다면 내가 하는 게 가장 나아!”

언쟁을 벌이는 가솔과 멜로.

미들턴이 식은땀을 흘리며 둘을 만류했다.

“진정해, 우리 의견도 의견이지만 일단은 감독의 생각이 가장 중요한 거잖아. 그러니 너무 열을 내진 말라고.”

그러나 정작 스티븐스 감독은 오늘 훈련에서도 별말을 하지 않았었다.

당장 내일이 경기인데 말이다.

“감독의 생각은 뻔해.”

요키치는 볼 것도 없다며 말한다.

“마지막 경기잖아. 리를 48분 전부 뛰게 할 생각인 거야. 그래서 말을 안 한 거라고.”

이 의견에 다들 암묵적인 동의를 표했다.

확실히, 내가 48분을 다 뛰면 문제 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걸 해내야만 하는 상황이기도 했고.

그렇게 선수들끼리 결론을 지으려 할 때였다. 우리가 얘기를 나누던 휴게실에 내쉬가 들어왔다.

그는 우리 얘기를 밖에서 들은 모양이었다.

“그의 보조라면 내가 하기로 했어.”

그 말에 다들 멍한 표정이 됐다.

가넷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넌 시즌 아웃이 됐잖아! 햄스트링 부상이 아직…!”

“진통제를 맞고 뛰기로 했어. 얼마만큼의 경기력을 보여 줄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자살행위라고! 햄스트링 부상을 진통제를 맞고 뛴다니, 들어 본 적도 없어!”

햄스트링은 민감한 부위이기 때문이다. 한번 잘못되면 만성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내쉬는 초연했다.

“어차피 마지막 경기야.”

“설마….”

“그래, 방금 단장과 감독이랑 얘기를 하고 왔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할 거라고. 내일 경기가 정말로 내 시작이자 끝이 된 거지.”

자조하듯 웃는 내쉬.

“그러니 벤치 구간은 걱정 말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해.”

내쉬는 그렇게 말하며 요키치를 호출했다.

“잠깐 좀 도와줘. 일단 진통제를 맞고 어느 정도까지 뛸 수 있나를 가볍게 점검해 보기로 했거든.”

“아, 예!”

요키치를 데리고 나가는 내쉬.

우리는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해산을 했다.

* * *

밤 10시를 앞둔 시간.

내게 손님이 찾아왔다.

“아빠!”

전력 질주로 달려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는 안아 달라 보채는 지은이.

주은이는 ‘아빠 힘들게 하면 안 돼요!’라며 지은이를 떼어 냈다.

“왜 왔어. 안 와도 된다니까.”

“지은이가 아빠 보고 싶다고 계속 그랬거든. 미안해, 미리 연락은 했는데 자기가 안 받아서….”

“휴게실에서 작전 회의를 하고 있었거든.”

“역시 바쁘지? 바로 돌아갈게. 지은아, 아빠 봤으니까 이제 됐지? 돌아가서 코 자자.”

여기서 지은이가 떼를 썼으면 그래도 보내기 좋았겠지만, 지은이도 내가 중요한 경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울적해하면서도 의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이도 나름대로 나를 격려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를 보고 싶다고 보챈 것 같았다.

“바쁜 건 아니야. 다른 선수들도 가족들이 찾아와 있기도 하고. 자고 가도 돼.”

“정말로? 그럼… 그래도 돼?”

표정이 환해지는 주은이. 보아하니 지은이가 떼를 쓴 것도 쓴 거지만, 본인이 더 오고 싶었던 것 같다.

이미 밤이 늦었기에 바로 방으로 돌아가 잘 준비를 하기로 했다.

지은이는 침대에 눕자마자 선영이와 함께한 동부 여행에 대해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러길 15분 만에 졸기 시작한 걸 보면 애는 애였다.

주은이는 그 모습을 보며 코를 찡긋하며 웃는다.

“지은이 미국에 데려오길 잘한 것 같지 않아?”

“왜?”

“자기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 있을 땐 진짜 떼를 많이 썼거든. 다들 오냐오냐해 주니까. 아빠도 그렇고, 자기도 그렇고. 나랑 선영이만 혼을 냈다니까?”

“선영이도? 혼을 내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선영이가 그래 보여도 엄할 땐 엄청 엄해.”

엄한 선영이라니, 상상이 가질 않는다.

“어쨌든, 미국에 와서 유치원에서 언어 문제로 고생을 하더니 애가 철이 좀 들었더라고. 요즘엔 떼를 써도 안 된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면 바로 납득을 해 준다?”

“역시나 그랬네.”

“응? 뭐가 역시나야?”

“오늘은 네가 오고 싶어서 온 거지? 그런 거면 잘 타이를 수 있었다는 거잖아.”

“…에헤헤, 들켰다.”

주은이는 잠에 든 지은이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 갔다.

“자기, Win or Go Home이라는 말 알아?”

“당연히 알지 엘리미네이션 상황이 되면 중계에서도 나오잖아. 그게 왜?”

“응, 그 표현이 진짜 재밌는 것 같아서. 자기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무슨 얘기야?”

“이기면 우승해서 좋은 거고. 진다고 해도 수고했으니까 집으로 돌아와서 가족이랑 행복하게 지내라는 표현 같아서.”

“그게 그렇게도 해석이 되나?”

“난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자기야, 내일 경기는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경기인 거야.”

“하하….”

그 얘기를 듣고 있자니 응어리져 있던 불안과 초조함이 녹는 것처럼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오늘같이 예민한 날은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금방 잠에 들 수 있었다.

인 유어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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