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1)
크리스마스를 넘어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까지 지나고.
둘째가 태어나며 우리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했다.
건강한 남자아이였다. 주은이는 물론이고 다른 친척들 모두 내심 남자아이를 기대했는지 축하가 쏟아졌다.
이름은 깔끔하게 내가 지었다.
지호(志護). 첫째 지은이와 같은 지 자 돌림이긴 했으나 한자는 달랐다.
“지은아, 네 동생이야.”
“우와….”
지은이는 진짜로 생긴 동생에 감회가 남다른지 눈을 끔벅이며 신비로워했다.
주은이는 출산 직후에는 많이 피곤해 보였지만, 사흘 정도가 지나자 셋째 얘기를 꺼내며 모두를 기겁하게 했다.
산후 조리로 1년은 쉬어야 한다며 어른들이 겨우 말렸을 정도.
새로이 가족이 늘어났지만 더 힘이 든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미 집에는 수영 아주머니와 선영이, 거기에 시은 누나와 장모님이 같이 살고 있었으니까.
여기에 가정부까지 있어 오히려 아기 봐줄 사람이 너무 많아 혼선이 빚어졌을 정도였다.
덕분에 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왕조 건설의 첫걸음이 되는 15-16시즌.
우리 클리퍼스는 정규리그에서부터 지난 시즌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지난 시즌에는 넓은 벤치 뎁스를 통해 서부 1위를 거머쥐었었지만, 이번 시즌은 벤치의 한 축을 담당하던 내쉬, 가넷, 론도가 없었다.
여기에 나도 12월까지는 복싱 훈련으로 결장하는 경기가 많았고, 크리스마스 매치 이후에도 뇌진탕 프로토콜로 인해 일주일을 더 쉬어야 했다.
레너드까지 부상으로 결장을 하며 그 기간 동안 우리 팀은 17승 15패를 기록하며 리그 7위에 앉아 있었다.
반면 커리와 러브가 합을 맞춘 골든 스테이트는 25승 4패로 폭주하며 리그 1위를 굳건하게 수성. 우리의 서부 1위 가능성은 사실상 이 시점에 닫혀 버리게 되었다.
골든 스테이트 이외에도 듀란트&웨스트브룩 듀오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오클라호마시티.
완전히 하든의 팀으로 자리를 잡은 휴스턴.
신선한 선전을 보이고 있는 포틀랜드와 댈러스까지.
우리는 후반기에 폭주를 하며 순위를 대폭 끌어올렸으나 최종 순위는 55승 27패로 서부 4위를 기록하게 됐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상대는 댈러스 매버릭스.
노비츠키의 마지막 플레이오프 무대가 될 거라는 얘기가 많았던 이 시리즈에서 우리는 홈에서 펼쳐진 1, 2차전을 가비지 동반 대승으로 스윕한 뒤 3, 4차전에도 득점력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며 가볍게 4-0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선 4, 5위 간의 경기 같지 않았다며 클리퍼스가 다시 챔피언의 품격을 찾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골든 스테이트와의 재격돌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다! 워리어스와 클리퍼스의 빅뱅!]
[친정 팀에 비수 꽂을까? 케빈 러브는 “클리퍼스에 좋은 감정밖에 없다.” 일축.]
[만장일치 MVP 차지한 스테픈 커리. 플레이오프 2라운드부터 디펜딩 챔피언 만나며 난관.]
골든 스테이트는 지난 정규시즌에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이번 시즌에는 케빈 러브를 비롯해 벤치 뎁스까지 영리하게 보강을 하며 우승을 천명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8번 시드 멤피스를 4-0으로 박살 내고 올라온 골스는 클리퍼스를 상대로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었다.
골스는 1차전에서 커리, 러브, 탐슨, 그린, 이궈달라. 이 주전 5인방이 나란히 3점을 폭발시키며 클리퍼스를 침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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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스 132-119 클리퍼스
커리 36pt 5as 3stl
러브 28pt 4as 12reb
성현 23pt 10as 11r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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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퍼스 팬들 입장에선 러브의 대활약이 놀라울 뿐이었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러브는 처참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부진했었으니까.
그런 러브가 고순도의 야투율과 좋은 수비력으로 훌륭한 활약을 보여 주자 다들 놀랄 수밖에.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러브같이 외곽에 특화된 빅맨이 골스에 간다면 커다란 시너지를 받을 거라는 걸 말이다.
프런트가 그걸 알면서도 트레이드를 한 것이니 자승자박이 된 셈.
시리즈 2차전에서도 그런 러브의 폭발력이 터져 주긴 했지만, 이 경기는 조금 양상이 달랐다.
부상으로 결장하던 카와이 레너드가 돌아왔던 것.
레너드는 이궈달라를 꼼짝 못 하게 락다운을 시키면서 수비의 커맨더 역할을 수행했다.
레너드가 상대 윙 자원들의 움직임을 봉쇄하자 플레이에 여유를 얻은 마크 가솔은 상대의 림 어택을 완벽하게 봉쇄하고, 러브를 외곽으로 쫓아내며 골 밑을 지배했다.
여기에 성현이 탐슨을 밀착 마크하고, 브래들리 빌이 필사적으로 커리를 수비하며 1차전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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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스 101-113 클리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