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 나랑 하자, 오혜주 (25/121)


#25. 나랑 하자, 오혜주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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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혜주 너 때문이야……!’

혜주의 잘못이 아니란 걸 아는데 원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승원이 누구의 남자인지 혜주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싹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둘 사이에 티끌만 한 여지라도 있다면 없애버려야지.

다희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그대로 승원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무방비하게 서 있던 승원의 상체가 끌려오자 그녀는 곧장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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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에 승원이 눈을 부릅떴다. 곧장 다희의 허리를 잡고 밀어내려 했으나 다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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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희야, 갑자기 왜 이래, 너……!”

겨우 떼어냈으나 다희는 다시 달려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된 그녀의 힘은 황소 같았다. 승원의 목을 감고 입을 맞추는 내내 다희의 시선은 혜주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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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봐. 강승원이 누구 건지!’

우두커니 선 혜주의 눈동자가 이내 뿌옇게 흐려졌다.

그러나 다희는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가 없었다.

*

[디제이 노래방]

그야말로 광란의 밤이었다.

혜주는 모든 걸 내려놓고 목청이 터져가라 노래를 불렀다. 입장하자마자 평소 즐겨 부르던 선곡 번호를 다다다 입력한 그녀는 누가 보든 말든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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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좐인한~ 여자라~ 나를 욕하지는 마~”

데시벨을 최대한으로 올려 머리를 흔드는 그녀를 주원은 팔짱을 낀 채 바라보았다.

혜주가 예약한 서른 곡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화면 상단에 나열된 선곡이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주원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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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내 차례인가.’

성인이 된 이후로 누구 앞에서도 노래를 부른 적이 없었다.

흥과 가무의 민족답게 언제 어디서든 빠지지 않는 노래방 뒤풀이. 심지어 미국 유학 시절에도 노래방은 있었다.

술 좀 들어갔다 하면 노래방을 찾는 지인들 사이에서 주원은 단 한 차례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버텼다. 형편없다 못해 하찮은 노래 실력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후부터 노래방은 그에게 곧 무덤과 다름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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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하네.’

예상을 뛰어넘는 혜주의 노래 실력에 주원의 긴장감이 커졌다.

가뜩이나 노래엔 자신이 없는데 상대가 평균 이상으로 잘해버리니 제아무리 강주원이라도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혜주가 춤을 더럽게 못 춘다는 게 위안이 되긴 했다. 그래도 손에선 연신 땀이 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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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이제 오빠 차례예요.”

혜주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자리에 앉았다. 노래방에 입장한 후 무려 처음 엉덩이를 붙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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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끝났어? 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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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숨이 차서 못 부르겠어요. 좀 쉴 테니까 오빠가 불러요.”

마이크를 건네는 혜주의 눈동자가 기대로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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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눈빛인데.’

주원은 낭패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낮고 굵직한 음성. 심지어 숨소리마저 좋을 것 같은 주원의 목소리에 수많은 사람이 같은 기대를 했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정도만 할 줄 알면 어지간한 가수 씹어먹겠다고 지레짐작한 사람도 있었다.

그 기대를 무참히 깨부수며 이 구역의 웃음 버튼으로 전락한 게 몇 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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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그래, 망가지자. 까짓거.’

오혜주를 웃길 수 있으면 망가지는 게 대수랴.

주원은 굳은 결심을 하고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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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부를 거예요?”

선곡 버튼을 누르는 그에게 혜주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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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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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그 노래 완전 좋아하는데! 근데 그거 완전 오래된 노래 아니에요? 옛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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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곡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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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기대해도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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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기대해도 그 이상일 거야.”

이윽고 잔잔한 전주가 깔리기 시작했다.

주원은 오른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가볍게 짝다리를 짚었다. 마이크를 잡는 폼 하나만큼은 예술이어서 어지간한 발라드 가수보다 더 근사했다.

노래를 못할 거면 폼이라도 좋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없이 연습한 포즈인데, 사실 그 노련한 포즈 때문에 노래 실력이 더욱 형편없어 보인다는 건 주원만 모르는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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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잘 부르는 남자 한 명도 못 봤는데. 노래까지 잘 부르면 진짜 사기 캐릭 아닌가.’

혜주는 눈을 반짝반짝하며 주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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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전에 가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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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으읍!”

한 소절이 시작되는 순간 그만 먹던 물을 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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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태어나서 저렇게 자유분방한 음정은 처음 보았다.

반주 위를 마구 날뛰는 그의 음정은 뭐라 형언할 수 없이 엉망진창이었다. 게다가 박자는 어떻고? 꽉 막힌 사차선을 아우토반처럼 질주하는 듯 제멋대로인 박자감에 혜주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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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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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읍……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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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항상 여기 서 있을게. 걷다가 지친 네가 나를 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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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흐윽.”

혜주는 입을 틀어막은 채 웃음을 참으려 노력했다. 그야말로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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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와중에 왜 뒷모습은 멋있는 건데.’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노래를 부르는 주원을 보니 더욱 웃음이 터졌다.

당최 조합되지 않는 사실들이 한데 뭉친 이곳은 혼돈의 도가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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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별 위에 그릴 거야.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 볼 수 있게. 예~~ 에에~~ 워워.”

마침내 전쟁 같던 노래가 끝났다. 숨이 넘어가라 웃어대던 혜주는 꺽꺽거리다 못해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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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완전 웃겨.”

거의 쓰러진 혜주를 보며 주원이 눈썹을 힐끗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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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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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해요. 남의 노래 듣고 웃는 거 예의 아닌 거 아는데…… 오빠가 진짜 너무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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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기대해도 그 이상일 거라 했잖아.”

혜주는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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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오빠 덕분에 몇 년 치 웃을 거 한 방에 해결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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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맘껏 비웃어라.”

웃었으면 됐어.

주원은 마이크를 내려놓고 혜주의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그깟 노래 한 번 불렀다고 목이 좀 깔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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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좀.”

주원은 혜주가 건넨 생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지옥의 발라드가 끝나고 나니 잠깐의 공백이 더욱 적막하게 느껴졌다. 아까 울었던 사람 같지 않게 밝아진 혜주의 표정을 보고 주원은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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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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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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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언제부터 강승원 좋아했냐고.”

소음 공해 차단을 위해 다시 노래책을 뒤적이던 혜주의 손이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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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눈치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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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떡하니 써 붙이고 다니는데 어떻게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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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이, 지금까지 몰랐으면서, 뭘.”

혜주는 바람 빠지는 소리로 웃으며 다시 책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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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한 10년 됐나. 고등학교 때부터니까 그 정도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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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은 왜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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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했겠어요. 두 번이나 시도했는데 두 번 다 실패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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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이 그 빼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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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른 한 번은 오빠 집에서였고요. 에잇, 망할 놈의 고백송.”

혜주가 투덜거렸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주원은 잠자코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짐작한 사실인데도 두 귀로 들으니 가슴이 아릿했다. 위로를 하기엔 애가 너무 멀쩡해 보이고, 고백을 하기엔 타이밍이 지랄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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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서운한 얼굴이네요? 왜요, 오빠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하니 서운해요?”

자못 진지해진 분위기를 읽은 혜주가 장난스레 물었다. 주원은 냉랭하게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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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누굴 쫌생이로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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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래도 팬 중에 한 명이 떨어져 나가니 시원섭섭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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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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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원 좋아하는 여자가 어디 한둘인가요. 회사에 팬클럽도 있으신 분이. 하긴, 팬이 그 정도로 많으면 하나쯤 떨어져 나가는 건 아무렇지 않겠다. 그쵸?”

팬이라.

주원은 혜주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단 한 순간도 혜주를 ‘불특정다수 중 하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저를 짝사랑하는 사춘기 소녀일 때도, 스토커라고 생각했을 때도, 그리고 승원을 좋아하는 걸 알게 된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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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여자라면 모를까.’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그 말을 해도 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동생을 오랫동안 짝사랑했다고 말하는 너에게, 내가 그 말을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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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에요. 오빠가 신경 쓰지 않는 거 같아서.”

혜주는 주원이 고민할 틈을 주지 않았다. 곧이어 흘러나온 그녀의 한마디에 주원은 목 끝까지 치달았던 말을 삼켰다.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내가 신경 쓰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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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 이제 어떡하죠?”

혜주가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혼잣말에 가까웠으나 주원의 귀엔 그 어떤 말보다 선명히 들리는 독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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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이렇게 되니 좀 막막하네…….”

주원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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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긴 뭐가 막막해. 뭐 큰일이라도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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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짝사랑이 날아갔는데 큰일이긴 하죠. 오빠는 짝사랑 안 해봐서 모르시겠구나.”

애써 욱여넣었던 수많은 마음이 들썩인다.

어찌 됐든 상황이 상황인지라 한 템포 쉬어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승원을 생각하며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니 전투 본능이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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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봤거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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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진짜요? 그럼 대충 아시겠네요.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인지, 하아. 기억도 안 나는 꼬꼬마 시절 제외하면 거의 절반이라고요. 물론 10년 내내 강승원만 좋아한 건 아니지만 시작부터 끝 지점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거죠.”

1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 다만 주원은 혜주가 조금이라도 덜 아파하길 바랐다.

그래야 그녀에게 내딛는 한걸음이 몹쓸 욕심이 아니게 될 테니까.

이기적인 놈이라고 욕한대도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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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은 멀쩡하다는 거지?”

답은 정해뒀으니 넌 대답만 해. 딱 그 표정으로 주원이 물었다. 다행히 혜주는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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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죠! 다희랑 사귄단 얘기 들은 직후에 좀 힘들긴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괜찮아지더라고요. 좀 심심한 것만 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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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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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영화 보고, 가끔 한강에서 자전거도 타고. 그동안 강승원이랑 별 거 다 했었는데 이제 못 하니까요. 이제 주말엔 뭐하면서 시간 때우나 맨날 고민한다니까요.”

강주원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스나이퍼였다. 혜주가 뭣도 모르고 냅다 던져준 기회를 그가 냉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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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할지 모르겠으면 진부한 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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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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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하던 거 있잖아. 맛있는 밥 먹고 재밌는 영화보고, 가끔 한강에서 자전거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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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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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해도 되고.”

뻐끔뻐끔.

난데없이 훅 들어온 한마디에 놀란 혜주가 입술을 벙긋거렸다. 주원은 그녀가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쐐기부터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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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하자, 오혜주.”

턱. 커다란 손이 혜주의 정수리에 얹어졌다.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혜주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그가 장난스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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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알아? 승원이랑 놀 때보다 훨씬 재밌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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