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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그거 실수 맞아? (26/121)


#26. 그거 실수 맞아?
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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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하자, 오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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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알아? 승원이랑 놀 때보다 훨씬 재밌을지.

 
강주원이 투척한 대형 폭탄은 공허하던 혜주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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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그린라이트야?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거야?’

혜주는 커다란 토끼 인형을 끌어안고 밤새 뒤척였다. 언제부터인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혹시’하는 생각으로 바뀌고, 그가 내뱉는 말들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늘 무채색으로 보이던 강주원의 감정이 어느덧 색을 입고 눈앞을 살랑이는 순간,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쳤던 모든 장면이 겹겹의 꽃으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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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회식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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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비 맞지 말고 옆에 붙어. 안 잡아먹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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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이렇게 떨릴까. 그 생각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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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할까?’

 
그가 보낸 수많은 시그널이 이제야 유형의 전파가 되어 혜주의 뇌리를 관통했다. 당연히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착각하는 거 아닐까 몇 번을 되새김질해 봐도 결론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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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날 좋아하나? 헐……!’

이불 속에 쏙 들어간 혜주의 발이 동동 난리부르스를 췄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이건 대형사건이었다.

오혜주 인생에서 이토록 강렬하게 훅 들어온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십 년 짝사랑을 끝낸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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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 그런 거면 어떡하지?’

홍조 띤 얼굴로 이런저런 상상을 하던 혜주의 의식이 문득 승원을 떠올렸다.

강승원의 친형, 강주원.

물론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혜주가 승원에게 고백을 한 것도 아니고, 짝사랑이 길었다곤 해도 혜주 혼자 좋아하다 끝낸 일이니까.

게다가 승원은 지금 사귀는 애인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마음에 걸렸다.

만에 하나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승원에게 ‘형수’라고 불릴 텐데, 생각만 해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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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오혜주! 왜 받아줄 생각부터 하고 있는 거야?”

퍼억! 퍽!

혜주가 자괴감에 몸부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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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책바가지!”

아아, 왜 나는 강주원과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상상을 해버린 것인가.

쉽다, 오혜주.

너 너무 쉬워.

*

이튿날.

밤새 잠을 설친 혜주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출근했다.

데이터스 코리아는 자율출근제를 시행하고 있어 다들 출근 시간이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보통은 아홉 시가 넘으면 대부분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는데, 오늘은 왠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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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지?’

혜주는 사업부 주변에 모여 웅성거리는 직원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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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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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혜주 씨 왔어요? 오늘은 굿모닝 아니야. 난리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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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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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좀 봐.”

남 얘기 좋아하는 명환이 호들갑을 떨며 한쪽을 가리켰다. 혜주는 어깨에 멘 가방을 내려놓으며 직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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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지?’

그곳에선 직원 몇몇이 둥그렇게 둘러서서 뭔가를 보고 있었다. 혜주는 발끝을 쫑긋 세우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곤 이내 아연실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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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그들이 보고 있는 건 손바닥만 한 스티커 사진이었다. 요새 유행하는 네 컷짜리 흑백 사진.

문제는 사진의 주인공이 승원과 다희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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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진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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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혜주 씨 왔어? 지금 이거 때문에 난리도 아니야. 아침에 누가 사무실 바닥에서 주운 모양이더라고. 진짜 대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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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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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에 알게 모르게 연애하는 직원들이 있다고 들었지만, 이 두 사람은 정말 의외인걸. 승원 씨가 오히려 혜주 씨랑 연애를 하면 했지, 다희 씨일 줄은 몰랐어. 자기는 두 사람 사귀는 거 알고 있었지? 셋이 친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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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저는 잘.”

혜주는 어색하게 웃으며 몰랐던 척을 했다. 물론 명환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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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셋이 그렇게 붙어 다니면서 모를 리가 있나. 아무튼 이 사진 한 장에 아침부터 시끌시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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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젊은 남녀가 연애할 수도 있죠. 몰라서 그렇지, 사내 연애하는 커플이 한둘도 아닐 테고요. 이런 걸로 뭘 시끄럽기까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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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이 사진 발견했을 때 두 사람 반응을 혜주 씨가 못 봐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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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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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엄청 놀란 모양이더라고. 뭐 비밀연애를 들켰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승원 씨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어. 사진 보자마자 얼굴이 새하얘지더니 바로 박차고 나가더라니까? 누가 봐도 화난 표정이었어. 그래서 다들 말들이 많은 거야.”

아…….

혜주는 안타까움에 침음을 흘렸다. 철통 보안을 유지하던 두 사람의 연애가 만방에 까발려진 게 꼭 제 일처럼 속상했다.

회사 방침상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찌 됐건 공개적으로 연애를 하게 되면 남들 입방아에 오르기 십상이었다.

당장 지금만 해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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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당황스럽긴 했겠네.’

혜주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도망쳐버린 승원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승원은 100톤짜리 돌덩이 같은 사람이었다. 엉덩이가 무거워 어지간한 일엔 움직이지 않고 빠릿빠릿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말과 행동 모두 느린 편이고, 감정의 동요도 적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신중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예고도 없이 까발려진 사생활에 몹시 당황했을 승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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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원 이 자식, 그렇다고 다희만 놔두고 혼자 내빼면 어떡해?’

혜주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희를 쳐다보았다.

다희는 여직원 몇 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단조로운 회사 생활에 던져진 이슈에 득달같이 몰려든 하이에나들이었다.

그런데 그 분위기란 게 참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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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다희를 빼내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혜주가 멈춰 섰다.

다희는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들킨’ 사람치고 너무나 침착한 모습.

아니, 침착하다 못해 여유가 넘친다. 언제부터 사귀었냐, 누가 고백했냐 물어대는 직원들을 향해 미소를 보이기까지 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혜주를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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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다희가 일부러 사진을 흘린 건 아니겠지?’

퍼뜩 든 생각에 혜주는 자책하며 도리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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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내가 무슨 생각을.’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했다. 상식적으로 숨기려 하던 사생활을 들킨 사람이 저토록 여유 넘칠 수가 있나?

승원은 사진을 들키자마자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그럼 홀로 남은 다희는 더더욱 당황해야 마땅한데, 그녀는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쏟아 낸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주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누가 먼저 고백을 했는지, 데이트는 어떻게 하는지, 심지어 방금 승원이 보인 반응에 대한 변명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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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가 분명히 속이 안 좋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승원이가 그새 까먹고 매운 닭발을 사 왔더라고요. 서운하잖아요. 그래서 삐진 티를 내다가 좀 투닥거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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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래서 다툰 거야? 별일도 아니었네! 나는 또 승원 씨가 화난 사람처럼 나가버리길래 크게 싸운 건가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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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끼리는 원래 사소한 걸로 다퉜다가 또 풀고 하잖아요. 하여튼 강승원, 투박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호호호.”

부끄러운 듯 입을 가리고 웃는 다희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짧은 순간 혜주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밝아 보이는 다희의 모습에 안도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찜찜했다. 콕 찍어 말할 수는 없지만 승원과 상반되는 다희의 행동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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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다 요새 정말 이상하네…….’

혜주는 엄습하는 불안함이 자신의 오해이길 빌었다.

그러나 반복된 의심은 대체로 새로운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

주원은 빌딩 옥상에 홀로 서 있었다.

뛰쳐나간 승원을 뒤따라 옥상까지 왔는데, 승원은 한마디만 남기고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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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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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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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형…… 나중에 하자.

 
머리를 감싼 채 같은 자리를 맴돌던 그는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주원은 그렇게 괴로워하는 승원은 처음 보았다.

수능 전날에도 아홉 시에 잠들 만큼 태평한 놈이 고작 비밀연애 들켰다고 저럴 일인가. 승원이 전날 다희에게 이별을 고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주원으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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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이네.”

주원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생각에 잠겼다.

다희와 승원이 사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비밀연애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회사에 알려질 수도 있다는 것도 예상했다. 열두 살 먹은 어린애들도 아니고, 둘 다 서른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그 정도 생각도 안 하고 사귀었을까?

설사 그 사실이 알려진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었기에 주원은 별 생각이 없었다. 불륜도 아니고, 내규상 문제 될 것도 없고, 심지어 대표인 자신이 딱히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데 누가 입을 댄단 말인가.

해서 아침에 사진이 발견되었을 때만 해도 주원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승원의 반응은 뭐랄까. 위태로웠다. 결코 들키고 싶지 않은 사실을 들킨 사람처럼.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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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헤어지기라도 한 듯이.’

주원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요샌 시간이 없어 거의 피우지 못했는데 생각이 복잡하니 한 모금 생각이 났다. 마침 주머니에 라이터가 있었다. 주원은 담배에 탁 불을 붙이며 옥상 뒤편으로 돌아갔다.

삐걱.

그때 옥상 문이 열렸다. 화단 뒤, 커다란 물탱크 쪽에 걸터앉아 있던 주원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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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주?’

막 모습을 드러낸 그녀가 반가워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주원이 슬쩍 몸을 숨겼다.

혜주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뒤로 다희가 따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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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원이는?”

주위를 휘휘 한 번 둘러본 혜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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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 연락을 안 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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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그런 일이 터져서 많이 놀랐겠다. 너희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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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진짜 너무 놀랐어. 다이어리에 끼워두었던 사진이 나도 모르게 빠진 모양이야.”

역시나 두 사람은 승원의 얘기부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혜주가 다희를 달래주러 온 건가 보다 생각한 주원은 담배를 비벼 끄곤 숨소리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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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원 그 자식도 참, 아무리 놀랐기로서니 그 소란통에 여친만 남겨두고 가버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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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많이 놀랐나 봐. 잘 간수하지 못한 내 잘못이지, 뭐.”

바람에 섞여 두 사람의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렸다.

들키지 않고 옥상을 빠져나가기엔 늦었고, 사실 다희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기도 해서 주원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상황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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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나?’

주원은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두 사람은 아직도 옥상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뭔가 고민하는 듯하던 혜주가 입술을 떼는 모습에 주원은 다시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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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희야. 나 하나만 물어볼게. 그거 실수 맞아?”

주원의 가슴이 둥둥 진동했다.

사무실 한복판에 보란 듯 떨어져 있던 사진과 괴로워 보이던 승원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순식간에 그림이 그려졌다. 그건 이해할 수 없었던 승원의 태도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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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 내가 일부러 사진을 떨어트리기라도 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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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이유도 없고, 그럴 사람도 아니니까 그랬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 싶어. 그런데 지금 너…… 너무 불안해 보여, 다희야.”

다희는 대답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 지루하리만큼 긴 기다림 끝에 다희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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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혜주 내 베프 맞네.”

다희가 몸을 돌려 혜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빛을 등져 어둑해진 다희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주원은 살갗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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