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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너야말로 노선 똑바로 해. 차이고 싶지 않으면 (43/121)


#43. 너야말로 노선 똑바로 해. 차이고 싶지 않으면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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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선은 불쾌함을 넘어 지독히 화가 난 듯 보였다.

얘길 들으면 놀랄 거라고 예상은 했으나 저렇게 극단적인 반응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혜주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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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흔들린다는 게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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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방금 흔들린다고 했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살얼음이 낀 듯한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혜주는 선생님께 혼나는 학생처럼 어깨를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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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흔들리는데. 왜, 지금이라도 승원이한테 가고 싶어?”

주원이 날카롭게 물었다.

주원이 승원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도, 그 때문에 스스로 퍽 괴로워했다는 것도 모르는 혜주에겐 날벼락 같은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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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혜주는 이 사태가 마치 자신의 잘못인 양 몰아가는 주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이 난리 통에 제일 큰 피해자는 자신이었다. 오래 짝사랑한 사람을 절친에게 빼앗기고, 그 덕에 친구도 잃고 사랑도 잃고.

마음을 접었다고 하니 이제 와서 흔들어댄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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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빠는 왜 나를 탓하는 것 같지?’

흔들린다는 말이 물론 썩 기분 좋지는 않겠지만, 그거 한마디 했다고 이렇게까지 정색할 일인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마치 바람 피우다 걸린 여자친구가 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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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흔들린다는 건 승원이한테 흔들린다는 게 아니라 심경이 복잡해졌단 뜻이었어요! 잠잠한 호수에 휙 돌이 날아온 기분이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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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왜.”

주원의 음성도 격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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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감정이 남아 있지 않으면 흘려들으면 그만 아닌가? 굳이 왜 그걸 돌덩이씩이나 되게 받아들이냐고.”

사실 이렇게까지 말할 일이 아니라는 건 주원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끓어 넘치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혜주를 좋아한다고 승원이 고백을 해왔을 때,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주원의 속은 말이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의 감정만 내세우는 동생이 실망스럽고, 동생의 여자를 가로챈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불안했다. 혜주가 흔들릴까 봐.

그래서 승원의 마음을 알고 나서도 혜주에겐 말하지 않았다. 그는 십 년이라는 세월이 가진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렇게 오래 짝사랑한 사람이 저를 좋아한다고 고백을 해오는데 사람이라면 흔들릴 수 있지.

주원은 그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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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에요? 오빠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으면 차라리 아무 말 하지 말 걸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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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고작 그 한마디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그렇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흔들린다며? 심경이 복잡해졌다며? 그런 말을 듣고 기분 좋을 남자가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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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잔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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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야말로 노선 똑바로 해. 차이고 싶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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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 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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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르, 마른 장작에 불이 붙듯 말다툼은 거침없이 커졌다.

한 번 말꼬리를 잡으니 다음엔 말허리를 자르게 되고, 그다음엔 준비라도 한 듯 서로를 향해 맹공격을 퍼붓게 된다.

지난한 다툼 끝에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건 혜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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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여기 안 나왔을 거야. 나 팔보채 안 먹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혜주가 레스토랑을 나섰다.

화가 잔뜩 난 듯한 그녀의 뒷모습에 주원은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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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러려던 게 아닌데.

사귄 지 팔일 만에 전쟁을 치르고 나니 힘이 쭉 빠졌다.

답답한 듯 마른세수를 한 주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 위엔 손도 대지 않은 팔보채가 덩그러니 남겨졌다.

*

이틀 후, 회사에서 진행하는 올라운드 미팅이 있었다.

임원진을 위시해 각 부서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상반기, 하반기 두 번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참여 인원은 총 사십 명 정도. 전체 직원의 거의 3분의 1 정도가 참여하는 행사라 특별히 호텔 연회장을 빌려 진행되었다.

각 팀에서 서너 명의 인원이 참석했고 혜주의 팀에서는 욱 팀장과 혜주, 루비가 명단에 들어갔다. 대표인 주원의 참석은 당연했고 개발팀에서는 승원이 포함됐다.

빌딩 주차장엔 회의에 참석하려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서 있었다. 운전에 능숙한 사람을 주축으로 네 명 정도가 한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보통은 같은 팀이 한 차를 타게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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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 확인하겠습니다. 각 팀별로 아직 안 온 사람 있는지 체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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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팀 오혜주 씨가 아직 안 왔는데요!”

루비가 말을 끝내자마자 혜주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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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15분이나 늦어버린 혜주는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쉬며 꾸벅꾸벅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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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주 씨, 왜 이렇게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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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팀장님. 차가 좀 막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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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통 몰라? 출근 시간에 막히는 게 당연하지! 평소에 잘하다가 하필 대표님이랑 같이 움직일 때 늦어버리면 어떡해? 아주 눈도장 제대로 찍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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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욱 팀장의 질책에 혜주는 연신 사과를 했다.

근태관리에 누구보다 철저한 그녀가 지각한 건 어제 잠을 거의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주원과 다툰 후 바로 화해를 할 줄 알았는데, 어제 하루 종일 주원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아니, 연락은커녕 눈빛 한 번을 받지 못했다. 대표실에 콕 틀어박혀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 그 때문에 메신저 창을 열었다 닫았다 몇 번이나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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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차 떠나기 전에 도착했으니 됐어. 다른 차는 거의 다 차고 이제 두 자리 남았어. 어디 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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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무 데나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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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표님 차 탈래?”

커헉! 혜주는 거의 숨이 넘어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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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뇨! 대표님 차는 아무래도 좀…….”

이틀 전 다툰 여파가 아직 남았는데 어떻게 두 시간을 한 차에 타고 간단 말인가! 둘만 타는 거면 화해의 기회라도 있지, 얼핏 봐도 그 차엔 이미 임원진 두 명이 뒷좌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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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기도 임원들 시중들며 가긴 싫겠지. 이해해.”

욱 팀장이 쿨하게 두 번째 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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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승원 씨 차에 타. 아직 저 차 비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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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엑?”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공교롭게도 남은 자리는 주원의 차에 한 명, 승원의 차에 한 명.

제일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극렬한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다.

주원의 차에 타자니 이틀 전 싸운 게 걸리고, 승원의 차에 타자니 불편한 건 매한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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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타고 뭐 해? 자기 때문에 출발 늦어지는 거 안 보여?”

욱 팀장이 짜증스럽게 채근했다. 더 이상 피할 수가 없어 속으로 ‘코카콜라 맛있다 딩동댕동’이라도 하려는데 루비가 불쑥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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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그냥 대표님 차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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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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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제가 얼핏 봤는데 강승원 씨 차 완전 전쟁통이에요. 유통기한 3년 지난 음료수 캔도 굴러다니고 있더라고요. 그런 데 탔다간 병 걸려요, 병.”

혜주를 바람녀로 만들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루비의 노력에 대해서 알 리 없는 혜주는 못 이긴 척 제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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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

안 그래도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혜주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며 주원의 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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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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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주 씨 왔어요? 얼른 타요. 임원진 차라고 아무도 안 탈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쪽으로 와주니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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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말씀을요. 그럼 가시는 동안 BGM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워낙 젊은 피로 가득한 회사라 임원진이라고 해도 마흔 초중반이 대다수였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한 거였다. 혜주는 주원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남은 앞자리에 착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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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 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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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무적으로 주원이 말하자 혜주 역시 사무적으로 대답을 했다.

곧 차가 출발했다.

목적지까지는 약 두 시간. 매우 불편할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가는 길은 나쁘지 않았다. 뒷자리에 앉은 임원진 두 명이 끊임없이 일 얘기를 해준 덕분이었다.

미국 어느 투자사와 긍정적으로 미팅이 진행되고 있다는 둥, 이 기세라면 상장도 노려봄직 하다는 둥, 혜주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그들이 다루는 주제들은 팀 내에서 이루어지는 소소한 결정에 비해 워낙 크고 광대해서 혜주는 흥미롭게 이야기를 경청했다.

주원은 운전을 하며 간간이 말을 보태는 정도였는데, 그가 입을 열 때면 임원진들이 하던 말을 멈추고 경청하는 게 느껴졌다. 새삼 어렵게 느껴지는 얘기들의 최종 결정권자가 주원이라는 사실이 실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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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멀게 느껴지네, 오늘은.’

괜히 의기소침해지는 기분이었다.

*

호텔에 도착해 각자 방을 배정받은 후 올라운드 미팅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주원이 앞에 나서서 회의의 포문을 열었고 각 팀의 팀장들이 미리 정해진 순서대로 발표를 했다.

회의의 주제가 ‘데이터스 코리아의 매출 목표 120퍼센트 달성’이니만큼 아무래도 매출과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 사업팀은 준비할 게 많았다.

욱 팀장의 발표를 시작으로 혜주와 루비가 주요 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했다. 중간중간 점심 식사와 브레이크 타임을 제외하면 거의 열 시간이 넘게 이어진 강행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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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올라운드 미팅을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뒤풀이하실 분은 하셔도 좋고, 방에서 쉬실 분은 편하게 쉬셔도 좋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저녁 아홉 시가 넘어서 회의가 끝이 났다. 거의 녹초가 되어 비실비실 자리에서 일어나던 직원들은 뒤풀이 얘기에 눈을 번쩍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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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고생했는데 한잔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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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죠! 종일 떠드느라 목이 칼칼한데 입술이라도 축이고 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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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거 없이 방에서 모입시다. 체크인할 때 보니 우리 방이 제일 크더라. 대충 정리하고 721호로 모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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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너무 피곤해서 먼저 올라갈게요. 다들 내일 아침에 봬요!”

몇 명은 피곤하다며 자러 올라갔고 몇몇은 남았다. 아직 미팅이 끝나지 않은 임원진 세 명을 제외하고 721호에 모인 건 총 열다섯 명이었다.

혜주는 그 열다섯 명 안에 끼어 있었다. 승원이 자리에 있기에 슬그머니 피하려 했는데 얼토당토않게 명환에게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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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주 씨 어딜 도망가? 우리 사업팀 마스코트가 뒤풀이에 빠지면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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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조금 피곤해서 올라가서 자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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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한창 간도 창창할 나이에 뭘 빼고 그래? 그리고 혜주 씨 욱 팀장이랑 같은 방이잖아. 어차피 카드키 하나라 팀장님 올라가실 때까지 못 자고 대기해야 할 건데, 그냥 같이 마시자.”

하긴. 오혜주가 언제 술자리에서 빼는 캐릭터이던가. 회식이면 회식, 뒤풀이면 뒤풀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참석했던 과거가 이렇게 발목을 잡는다.

혜주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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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잠깐만 놀고 들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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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혜주 씨가 최고라니까.”

명환은 만족한 듯 웃으며 친히 자리까지 지정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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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기 승원 씨 옆자리 비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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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찰나의 순간 승원과 눈이 마주쳤다. 조금 당황한 듯했던 승원이 이내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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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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